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쫓는 자, 쫓기는 자 (2)
"저... 클라우드 님은.."
말을 하려 입을 열었던 얀의 얼굴이 갑자기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멈칫
했다. 긴장으로 굳어진 얼굴로 상대를 바라보던 얀은 양손을 들어 미소짓
고 있는 호남자의 양팔을 거머쥐었다. 예상 밖의 행동에 놀란 나머지, 클
라우드의 몸이 잠깐 비틀했다. 그러나 고개 숙인 채의 얀은 조금의 흔들
림 없이 한발자국 가까이 클라우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야안...?"
얀의 행동에 놀란 클라우드는 저도 모르게 경칭이 아닌 그의 이름을 불렀
다. 하지만 얀은 아무런 대답 없이 클라우드의 몸에 바싹 다가가 그의 가
슴에 이마를 기대었다.
"...위험해요..."
당황스런 상황에 몸을 경직하고 있던 클라우드는 얀의 몸을 떼어내려다
말고 주춤했다.
위험?
의문을 담은 눈길로 자신의 가슴에 이마를 대고 있는 상대를 내려다보자
뜻 모를 말을 던졌던 상대는 클라우드에게만 들릴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포위되었습니다. 불리해요..."
"...설마..."
웃음기띤 어조로 얀의 말을 웃어넘기려던 클라우드는 굳어져있는 얀의 어
깨를 보고 그의 말에서 진실을 깨달았다.
확인하려 고개를 들고 주위를 둘러보려던 그는 의외의 상대에 위해 방해
받고 말았다. 얀이 더욱 큰 힘으로 클라우드의 옷깃을 잡아당겼던 것이다.
"조심... 아직 우리가 눈치를 챘다는 것을 모를 테니...이대로 일행에게 합
류하도록 하죠."
어떤 낌새도 없었다. 더구나 기사들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없는데, 일개 여
인의 몸으로 적의 기습을 미리 알아 차렸다?
클라우드의 눈동자 깊숙한 곳이 의문으로 흔들렸다. 장난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얀의 신중한 행동은 단순한 농담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조심
해서 나쁠 것은 없다. 마음을 정한 순간 클라우드는 몸을 움직였다.
클라우드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는 손을 들어 얀의 어깨를 감싸
어디에서 있을지 모를 암습에 대비했다. 그리고 행동과는 반대로 얼굴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치 연인에게 하는 것처럼 얀을 향해 담담히
말하기 시작했다.
일행을 향해 되돌아 걸어가자, 11-12m 정도 자신들에게서 떨어져 있던 놀
란 호위 기사들의 얼굴이 보인다. 그 어디에서도 적들의 적의(敵意)를 알
아차린 기색은 없었다. 일순, 얀의 행동이 거짓이었나 반신반의하게 생각
되어 입을 다문 채 얀의 머리를 내려다보았다.
마음속의 의문을 알아차린 것인지, 얀은 고개를 들어 살짝 미소지어 보였다.
"...믿을 수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제 판단을 믿어 주세요... 예전에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옛 생각이 나는지 얀은 아련한 눈빛을 보이며 미소지었다.
"...당신을 믿습니다. 설사, 거짓이라도 해도 이런 상황을 즐기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겠지요..."
클라우드는 고개를 기울여 자신의 품에 있는 얀의 귓가에 조용한 목소리
로 나른하게 속삭였다.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바람둥이가 말할 듯한 대
사에, 얀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라..."
앞을 바라보았던 클로아가 아연하여 할말을 잊었다. 같은 것을 보고 있던
세스 또한 망연자실해 했지만, 뛰쳐나가려는 제롬을 말리느라 곧 정신을
차렸다.
"제르미스 경, 기분 나쁘신 것은 아는데... 그렇더라도 다렌은 안고 뛰쳐나
가지는 말아주십시오."
그제야, 자신의 행동을 깨달았는지 제롬은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행동
을 멈췄다.
얀은 클라우드에게 다가가기 전, 원 보호자인 제롬에게 다렌을 떠맡기고
갔다. 그 뒤로 제롬은 다렌을 계속 안고 있었는데 얀에게 추근대는 클라
우드의 행동을 보자 머리끝까지 피가 몰려 자신이 다렌을 보호하고 있다
는 생각을 까마득하게 잊고 말았던 것이다.
다행히도, 배포가 큰 것인지 제롬의 요란스런 행동에도 불구하고 품에 안
겨있던 다렌은 꿈쩍도 안고 잠들어 있었다. 다렌을 내려다보며 안도의 한
숨을 쉰 제롬은 눈에서 불을 내며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인물들을 쏘
아보았다.
"이런, 질투심을 유발하면 한걸음에 달려올 줄 알았는데... 뜻밖이군."
"...지성인을 자부하고 있는 세스가 말렸겠죠."
속사정을 짐작하고 있는 얀은 한숨을 쉬며 클라우드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세스 바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채지 못한 거냐?
