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118화 (118/127)

119. Are you a Good boy?

<왠지 외전 분위기가;; 구분 못하는 제너스>

그릴에 굽는 생선 자반 마냥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얀은 이내 결심을

했는지, 슬그머니 옆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그가 누워있는 침대 곁에는

적갈색머리카락의 청년이 팔짱을 낀 채로 잠들어있었다. 불만 섞인 눈초리로 청

년을 노려보던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슬쩍 이불을 걷어내고는 자리에서 일

어나 바닥에 발을 내딛였다.

몇 걸음 걷지 않았을 때였다.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어딜가십니까?"

'이크'

소리 없이 움직이던 가느다란 몸체가 땅에 못 박힌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어깨

를 움츠리고 인상을 찌푸리던 얀은 조심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깨어있었어?"

"아니오. 하지만 얀님의 기척을 느낄 수 있으니까, 금새 알게 되죠."

제롬은 담담히 대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용한 눈길로 바라보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리와 보세요."

미적미적 거리는 싫은 표정이 역력한 상대를 보며 한숨을 쉰 제롬은 직접 행동

을 옮겼다. 큰 걸음으로 다가선 제롬은 얀을 내려다보았다. 질책이 담겨있는 그

의 눈길에 불만석인 눈빛으로 마주 바라보던 얀은 고개를 팩 돌리며 투덜거렸다.

"싫어. 잠만 자는 것도 질렸단 말이야. 아픈 것도 아닌데 계속 누워있자니, 좀이

쑤신다구."

"아프지 않단 말이죠?"

확인하듯 물어보는 제롬의 말투에 얀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다니까."

가늘어진 시선으로 얀을 살펴보던 제롬은 손을 내밀었다. 서늘하고 기분 좋은

손길이 얀의 이마에 닿았다.

"거봐. 열이 내렸지."

득의 만만하게 웃는 것도 잠깐뿐이었다.

쿨룩,

예상치 못한 기침이 흘러나왔다. 얀의 눈이 재빠르게 좌우를 살피더니 재깍 알

아서 침대로 뛰어간다. 침대맡에 놓여진 손수건으로 입가를 누르며 베시시 눈웃

음을 짓는 상대를 미워할 수 없어 웃어버린만 제롬은 터벅거리며 걸어가, 얀이

누워있는 침대가에 앉아버렸다.

"일부러 편히 쉬시라고 다른 분들을 쫓아냈는데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알고는 있지만..."

불평 많은 상대에게 미소를 지어준 제롬은 이불을 끌어당겨 그의 몸을 덮어주었다.

"오늘은 푹 주무세요. 제가 걱정하지 않도록..."

"제롬이 걱정해?"

묘하게 기뻐 보이는 얀의 눈빛에 웃어버린 제롬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대답했다.

"그럼요. 어렵사리 찾은 왕자님이 아프면 제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그런가?"

납득하며 기쁜 듯 웃어버린 얀은 쑥스러운 느낌이 드는지 시선을 내렸다. 제롬

은 세헤르나 왕성에서 그와 단둘이 있던 시간으로 돌아간 듯 편안함이 몸을 감

싸는 것을 느꼈다. 손을 내밀어 얀의 앞머리를 정돈해주던 그는 흘끔 얀의 손에

쥐여진 강한 향수냄새가 배여있는 붉은 손수건을 바라보며 덧붙여 말했다.

"다른 분들도 걱정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빨리 쾌차하시는 게 그분들의

마음에 보답해주시는 겁니다."

"하지만, 몸 상태가 조금 안 좋은 걸 이렇게나 거창하게 누워버리니까,

더욱 아픈것처럼 보이는 거라구."

그 예를 보여주려는 듯 마침맞게 시작한 기침이 멈추지 않자, 제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 쳤다.

"네, 네. 잘 알겠으니까, 그만 주무세요."

쿨룩,

입에서 떠나지 않는 기침을 막으려고 노력하며 괴로워하던 얀은 어느 정도 진정

되자 힘이 빠진 얼굴로 투덜거렸다.

"쳇, 내 말은 하나도 듣지 않으면서..."

"아뇨.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저도 그만 나가도록 할까요? 저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는 것 같군요."

얀의 휴식을 자신이 방해한다고 여겼음인지, 제롬은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자리

에서 일어섰다. 그러나 미처 행동으로 옮기기도 전에 따끈하게 데워진 손이 그

의 동작을 멈추게 했다.

"밤에 잘 것까지 자버려서 지금은 잠도 오지않는다구. 내게 필요한 건 이야기상

대야. 날 버려 두고 갈 거야?"

