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2화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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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

이색적인 커플이었다. 나란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은. 한 사람은 멀리서 보기에도 귀한 혈통을 타고난 것 같은 여인. 하지만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곳곳이 찢기고 피루 얼룩져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걷고 있는건 검은 망토로 온 몸을 가린 검은 머리칼의 사내였다. 확실히 사람들이 보기에는 여인보다 사내가 더 특이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용병처럼 거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자세히 보면, 옆의 여인과 마찬가지로 귀한 혈통을 타고난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검은 망토의 사내. 영운은 옆에서 걷고 있는 아리나스에게 이 세계에 관한 것을 하나하나 물어보고 있었다. 대륙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을 이야기를 물어보는 영운이 이상한 아리나스 였지만. 별다른 의문을 갖지 않고 영운이 물어보는 말에 순순히 대답해 주고 있었다.

" 2제국 3강이라.................. "

대륙의 중앙에는 제국이. 그 동쪽으로 신성제국 마그누스. 서쪽으로는 삼국연합이. 북쪽으로는 유그드라실. 그리고 바다를 지배하는 오케아누스. 대륙의 누구나가 인정하는, 대륙의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나라들.

" 이 대륙에 그들 나라만 있는 것이 아니죠. 세세한 소국과 각 국가에 딸린 공국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어요. "

아리나스의 설명에 고개를 끄떡이면서 영운은 아리나스에게 되물었다.

" 이 나라는? "

" 예? "

" 이 나라는 어떻지? "

아리나스는 영운의 물음에 씩 웃으며 답했다.

" 약하죠. 제국의 속국이니까. "

영운은 약간 놀랐다. 적어도 당당하게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부끄러운 과거일터. 아리나스는 영운의 생각을 짐작하고는 오히려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 부끄러운 과거지만. 숨길 수 없는 이야기에요. 차라리 가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일 아닌가요? "

영운은 고개를 끄떡였다. 옳은 말이다. 실패는 감추기만 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걸 바라보볼 용기가 있을 때. 그 실패는 극복 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영운은 그걸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고개를 끄떡일 수 있었다.

하늘을 태우던 태양이 저물었다.

대로를 걸어가던 그들은 대로옆에 있던 작은 숲의 입구에서 모닥불을 피워 논 채로 않아있었다. 모닥불에는 정체를 알수 없는 하지만 맛있는 냄세를 풍기는 고기가 걸려선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고 있었다.

아리나스에게 있어서 이런 식의 야영은 처음이었다. 한 나라의 공주이니 만큼. 그녀가 궁을 나설 때는 전속의 요리사가 따라나서는 것이 보통이니까. 그렇다고 아리나스의 입맛이 고급이라는 건 절대 아니다. 그 증거로 아리나스는 익어가는 고기를 향해 탐욕스런 눈빛을 날리고 있잖은가.

" 소금이 없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 할꺼다. "

아리나스는 그의 말이 떨어지자 다리하나를 뜯어서는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영운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슬쩍 입 꼬리를 올리면서

" 아무리 봐도 공주로 보이지는 않는군. "

" 권위는 옷처럼 사람의 몸 위에 걸치는 거라고 아바마마가 늘 말씀하셨죠. 저, 공주처럼 보여요? "

아리나스는 않은 채로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보였다. 영운은 고개를 흔들었다. 확실히 좋게 보아도 그녀의 차림새는 공주로 보이지는 않았다. 별난 공주군. 이라고 영운이 중얼거리는 소리에 아리나스는 큰 목소리로 웃었다.

" 왜 웃지? "

" 별난 사람이 누군데 그래요? "

" 뭐가? "

영운의 반문에 아리나스는 웃음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 당신. 정체가 뭐죠? "

말을 하면서 아리나스는 자신의 옆에 놓여있는 검을 움켜잡았다. 그의 실력을 생각해보면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아리나스는 마른침을 삼키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 이 세상에 존재할리 없는 자. "

영운의 대답은 간단했지만 아리나스는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아차렸다.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었다.

- 채앵!

