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 I miss you (2)
얀은 긴장이 되는지 세스가 목에 매어준 코사지(장식하는 생화·조화의 꽃다
발)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것을 흘끗 본 세스는 손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세스의 따뜻한 온기에 약간이나마 마음이 진정됨을 느끼고 얀은 마
음을 다잡았다.
무도회에서 나서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되리라고는 짐작을 했지만 파엘의 에
스코트를 받으며 문을 나서자, 한 두명씩 고개를 돌리기 시작하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침묵이 홀 전체로 퍼져나갔다. 모두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걸음을 멈
춘 채 굳어져 있는 얀에게 기대듯 몸을 기울인 파엘이 얀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주인공은 얀이니까, 긴장할 필요없어. 나머진 우리들이 받쳐줄테니까."
파엘은 소리없이 웃으며 뒤돌아 따라오고 있는 세스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그러
자 세스 또한 얀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안심하라는 듯한 미소를 보내었다.
이제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카필로아 자작 내외와 파엘 헬드리안 공자님 드십니다."
시종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술렁거림이 연회장에 퍼져나갔다. 좌중을 바라보
던 엘은 헛기침을 하고 입을 열었다. 엘의 목소리는 마치 공기를 가르듯이 장내
구석구석에 울려퍼졌다.
"여러분도 예상하고 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늘 이 자리는 바로 우리 카필로
아의 새 식구를 정식으로 여러분에게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이 자
리를 빌어 확실히 하건대, 저의 며느리가 된 얀 카필로아는 저의 아들 다음으로
카필로아 가의 영향력을 가지며 위기시에는 가주의 권리를 대행할 수 있는 자
격이 있음을 말해 두는 바입니다."
정식으로 카필로아가의 일원으로 얀을 소개하자, 여기저기서 눈도장을 찍기 위
한 다른 가문의 치열한 인사경쟁이 벌어졌고 곁에 서있던 파엘의 적절한 응대
로 얀은 곧 그 무리에서 풀려나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는 연주가 시작되자 세스는 얀에게 한걸음 더
다가서며 춤을 권하는 귀족청년처럼 공손히 손을 내밀었다. 그 모양새를 보고
깜짝 놀란 얀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세스를 바라보았다.
"보면 몰라? 춤 신청하는 거잖아. 무도회의 주최자가 춤의 첫 테이프를 끊는 것
은 당연한 거라구. 봐, 우리 때문에 춤을 시작 못하고 있어."
장난기 담긴 세스의 말 때문에 잠시 곤혹스러워하던 얀은 고개를 돌려 파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내가 프롬 신청한걸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못박는 세스의 말에 얀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세스는 부드럽게
얀을 끌어당기며 세공된 마루로 발을 내딛었다.
"잘추네, 역시 선생이 좋았나 봐."
"자화자찬은 그만두라고.(얀의 춤선생은 세스였음)"
얀은 자신을 리드하는 세스의 리듬에 몸을 실으며 면박을 주었다. 옆으로 돌아
보자, 춤을 추는 사람들은 어느새 늘어나 있었다. 같은 형식의 춤을 추는 사람
들이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이루며 움직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커다란 원의 모
양을 만들며 돌던 각각의 커플들은 각개의 작은 원을 만들며 돌기도 하고 나선
형의 형태를 이루며 여러형태의 춤을 즐겼다. 음악이 바뀌자 2줄로 바뀌어졌고
줄 앞머리에 위치해 있던 얀과 세스는 세스의 리드에 따라 긴 터널을 만든 사
람들의 장벽사이를 흥겨운 춤을 추며 지나갔다. 그들 뒤로 그 다음 사람들이 춤
을 연결짓고 있었다. 얀이 숨이 찬 듯 보이자 세스는 슬그머니 얀을 끌어내어
음식테이블로 데리고 갔다.
세스가 붉은 빛을 띄는 차가운 체리 펀치를 건네자 얀은 단숨에 그것을 들이켰
다. 원샷을 하고 시원해하는 (그것도 효과음으로 캬소리까지 내는)얀을 보며 세
스는 미소를 지으며 도수가 낮은 리큐르를 한모금 마셨다. 얀의 얼굴에 스물스
물 홍조가 퍼져나가는 것(펀치는 술과 주스를 섞은 알코올성 음료임)을 바라보
던 세스는 얼굴에 의문을 띄우며 물어보았다.
"뭘 찾고 있는 거야?"
"어? 그게 있는 줄 알았는데 없잖아...."
애피타이저로 나온 카나페(canape:식빵을 작게 잘라서 구워 한쪽면에 버터를 바
르고 식품을 얹은 서양의 전채요리)를 요리조리 둘러보던 얀은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세스는 궁금해하며 음식테이블을 바라보았다. 작고 아름다
운 모양의 카나페부터 시작하여 형형색색의 귀엽고 예쁜 과자들이 한 테이블을
빼곡이 채우고 있었다. 분홍빛 딸기무스, 커스터드 푸딩, 유리처럼 투명한 모양
의 드롭스, 과일 수플레, 슈크림, 애플파이와 바바루아 등등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것들이 가득했다. 웬만한 것들은 다 나와있었기에 세스는 도대체 얀이 찾
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향기가 나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어..."
