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카필로아 자작은 시녀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생각보다 길어졌고 숨어서 지켜보던 시녀들은 예전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감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작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잠시동안 이야기를 나누던 시녀는 자작의 부탁을 받고 궁전내부에 다녀왔고, 자작은 그녀에게서 필요한 지식을 얻고 고마워하며 왕궁 도서관으로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럴 리가 없는데...
예상밖의 상황에 얼떨떨해 하며 시녀 중 한명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알고 있는 자작은 여자가 곁에서는 순간부터 여자를 밀어내기 위해 초읽기 카운터에 들어가는 사람이다. 자신이 신입이었을 때는 미처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지만 왕궁에서 몇 개월만 지나도 금새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이벤트는 고참 시녀들의 유흥거리 중 하나로, 대단한 여성들이 다가가도 미소짓는 얼굴빛의 변화 없이 여지없이 물리치는 그 광경 때문에 그녀들은 통쾌하게 생각하였고, 자작이 귀족영애들을 퇴짜놓는 모습을 즐거운 모습으로 지켜보았다. 여자를 대하는 자작은 부드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의 곁에 가서 서있으면 1분도 안되어 느끼는 것이다. 그에게서 흘러나오는 냉기를...
여성들은 몇 분 지나지 않아, 스스로 알아서 자작에게서 떨어져 나온다. 그에게는 근접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어서,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하고 말이다. 그런데... 분명 자신이 알기론 5분이 최고시간이었는데, 지금 저 신참 시녀는 거의 7-8분을 이야기했다. 거기다 누구든지 자작과 이야기하고 난 후는 씁쓸함을 맛보거나, 바보가 된 것처럼 느끼는데, 그녀에게선 그런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여전히 황홀하다는 눈동자로 자작이 사라진 지점을 바라보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상 정말로 이런 예는 없었다. 자신과 같이 있던 다른 시녀들 또한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의아해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멍하니 서있던 시녀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자신의 본래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을 돌렸다. 그러나 생각과는 달리 그녀는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그녀가 가려던 방향에는 같은 궁에 소속되어있는 시녀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뚫어져라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에리카는 자신이 행한 행동을 그녀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을 거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고,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황급히 붉히더니 그녀들에게 뛰어왔다.
"죄송해요. 도와드리려고 왔던 건데, 저....저.. 그러니까..."
덥썩.
"괜찮은거야?!"
무리에서 가장 앞쪽에 위치해있던 시녀가 에리카를 어깨를 잡으며, 이해가 되지않는 말을 건넸다.
"네?"
"그러니까, 아무일도 없었냐는 거지. 자작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잖아."
"그 사람, 자작님이었어요? 저는 몰랐어요. 그분의 신분을 몰랐지만, 별로 그분에게 실례될 말을 하거나 혼이 날만한 짓은 하지 않았는 걸요."
에리카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른 시녀들을 바라보았다. 에리카의 영문 모르겠다는 표정을 이상하다는 의문을 담고 바라보던 시녀가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널 무시하는 기분이 느껴진다거나,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
"아니요. 친절하게 상대해 주셨는데..."
"분명 여자에겐 친절하긴 하지. 하지만,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구.... 뭔가 이상한데...? 100명이면 100명 다, 자작에게 그 수법에 걸려서 떨어져 나온다구. 기분나빠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듯 머리를 가로 저으며 자신의 뜻을 밝히는 에리카를 바라보고 있던 시녀는 모르겠다는 한숨을 내쉬었고, 그 곁에 서있던 주홍빛 머리의 시녀가 머리를 갸웃하며 고민하는 눈치더니 조심스레 말을 했다.
"보기엔 아닌것 같지? 하지만 엄청 여자에게 차갑다구. 멍청한 귀족 여자들은 몰라서 자작님에게 달려들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시녀들 대부분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네가 뭘 몰라서 그래."
"하지만... 좋은 분이셨어요."
그가 부탁한 사실을 알아내자, 고마워하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던 부드러운 갈색눈동자를 생각한 에리카는 그녀들의 말을 막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끝까지 부정을 하는 에리카를 바라보며 시녀들은 그녀가 남성을 경험하지 못한 순진한 여자라서 카필로아 자작의 공작에 넘어갔던지, 아님 둔해서 느끼지 못 하는지...
믿어지지는 않지만, 정말로 카필로아 자작이 사람이 변해 돌아왔다는... 세가지 추측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설마 자작이 변해서 왔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에, 모두들 말은 안하지만, 에리카가 둔해서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는 생각으로 낙찰되었다. 그녀들에게 안되었다는 눈빛을 받는 에리카만이 근심걱정없이 서있을 따름이었다.
