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100화 (100/127)

101. 징조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정성어린 손길이 담겨 있는 아름다운 정원 위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

다. 인간세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섬뜩할 정도로 아름답기만 할뿐, 누구하나 침범할 수 없는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던 정원에 누군가 작은 소음을 만들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적막을 깨뜨리고 나타난 사람은 소년이었다. 그는 정원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나왔고, 정원

중심에 위치한 분수를 향해 조용한 걸음을 옮겼다. 분수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가볍게 미소 진 얼굴로 바라보던 소년은 몸을 돌려 맑은 하늘에서 내려온 잘게 부셔진

금빛 가루가 정원을 물들이고 있는 것은 조용히 지켜보았다.

가슴까지 내려오는 연한 금색머리카락이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렸다. 소년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을 들어 시야를 방해하는 앞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그러자 머리카락에 가려져 있

던 다감한 푸른색 눈동자가 드러났다. 애정 어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있던 소년은 손

을 내밀어 자신 곁에 위치한 붉은 꽃을 피우고 있는 라칸테스의 꽃잎을 쓰다듬었다.

문득 그의 손길이 멈추어졌다. 소년은 숙이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의아한 얼굴로 주위를 둘

러보았다. 하늘거리는 연한 아마빛 가운의 깃이 창백한 여린 손에 위해 구겨지고 있었다. 충

격적인 것을 깨달은 냥 그는 옷자락을 틀어쥐고 당혹해 하였다. 잠시 주의를 당황한 눈동자

로 둘러보던 소년은 곧 눈에 강단을 빛을 띄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

리고 자신의 귓가로 들리는 매혹적인 음악이 들려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잠시동안 생각에 잠

겨 있다가 음악의 몽롱한 분위기에 점차 빠져들며 앞을 향해 조심스레 걸음을 내딛었다.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

독특한 형식의 가락.

한가지 악기만으로도 풍부한 감성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심장이 멎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음악이지만 소년은 결코 그것 때문에 놀라고 있는

게 아니었다.

소년이 놀라고 있는 이유는 이. 곳. 은 절대로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자신의 귓가를 파고드는 여러 빛깔이 스며들어있는 음색을 들으며 더욱 진한 흥미가

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앞으로 손을 뻗었고, 눈앞을 가리는 초록색 나뭇잎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밀어내었다.

눈앞의 장면을 보는 순간, 소년은 놀라 호흡하는 것도 잊고 말았다. 환상 속에서나 그려봄

직한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무의식중에 손을 들어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

다.

아프군...

얼얼한 볼의 통증이 은근하게 느껴지자, 소년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인식하며 피식 웃음을

짓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 곳. 은 자신의 세계. 절대 어느 누구도 들어올 수 없는 자신만의 결계가 쳐져있는 꿈의

장소이다.

자신의 꿈을 침입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자, 찹찹한 마음보다 이런 사태를 만든 인물에

대해 알고싶어졌다. 소년은 예상외의 사건에 놀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이런 기분으로

만들어버린 인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다만 흐릿하게 윤곽이 보일 뿐...

빛의 입자가 둘러싸인 그의 모습이 눈이 부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누군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건, 가득 둘러싸고 있는 동물들 덕분이다. 그들은 꿀을

찾는 꿀벌 마냥 그의 곁에 몰려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이 나가면 그들이 놀랄까 저어되어, 앞으로 나갈 타이밍을 놓쳐버렸고 수풀 뒤

에 서서 머뭇거리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무릎을 끓고 앉아 소년은 조용히 그가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했다. 바람결에 묻어 나오는 달

콤하고 시원한 그의 체취가 담담하게 소년의 코끝을 스쳐지나간다.

감상에 빠져버린 채 어느새 음악은 끝나버렸고 동물들은 하나둘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소년은 다급했다.

결계를 깨고 들어온 그이다.

자신보다 더한 실력자.

기회를 잡지 않는다면 더 이상 만날 수도 없겠지...

소년은 벌떡 일어서서 수풀을 헤치며 공터로 뛰어나갔다. 그를 잡는 순간 그의 몸이 하얗고

부드러운 깃털로 화하여 사라져갔다. 소년은 허공을 움켜쥐고 말았다. 소년은 멍하니 그가

사라진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사라지는 순간 자신을 향한 미소 짓는 그의 모습을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아, 하아."

푸른 사파이어와 같은 아쿠아 마린의 눈동자가 숨넘어갈 듯한 소리와 함께 뜨여졌다. 라이

너스는 땀에 젖은 앞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꿈...."

그는 몽롱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침 햇살이 스며오는 창가를 바라보

았다.

툭.

물방울 하나가 손등으로 떨어졌다. 라이너스는 의아한 듯 그것을 바라보다 손끝을 자신의

눈 밑에 가져가 대었다. 눈가를 타고 흐른 눈물이 손끝에 묻어 나왔다.

