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98화 (98/127)

99. 초대장

서늘한 한기가 감싸고 있는 서재 안, 간소한 가구들로 대략적인 분위기만 내고

있을 뿐인 이곳은 주인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는 듯 검은 색 계통에 아름다움이

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실용적인 면과 검소함만을 강조하고 있

었다. 강한 햇빛을 막은 어두운 색 계통의 커튼조차 이런 분위기를 한 몫 거들

고 있었다.

정적과 어둠, 이 두 가지만이 도사리고 있을 듯한 이곳에 제 3의 인물이 자신의

존재감을 은근히 들어내고 있었다. 방안 곳곳에 자신의 불쾌감을 퍼트리며 있는 인상

없는 인상을 다 구기고 앞에 놓인 일거리를 가지고 씨름을 하던 남자는

갑자기 들려오는 노크소리에 눈을 부라리며 문을 노려보았다. 가뜩이나 날카로

운 인상이 그로 인해 더욱 고압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무슨 일이야?! 내가 오늘 안으로 끝마쳐야 할 일이 있으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잖아!!"

남자의 성미를 잘 알고 있는 듯 들어선 젊은 사내는 중년 남자의 고함소리에도

눈썹하나 찌푸리지 않고 미소까지 머금으며 느긋하게 말문을 열었다.

"도련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는 얼굴 표정으로 청

년을 노려보던 남자는 갑자기 뇌리에 강렬한 충격이 전해져 오자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났다.

"뭐라고?! 누구... 말...이야..?!?"

청년에게 묻고는 있지만 그의 대답을 예상하고 있는 듯 남자의 눈동자 깊숙한

곳에서 벅찬 환희가 솟아올랐다. 남자는 타오를 듯한 뜨거운 시선으로 청년에게

답을 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주인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는 청년은 미소

를 지으며 남자가 원하던 답을 꺼내놓았다.

"주인님이 기다리시던 그분 말입니다."

그 소리가 듣자마자 남자는 책상을 박차고 뛰쳐나가 자신이 그리워하던 그가

있을 커다란 홀로 달려갔다.

"클라우드!!"

"아, 백부님!"

아르제닌 가(家)의 집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클라우드는 홀을 가득 메울 정

도로 자신의 이름을 크게 불러대는 백부의 음성을 듣자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고개를 돌렸고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대신했다. 그러나 백부는 그것으로

만족을 못하는 듯 힘차게 달려와 그를 꼭 끌어안았다.

"배...백부님...."

클라우드는 약간 난처한 듯 백부를 밀어내지도 못하고 쑥스러운 얼굴로 이마를

긁적였다.

"이 녀석아, 살아있으면... 살아있다고 소식....을 전해주던...가. 가뜩이나 늙어가

는... 백부의 주름살을 늘릴..... 작정...으로 소식을 끊고 지낸....거냐? 매정...한 놈

같으..니라구....."

놀랍게도 냉철할 것 같았던 그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울

음기가 묻어 나오는 백부의 말에 그 모습이 참내 귀엽다는 듯 작게 웃음을 터

트린 클라우드는 팔을 내밀어 백부를 끌어안았다. 클라우드는 작은 소리로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백부님께 온 것 아닙니까. 이젠 백부님 곁에 꼭 붙어 있을 테

니까. 걱정하시지 마시라구요."

"정말... 이냐? 네 녀석의 말을 도통 신용할 수가 있어야지..."

"왜요? 믿어지지 않으세요. 목에 방울이라도 맬까요?"

클라우드는 웃음을 터트리며 백부에게 눈을 맞추었다. 그러자 자르크는 한숨을

쉬며 클라우드의 어깨를 두드렸다.

"진작에 너를 매어 놓을 수 있다면 그렇게 했겠지-. 정말 다른 방도를 생각해

보던가 해야지... 불안해서 영-. 이참에 장가나 보내서 조카 손자나 봐둘까."

자르크가 입맛을 다시며 이야기하자 클라우드는 또다시 웃고 말았다.

"언감생심입니다, 공작님. 그랬다간 정말로 도련님은 영영 손에 잡히지 않는 새

가 되어 날아가 버릴지도 모릅니다."

클라우드와 자르크의 곁에 다가온 청년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을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자르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긴.... 그 일을 억지로 시키려다 5년간을 생이별을 했는데, 이번엔 결혼을

억지로 시키려 한다면 이 녀석은-. 에휴.... 내가 포기를 해야겠지...?"