왕궁 도서관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걸어가던 세스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순진한 얼굴로 다가와 어디가 불편하냐고 묻던 시녀가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마, 왕궁에 새로 들어온 시녀일 것이다. 자신의 경향을 감지한 경험많은 시녀들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습관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시녀를 물리치려 했던 세스는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곁엔 든든한 방어막이 있는 것이다. 유부남이라는...
풋,
꽤나 유용한 직책인걸...
세스는 머리를 흔들며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렸다.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꾸며낸 그것은 생각외로 마음속에 넉넉한 도피처를 만들어주었다. 이젠 다가오는 여성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유부남은 그녀들의 흥미엔 성이 차질 않을 테니까.
예상치 못했던 이득을 깨닫고 즐거워하던 세스는 자신의 목적지에 도착하자, 웃음을 지우고 도서관의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섰다.
"....역시 인간들의 책에는 없군.."
왕궁 제1 도서실에서 책을 뒤지고 있던 키리아는 한숨을 폭 내쉬고, 자신이 점찍고 있던 다른 서적을 옆구리에 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한동안 자신의 키의 몇 배나 되는 책장들을 바라보던 그는 머리를 가로젓고는 책장사이에서 걸어나왔다. 그가 걸어나오자, 처음왔을 때부터 못마땅하게 바라보고 있던 견습마법사로 보이는 청년이 피식거리며 웃음을 던지고 있었다.
키리아를 바라보고 있던 청년은 왕실학교에 다니는 재자(才子)로서, 이른 나이에 4서클의 성취를 이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선망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점이 있으면 모자란 부분도 있는 법. 남을 괴롭히는 말을 서슴지 않는 약간 괴팍한 의인이었다. 그런 그에게도 시련이 다가왔으니, 5서클로 넘어가는 부분에 이르자 '팍' 막혀서 더 이상 발전할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초조함을 느끼고 이것저것 해보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5서클의 마법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성과는 없었고 시간만 축이 나자, 잔뜩 짜증이 나있는 상태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는데, 그때 눈에 거슬리는 상대가 나타난 것이다. 평소 어린애들을 질색하고 있던 그는 조용한 곳이 라고 생각했던 이곳에서조차 어린아이를 보게 되자 이맛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듯 시무룩해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보게 되자, 그의 감정이 이입되어 내심 고소하게 생각하게되는 것이었다.
키리아는 청년이 놀리는 듯한 웃음을 짓자, 열이 오르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참기 위해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다.
꺼림직한 기분을 억누르던 키리아의 눈이 빛을 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고 곧, 청년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와 그를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키리아의 행동이 청년을 기분나쁘게 만들었는지, 청년은 시선을 돌리며 테이블에 놓여있는 자신의 책에 눈을 돌렸다.
"너같은 어린애를 보면 기분이 나빠지니까, 다른 곳에 가서 놀거라."
"선배."
아이에게 너무 하다고 생각하는지 견습 마법사 곁에 있던 유약해보이는 갈색머리 청년이 그를 말렸다. 청년은 키리아가 이곳에 있는 다면 좋은 꼴을 못볼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키리아를 조금이라도 빨리 내보내기 위해 도와줄 요량으로 말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너 뭘 찾던 것 같은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구나. 뭘 찾고 있었는지 말해줄래?"
뚫어지게 건방진 청년을 바라보던 키리아는 말소리가 들려오자 시선을 돌려 청년을 바라보았다. 잠시 맑은 눈동자로 청년을 바라보던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 비슷한 소리로 말을 받았다.
"몬스터요. 혹시, 이쪽편에 있는 것이 몬스터에 관련된 책 다인가요?"
"그렇지. 제2실에도 있긴 하다만, 그곳에 있는 것을 여기에는 폭넓게 총괄하고 있으니까, 여기에 없다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몬스터라고 봐도 좋단다."
그의 말을 듣자,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있던 키리아의 얼굴에 '역시나' 로군 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몬스터 도감에선 얀이 데리고 있는 그 이상한 생물에 관한 소리는 찾을 수 없었다. 역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물이란 말인가.... 하지만 정작 키리아가 고민하는 이유는 그것의 위험성이라든지 그것의 정체가 아니었다. 얀이 자신과 같이 노는 시간보다 그 이상한 녀석과 노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때문이었다. 적을 확실히 알자는 취지에서 인간들의 도서관에 와봤지만, 몇천년을 산 자신의 기억대로 아직, 인간들에게조차 발견되지 않은 타입이었다.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그 다렌이라는 녀석에게 얀을 빼앗기고 말 것이다.
키리아는 시선을 내려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책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 득의의 미소가 슬며시 떠올랐다.
이 책으로 얀을 그 녀석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으리라. 키리아는 아이의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문득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껴지자 키리아는 고개를 들었다.
