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차원연결자-126화 (126/127)

126. 쫓는 자 쫓기는 자 (7)

자신의 팔에 상처를 더 낼까 망설이는 다렌을 보며 쓴웃음을 지은 제롬은

잠시 창밖에 시선을 주다 초조한 눈빛으로 그를 바로 보았다. 약간 망설

인 듯 하였지만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그런데... 얀님을 찾겠다고 한 것을 언제 실행하려는 거지...?"

눈동자 속에 숨어있는, 채근하는 제롬의 눈빛을 본 다렌은 아쉽다는 듯

제롬의 팔을 한번 더 흘깃 보고는 몸을 일으켰다.

"사실, 너와 계약한 후부터 계속 실행을 하고 있지만... 워낙, 아버지의 기

운이 약해져 있고, 나 또한 그림자 녀석의 방해 때문에 힘을 자유롭게 못

쓰니 시간이 걸려. 아버지에게 위기가 닥쳐오면 나에게도 반응이 있을 텐

데... 오랜 동안 감감무소식인걸 보면 지금쯤 안전한 곳에 도착해 있는 것

같군. 아버지와 같이 간 녀석도 만만한 녀석이 아닐테니 말이야 그리 걱

정하지 않아도 된다구."

느긋한 어조로 대꾸하던 그는 제롬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시간을 조금만 더 가진다면, 아버지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거

다. 안달하지 말라구."

놀리듯 웃어 보인 후, 곁에 위치해 있던 의자에 걸터앉으며 오른쪽 다리

를 왼쪽 무릎 위에 얹고 의자의 등에 기대며 태연하게 제롬을 바라본다.

그의 느긋한 어조에 당혹함과 약간의 화가 치밀었던 제롬은 못마땅한

듯 그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섰다.

수색에서 돌아온 후 옷마저 갈아입지도 않고, 괴상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조금은 피곤해져버린 제롬는 화풀이하듯 겉을 벗어 침대 위에 던지고 침

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의 깍지낀 손에 시선을 주던 제롬은 고개를

들어 답답한 듯 다렌을 바라보다, 시선을 내렸다.

제롬의 시선에 상처가 나있는 자신의 팔이 눈에 들어왔다. 긴 옷으로 가

린다면 그럭저럭 괜찮겠지만, 생각보다 눈에 띄는 자리였다. 곤란하듯 인

상을 찌푸리던 제롬은 말려올라가 있던 소매를 걷어내렸다.

유심히 제롬의 행동을 눈여겨보던 다렌은 즐겁다는 눈빛으로 제롬에게 말

을 걸었다.

"미안, 난 치료쪽에는 소질이 없어서 말이야."

"그렇겠군."

시큰둥한 표정으로 제롬은 차분히 대답을 했다. 미안하다거나 자신이 했

던 일에 반성의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고, 즐겁게 웃고 있던 다렌은 손

등에 턱을 괴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파괴와 죽음에 관련된 것에는 소질이 있으니까 말이야. 언제든지

그런 쪽이라면 응해줄게."

"그럴 일은 없을 걸. 태어난 지, 몇 개월 되지 않은 아기에게 태연하게 그

럴 일을 시킬 만큼 얼굴이 두껍지 않으니까."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며 하는 태연한 말에, 다렌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

어 보이다 웃어버렸다. 즐거워하는 다렌을 앞에 두고 자신의 행동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는지 잠시 고민하던 제롬은 이내 다른 걱정거리를 발견하

였다.

"..저... 그런데... 특별한 의식같아서... 내버려두긴 했지만, 혹시 계속 이렇

게 내 피를 이용할 작정?"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제롬의 어투에 다렌은 태연히 대답해 주었다.

"아니, 왜? 난 종종 이용하려고 했는데? 네 피는 내게 기호품과 마찬가지

거든. 아니, 흥분제라고 할까? 몇 시간만 힘이 증폭될 뿐이지만... 사용하

는 것만으로도 깊은 고양감을 이끌어내 주니까, 말하자면, 나로서는 유흥

거리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지금은 깊게 가라앉아 있는 힘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는 부수적인 이유도 있지만 말이야. 네몸을 먹지 못할 바에야, 그

전에 실컷 이용해두는 것이 좋잖아. 날 이용하면서 먹이도 주지 않을 작

정이었어? 공짜로 일할만큼 마음이 넓지 못하니까."

