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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
그것은 정녕 인세에 두 번 볼수 없는 장관이었다. 은빛의 창에서 화(化)한 거대한 백룡은, 하늘을 뒤덮고 있던 화살의 비를 집어삼키며 커다랗게 포효했다. 그 자리에 있던 자들은 백룡이 내뿜는 위압감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인간의 힘을 초월한 힘 앞에서 그들은 공포에 앞서서 경외를 느꼈다.
- 쿠아아아아아!
거대한 포효성과 함께 승천하는 백룡을 뒤로하고 영운은 아리나스에게 말을 걸었다. 아리나스도 멍하니 입을 벌린 채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건 마찬가지, 영운은 그녀에게 물었다.
" 저들은 어떻게 처리할거지? "
" 예? 아.............. "
영운은 새까맣게 타버린 창을 옆에 꽂아놓고 허리에서 검을 검집 채로 뽑아들어 그들을 겨누었다. 1000여명이나 되는 기병대가 한사람의 검사가 두려워 주춤거리며 물러난다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방금 보여준 그의 무위는 그들에게 두려움을 심어놓았던 것이다. 그들을 바라보던 아리나스는 착잡한 얼굴로,
"제가 저들을 베라고 하면.................. 벨건가? 한사람도 남김없이?"
"검이 생명을 해칠 때는 죽는 대상이 누구인가를 가리지 않아 상대방을 가리는 건 검을 쥔 주인의 의지지."
" 후우..................... "
세바스찬은 초월적인 무위를 보여준 전사가 검을 꺼내 자신들을 겨누자 이를 악물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섰다. 그런 그의 행동에 대원들이 기겁하며 외쳤다. 자신들의 단장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눈치 챘기 때문이었다. 그는................모든 걸 뒤집어 쓰고 혼자 죽을 참이었다.
" 대장님! "
"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내가 저자에게 질 경우..... 왕녀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용서를 구하라! "
세바스찬은 화살통에서 단 세발의 화살만을 꺼내 손에 들었다. 자신이 할수 있는 최고의 기술로 승부를 봐야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이 철각궁기병 전원을 살해할수 있는 강자임을 느꼈다. 허튼 기술은 통하지 않는다.
- 빠아아아아아............
세발중 한발이 시위에 걸려서 당겨졌다. 시위가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당긴 채로 세바스찬은 마나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세바스찬의 노란색 마나가 활과 화살을 휘감고 돌았다.
" 토마호크(Tomahawk)!! "
- 쑤아아앙!
세바스찬이 시위를 놓자마자 화살은 공기를 가르며 영운을 향했다. 보통의 화살이라면 어느 정도 힘을 잃고 떨어질 정도의 먼 거리지만, 마나의 힘이 담긴 화살은 공기를 찢어발기며 영운을 향했다. 세바스찬은 화살이 영운에게 적중하지의 여부조차 살피지 않고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겼다. 마찬가지로 마나를 머금은 화살의 일격, 단지 이번에는 한 발이 아닌 두 발이 동시에 걸려 있엇다.
- 쿠아앙!!
화살이 대지를 찢어발기는 소리는 듣는 사람의 오금을 저리게 정도였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한발의 화살, 그뒤를 이어 날아오는 두발의 화살. 실력자라면 첫 번 째의 화살을 피할 수는 있어도 곧이어 날아오는 두개의 화살을 피하지는 못한다. 두 번의 공격은 없는 필살의 일격. 하지만 그가 보인 모습에 세바스찬은 숨을 삼켰다. 아름답다. 검이 들려있는 그의 손은 허공에서 화려하게 춤추며 잔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허공에 남겨진 잔상은 마치 꽃과도 같았다.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그 무엇도 뚫을 수 없는 철벽의 방어벽과도 같았다.
- 콰직 단순히 가죽칼집으로 쳤을 뿐인데 마나가 가득담긴 화살이 부러져 버렸다. 두께 30cm의 철판도 뚫을 수 있는 자신의 화살이 허무하게 부러져 버리자 세바스찬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를 악물었다. 그 화살을 방어하느라 생긴 빈틈을 남은 두개의 화살이 놓칠 리 없다. 자신이 상대해온 모든 무인들도 저 화살을 막지 못해서 목숨을 잃은 것이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었다. 영운이 화살을 막기 위해 보인 검의 움직임은 검예(劍藝)라고 부를 정도로 아름다운 거였다. 그의 뒤에서 그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있던 아리나스 또한 왕국 내에서 손꼽히는 검사지만, 영운의 움직임을 넉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 툭!