키리아의 표정에서 약간 섬뜩한 감을 느끼고 있던 갈색 머리의 청년은 자신에게 시선을 맞추는 순간 방긋이 웃는 어린아이 특유의 미소가 떠오르자,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티꺼운 얼굴로 키리아를 바라보고 있던 건방진 청년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자신이 읽고 있는 책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네 수준엔 그림이 그려져 있는 동화책이 어울리는 것 같은데, 어머니한테 동네 책방에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거라. 이런 곳은 너같은 꼬마가 오는 곳이 아니야."
그리고 아직 불만이 남았는지 키리아의 귀에 들릴 정도로,(물론 드래곤의 가청지역은 넓지만 어린아이의 수준에서)중얼거렸다.
"학문을 쌓는 신성한 곳을 어린애들 장난터로 만든다니, 생각이 없는 사람들 같군, 저 녀석의 부모라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건의 해봐야겠어. 수준이 되지도 않는 녀석들이 탁아소를 구분못하고 어린애들을 이런 곳에 데리고 올테지... 쯧쯧.. 아무리 신분이 높다고 하지만 생각이 없어서야..."
왕실의 지원을 받는 학생이거나 높은 귀족신분에 확실한 신분증명이 있어야 왕궁 도서관에 출입할 수 있었기에 청년은 키리아가 귀족의 자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혀를 차는 소리가 옆에 있는 자신의 귀에도 들리자 갈색머리 청년은 키리아를 보기 민망해하며 선배를 말리려했으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뭔가 심사가 뒤틀려 있는지 소용이 없었다.
참자, 참어. 얀의 곁에 있으려면 이것보다 더한 일도 있을 텐데, 이정도는 참아야지....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 같은 경우를 당한 적인 없었던 키리아는 타오를 듯한 눈빛으로 청년을 쏘아보았지만 곧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키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다른 도서실을 뒤지고 마지막으로 제 1 도서실을 찾은 세스는 자신 앞에 바로 보이는 키리아를 발견하고 기뻐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의 곁에 갔을 때 키리아와 곁에 있는 학생으로 보이는 청년들과의 사이에서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감지하고 천천히 걸음을 멈추었다.
"제가 아저씨의 공부를 방해한게 되었나요?"
"그것도 모르는 거냐? 작은 게 왔다갔다하면 엄청 신경쓰인다구."
"...죄송해요. 제가 잘못을 했다는 거군요."
키리아는 약간 풀이 죽은 음성으로 나지막게 말했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했는지 어린아이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사죄를 청했다.
"음... 제가 사과하는 의미로 아저씨께 선물을 드릴게요. 펜하고 종이 좀 주시겠어요?"
"낙서라도 하고 싶은거냐? 너의 장단에 맞춰줄 생각은 없으니까. 그만 가거라."
"선배. 애한테 그러지 말라구요. 미안, 여기 종이하게 펜을 줄게. 뭘 그려줄려고 하는 거니?"
키리아는 대답없이 의자에 종이를 대고 무언가 끄적거리더니 건방진 청년에게 내밀었다.
"뭐야."
청년은 귀찮아하며 종이를 받아들였고 종이에 쓰여있는 내용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더니, 급히 고개를 돌려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키리아는 이미 자리를 옮겨 자신을 마중나온 세스에게 가 있었다.
"...어, 어떻게..."
"아저씨가 보고 있는 책이 그런 종류의 책이어서, 분명 진보를 위한 과도기에서 붙잡혀있다고 생각했죠."
종이에는 자신의 고민을 단 한번에 날려버릴 마나의 유동원리에 대한 쉬운 설명과 함께, 그것을 인간의 몸에 맞게 이용하는 법이 설명되어 있었다. 청년은 10살 안팎의 소년에게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조차 없는 뛰어난 문장의 글을 읽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서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이 정도를 보고 놀라다니... 어린아이보다 못한 수준으로 자신만만해하다니 그 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군요. 누가 누구에게 방해가 되었는지 그 정도는 깨달을 수 있겠죠?"
키리아는 냉정한 표정으로 빈정거리며 세스를 붙잡고 제 1 도서실을 빠져나왔다. 자신이 경멸하던 어린아이에게서 면박을 당하자, 청년은 충격을 받고 넋이 나간 듯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궁금해하는 듯한 세스의 물음에 키리아는 별 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젖고 자신의 손에 들린 책을 넘겨 주었다.
"이것은....?"
"네것이야. 아무래도 너에게 필요할테니까 말이야."
"네?"
세스는 의아해 하며 책의 겉표지를 보았으나 제목이 없었다. 그는 의아해하며 책갈피가 꽂아진 곳을 펼쳤다.