생긋 웃어보인 그가, 내보인 답에 제롬은 약간은 불만스러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상처가 있는 소매를 어루만졌다. 얀님을 찾기 위해서라면, 어쩔

도리가 없다. 참는 수밖에... 하지만...

"저... 필요하다니까, 할 수는 없지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내가 직접을 피

를 내어, 잔에 채워서 준다든지....하는. 이런 부위는 조금 곤란해, 땀을 흘

리는 경우라던가,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발견될 수 있으니 말이

야. 상처가 늘어난다면 이상하게 생각될 것 아니야."

조금은 곤란한 얼굴로 말하는 제롬을, 조용히 바라보던 다렌은 곧 자리에

서 일어나 제롬의 앞으로 걸어왔다. 어-, 하는 사이에 다가온 다렌은 침묵

한 채 제롬을 바라보았고, 제롬은 묘하게 무거워져 있는 그의 태도에 당

황해하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아버지가 보면 걱정할까봐? 기사라면 상처 한 두군데 정도는 있어야 정

상이 아니던가? 주인에게 염려를 끼치지 않으려 하다니... 꽤나 독실한 종

자(從子)로군."

장신인 자신의 몸을 바라보기 위해 뒤로 고개를 젖힌 제롬을 차분히 바라

보던 다렌은 손을 내밀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붉은 기가 도는 갈색 머리

카락을 파고들어 뒷목을 받쳤다. 이클립스 아이즈가 조용히 초록빛 눈동

자를 마주 바라본다. 제롬은 위험스런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자, 전

율했다.

"뭐, 난 아무래도 좋으니까."

얄미운 웃음이 다렌의 입술에 떠올랐다. 가볍게 웃음지은 그는 고개를 내

려 부드럽게 입술을 겹쳤다.

제롬의 눈동자가 크게 흡떠졌다.

잠시간의 패닉.

이윽고 받치고 있던 손을 풀자, 경직된 채 제롬의 몸은 굳어져 있었다.

"어라."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굳어져있는 제롬을 다렌은 의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지? 방금… 입속으로 무언가가….

이빨에 닿으면서…

뭉클 하고….

맙소사....!!

갑자기 다가온 것에 의아해 했지만, 이런 경우가 생길 것은 미처 생각지

못한 그였다.

벌떡 몸을 일으킨 제롬은 이내 부들부들 떨며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네가 다른 방법을 원했잖아."

담담한 어조로 꿇릴 것 없다는 듯, 눈을 마주치며 대답한다.

"다른 방법...?"

"그래, 상처를 내지 않는 방법이라면... 이것 밖에 없으니까. 피 보다는 내

재되어 있는 힘의 양이 적긴하지만... 아쉬운 소리를 할 순 없으니까, 이것

으로 만족해야지. 네 몸을 접하는 물질에서 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

각했거든. 역시, 생각대로 타액에서도..."

"아, 앗. 다른 방법을 생각해 달라는 말 안 할 테니까. 다음부터는 흡혈이

나 하라구."

제롬은 당황한 얼굴로 다렌의 말을 끊었다. 허둥대는 그를 보고 피식 입

가에 웃음을 띄운 다렌은 재미있어 하며 그의 행동을 즐기고 있었다.

"뭐야, 난 또 다른 이유라고 생각했었는데. 부끄러워했던 건가?"

다렌은 호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 다렌. 웃지마. 어린 녀석이 어른을 놀리기나 하고!"

붉어진 얼굴로 침착성을 잃은 제롬의 모습은 재미있다. 그것을 웃으며 바

라보던 다렌의 인상이 문득 찌푸려졌다.

두근.

가슴 한구석에서 일어난 고동이 전신을 일깨우려는 듯 세포를 긴장시켰

다. 경련이 일어난다. 전신에 식은땀이 흘러내린다.

쿨럭.

온몸을 수축시키는 고통이 몸안을 달렸을 때 입안에서 무언가 터져나왔다.

묘한 정적감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던 제롬은 입을 틀어막고 있는 다렌을

보고 이상한 느낌을 받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까이 가려던 그의 귀에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를 방해하려는 거냐...]