아리나스는 검을 완전히 뽑아들어 그를 겨누었다. 마지막 질문. 그녀는 마른 입술을 간신히 움직여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당신은............. 인간인가요? "

" 글쎄. "

모호한 영운의 대답에 아리나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정체가 뭘까.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족을 그와 비교해 봤지만. 그는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았다. 설마................. 그녀는 반신반의 하는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 드래곤인가요? "

전설로만 알려진 최강의 종족. 하지만 영운의 대답은 간단했다.

" 아니야. "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그들 사이엔 침묵이 자리했다. 아리나스는 영운을 노려보며. 영운은 숲의 나무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보며.

" 관두죠. "

그 침묵을 깬 건 아리나스였다. 검을 검 집에 집어넣고. 자리에 주저앉고. 모닥불에서 타고있는 고기에 손을 뻗었다.

" 당신의 정체. 궁금하긴 하지만 관두겠어요. 생명의 은인을 핍박할 정도로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

그녀의 말에 영운은 다시금 열심히 고기를 뜯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 내가 무섭지 않은가? "

그는 생각지도 않은 반응이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겁을 먹고 떨고 있거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겠다며 무기를 휘두르며 공격했을 텐데.

" 무섭지 않을 리가 있을까요. 인간이란, 자신이 모르는 존재를 본능적으로 두려워 하는 동물, 저 역시 인간이니 당신을 두려워 하지 않을 리가 없죠. 하지만.......... "

영운을 바라보는 아리나스의 청안을 바라보며 영운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던 무언가가 풀리는 걸 느꼈다.

" 당신이 무엇이든, 설령 인간이 아니든, 나랑은 상관이 없는 이야기에요. 중요한 것은 내가 당신 때문에 목숨을 건졌다는 거고, 나는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반드시 갚을 꺼예요. "

" 고맙군................. "

영운은 다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왠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한 여름의 태양이 땅을 달궜지만 그들의 발걸음은 쉬이 멈추지 않았다.

" 호오. 두 공작이 너를 암살하려 하는 거라고? "

" 뭐 그렇겠지. 이 나라는 왕위계승권이 있다면 왕이든 여왕이든 상관하지 않으니까. 밑으로 동생이 둘 있어. 하지만 이 녀석들은 누나로써 감싸주려 해도 어디를 감싸줘야 할지 모를 정도로 바보들이거든. 아마 이용하기 좋은 꼭두각시 왕이 되겠지. "

아리나스는 굳은 얼굴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그런데도 두 동생들은 그들의 지시에 따라 춤추고 있었다.

" 그 정도로 멍청하다면 네가 왕위에 오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게 아닌가. 여왕이 될 수 있다면. "

" 동생들은 몰라도 두 공작들은 빈틈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동안 나를 열심히 정치판에서 고립시키더니. 이제야 본격적으로 행동하나봐. "

" 그런 때에 왕성을 나서다니. 너도 상당히 무모한 성격이군. "

왕성에 있으면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 보호를 받는다. 그곳을 뛰쳐나와 위험을 자초하다니.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다. 틀린 말은 아니기에 아리나스는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 왕이란 건 언제 어느 때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 존재다. 그렇게 무작정 뛰쳐나와서야. 어쩔라고 그래? "

" 답답해서. "

" 그래? "

아리나스는 병마와 싸우면서도 흔들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건강한 척 '연기'하고 있을 아버지, 현 국왕 아이아스를 떠올렸다. 밤마다 피를 토하고 있으면서도 낮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집무실에 나아가 정무를 보았다. 진실을 알고 있는 자신으로선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해서. 무작정 뛰쳐나왔다.

" 후우............. "

한숨을 내쉬는 아리나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영운은 멀리서부터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았다. 지축을 울리는, 무언가가 거칠게 호홉하는 소리. 보통의 인간에겐 보이지 않을 거리지만 극한에 다른 사내의 눈에는 보였다.

" 멀리서 무언가가 오고 있어. 전원이 기마(騎馬)한 상태로군.......... "

아리나스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서 영운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먼지구름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 저걸 기마병이라 확신하는 거지?

