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113화 (113/127)

114. 음모(2)

궁전의 티룸에서 여성들의 담소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 벽면의 문이 열리고

아름다운 묘령(妙齡)의 여인이 등장하자,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부인들은 자리에

서 일어서며 그녀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무슨 일이 그렇게 재미있지요?"

방금 도착한 그녀는 실크의자에 우아하게 앉으며 시녀들이 자신의 치맛자락을 주

름이 가지 않도록 정리하는 것을 흘깃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그녀의 곁에 가장

가까이에 있던 백작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다른 부인들을 의향을 보는 듯 싶더니

만 여인이 물어본 것에 대답은 하지 않고 대뜸 질문먼저 던졌다.

"요즘 두드러지게 가시화되고 있는 사건을 알고 계시겠죠?"

"...요 며칠내에 사건이라면..."

생각에 열중인 여인의 눈치를 보던 백작부인은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특히, 폐하께서 총애하시는..."

장난기 어린 그녀의 말투에 여인은 눈웃음을 짓더니 깨달았다는 듯 백작부인이

원하던 답을 내놓았다.

"엘 코운테르 공작의 후계자 말씀이지요?"

시녀가 내려놓는 얼 그레이의 홍차를 들어올리며 여인은 말을 이었다.

"폐하는 동생같다시며 그가 돌아온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신 답니다."

강조되어있는 응답을 듣고 웃음을 터트린 다른 부인들은 콜록거리며 사기 찻잔

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것 때문에 즐거우셨던 겁니까? 그만한 일로는 여겨지지 않는군요. 특히나 유

레나 공작영애의 경우에는 말이죠."

지목을 받은 유레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곤혹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역시, 왕비전하는 속이지 못하겠군요. 그 사람이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는 소식

을 접하고 통쾌한 기분이 들었다면 좀 나쁜 일이겠죠?"

"그 사람이라... 혹시..."

"네... 저도 카필로아 자작에게 호감을 갖고 있지만... 철의 장벽이었던 사람이 여

자때문에...곤란함을 겪는다는 소릴 들으니... 왠지 재미가 있어서요."

"...곤란함이라..."

턱을 괴고 잠시 생각하던 여인은 흥미가 드는지 고개를 들어 백작부인에게 물어

보았다.

"카필로아 자작을 궁지로 몬 인물이 도대체 누구죠."

왕비가 그렇게 물어주길 기다렸는지, 백작부인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카필로아 자작의 새 신부와 세헤르나에서 온 기사랍니다."

세헤르나라는 단어를 듣자 왕비의 안색이 미비하게 변화했다. 하지만 누구도 눈

치채지 못할 정도의 찰나의 순간이었기에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다. 그녀는 아무

런 표정변화없이 태연하게 금테가 둘러진 하얀 도자기 찻잔을 매만지며 말했다.

"세헤르나라... 그리운 단어군요..."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그녀는 시선을 들어 생긋 웃어 보였다.

"세헤르나에서 왔다면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겠네요..."

"아마, 아는 분일걸요."

소녀 특유의 밝은 웃음을 짓는 유레나를 바라보던 왕비의 표정은 약간 놀란 듯

일변했다.

"아는 사람이라고요?"

"네, 세헤르나 왕실과 깊은 연관이 있는 가문의 사람이니까요."

잠시 생각하는 듯 보이던 왕비는 고개를 돌려 유레나를 직시하였다.

"레크하? 메디르? 설마... 파나인 가의 사람은 아니겠죠?"

"왜 그러시죠? 파나인 가의 사람이라고 들었는데요? 제르미스경이라던가....?

저... 뭔가 곤란하신 점이 있으신가요?"

자신의 말에 곤혹스러운 듯 미간을 좁히는 왕비를 보고 유레나는 조심스럽게 물

었다.

"아, 아니요. 다만... 예전에 파나인 가문과는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었기 때문에,

파나인 가문의 사람이 이곳 수도에 온다면 저에게 인사를 하러오는 것이 당연하

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저만의 착각이었다고 생각하니..."

쓸쓸하게 웃는 왕비의 모습을 보자, 유레나는 자신이 실례의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사죄를 했다.

"제가 너무 주제넘게 나선 것 같네요. 사정이 있어서겠지요. 마음쓰시지 마세요.

너무 쓸쓸해하지도 마시고요. 저라도 괜찮다면 왕비님의 친구가 되어 드릴게요."

"어머, 이미 친구인걸요."

얼어붙는 마음을 녹이는 부드러운 봄바람처럼, 살며시 웃어 보이는 유레나의 모

습에 왕비는 마주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그런데...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약간 주저하며 왕비는 질문을 던졌다.

"예?"

"제르미스 경이라면 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인데... 제가 아는 제르미스 경은 타

국에 와서 분란을 일으킬 만큼 무책임하지 않으니까요. 그 소식, 어디서 잘못 와

전된 것은 아닐까요?"