말과는 다른 기운이 담겨있는 목소리.

[방해하지마. 싫어. 난 돌아가기 싫다.]

"다렌."

당황한 제롬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고통이 떠있는 눈동자로 제롬을 바라

본다. 아름다운 일식안에 황금빛 광채가 빛을 더한다.

다렌의 입가에 가느다란 핏줄기를 발견한 제롬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 다렌!"

쿨럭.

틀어막은 손가락사이로 피가 배여나온다. 붉게 피어난 혈화가 드문드문

카펫트위로 떨어졌다. 다렌은 증오의 눈빛으로 변한 채 몸을 떨었다. 손으

로 몸을 움켜쥔 채 가늘게 떨던 그는 무릎을 끓고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일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굴을 굳힌 제롬은 다렌에게 달려가려 했다. 그러

나 몇 발자국 걷기도 전에, 거대한 기의 폭풍이 다렌에게서 터져나왔다.

창문이 깨져나가고 작은 가구들이 방안에 뒹굴었다. 눈앞을 가린 제롬은

몸이 밀리지 않는 것에만 신경을 쏟아야 했다.

잠잠해 진 것을 느끼고 앞을 가렸던 팔을 내리자 엉망이 되어있는 방안이

눈에 들어왔다. 제롬은 다급하게 뛰어갔다.

"다렌!"

그가 도착하기도 전에 다렌의 몸이 힘없이 앞으로 쓰러진다. 제롬은 손을

내밀어 다렌의 몸을 받아들었다. 식은땀에 젖어있는 가늘게 떨고 있는 몸

을 느끼고는 제롬은 그를 도와주지 못한 죄책감을 느끼며 한숨을 쉬었다.

콰앙-----!!!

다급하게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섰다.

"무슨 일이야!"

"제르미스 경, 괜찮은 겁니까!!

저마다 걱정을 안고, 소리를 치며 방안에 들어섰던 키리아와 세스는 이내

말문을 잃었다. 아기 침대는 방구석에 밀려가 있고, 창문은 온통 깨져 날

아갔으며, 방안은 어리럽혀져, 온갖 잔재들이 널려있었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세스를 불러들였던 키리아였지만, 이런 사태를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다. 멀쩡해 보이는 건, 그나마 방안에 보이는 낯선

인물과 그를 안고 있는 제롬이었다. 방안에 일어났던 상황을 알아내는 것

은 그들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게 다가선 키리아는 다급하

게 입을 열었다.

"어찌된 영문이야. 방안에 전쟁이라도 일어났던 거야? 난 굉장히 무서운

느낌을 받았었는데, 착각이었던 것처럼 그런 기운은 조금도 남아있지 않

고, 이상해. 다렌은 어디있는거지? 거기다, 너와 같이 있는 그 낯선 녀석

은 또 뭐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제롬은 포옹했던 팔을 풀며, 다렌의 상태

를 살피고 그를 소개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이내 무너졌다.

".....누구지...?"

머리 회전을 멈춘 채 자신의 앞에 위치한 사람을 바라보며 제롬은 어벙한

질문을 던졌다.

"그걸 내게 물어보면 어떻게! 내가 물어 본 거잖아."

키리아는 혀를 차며 그의 질문에 답했다.

제롬의 품안에 있다, 힘없이 눈을 뜬것은 좀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던 다

렌이 아닌 엷은 초록색 머리카락에 금빛눈동자의 미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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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이는 물은 싫어서(?) 글의 수위를 목에 구멍을 뚫던지, 아님 키스로 할지

고민을 하다가... 끝내, 이런거 언제 써보겠어로 마음이 돌변!!

키스로 마무리를 졌습니다.

요즘 자꾸 물건들을 잃어버려서 큰일이에요. 2일에 하나꼴로... 그것도

설 썼던 종이를 자꾸(낱장에 쓰니 문제겠지만;;)잃어버려.. 다시 쓰니 ㅠㅠ

이번것도 그래서 늦어진데다가 더욱 어색, 요상, 민망의 글이 되었습니다.

때려치울까 고민하는 판에 글의 수위를 걱정하랴!! 그렇습니다. 저 막나갑니다.

(감기약 기운을 빌어 헤롱거리는 제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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