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역사는 밤에.....?(4)
클로아는 신경질적으로 옷자락을 구기고 있었다. 제롬이 사라진지 1시간이 넘어
가고 있다. 주위에는 파티손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녀는 그 어디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다만 외롭게 제롬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소란이 일정도로
크게 벌어질 뻔한 사건은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처리되고 말았고, 사람들또한
잠시 유흥거리를 구경했던 듯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클로아는 주위를 휘 둘러보았다. 그녀를 염려한 제롬의 친구라는 브라이언과 닐
이 얘기상대가 되어주려 했지만 그것을 거절한 것은 그녀 자신이었다. 그녀 곁에는
말수 없는 쥬아렌만이 달빛이 훤히 비치는 창가 곁에 기대어 서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발단의 시작은 쥬아렌 때문이었다. 쥬아렌이 던진 아리송한 말 때
문에 제롬은 테라스로 뛰쳐나갔고, 그곳에서 웬 여성과 그녀의 샤프롱으로 보이
는 남성과 거의 싸움직전까지 갔었다. 거기다 주위에서 들리던 말을 종합해본다
면 제롬이 건드린 상대는 하필이면 오늘 연회의 주인공 격이었던 카필로아가의
며느리였다.
최고의 권력가에 싸움을 걸다니... 생각보다 제롬은 무대포 기질이 있다. 다행히
도 일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작은 선에서 처리되었지만 제롬은 그들과 함께 연
회손님들에게 출입이 통제되어있는 안으로 들어갔다. 걱정을 하던 자신에게 제
롬의 친구들은 크게 염려할 것 없다며 안심시켜주었지만... 뭔가 거슬리는 것이
있다. 제롬은 왜 관심을 가졌던 것일까? 단지 그녀의 머리색이 푸른빛을 띈 은
빛머리카락이란 것 때문인가?
골몰히 생각 중이던 클로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곁에 있던 쥬아렌이 웃는 듯 보
였기 때문이다. 자신을 향한 비웃음처럼 느껴졌다. 물론 얼굴표정이 잘 드러나
지 않는 그였기에 자신의 생각이 헛된 망상일수도 있지만 틀림없을 거라 생각
되었다.
"..왜 웃는거야?!"
클로아는 짜증하는 듯 소리쳤다. 쥬아렌의 눈동자가 천천히 뜨여졌다. 그의 하
늘색 눈동자가 은은히 빛을 발했다. 붉은 입술이 호선을 그리더니 천천히 벌어
졌다.
"......"
"어? 뭐라는 거야? 오물거리면 내가 알아들을 수 있냐."
불만으로 점철된 클로아의 검은색 눈동자는 이글거리며 쥬아렌을 노려보고 있
었다. 그걸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던 쥬아렌은 벽에서 몸을 떼내며 나지막한 목
소리로 중얼거렸다.
"...운명에 순응해야 할 존재... 너도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을 텐데..."
"뭐?"
귀에 잘 들리지 않는 듯 클로아는 미간을 좁히며 쥬아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쥬아렌은 고개를 돌리며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 그리
고 그녀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여전히 무감한 어조로 말했다.
"왔어."
왜 안간힘을 쓰는 거지? 원한다고 해서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텐데....
연회장에 막 들어선 제롬은 두리번거리다 쥬아렌과 클로아를 찾았는지 반색을
하며 그들을 향해 걸어갔다. 쥬아렌은 제롬을 향해 마주 걸어가고 있었다. 마
침 그들에게 해야할 말이 있던 지라 제롬은 미소를 지으며 쥬아렌을 향해 걸어
갔다. 말을 걸려는 찰라, 다가오던 쥬아렌은 제롬의 몸을 비켜 스쳐지나가며 오
른쪽 어깨를 슬쩍 치고는 걸어갔다. 당황한 제롬이 그를 불렀지만 쥬아렌은 어
깨위로 손을 몇 번 흔들고는 시야에서 멀어져 갔다.
영문을 모르는 제롬은 어리둥절해 하였으나, 클로아에게 전해야할 중요한 이야
기가 있으므로 곧 얼굴을 바로 하고 클로아를 바라보았다. 제롬은 클로아에게
소개시킬 중요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고 클로아는 약간 의아해하면서
도 제롬의 뒤를 따라 연회장을 나섰다.
응접실에 앉아 세스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얀은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자리에
서 일어섰다. 제롬과 같이 자신을 찾던 사람이라.... 호기심이 일었다. 문이 열리
면 그가 나타나겠지. 얀은 한발자국 앞으로 나서며 얼굴에 미소를 띄었다.
제롬이 누군가와 들어왔다. 제롬은 나가려던 세스를 제지하며 세스도 알아야될
인물이라 말했다. 그러자 세스는 잠자코 얀의 옆에 서서 지켜보았다. 제롬의 등
뒤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사람은 제롬이 손을 내밀어 이끌자 머뭇거리며 앞으
로 나왔다. 그러다 이쪽을 바라보았는데 기대이상이었다. 무척이나 귀엽고 예쁜
소녀, 아름답게 치장한 드레스는 그녀에게 잘 어울렸다. 솔직히 얀은 그녀가 마
음에 들었다. 시선이 마주치자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마주하는 모습이란... 좋은
친구가 될것같은 느낌.... 하지만 자신을 잠시 바라보고 있던 그녀는 입을 크게
벌리며 경악으로 가득한 표정이 되더니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고개를
돌려 제롬을 바라보았다.