이번엔 화살이 부숴 지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중에서 갑자기 힘을 잃고 떨어져 버린 것 이외에는,
" 마나가 사라졌다? 이런....... 말도 안되는.................. "
아리나스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영운은 나직이 입을열어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 허공에 바람의 흐름이 있고 물에는 물의 흐름이 있지. 마찬가지로 공격에는 공격의 흐름이 있고 거기에 실려있는 기.........마나라고 하는것이 낳겠군, 동일한 개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나의 흐름이 있는법. 그 흐름을 끊을수 있다면........... 이런일도 그리 어렵지는 않지. "
어떻게 된것이 그가 이야기를 하면 불가능해야 하는 일이 쉽게 느껴진다고 생각하면서 아리나스는 고개를 저었다.
세바스찬은 침통한 얼굴로 말에서 내렸다. 더 이상의 방법이 없었다. 그의 무력은 절대적이었다. 세바스찬은 아리나스의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자신이 저지른 죄의 대가를 잘알고있는 그였지만, 자신이 첵임지고 잇는 부하들의 목숨많은 구하고 싶었다.
" 왕국의 1공주 아리나스 폰 임펠리아님께 인사드립니다. "
" 왕국에서도 이름높은 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의 대주를 만나게 되어 영광이군요 그리 유쾌한 만남은 아니었지만요. "
아리나스의 말에 실린 가시에 세바스찬은 고개를 더욱 깊숙이 숙였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으니까........
" 저들은 나의 명령을 따른것 뿐입니다. 모든 죄는 대주인 나에게 있으니 처벌은 저에게만........... "
" 저들은 그리 생각하는것 같지 않군요. "
" 네? "
당황하며 뒤돌아본 그곳에는 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의 대원 1000명이 전원 부복하고 있었다.그중 한 기사가 앞으로 나와.
" 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는 모두가 하나입니다. 단장. 혼자서만 죄를 청하다니 그게 말이나 됩니까?? "
" 너희들............. "
아리나스는 그 모습에 고개를 끄떡였다. 주인의 사람됨을 보려면 그 부하를 보라는 말이 있다. 저런 부하들을 거느리는 세바스찬이라는 자가 일부러 자신을 공격할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 세바스찬경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요 "
망설이며 털어놓은 세바스찬의 이야기는 아리나스의 얼굴에 분노가 떠오르도록 하기에는 충분한 것이었다. 아리나스는 경악에 찬 얼굴로 세바스찬을 바라보며,
" 경의 가족들이............... 모두 인질로 잡혀있다고요? "
" 예 죄송스럽습니다. 가족의 목숨때문에 왕녀님을 공격하다니. "
" 아니요. 이나라에 필요한건 나라에 충성하기 위해가족의 목숨도 도외시하는 냉혈한이 아닙니다. 사람. 사람으로써 살아가려는자가 이나라엔 필요합니다. "
" 공주님............ "
아리나스는 기이한 흥분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나라. 자신이 원하는 곳. 막연히 꿈꾸기만 하던 곳의 모습이 손에 잡힐듯이 보이고 있었다. 정체모를 이, 검은 옷의 흑기사, 그를 만나고 나서, 막연하게 보이기만 하던.............. 그 꿈이 보이고 있었다.
"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곳. 차별대우 받지 않으며 살아갈수 있는 나라.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뛰어놀고, 집에서는 평화로이 저녁을 먹는 가족들이 살고있는 그런나라! "
누구도 슬퍼하지 않는 그런나라. 그런나라를 만들고 싶다!
" 세바스찬경! 나의 힘이 되 주겠습니까? "
세바스찬은 지금 온몸에 흐르는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자리에 있던 철각궁기병대(鐵脚弓騎兵袋)의 전원이 전율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충성을 맹세하고 있었다. 찌는듯한 한낮의 여름, 1000명의 기사들이 한 사람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다.
' 주머니, 아리나스 너는 주머니다. '
처음 보았을 때부터 왜 저여인에게 끌렷는지 이유를 몰랐었다. 그저 막연히 같이 있다고 생각했을 뿐................ 하지만 이제 알것 같다. 그녀는 기이한 매력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란걸, 모든걸 안에담아버리는 주머니. 아직 그는 자신의 안에서 싹트는 감정을 모르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그 감정을............. 하지만 그 감정은 처음엔 너무나도 작기에 아무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 밤하늘이 맑군.............. '
방사능의 구름에 늘 가려져 있는 그의 세계와는 달리, 이세계의 별들은 너무나도 맑았다. 그래서 더욱 좋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