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92화 (92/127)

<92>수도입성

얀은 세스에게서 몸을 돌려 셔츠의 단추를 풀고 있었다.

생각은 대범하게 나가자 였지만 그래도....

얀은 슬쩍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세스는 들어보지 못한 노랫가

락을 흥얼거리며 상의를 벗고있었다. 그의 손에 있던 반쯤 접혀진 상의

가 옆에 위치한 의자 등받이에 걸쳐졌고, 곧 위로 들어올려진 그의 손은

흰 면으로 되어있는 그의 속옷 끈을 풀었다. 옷에 가려져 있던 희고 뽀

얀 어깨선이 보이더니, 곧 늘씬한 등판이 얀의 휘둥그래진 눈앞에 모습

을 드러내었다. 조각상을 재현해놓은 듯 그의 몸매는 근사하였다. 보기

좋게 발달되어있는 그의 근육에 지나온 세월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듯 약간의 상처가 보였지만 그건 그리 흉으로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세

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그리고 얼굴을 붉

히며 급히 고개를 돌렸다.

미적미적 셔츠의 깃을 잡고 머뭇거리는 얀의 귓가로 세스의 목소리가 들

려왔다.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웃옷하나 벗지 않은 얀이 한심하다는 어

조로 말하는 것을 듣고 얀은 펄쩍 뛰어오를 듯 놀랐다.

"뭐야, 아직도 안 벗었어? 그러다간 옷 벗다가 하루가 다 지나가겠다.

난 이미 다 벗었다고."

"어, 어? 머, 먼저 들어가 있어. 나도 금방 들어갈 테니까..."

얀은 자신의 목소리가 점점 죽어 가는 것을 느끼고 당황해하며 웃옷을

벗었다. 세스는 고개를 수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는 얀의 목소리

를 듣자 의아해 하며 고개를 돌렸고, 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얀을 바라보던 세스는 얀의 등뒤로 절뚝거리며 다가

왔다. 인기척이 들리자 얀은 더욱 안절부절하며 고개를 더욱 숙였다. 턱

을 괴고 굳어있는 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스는 평소 보지 못했던 그

의 행동에 더욱 의문을 품었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을 들어올려 얀의

어깨에 올려놓았다.

"왜 그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은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 그냥 옷이 잘 안 벗어져서..."

얀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어물어물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건 세스를 얕본 것이었다.

"그래? 그럼 내가 벗겨줄게."

세스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양손을 얀의 어깨에 올

려놓고 얀의 몸을 돌려세우려고 했다.

이, 이것이 뭔소리다냐.. 여자와 남자사이라도 그런 상황이 연출되면 이

상한 법인데... 하물며 지금 자신이 남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세스는 그

가 하는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건가? 아님 나만 이상

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자, 잠깐만 괜찮으니까...!"

"뭐가 괜찮아? 내가 옷을 다 벗을 동안, 넌 상의 하나만 달랑 벗었는

데... 이러다가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하겠어."

세스는 미간을 찡그리며 얀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하, 하지만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단 말이야~!"

남자의 몸을 보는 것은 별거 아니라고 마음을 다잡았지만, 자신의 몸을

보는 것과 남의 몸을 보는 것은 확연히 기분이 달랐다. 동생들의 몸을 목

욕할 때 봤었고, 자신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그렇지가

않았다. 평소 때는 별 생각 없이 세스가 옷 갈아입을 때 상의를 벗을 모

습을 대했는데, 의식을 하니까 얼굴이 붉어졌다. 남동생들의 몸을 보았

다고는 하지만 그건 거의 10년이나 전의 일인데다, 세스는 식구가 아닌

타인이다. 같은 동성친구도 알몸을 보면 부끄러운데 하물며 아무리 현실

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세스)는 남자인 것이다.

"옷을 벗는데 무슨 마음의 준비까지 필요해!"

세스는 인상을 찡그리며 벽을 붙잡고 돌아서지 않는 얀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홱,

팽팽히 맞서고 있던 힘의 균형의 깨어지며 얀이 뒤돌아 섰다. 갑작스럽

게 손에서 힘이 풀려 세스의 손길에 따라 뒤로 돌게 된 얀은 얼굴을 붉히

며 무의식적으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핏,

"뭐야, 이렇게 끈을 단단하게 묶어놓으니까 그렇지..."

얀의 속옷을 바라보던 세스는 피식 웃음을 터트리고는 단단하게 얀의 옆

구리 쪽으로 매여져 있는 끈을 풀려고 했다. 잠시동안 씨름을 하던 세스

는 금방 그것을 풀었고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어라, 뭐하는 거야?"