" 확실히 기마병이야? "

" 마차가 섞여있다면 바퀴소리가 들릴테지. 하지만 그런 소리는 들리지 않는군. "

" 저 거리의 소리가 들린단 말야!? "

놀란 그녀의 외침에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 인간의 육체는 단련하기에 따라 그 활용도가 틀려져. 그냥 수련을 많이 한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편할꺼야. "

" 아, 예....... "

그녀는 저 기마병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야 하는것인지, 아니면 숨어서 지켜보아야 하는것인지. 고민했다. 백주대낮에 암살범을 보낸자들이 이젠 힘으로 해결하자는 식으로 나온것일수도 있다.

" 문양......... '

" 음? "

" 깃발의 문양이 있어? "

" 말, 말의 머리가 그려져 있군. "

" 말? 설마.......... "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마병들을 보았다. 분명 흙먼지 사이로 보이는 것은 말의 머리부분이 그려진 깃발. 그리고 천여 명에 가까운 인원이 전부 기마라는 것은.......

" 가자 영운. "

" 같은 편인가? "

" 그런 건 아니지만.......... 저는 저 깃발의 주인을 알아요. 그는 절대 왕실을 공격할 사람은 아니니야. "

라고 말하며 그녀는 관도의 한가운데로 나가 손을 흔들었다.그랬기에 그녀는 영운이 중얼거린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 그런 것 치고는 무장이 너무 충실한데............... "

임펠리아에서도 손꼽히는 무장전투세력, 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隊)의 대주, 세바스찬은 지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안고 있었다.

" 대주님!! "

" 우리는........... "

자신을 믿고 따르는 부하들 역시 이미 사정을 알고 있는지라, 안장에 걸려있는 장궁에 손이 차마 가지 않는듯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 않으면.............. 세바스찬은 괴로운 얼굴로 외쳤다.

" 현(弦)에 시(矢)를 걸어라!! "

부하들은 불만에 가득 찬 얼굴로 명령에 따라 화살 통에서 화살을 빼 장궁에 걸었다. 저 앞에 게신 분은 이상한 분위기를 눈치챈 듯,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 공주님!! 이 죄는 죽어 지옥에 가서 대죄 하겠나이다!! 전원 조준~~~~~ "

- 빠아아아아아아 현이 팽팽하게 당겨지면서 내지르는 비명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한때는 이소리가 좋아서 살아갔었지만............지금은 이렇게 듣기 싫은 소리도 없었다. 은퇴할 때가 됐는지도........

" 쏴라!! "

- 슈우우우욱!!

그리고 하늘로 화살이 쏘아져 나갔다. 한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리나스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의 비를 보고도 피할생각을 하지 못했다. 절대로 일어날리 없는 일을 마주 했을때의 충격이 그녀를 휘감고 있었다.

머리를 강타한 커다란 충격에 아리나스는 몸을 비틀거렸다. 눈앞에는 그녀를 노리고 화살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영운은 몸을 날려서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늘을 뒤덥는 1000개의 화살 앞에서 그는 당당했다. 당연하다. 저런 것 따위로 그의 목숨을 거둘수는 없으니까.

" 젠장!! 빌어먹을!! "

그의 뒤에서 비틀거리던 아리나스는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왕위를 차지하고 싶은 건가? 빌어먹을! 나는, 나는 말이다!!

" 아리나스 폰 임펠리아! 황제가 될 사람이다!! "

어릴적부터 은밀히 품어왔던 자신의 꿈을 이 자리에서 확인했다. 화살이 떨어지고 있는 와중이지만 그녀는 몸을 세워 그를 마주했다. 그 순간 그녀에게선 진실된 왕의 기품이 뿜어져 나왔다.그녀의 열의에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런 것도 좋을 것 같다. 저 여인과 함께라면...... 자신이 찾고있던 '그것'을........... 더욱 쉽게 찾을수 있을것 같다.

- 멸신무투(滅神武鬪) 창술 천공용황포(天功龍皇抛)!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는 자들은 보았다. 맹렬하게 회전하던 창이 한 마리 거대한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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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방랑마도사 입니다. 수정본 입니다. 감상하시고 주저없는 비평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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