"아니요, 그럴 리가 없어요. 바로 어제, 여기 계신 분들 대부분이 친히 목격했기

때문이죠."

"그럴 리가... 제가 아는 제르미스경은 결코 생각없이 행동할 사람이 아니에요.

설사, 자작의 부인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 하여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경솔한 짓을 했다고 볼 수 없어요."

왕비가 궁극이 부인을 하자 옆에 있던 백작부인은 고민스러운 듯 다른 부인들을

돌아보며 의견을 물어보았다.

"저... 하지만... 분명 저희들이 듣기로는..."

"네... 어제 공작이 주최한 파티에서 봤는걸요.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직접 듣지

는 못했지만, 그들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얘기해 줬으니깐요."

백작부인의 말을 거들며 다른 노부인이 덧붙여 말했다.

"부럽더군요.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잘생긴 두 청년이 치정싸움을 벌이다니...

물론, 결혼 생활을 시작하는 새신부에게 있어서 있어선 알 될 일이지만... 제 나

이쯤 되면 모든 것이 귀엽게 보이는 지라... 거기다 추억 한 두가지쯤 간직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웃고 말았답니다. 그리고... 여러 분들이 카필로아

자작의 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는데, 지금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건 그게 아

니랍니다. 어제의 연회에서는 발생했던 중대한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으니까요.

더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죠."

"아... 그것 말이군요..."

백작부인은 침울한 음색으로 말을 흐렸다. 그리고 주저하며 왕비에게 말을 건넸다.

"아르..세닌가의 클라우드님이 나타났답니다."

"클라우드...?!"

짐작이 가지 않는 듯 백작부인이 말한 단어를 되씹으며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

던 왕비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뇌리를 스쳐지나가자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클라우드..

만약, 크로나의 국왕 카오일 2세가 등극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현 국왕, 즉 자신

의 남편이 되었어야 할, 인물의 이름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라간 정략결혼의 희생

자가 된 자신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후회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지금의 생활

에 만족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남편이 된 라샤크 왕자는 부드럽고 재치 넘치는

남자로 누구에게나 호감을 사는 남자였다. 자신에겐 부족함이 없는 상대다. 하지

만 인간 본연의 심리라고 할까? 반대 확률로 자신의 결혼 상대자가 될 수도 있

었던 남자의 이름을 듣게 되자 마음 한구석이 묘한 느낌에 휩싸여졌다.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얼굴조차 보지 못했던, 첫 번째 결혼 내정자였던 사람이 나타났

다는 소식을 듣자 호기심이 들었다. 이미 한 사람의 아내이자, 국가의 반을 짊어

지고 있는 왕비이지만, 흔들리는 여심이 어쩔 수 없나 보다.

다 잡아 놓았던 왕의 자리를 내팽개치고 도망친 자의 얼굴을 구경하고 싶었다.

지금의 욕망이,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알지만, 악마의 유혹에 이끌리기라

도 하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사고의 끈을 끊을 수가 없었다. 잠시 망

설이며 판단을 보류하고 있던 왕비는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들어 자신

을 바라보는 부인들을 마주보았다.

"어차피 예상을 했던 바입니다. 다만, 늦거나 빠르거나의 차이일 뿐이죠.... 걱정

하실 것 없어요. 좋습니다. 그가 나타난 진의를 파악하기로 하죠. 그래야, 이쪽의

불안이 사라질테니까..."

"그래도 괜찮을 까요? 왕비님께서 직접 나서신다면 말들이 많을 텐데..."

"걱정말아요. 대신들이 강압적으로 나설 것은 뻔한데, 이럴 때 여성의 부.드.러.

움을 보여줘야겠죠. 그가 지금에 와서 도망치듯이 탈출했던 이곳으로 돌아온 의

도를 확실히 해두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리고 혼자서 만나겠다는 것도 아니고...

좋은 생각이 있으니까..."

다른 부인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모르는 채 하며 왕비는 의자의 등받이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하는 김에... 한 마리를 더 낚아 올릴까...?"

"네....?"

유레나는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 작은 목소리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왕비를 돌

아보았다. 왕비는 유레나의 표정을 보곤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살풋이 웃었다.

"아니요, 얼굴을 보이기 싫어하는 또 다른 신사분을 모시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한 사람이나, 두사람이나 저에겐 마찬가지니까요. 그쪽에서 오지 않는다면... 이

쪽에서 끌어들이는 방법을 쓰면 되니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며 빙긋 웃어 보인 그녀는 유레나에게 들리지 않게 더욱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어쩌면... 파란이 일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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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일행과 상관없는 이야기라서, 뒷내용이 써지면 같이 올리려구 했더니 오래걸릴것 같네요;

하는 수 없이 이것 먼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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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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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제너시스  Date : 18-02-2002 00:26  Line : 254  Read : 1975

[125] 115.차원연결자- 음모(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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