얀의 표정이 불만으로 뚱해졌다.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걸음을 옮기고 있
던 얀의 몸이 순간 비틀했다.
클라우드는 재빨리 옆으로 기울어지는 얀의 몸을 받아 안았다. 얀은 얼굴
을 붉히며 그의 팔에 몸을 기대었다.
"아, 죄송."
"제 기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아까부터 얀의 체온이 정상체온보다 높
다고 생각되는데... 어디 몸이 안 좋은 겁니까?"
"...하하, 보시는 바와 같이..."
얀은 멋쩍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얀님!!"
얀이 쓰러지는 광경을 바라본 제롬은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클로아에게
다렌을 건네주고 앞으로 뛰어나갔다. 순간, 달려나가는 제롬의 앞으로
번쩍이는 뭔가가 달려들었다.
채챙!
제롬은 무의식적인 몸놀림으로 뒤로 비켜나며 검으로 그것을 받아내었다.
화살?
땅에 떨어진 그것을 본 제롬의 얼굴이 굳어졌다. 잠깐 멈칫한 사이, 이미
얀을 향한 길목은 숲에서 튀어나온 낯선 남자들로 인해 가로막혀져 있었
다. 재빨리 뒤를 돌아보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행들 또한 적들로 포
위되어 있었다.
"젠장!"
속된말은 내뱉은 얀은 분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았다. 앞의 상황에 침착하
게 대응하려던 클라우드는, 얀이 말한 내용이 여성이 사용할만한 어휘가
아니었으므로 약간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얀은 자신의 그간 행하던 위선적인 행동을 잊고 투쟁심
이 담겨 있는 어투로 재빠르게 말했다.
"아무래도 제롬의 행동이 그들에게 불을 붙인 것 같군요. 아니면 우리가
일행에게 합류하기 전에 해치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던가. 그래
서 제롬이 우리에게 도착하기 전에 행동을 시작한 거겠죠. 일부러 그들의
행동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는데, 헛수고였군요. 다행히도 적의 주
력이 저쪽에 몰려있지만, 어쨌든 지금은 우리에게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뭔가 긍정의 말을 기대했던 상대에게서는 반응이 없었다 얀은 의아해하며
클라우드를 올려다보았다. 놀란 듯한 그의 표정을 보자 '앗차'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이미 지나간 버스요, 엎질러진 물이었다.
자신의 지금 행동은 방금 전까지 연기하던 연약하고 쓰러질 듯한 여성상
에 반하는 것이었다. 잠깐의 실수로 여태껏 쌓아놓은 노력이 헛고생이 되
었던 것이다.
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클라우의 눈길을 마주 바라
보며 겸연쩍은 듯 웃어 보였다.
훗,
클라우드는 얀의 표정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점차 웃음소리는 커져갔다.
적의 대부분은 세스 일행에게 있다손 치더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런 상황 중에 웃고 있다는 건...
담력이 커서 무서울 게 없다던가 아님 지금 상황에서 현실도피를 하고 있
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클라우드는 전자의 경우였나 보다.
"역시 나의 귀여운 토끼는 구미(본편 67편 참조?;;)에 맞는 상대였던
것 같군요."
엥? 토끼??
얀이 의아해 하는 것은 모른 채 하며 클라우드는 자신들에게 향해있는 정
체불명의 적들을 바라보았다.
"위험합니다. 뒤로 물러서세요. 제 능력이 어디까지 닿는지 모르겠지만, 당
신을 지켜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리 실력은 좋지 않으니, 믿지 않는 편이
좋을 지도..."
클라우드는 진담인지 농담인지 모를 말을 내뱉으며 얀의 앞으로 나섰다.
스르릉,
가지고 있던 검이 장식품은 아니었는지, 장검의 칼날을 타고 푸른색의 예
기(銳氣)가 흘렀다.
"호신용으로 잠깐 배웠을 뿐이니까, 활로가 트이는 즉시 도망... 아니, 도피
해주세요."
클라우드는 자신의 말을 정정하며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4명의 사내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세스 일행들을 포위해 있는 적수보다 적기는 하지만 이
쪽 형편이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얀의 입에서 한숨이 폭 쉬어 나왔다.
"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죠. 지금은 상태가 좋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당
신에게 모든 것을 떠맡기는 것은 이쪽에서 사양입니다. 검집을 빌려주시
겠어요?"
"........?"
자신의 부탁을 이해 못하는 상대를 바라보던 얀은 손수 클라우드의 허리
춤에 있던 검집을 빼내었다.
다행히도 장식보다는 실용적인 면에 중점을 두었는지 보석이 몇 개 달려
있는 것 빼고는 보통의 검집보다 단단해 보였다. 검집의 무게를 가늠해보
던 얀은 클라우드의 곁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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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별내용없으니 한번 슥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
(얀이 클라우드에게 가까이 간 까닭은?
그에게 조용히 말하기 위해서 입니다. 오해없으시길...??)
늦어질지도 모르겠네요. 학기가 시작되었으니 말이죠.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
** Bless with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