얀은 잔뜩 뚱해져서 테이블을 노려보았다.
"도대체 뭘 찾는 건데? 알아야 같이 찾아주지."
"바나나말야. 그 달콤한 냄새가 아까부터 코를 찌르는데 눈을 찾고 찾아봐도 안
보이잖아. 여기선 모양이 다른가....?"
찾아도 눈에 보이지 않자 얀은 이곳이 현실과는 다른 세계여서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세스는 이상해하며 말했다.
"바나나?"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지만, 음식 이름이라서 흥미가 없는지 세스는 별 관심 없
어했다. 그는 테이블 가까이 다가가 몸을 기울여 음식들을 둘러보며 물어보았
다.
"이곳에서 찾을 수 없다면 네가 뭔가 잘못 맡은 거겠지."
"아냐 아냐."
얀은 도리질하며 공기 중에 냄새를 맡으려 하던 그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속
삭이듯이 중얼거렸다.
"부드럽고 달콤하고 편안하게 감싸오는 이 향기가 맡아지지 않는단 말야?"
얀을 따라 공기중의 냄새를 맡아보던 세스는 얀을 흘깃 바라보며 수상하다는
듯 말했다.
"술 취한 거냐?"
"아니라니까."
미약하지만 코끝에 확실히 감도는 냄새를 음미하던 얀은 이것 하나 맡지 못하
는 세스가 불만스러운지 흘겨보았다.
못마땅한 듯 부어있는 표정의 얀을 보며 세스는 피식 웃어버렸다. 그런 그의 눈에
누군가와 같이 오는 파엘의 모습이 보였다. 한곳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세스때문에
의아해 하며 같은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얀은 파엘과 그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다가오는 남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곁에 있는 사람의 모습이 어딘지 눈에 익은
듯 하자 의아해 하였다. 이곳 수도는 처음으로 왔으니... 아니, 어디든 처음보는
곳이니 아는 사람이 있을 수가 없다. 거기다 자신이 아는 사람과 닮지도 않은 호남
형의 미남자였던 것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생각해내려 노력하던 얀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파엘의 음성에 고개를 들었다.
"이것으로 악연이 있던 두 집안 후계자들의 공식적인 만남이 되었군요. 이쪽은 아시다
시피 세스 듀란테드 카필로아 자작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파엘이 곁에 서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소개하려 하자 남자는 손을 들어 제지
를 가했다. 부드러워 보이는 밝은 갈색머리카락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핸섬한
청년이었다.
"클라우드 비숍 아르세닌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자신을 클라우드라고 소개한 그는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친근
하게 대하는 그의 행동 때문에 떨떠름하던 세스는 클라우드가 내민 손을 맞잡
았다. 순간 세스의 뇌리에 한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세스는 자신도 모르게 잡아
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푸른 비숍...
아르세닌가의 클라우드!!
아르세닌 가의 실질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
"이런... 인사가 거칠군요."
클라우드는 자신의 손을 문지르며 세스의 반응을 살피었다. 자신의 행동에 세스
또한 놀랐는지 안색이 미비하게 바뀌었다. 세스는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아닙니다. 5년전일로 지금까지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아르세닌과 카필로아
가 아닙니까. 이 정도쯤이야 미리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클라우드는 예의 호감을 주는 미소를 지으며 너그럽게 용서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세스의 뒤에 선 채 자신을 바라보며 고민에 열심인 얀을 바라보았다. 대충
얀의 속마음을 짐작하고 있는 클라우드는 짐짓 모른 체하며 파엘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이 분은?"
얀을 가리키는 클라우드의 물음을 듣고 세스는 파엘을 대신해 질문에 답했다.
"제 아내....입니다."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던 클라우드는 얀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호, 말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왠지 낯익은 미소에 멈칫 하던 얀은 마주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저..야말로..."
쑥스러워하며 말을 흐리는 얀의 모습에 미소를 지은 클라우드는 같이 고개를
숙이다 손에 들고 있던 와인 잔을 기울이고 말았다. 겉옷에 와인이 스며들자 클
라우드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손
에 쥐었다.
"..칠칠치 못하게 이런 꼴을 보여드리다니... "
클라우드는 하얀 손수건으로 겉옷자락을 두드렸다.
"...어...?"
별 생각없이 손수건에 눈길을 주었던 얀은 손수건에 새겨진 이니셜을 보는 순
간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연하게도 같은 모양의 손수건이 얀의 소지품 목
록에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앗, 고백제때 그 사람!!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를 어디서 만났는지 기억남과 동시에 지금 상황에서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나 그때 남자 모습이지 않았었나?
차가운 냉기가 그의 몸을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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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후 늦게 올리려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없어서 대충 수정했을 뿐이거든요.
나중에 와서 수정하던가 할께요.(이상한 곳을 보면 너그러이...)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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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8-01-2002 01:07 Line : 207 Read : 2320
[111] 104. 차원연결자- I miss you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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