세스는 의아해 하며 손을 들어 눈을 가리고 있는 얀의 손을 내렸다. 얀

은 그만 이 상황을 받아들이자고 납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손길에

따라 쉽게 손을 내렸다. 그리고 과감하게 정면을 바라보았다.

얀은 말똥말똥한 눈으로 세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황당함에 자신도 모

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얀의 행동을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는 세스

의 하반신은 긴 흰 타월로 가려져 있었다.

괜히 호들갑떨었잖아.

얀은 왠지 모를 씁쓰름한 감(;)을 느끼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다 다시 한

번 세스의 몸을 훑어보았고, 그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의 어깨와 가슴은 곧게 뻗어있었고, 유려한 선을 그리며 허리 쪽으로

가늘어졌는데, 그 가느다란 허리를 보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얀이 자신의 몸에 감탄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세스는 얀을 재촉했고

얀은 부득부득 우겨서 세스가 탈의실에서 나간 뒤에 재빠르게 옷을 벗

고 곁에 곱게 접혀있던 흰 타월로 몸을 가리고 목욕탕을 들어섰다.

"어머, 피부 좋다."

"야, 야 어딜 만져."

세스는 얀의 손길에 기겁을 하며 뒤로 몸을 물렸다. 얀은 입맛을 다시며

물속에 몸을 깊이 담그고 입으로 공기거품을 만들었다.

"쳇, 닳는 것도 아닌데..."

얀은 아쉬워하는 눈길로 세스의 탄탄한 몸을 바라보았다. 어렸을 적부

터 훈련으로 근육이 붙어있는 그의 몸은 조각상처럼 아름다운 균형미가

잡혀있었다. 탈의실에서의 상황과는 정반대로 얀은 기가 살아서 세스를

놀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얀이 세스에게 장난치는 것은 결코 그의 육체

에 혹해서가 아니라 세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였다. 의외로 세스는 간지

러움을 잘 타서 손길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는 타입이었다.

내심 좋은 것을 알게 되었다고 좋아하던 얀은 음흉한 웃음을 짓다가, 주

위를 둘러보았다.

목욕실은 얀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넓었는데 그 반을 흰 대리석 욕조

가 차지하고 있었다. 정면에 위치한 대리석 사자상의 입에서 따듯한 물

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온수 장치가 완벽한 것 같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들어오기 싫은 눈치더니...

세스는 으스스떨려오는 몸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재미있어하는 얀의 눈

길을 피해 대리석 욕조의 끝에 붙어 앉았다.

나른하게 탕벽에 기대어 물위에서 늘어져있던 얀은 자신의 장난에 어쩔

줄 모르며 시선을 피하는 세스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변태 중년 같은

웃음을 흘렸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느꼈는지 탕의 모서리를 붙잡고 벌떡 일어선 세스

는 물기를 닦을 새도 없이 목욕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얼레...

얀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세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약간은 심했나

자책감을 느꼈지만, 곧 따스한 물의 기운에 녹아들어 그런 생각마저 머

리속에서 지워버렸다.

욕실 문을 열고 나아가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집사의 모습이 보였다.

세스는 수건으로 머리를 문지르며 집사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의 거친

손길이 머리카락을 스칠 때마다 그곳에서 튕겨져 나온 투명한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그 모습을 인상 찌푸리고 바라보던

집사는 세스가 침대 위에 걸터앉자 헛기침을 하고 좀더 그의 곁으로 걸

어갔다. 그의 먼지하나 묻어있지 않은 검은 색 구두가 바닥에 깔려있는

값비싼 네오드렌드 산의 푹신한 카펫트를 밟고 지나갔다.

머리를 털고 있던 세스는 그가 자신의 곁에서 멈춰 서자 고개를 들어 그

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셨던 것은 여기에..."

집사가 커다란 상자를 내밀자 세스는 그것을 받아 안을 들여다보고는 만

족한 웃음을 지었다.

"좋아, 그러면 30분 후에 내가 말한 다른 것들을 보내 줘. 얀이 준비하려

면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릴 테니까."

세스는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진 상자를 바라보았다. 집

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밖으로 물러나갔다.

쾅!