"서, 설마.... 이 여자는 아니겠지? 나에겐 소개시켜준 단 사람이 이사람?"
제롬은 난처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하기가 곤란한 듯 머뭇거리
던 그는 세스를 얼굴을 한번 힐끔 바라보고 한숨을 쉬며 가슴에 뭔가 걸린 사람
처럼 묵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분이 제가 찾고 있던...."
차마 말을 더 이상 이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클로아는 이해를 했는
지, 그 큰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며 얀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 여자잖아. 설마...."
말을 흐리며 얀을 바라보던 클로아는 얀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박력이 넘치는
그녀의 기세에 얀은 굳어 버렸다. 얀의 앞에 선 클로아는 덥썩 그의 가슴에 손
을 댔다.
주물주물,
"어, 어..."
물론 진짜가슴은 아니니까 약간 안심이...아니 이게 아니잖아~! 패닉상태에 접어
든 얀은 엄청 놀라서 뒷걸음질치며 질린 눈으로 클로아를 바라보았다. 세스또한
이런 식의 전개를 예상치 못했는지 평소 이성적인 표정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
고 두 눈 크게 뜨고 있었다. 다만 제롬만은 어느 정도 예상을 했었는지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식은땀을 흘릴뿐이었다. 잠시 얀을 탐색하던 클로아는 잠시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 보다, 하하웃으며 뒤돌아보았다.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거지? 사실은 저 금발머리가 실은 염색한 거라던가..."
제롬은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약간 이상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얀은 의아해져서 제롬을 바라보았다. 제롬은 쓴웃음을 지으며 얀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다물어져 있던 제롬의 입술이 열리며 얀의 기분을 공중에서 추락시킬
한마디를 뱉어내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계시는 이분은 얀님의 약혼녀 되십니다."
황당한 상견례 이후, 두 피앙세들을 처음 몇분간 서로를 마주바라보며 황당해하
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가만히 얀의 푸른 눈동자를 노려보던 클로아는 불쑥 말
을 내던졌다.
"...변태..."
"...저...그게... 그러니까."
머뭇거리며 변명을 하려던 얀은 클로아의 눈동자를 보자 입을 다물었다. 흑요석
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조용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움찔,
클로아의 살벌한 기운에 얀은 사냥꾼의 화살을 맞은 아기사슴 마냥 오돌오돌
떨며 클로아를 바라보았다. 제롬을 흘깃 바라보았으나 그에게선 구해줄 기미
가 보이지 않았다. 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처음 그 느낌은 어디로 가고~~~~~
속으로 절망을 부르짖으며 얀은 클로아의 불신에 찬 눈동자를 두려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클로아가 자신의 약혼녀라는 말보다 그녀가 뱉은 말 한마디가 크게
다가오는 모양이었다. 내심 좋은 느낌을 가지고 친구로 지내자 생각했던 상대방
이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약혼녀라 밝혀진데다가, 상대인 그녀는 자신에게 호감
이 아닌 불신감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어디서부터 막힌 것을 풀어야 하는지 난감해 하며 얀은 기운 없이 축 늘어졌다.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제롬은 세스를 바라보았다. 세스는 시선이 느껴지자
고개를 돌려 제롬을 응시했다.
"...이것이 제가 당신을 돕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제롬의 담담한 말투에 세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얀을 바라보았다. 안절부절하며
자신의 약혼녀의 비위를 맞추려는 얀의 모습은 귀여웠다. 피식 웃음을 터트린
세스는 시선을 다시 제롬에게 맞추며 미소지었다.
"그렇군요. 저도 친우의 혼사길이 막히는 것은 보기 싫으니까...."
토라져있는(?) 클로아에게 헤헤거리며 달라붙은 얀의 모습을 더욱 짙은 웃음을
띄우고 바라보던 세스는 웃음기 묻어나는 목소리로 덧붙였다.
"....재빨리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내용이 너무 코믹으로만 전개되는 것 같아 고쳐보려고 했더니... 에구,
그냥 포기 하고 살으렵니다.
늦어져서 죄송하구요. 아무래도 글을 읽은 후에는 한번 웃고 머리에서
지우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전히 클릭해 주셔서 감사*^^*
--------------------------------------------------------------------------------
Back : 121 : 112.차원연결자- 역사는 밤에...?<5> (written by jenusis)
Next : 119 : 110.차원연결자- 역사는 밤에...(3) (written by 제너시스)
--------------------------------------------------------------------------------
--------------------------------------------------------------------------------
Total access : 314057 , Current date and time : Tuesday 9th April 2002 15:45:39
--------------------------------------------------------------------------------
Copyright 1998-2002 HolyNet . All rights reserved.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아래 글의 저작권은 작가분께 있으며,
무단 링크나 작자의 허락없이 퍼가는 것을 금합니다.
--------------------------------------------------------------------------------
Name : jenusis Date : 02-02-2002 01:56 Line : 198 Read : 2264
[121] 112.차원연결자- 역사는 밤에...?<5>
--------------------------------------------------------------------------------
--------------------------------------------------------------------------------
Ip address : 211.183.163.81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KO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