공작은 아쉬움이 남은 눈초리로 클라우드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클라우드는 천

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공작을 바라보고 있는 클라우드의 눈은 공작의 생각

이 오판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성급한 판단인 것 같은데요."

"........!!"

뜻밖의 말에 놀란 공작은 눈이 휘둥그래 해져서 클라우드를 바라보았다.

"마음에 둔 아가씨라도 있는 거냐?"

"네."

망설임도 없는 간단 명료한 대답에 벙해진 공작은 말문이 막혔다. 그러자 공작

의 곁에 있던 청년, 카이저가 대신하여 클라우드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언제 소개를 시켜 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것을 알아야 이쪽에서도 준비를

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방해물만 처리하면 곧."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클라우드가 냉큼 대답했다. 그의 미소에서 위험한 면을

본 것 같은 카이저는 움찔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방해물이라뇨?"

"아, 그런 게 있어, 별거 아니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클라우드의 눈이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그는 빙긋 웃으며 공작의 손을 이끌

고 응접실로 자리를 옮겼다.

응접실 소파에 앉아 지난 여행을 설명하던 클라우드는 자단목 탁자 위에 놓여

진 금박 클립으로 장식되어진 초대장을 발견하고 손을 뻗어 그것을 들어올렸다.

"이것은...."

"아, 그건...."

인상을 찌푸리던 공작은 손을 설레설레 저어가며 클라우드의 손에서 초대장을

빼앗아들었다.

"그 놈들의 집에서 온 것이니 네가 신경 쓸 필요까진 없다."

"그놈들이라면....?"

피식거리며 클라우드가 웃음을 참지못하자, 카이저는 얼른 말을 받았다.

"카필로아 가(家) 말입니다. 엘 코운테르 카필로아 후작 기억나시죠?"

"공작이겠지. 물론 기억하고 말고."

클라우드는 카이저의 말을 정정하였다. 카필로아 가의 초대장이라는 것을 알자

호기심이 동한 클라우드는 자신에게 약한 공작을 필살 미소로 가볍게 홀리며

공작의 손에 꽉 쥐여진 초대장을 스리슬쩍 빼내었다.

초대장을 읽고 있던 클라우드의 표정에서 미소가 차츰 사그라들었다.

초대장을 쥐고 있던 손이 힘없이 떨어져 내렸다.

"클라..우드....님.....??"

넋이 나간 듯 보이는 그의 옆모습에 놀란 카이저가 조심스럽게 그를 불렀다.

"...이런 한발 늦고 말았는데..."

약간 멍한 눈빛이 클라우드는 카이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클라우드가 자조

적인 웃음을 흘리자 걱정이 된 카이저는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클라우드님? 어디가 안 좋으신 건..."

"아, 걱정할 것 없어. 별거아니야. 잠깐 현기증이 나서....."

클라우드는 고개를 젖고는 자신의 발치에 떨어진 초대장을 주워 올렸다. 그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공작에게 말을 건네었다.

"백부님이 안 가신다면, 제가 대신 가고 싶은 데요."

"쓸데없는 소릴마라. 어떻게 그런 작자의 집에 가겠다는 거냐. 나의 체면과 우리

집안의 명성을 깔고뭉갠건 넓은 아량으로 봐준다고 치자. 하지만 그건 곧 너를

향한 모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것도 모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겠지? 그런데

도..... 너는 이런데 일부러 가면서까지 그들의 체면을 차려주겠다고 말하는 거

냐!?!"

"저는 체면 차려준다고 한적 없습니다."

"그럼 뭐냐? 나는 네 생각을 정말 모르겠구나."

"단지....."

어떡해서든 갖고 싶은 물건을 이대로 남의 손에 빼앗기긴 참기 힘드니까요.

초대장을 들고 있는 핏기가 가실 정도로 꽉 쥐여진 클라우드의 손이 파르르 떨

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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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을 분도 있겠군요. 클라우드 이야기로 한페이지 장식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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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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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jenusis  Date : 16-01-2002 20:23  Line : 235  Read : 2063

[106] <차원연결자-100.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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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닐(제롬 친구)-푸른 머리 청년(;)

브라이언(또한 친구)-눈매가 서글서글한;;

라젤로(얘도 친구)- 처음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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