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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內亂)
다음날 아침, 공작군은 날이 밝자마자 전군을 휘몰아 여왕군의 앞으로 나아갔다. 여왕군도 마찬가지, 전군을 이끌고 나아가 공작군과 대치했다. 자신의 눈앞에 늘어선 여왕군의 진형을 바라보며, 라인버거 공작은
" 리코! "
" 넵! "
" 치욕을 설욕할 기회를 주마! 푸른 매 기사단을 이끌고 나가라!! "
" 감사합니다!! "
리코가 이끄는 푸른 매의 깃발이 앞으로 튀어나오는걸. 본 영운이,
" 맥스웰 경 흑색창기병의 첫 출진이오. 가서 무용을 떨치시길. "
" 알겠습니다! "
2000 의 푸른 매 기사단과 5000의 흑색창기병은 전장의 중앙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60세의 노장, 맥스웰 경은 중장기병을 상대로 경장기병을 부닥치는 멍청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흑색창기병의 속도가 더욱 빠르다 는걸. 이용해서 날카롭게 달려오는 푸른 매 기사단의 예봉을 피한 뒤에 선회하는 푸른 매 기사단의 옆구리를 들이쳐서 무서운 기세로 뚫고 나갔다. 둘로 갈라져서 버둥거리는 기사단을 한차례 노려본 맥스웰 경은 다시 한번 자신의 흑창을 치켜들어 부하들에게 공격명령을 내렸다. 흑색창기병이 무서운 함성을 지르며 내달렸다.
" 저, 저런!! "
라인버거 공작은 자신의 휘하에서도 정예인 푸른 매 기사단이 흑색창기병에 의해 산산조각으로 나뉘어져 버려서 각개격파 되는 모습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고만 있었다. 거의 전멸에 가까울 정도로 타격을 입은 기사단을 바라보던 공작은 이를 갈며 뒤를 돌아보며,
" 전군 출진이다!! "
공작의 호령에 공작군 전군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 나갔다.
" 예상대로군. "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던, 깃발병을 돌아보며,
" 후퇴의 깃발을 올리고 전군에 준비의 신호를! "
" 넵! "
깃발병은 자신이 움켜쥐고 있던 깃발을 미친 듯이 휘두르기 시작했다.
" 장군님! 후퇴의 깃발입니다! "
" 오오, 전군! 후퇴한다! "
" 넵!! "
흑색창기병은 신호에 따라서 미련 없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들 뒤로 공작군이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었다.
" 아군의 등 뒤로 돌아간다! 명심해라!! "
" 넵! "
맥스웰의 외침대로 흑색창기병은 전진해오는 여왕군의 뒤로 돌아들어가기 시작했다. 전진하는 여왕군의 최선두는 아크가 이끄는 중장보병단이었다.
" 사령관 각하! 흑색창기병이 제자리에 위치했습니다! "
" 알겠다! "
부하의 보고에도 영운은 미동없이 자리를 지켰다, 그는 근위기사단의 기사 300명을 이끌고 보병대의 바로 뒤에 서 있었다. 곁에 있던 수방사의 기병대,4000을 이끌고 참전한 프레일은 작전대로 전황이 흘러가자 웃는 얼굴로, 영운에게 말을 걸었다.
" 작전대로군요. "
" 아직까지는, 이제부터는 아크가 이끄는 보병이 얼마나 잘 싸우느냐에 다라 달렸소. "
" 그렇지요. "
그 순간, 공작군과 여왕군의 최선두가 접촉했다.
중장보병은 결코 좋다고 할 수 있는 병과가 아니다.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수만의 적을 상대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옆에 서있는 전우를 믿을 수 있는 자만이 중장보병이란 병과에 맞는 자라 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아크가 이끄는 중장보병, 크림슨 크루세이더는 중장보병에 걸맞은 인물만을 엄선하여 뽑은 자들. 밀려오는 수만의 적군을 상대로 단 한명도 진형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발을 맞추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 하스타투스!! 방패! 들어!! "
그중에서도 최선두에 서있는 자들의 용맹은 두 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그들은 자신의 몸을 전부 가리는 타워실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아크는 일반의 지휘자처럼 후방에 있지 않았다. 직접 검을 들고 전방에 위치한 채 병사들과 같이 적을 노려보고 있었다.
" 프린케프스! 검!! "
방패를 들고있던 중장보병을 제외하고, 2열에 위치하고 있던 보병들이 자신들의 검을 뽑아들었다.
" 트리아리우스! 투창준비!! "
3 열의 병사들이 자신들의 등에 매어져 있던 3자루의 투창중 한 자루를 들어서 투창자세를 취했다.
" 던졌!! "
- 쉬이이익!
투창이 하늘을 갈랐다. 투척된 투창은 그 숫자에서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달려오는 공작군의 예봉을 꺽는데엔 충분했다. 자신들의 옆에서 달리던 동료들이 투창에 꿰여가지고 땅에 뒹굴자. 두려움에 찬 얼굴로 멈칫거렸다. 하지만 상황은 그들 하나둘 멈칫거린다고 바뀔 상황이 아니라 뒤에서부터 밀려오는 그들의 동료들에게 밀려서 그들은 싫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었다.
" 알겠나! 한 발짝도 물러서지 마라!! "
" 오오! "
아크가 이끄는 크림슨 크루세이더를 선두로 여왕군과 공작군이 정면 격돌했다. 전황은 호각, 수적 압도하는 공작군이었지만 아크가 이끄는 크림슨 크루세이더들의 지원을 받는 여왕군을 금세 물리칠 수는 없었다. 그래도 공작군의 기병들에 의해 전선의 곳곳에 구멍이 뚫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보병은 기병을 상대하기 어려운 법이니까. 하지만 여왕군을 향해 달려오는 그들의 기세가 어느 정도 꺽인건 사실이었다. 무리하지 않아도 좋으니, 적의 진군을 멈추게 하라. 그게 아크가 받은 명령이었다.
전황을 지켜보던 프레일은 어느 정도 적의 전진이 늦어지자, 영운을 돌아보며,
" 사령관 각하!! "
" 프레일 경!! 좌측의 날개를 맡으시오!! 맥스웰경!! 흑색창기병을 이끌고 우측으로! 깃발병!! "
" 넵!! "
" 신호를 보내라!! "
깃발병이 특수하게 개조된 봉화전을 쏘아 올리자 전장을 울릴 정도로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다.
" 근위기사단!! 돌격준비!! "
영운이 이끄는 근위기사단이 일제히 랜스를 들어올려서 말안장에서 튀어나와 있는 버클에 걸었다. 돌격준비를 마친 기사단은 전방을 노려보며 성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전장을 울린 봉화전의 소린 아크에게도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아크는 자신이 이끄는 크림슨 크루세이더들을 돌아보며,
" 밀어붙여라!! 좌우로 갈라져!! "
" 우와와와와~!! "
아크의 명령에 따라서 중장보병들이 일제히 좌우로 갈라지며 좁은 문틈을 비집어 여는 것처럼 공작군의 첨단을 좌우로 갈라지게 만들었다. 중장보병의 뒤를 따라서 일반보병들도 일제히 좌우로 갈라지며 그들을 밀어붙였다. 예리하고 강인한 선두가 갈라지며 공작군의 속살이 드러났다. 부드럽기 짝이 없는 그곳에 영운이 이끄는 근위기사단의 창이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