"세~스~~~"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난 얀은 위와 같이 소리를 치며 세스에게로 달려갔

다. 갑작스런 그의 행동에 얼이 나가있는 세스에게 달려온 얀은 장난스

런 미소를 지으며 세스를 옆에 슬라이딩을 시도했다. 덕분에 세스는 황

당한 기분에 휩싸였다. 목욕이 끝난 후 아이같은 행동을 하는 얀에게 곤

혹스러워하던 세스는 머리를 흔들고는 경직되어 있는 목을 돌려 뭐가 그

리 즐거운지 키득거리고 웃고 있는 얀을 바라보았다. 젖은 은청색 머리

카락은 흘러내려 목욕 후에 밝게 상기된 볼을 식히려는 듯 얀의 얼굴을

감싸고 있었고 그의 몸에선 유칼립투스 특유의 톡쏘는 듯한 향이 은은하

게 풍겨 나왔다. 시설이 좋은 목욕탕에서 목욕을 한 것은 정말로 오래간

만이었기에 얀은 기분이 무척이나 좋아져 있었다. 그 때문인지 얀의 투

명한 파란색 눈동자는 더욱 짙어 보였고 유달리 반짝거렸다.

침대에 엎드린 자세로 발을 흔들고 있던 얀은 갑자기 이상하다는 듯 고

개를 돌려 세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엉금엉금 기어와 세스의 머리카락

에 얼굴을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세스는 당황해하

며 어느새 자신의 목까지 내려온 얀의 얼굴을 밀어내었다. 세스는 얼굴

을 붉히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엎드린 자세에서 고개를 들고 공기

중의 흘러 다니는 향을 맡고 있던 얀은 자신에게서도 그와 같은 향기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팔을 들어올려 냄새를 맡았

다.

"이거 무슨 향기지? 청량감을 주는데 무지 좋다."

얀은 궁금해하며 세스를 바라보았고 세스는 한숨을 쉬더니 이마를 짚으

며 말했다.

"유칼립투스라는 입욕제인데, 피로회복과 감기예방에 좋아. 이제 되었으

면 그만 내 몸에서 얼굴 좀 치워줄래?"

세스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친.절.하게 말을 했다. 얀은 아쉬워하며 그에

게서 뒤로 물러나 앉았다. 물론 재미있는 반응을 보이는 세스를 더 괴롭

힐 수 없어서 말이다.

침대 옆에 일어선 세스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놓여져 있는 리본으

로 장식되어 있는 흰상자를 얀에게 내밀었다. 얀은 어리둥절해 하며 그

것을 열어보았다.

"와우."

얀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상자 안에 들어있던 물건을 들어올렸다. 화려

한 느낌을 주는 중국식 풍의 옷이 들어있었다.

"이건...."

답을 구하는 듯한 얀의 시선을 받자, 세스는 다시 침대에 앉으며 약간 미

안한다는 투로 얘기했다.

"네가 가지고 있는 옷이라곤 남자 옷뿐이잖아. 지금의 역할을 위해선 여

성복이 필요하지만 여건이 맞질 않으니... 이 수밖에 없었어. 내일 재단

사를 부를 테니까 오늘은 이걸로 참아줘. 그래도 중성적이 드는 느낌의

옷이니까 그럭저럭 잘만 꾸미면 여자처럼 보일 거야."

세스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리던 얀은 옷을 살펴보며 고개를 들

어 세스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처음 보는 스타일의 옷인데... 어디서 난 거야?"

얀은 질문을 하며, 재빠르게 몸 위에 옷을 걸쳤다. 그 모습을 오른 손등

에 턱을 괴고 보고 있던 세스는 약간 멈칫 하더니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

을 했다.

"아버지가 '튜넨 국(國)'에 가셨을 때 선물로 받아온 거야. 물론 나에게

주신 것이지만... 내가 손을 댄 적은 없었고 너에게 준다해도 별말을 없

을 거야. 아... 넌 기억을 잃었다고 했으니 튜넨이 어디 있는지 모르겠구

나. 튜넨은 케탄대륙에 존재하고 있어. 크로나는 케탄대륙의 서쪽 끝에

있는 반면 튜넨은 정반대로 동쪽 끝에 위치하지. 위치 상으론 크로나에

서 튜넨까지 가는데 아무리 빠른 마차로 간다고 가정해도 4개월은 걸

려. 지금 이 옷은 예식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화려하지만, 원래

의 튜넨의 민족의상은 단순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라서 소박한 미가 느껴

지지. 어디보자.... 쿡, 우선 가슴을 만들어야겠는데."

얀의 모습을 보고 어림짐작을 하던 세스는 웃음을 참으며 방안 이곳저곳

을 뒤지더니 그럴듯한 물건을 찾아내어 얀에게 건네었다. 얀은 투덜거리

면서도 자연스러운 연출로 단장을 하였다.