"아기는 3개월이 되면서부터 옹알이가 시작되며, 이 시기가(4개월경) 되면 웃음 소리도 내고 엄마의 소리를 알아듣게 되고 엄마의 소리에 반응도 하게 되며, 1년이 지나면 “엄마”와 같은 몇 마디의 단어도 생겨납니다. 이런 시기에 아버님도 아기에게 많이 말해주고 웃어주고 아기의 소리에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되풀이해서 같은 단어를 들려주시면 아기가 모방하게 되어 점차적으로 사회적인 의사소통을 발달시켜 갈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에(생후 4∼5개월경에) 큰 소리에도 반응이 없거나, 1년이 지나도 자기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반응이 없다면 청력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해 보아야 합니다......"
책의 페이지를 읽어나가던 세스는 경직되어 걸음을 멈춘 채 키리아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세스가 걸음을 멈추자 키리아도 자연스레 자리에 멈춰섰다. 답을 구하는 듯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키리아는 표정변화 없이 세스의 손에 들린 책장을 넘겨 제목이 써져 있는 곳을 손으로 가리켰다. 세스는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글자를 읽어나갔다.
"아빠와 함께 하는 아기키우기..."
패닉이 되어있는 세스를 남겨둔 채 키리아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도서관을 나섰다.
책 한권으로 세스와 녀석을 얀에게서 떼어놓을 수 있는 기막힌 계획을 짜낸 자신을 자화자찬하며...
"마마, 빠빠...."
"어머나....어머님, 이것보세요."
얀은 얼굴이 상기된 채 알테나를 불렀다. 알테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렌을 안고있는 얀을 돌아보았다.
"이런... 얀. 이 정도때의 아기들은 보통으로 하는 행동이란다. 그러니까 그렇게 유난떨 필요까진..."
"아니, 정말이냐? 내 손자가 말을 한다고? 역시 내 피를 이어받아서 천재가 틀림없어."
한술 더 떠서, 거실로 들어오다 이야기를 들었는지 아직 1살도 안된 아기를 천재로 단정짓는 팔불출행동을 하는 엘을 본 알테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얀과 죽이 맞아서 떠들썩하게 웃고 있는 남편을 본다면 남편의 대외적인 면만 알고있는 귀족들은 까무러칠 정도로 놀라리라...
"여보, 체통을...."
알테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참 다렌의 행동에 즐거워하고 있는 엘의 행동에 제제를 가했다.
"응?"
다렌이 까르르 웃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던 미남 할아버지는 웃는 모습그대로 고개를 돌렸고 동시에 부인의 눈에서 나오는 빛을 발견하고, 굳어버렸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은근슬쩍 시선을 피했다.
"아니, 또 서재에서 나왔어요? 벌써 한시간에 몇번째에요. 이번 주까지 마쳐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모범이 되어야할 가장이, 얀에게 이런 것만 보여주다뇨. 자꾸 이러면 다렌을 못 안게 할꺼예요."
"알겠다구. 그렇게 화낼 것까지야... 하지만, 파엘이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난 검토만 하면...."
"뭐라구요. 또 불쌍한 파엘에게 맞기고 온 거예요. 왕궁에도 다시 들어가 보셔야죠? 집으로 일을 갖고 오는 건 좋은데 할 일은 해가면서 그런 말을 해달라구요."
그 동안 쌓인 것이 있는지 알테나는 열을 내며 쉴 사이없이 계속 말해나갔다. 그것은 괴로운 낯빛으로 달게 받고 있던 엘의 곁에서 얀은 은근슬쩍 다가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 아버님 아무래도 이번엔 피하시는 것이..."
"그렇구나. 부디 뒷일을 부탁한다."
엘은 얀에게 미안한다는 눈빛을 보내며, 알테나가 자신의 열변에 도취 된 틈을 노려, 슬금슬금 거실 입구까지 움직이더니 급히 열려진 거실 문을 돌아 재빠르게 뛰어나갔다. 뒤늦게 엘이 사라진 것을 깨달은 알테나는 분한 표정을 짓더니 공범자인 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다음 번에 도망치시는 것을 방치하지 말고 지키거라. 아무리 시아버지라도 잘못된 점은 고쳐드려야 하는 거야."
"...네...."
얀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알테나는 거실로 들어서는 시종의 모습에 얼굴을 바로했다.
"도련님의 마차가 도착했습니다."
얀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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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다보니 어느덧 시험기간;
마의 96,97화 엄청나게 지웠다 썼다의 반복을 했답니다. (왜 이렇게 안써지는 겨! 다 이부분
때문에 글도 않써지는 거야.- 책임회피중인 김모씨;)
그렇다고 나아진것도 없고... 에구, 포기하고 그냥 올립니다.
제가 봐도 재미는 없지만,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네요.
지금은 여유가 없어서 못쓰지만, 시험끝나면
마무리를 위해서도 얼른얼른 쓸거라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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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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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06-12-2001 23:47 Line : 154 Read : 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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