애처로운 눈길이 제롬의 발길을 붙잡는다. 잠시 고민하던 제롬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카필로아 자작이 오기 전까지만...있기로 하죠."

그의 승낙이 떨어지자, 잠깐동안 그의 얼굴을 바라보던 얀은 홍조를 띈 얼굴로

쑥스러워했다.

"헤...왠지 예전으로 돌아온 것 같은걸."

"..기억..하시는 겁니까?"

"단지 눈에 입력되어 지는 영상들뿐이었다고 설명해야할까? 의식만 있지 행

동을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제롬이 내게 해줬던 행동 대부분은 기억하고 있어."

얀은 온화하게 웃으며 기억에 잠기는 눈빛을 발했다.

반면, 제롬의 몸은 놀란 듯 경직되어져갔다. 앙금과 같은 상태로, 기억 속에 가라앉아

있던 예전 일이 수면위로 부상하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잊고 있었던 사실, 언

젠가 얀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면 묻고 싶었던 그것을 제롬은 조심스럽

게 꺼내었다.

"기억하십니까? 제가 맨 처음 왕자님을 찾아뵈었던 날을...?"

의외였던 듯 얀은 눈을 깜빡거리며 제롬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질문의 의미를

생각하던 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혹시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의 입에서 긍정의 대답을 나오자, 제롬은 가

책을 느끼며 그가 자신의 죄를 사하여 주기를 바라며 차분하게 고한다.

"그때의 제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해도 될까요?"

"용서?"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민하던 얀은 눈을 들어 제롬을 바라본다.

"뭔가... 입장이 바뀐 것 같은데... 사실, 미안한 건 내쪽이 아니야? 제롬에게서

제뉴인을 빼앗았으니까. 언젠가 제롬을 만나게 된다면, 잘도 화를 내지 않고 돌봐

줬다고,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어. 어라, 그러고 보니 지금도 신세를 지고 있는 거구나..."

"당치도 않습니다. 아버지는 해야할 일을 했을 뿐이고. 저는 당시 억지쓰는 어

린아이처럼 괜스레 화풀이를 하려다, 얀님을 모시게 되었을 뿐이니까요. 주범이

었던 아버지를 탓할 용기도 없으면서, 잘못도 없는 얀님을 원망하고 있었다니...

그런 제 자신이 용서가 안 되는 겁니다."

자책에 빠져 우울해하고 있는 계피색 머리의 귀여운 청년을 얀은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뻗어, 기도하듯 마주잡은 두 손에 이마를 기댄 채 고

민에 빠져 있는 청년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손길이 닿자, 제롬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애로 가득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마음의 주

인이 제롬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제롬은 내가 마음으로 충분히 느낄 정도로 열심히 돌봐줬는걸. 결국

엔 행방이 묘연한 나를 찾아서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여행을 위해 고향을 등

졌어, 어쩌면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데 말이야. 제롬은 착한 아이야. 그건 내

가 보장해 줄게."

"..착한... 아이..입니까..?"

떨떠름한 그의 물음에 얀은 웃음기 띈 얼굴로 크게 끄덕거렸다. 잠시 당

황했던 제롬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그와 동조하여 같이 웃어버리고 말았다.

계속 이야기를 나누어서인지 얼마안가 얀은 금새 피곤해하며 잠이 들었다. 번져

가는 저녁의 어스름 속에 한줄기 햇살을 받은 부드러운 청은발은, 침대 위에 넓

게 펼쳐진 채로 그의 주위를 감싸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잠자는 미녀처

럼 가지런한 얼굴로 고른 숨을 쉬며 잠들어 있는 상대를 조용하게 바라보던 청

년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왕자님이야말로.. 착한 아이군요..."

대답이 없는 상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그는 몸을 기울여 그의 이

마에 가볍게 입맞춤하며 속삭였다.

"저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일까요?"

제롬은 사랑스러운 것을 보는 눈길로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기원했다.

'언젠가... 당신에게 어울리는 존재가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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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좀 띄어 봤는데 어떨라나...

변덕의 죽끓는 듯... 달랑 한편, 그것도 저한텐 감지덕지.

*쓸데없는 잡담*

요즘은 (애니)라제폰을 즐겁게 보구있습니다. 아십니까? 뾰루퉁해 있는 미소년의 묘미를?

후후후, 그건 아는 사람만이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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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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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e : jenusis  Date : 04-03-2002 12:53  Line : 236  Read : 1549

[130] 120. Fantasy in dreams(차원연결자)- 쫓는 자, 쫓기는 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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