어두운 청회색 빛의 옷감이 얀의 밝은 은청색 머리카락과 대비되면서 그

의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었다. 목까지 올라오는 차이니즈 풍의

칼라는 얀의 아담스 애플을 가리고 있었고 칼라에서부터 수놓아진 붉은

국화와 당초 문양은 가냘퍼 보이는 허리를 지나 그의 꼬리뼈 부근에서

끝이 나있었다. 날씬한 허리에서 직선으로 퍼져있는 4갈래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천들은 얀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연스레 흔들렸으며 겉옷과

한 세트로 되어있는 바지는 같은 색상으로, 바지단 끝에 귀여운 작은 꽃

들과 금박으로 누벼져 있었다. 손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소매를 치켜들

고 난감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얀의 얼굴을, 웃으며 바라보던 세스는 자

신의 옷방을 뒤져서 얀과는 다르게 간편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투명한 7부 소매의 튜닉은 세련된 편안함과 단순성의 극치를 보였다. 옅

은 색의 면으로 되어있었는데 검은색의 바지와 어울려 세스의 귀족적인

이미지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세스는 그런 것과는 무관

하게 별 생각 없이 입었는지 아직 젖어있는 머리를 매만지며 얀의 곁으

로 지팡이로 바닥을 짚으며 다가갔다. 손으로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던

얀은 세스가 다가오자 싱긋 웃더니 머리 빗는 것이 귀찮은 듯 세스에게

머리를 빗어달라고 부탁하였다. 여행 중에도 얀의 머리카락을 때때로 빗

어주었던 세스는 얀이 머리를 빗어주면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군말 없이 서랍장을 뒤적여 은이 세공된 빗을 찾아내어 얀을 침대에 앉

히고 자신도 그의 뒤에 앉아 얀의 머리를 빗겨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계

획에선 얀이 어떻게 행동할지가 관건이었기 때문에 얀의 기분을 거스르

지 않도록 노력하고있었다.

세스의 손길에 얀은 졸음이 오는지 꾸벅거리며 잠이 들었고 잠이든 얀

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대고 (편한 표정으로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기

가 좋아서)그의 머리카락을 만져주던 세스는 문을 노크하는 소리에 고

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보았다. 문이 열리며 자신이 부탁했던 사람들이

들어왔다.

얀에게 어울리는 화장과 머리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 집사 고든에게 부

탁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세스의 무릎 위에서 잠이 들어있는 얀의

모습을 보고 그들의 시간을 방해했다고 여겼음인지 다시 방밖으로 나가

려고 했지만 세스의 손짓을 보고는 조심스레 방안으로 들어섰다. 다행히

도 방안에는 카펫이 깔려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발소리를 들리지 않았

다. 세스는 웃으며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앉았고 그들은 얀에게 다가와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세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옆 넓은 안락의자에 기대어 앉아 얀의 변

신하는 모습을 웃음을 참으며 지켜보았다.

검은색의 옷에 단정한 하얀색 앞치마를 두른 그들은 얀의 얼굴에 손을

대어보고 그의 곱고 매끄러운 피부에 놀라는 눈치였다. 그들은 잠에 푹

빠져 있는 얀을 보고 미소지었다. 우선 그들은 얀의 입술과 뺨에 크림을

바르고 속눈썹에도 뭔가를 문질렀다. 세스는 당해본일이 있는지라 그것

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얀이 당하는 일을 재미있어하며 웃음을

참고 계속 지켜보았다. 역시나 얀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여성의 손에 들

려있던 속눈썹을 그리던 것은 나무를 태운 숯이었다. 세스가 지켜본지

몇 십분이 안되어 어느새 그들은 마무리 손질로 토끼풀을 이용하여 얀

의 얼굴을 몇 번 찍어내고 있었다. 단련되어 있는 그들이었기에 더욱 손

놀림이 빨랐던 것이다. 세스가 얀의 변신한 얼굴을 볼 요량으로 다가가

자 얀의 얼굴을 만지고 있던 미용사는 고개를 들어 자신이 지금 하는 행

동은 피부에 번쩍이는 기름기를 없애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세스는 고개

를 끄덕이며 더욱 가까이 다가갔고 얀의 곁에 앉아있던 여성 2명은 만족

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양보했다. 세스는 그들이 자리를 피해준 자리

에 가서 섰다.