"...어..."

그는 의아한 듯 손을 들어 그것을 바라보았다. 영롱한 햇빛이 눈물에 투영되어 빛을 반사시

켰다.

왜.... 이러는.... 거...지...?

덜컥.

"좋은 아침입니다. 트레야."

방문이 열리며 단정한 사제복을 입은 신관이 들어섰다. 그는 침대 곁 탁자에 찬 기운이 스

며들어있는 물병을 내려놓았다. 고개를 돌려 침대를 바라본 순간, 신관의 얼굴은 곧 경악하

는 표정으로 바뀌어버렸다.

"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말을 건네고 있는 신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건 그가 바라보고 있는 성황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신관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성황은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던 시

선을 들어 신관을 바라보았다. 신관을 바라보고 있는 깊이가 담겨 있는 그의 파란눈에선 끊

임없이 투명한 물방울들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염려가 담

긴 신관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큼, 아무런 변화없이 자신의 눈에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그

것을 살펴보던 성황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글쎄...꿈..."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꿈의 여파라고 할까...."

그건, 부드럽고도 아련한 미소였다.

**

부드러운 햇살이 창문을 통과하여 곤히 잠들어있는 얀의 머리에 빛을 뿌리고

있었다. 청은발의 머리카락이 빛을 가득 받아 부드러운 포말 가득한 바다빛의

연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고, 잔뜩 흐드러지게 흐트러져있는 머리카락들은 빛을

반사하며 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어 그 모습은 마치 현실이 아닌 것처럼 보이

게 하였다.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햇빛에 따끈하게 데워진 발그레해진 볼과 붉

은 피라도 머금은 것 같은 입술, 밤새 흐트러진 옷매무새는 누구를 유혹하기라

도 할 듯 무척이나 선정적이었다.

그러나 얀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얀의 작태를 내려다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는 이가 있었다. 따끈따끈해서 좋은 건지 아님 꿈속에서 즐거운 장면을 보고

있는 건지 잠을 자면서 키득거리는 얀의 얼굴을 찌푸린 얼굴로 꽤 오랫동안 내

려다보던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검지로 얀의 이마를 살짝 두드렸다.

"이봐, 자던지 웃던지 한가지만 하던가, 그것도 싫으면 일어나라구."

약간 심술이 났는지 얀의 몸을 쿡쿡 찔러대자, 얀의 눈이 뜨여졌다. 눈을 비비

벼 일어나 앉은 얀은 자신의 앞에 있는 그를 보고 미소지었다. 나른하면서도 졸

음에 취한 듯한 얀의 미소는 방금 전의 그의 모습만큼이나 유혹적이었다.

"잘잤어, 세스."

"잘...잤어..?"

세스의 어조에서 뭔가 불만을 느낀 얀은 또 자신이 뭔가 잘못했나 해서 조심

스럽게 물어보았다.

"왜? 나 때문에 잠 못잔거야?"

"네가 웃는 통에 새벽 단잠이 날아가 버렸단 말이야."

세스는 시큰둥한 얼굴로 얀을 바라보았다.

"미안, 미안. 화풀어, 응? 담부터 조심할게."

얀은 미안한 듯 베시시 웃으며 세스의 눈치를 살폈다. 그 모습을 뚱하니 바라보

던 세스는 얀에게 궁금하던 것을 캐물었다.

"그나저나, 왜 아침부터 그렇게 웃어댄거야? 무슨 재미있는 꿈이라도 꿨어?"

"내가 정말 웃었어?"

자각을 못하고 있었는지, 얀은 놀란 얼굴로 세스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계속 웃어 대고서도 모른다고 말하려는 거야?"

"어, 하지만... 기억하는 것이 없는데... 다만..."

"다만?"

"모르겠어. 무척 두근두근해. 꿈에서 친근한 걸 봤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

지, 오늘 무슨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아."

"좋은 일은 무슨. 오늘은 대대적으로 우리의 거짓을 선포하는 날이라고 알겠어?

네가 나의 아내라고 말이야. 간도 크지. 그걸 꿈하나 꾼걸로 무마하고 있었다니-.

나 너 존경하는 거 알지?"

얀만큼이나 세스 또한 담이 큰지, 세스는 놀리는 듯 슬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를 머금었다.

"놀리지마. 정말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게.... 즐거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얀은 세스에게 시선을 마주치며 빙긋이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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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죠? 훗날, 이야기들을 이어나가는데 필요한 사람들이 거든요.

(제롬 친구들과는 상관없음;;)

그리고 알아차린 분들도 있겠지만.... 세스는 어디서 자다 왔을까요?

알아맞추면 용치요....?(허거덕;;)

(제가 말하기전까지 깨닫지 못한분들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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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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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6-01-2002 22:10  Line : 380  Read :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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