세스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에 신음성을 내뱉었다. 얀의 얼굴에 가벼

운 정도로 분홍색 분이 발라져 있었는데, 보통 때도 약간 얼굴이 상기되

면 소녀처럼 보이는 그였지만 지금의 그의 모습은 완전한 여인의 모습이

었다. 짙게 칠해진 속눈썹과 연분홍색 뺨이 얀의 얼굴 윤곽은 더욱 여려

보이게 만들었고, 부드러운 얼굴형에 어울리는 단아한 입술선과 오똑 솟

은 콧날은 그의 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잠들어 있음에도 불

구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기품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세스는 시간이 되어가자 그를 깨워야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깊은 잠

들어 있는 그를 깨울수 없었다. 손을 내밀다가도 망설이며 다시 손을 움

츠리기 일수 였다. 잠시 얀의 얼굴을 바라보던 세스는 결심을 하고 얀의

어깨를 흔들었다. 얀은 깨어나기 싫은 듯 웅얼거리다. 천천히 눈을 떴

다. 긴 속눈썹이 들어올려지며 맑고 투명한 푸른색의 눈동자가 나타났

다. 그것은 세스의 모습을 직시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제서야 세스

의 상이 눈동자에 맺혔는지 얀은 미소를 짓고는 기지개를 피며 일어섰

다.

"우아암, 잘잤다. 사람 자는 것 처음봐? 뭘 그렇게 뚫어지게 바라보는 거

야? 어? 저 사람들은..."

세스에게 면박을 주던 얀은 자신의 옆에 있는 흐릿한 형체를 알아차리

고, 잘 보이지 않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침대 옆에 시립해 있는 사람들

을 바라보았다. 세스는 평소와 다름없는 그의 행동으로 인해 정신을 차

리고 그들 중 한명에게 손을 까닥였다. 그러자 젊은 축에 속하는 여자가

세스의 곁으로 다가왔다. 얀이 의문을 담은 눈으로 바라보자 세스는 자

신을 바라보는 얀의 고개를 돌리며 말을 했다.

"약간 머리손질을 할 필요성을 느껴서, 일부러 부른 거야."

잠에서 깨어나자 바로 보이는 그들 때문에 약간 의아해 하는 듯 했으나

세스를 말을 듣자 그럴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얀은 고개를 끄덕였

다. 얀의 곁에 시립한 여성은 얀의 머리끝만 가위로 손질하고 브러시로

여러번 빗어내린 다음 풍성하게 틀어 올려 머리핀으로 고정시킨 후 자주

색 리본으로 장식을 하였다. 길게 늘여 뜨려진 귀밑머리에 작은 꽃으로

장식한 후, 풍성한 뒷머리에 연결시켜, 등까지 내려져 있는 뒷머리와 매

치시켰다.

얀은 자신의 앞에 내밀어진 거울을 보고 놀라는 얼굴이 되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화장이 되어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거울에 나타

난 모습을 보고 놀라서였다. 화장은 자신의 모습을 여자의 모습으로 둔

갑시켰다. 물론 화장의 위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도 화장

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너무 뜻밖이었기 때문이었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얀은 거울 속 인물이, 자신이 비친 모

습이라는 것도 잊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멍하니 넋 나가있는 얀의 모습을 보며 입을 가리고 웃던 세스는 식사시

간이 되었다는 것을 알리러 온 시종의 방문을 받게 되었고 얀을 데리고

식당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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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_)(--)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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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28-09-2001 13:10  Line : 27  Read : 2845

[97] 죄송합니다. 저도 왜 이렇게 늦어지는지...(연재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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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책에 써놓은 것을 컴으로 옮기던 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니

연결이 부자연스러워서 읽고 고치고, 싫증내서 뒹굴다 보니...;

늦어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고치면서 쓰다보니 더 늦어지고 있다는 거죠.(그렇다고 잘쓰는 것도 아닙니다;)

비축이 있는것도 아닌데, 에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컴 켜놓고 거의 눈싸움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언제 업을 할지 모르겠지만,

추석전에는 한두편정도 올라가겠죠.

하지만 추석에 올라갈 확률은 10% 미만입니다. 친척들이 저희집으로 몰려오기 때문

인데요. 집안일을 돕느라 시간이 없겠지만, 더욱 큰 이유는 저의 귀.여.운 사촌들은

오는 즉시, 명절내내 컴퓨터를 차지합니다.

(스타크부터 시작해서 자동차경주, 킹오브파이터 등등; 컴퓨터 열납니다.)

그들의 대빵이라는 권력으로 밀어낼수도 있겠지만, 워낙에 제가 약해서;;

가망이 없습니다 ㅠㅠ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구요. 틈나는 대로 올리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럼 추석명절 잘 지내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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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30-09-2001 21:37  Line : 408  Read : 3982

[98]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93.fi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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