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36화 (3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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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제국사신이 수도에 도착했다. 수방사 소속 기병대의 호위를 받으며 수도에 입성한 제국의 상징인 검은 히드라의 깃발을 본 임펠리아의 국민들의 눈은 좋지 않았지만 오늘 수도에 입성한 검은 히드라기의 모습에 수도의 주민들의 눈은 노골적인 살기를 담고 있었다. 자칫하다간 침략전쟁 당시에 제국군을 상대로 악명을 떨쳤던 국민유격단 알 카에다가 재조직되어 제국사신에 대한 테러행위에 들어가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 어마어마한 살기군요. 민간인이 이정도의 살기를 뿜어낼 줄이야. "

" 침략전쟁이 끝난 뒤로부터 30년, 원한이 잊혀지기에 짧은 시간은 아니다. "

마차벽을 넘어서 전해지는 살기는 헤르모니안 백작의 수석호위병. 렉스는 허리춤에 차여진 검에 절로 다가가는 손을 제어하면서 식은땀을 흘렸다.

" 이정도로 원한이 심했던 걸까요? "

" 침략을 당한 쪽과 침략을 한 쪽의 입장을 같다고 생각하지마라 렉스, 우리에게 가혹행위가 아닐지라도 저들에게 무엇보다 심한 가혹행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 침공은 제대로 된 이유가 있는 침공도 아니었으니까. "

" 무슨? "

" 아니 됐다. 이건 제국의 기밀사항이다. "

렉스는 그가 그렇게 말하고 입을 다물자 고개를 끄떡이며 물러났다. 저런 모드의 백작은 목에 칼이 아니라 심장을 파내도 정대 말하지 않는다. 그걸 익히 잘 알고 있는 그이기에 조용히 물러난 것이다.

" 백작님. "

마차 밖에서 들린 소리에 백작은 고개를 돌려 커튼을 걷어내 밖을 바라보았다. 그를 호위해 제국에서 온 기사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 도착했습니다. "

" 음 "

마차 문이 열리고 백작은 임펠리아의 왕성에 발을 내딛었다. 그의 눈에 비친 왕성은 한번 완파되었다는 과거를 가진 왕성답지 않게 품위와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 제국에서 오신, 헤르모니안 백작님이십니까? "

" 그렇다. "

" 임펠리아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여왕페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이쪽으로 오십시오. "

" 음 "

백작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왕성 안에서 잽싸게 뛰쳐나온 시종이 정중하게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에 굽실거리며 백작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왕성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사신 본인과 직속 호위하나뿐, 그 백작의 직속호위 렉스는 백작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왕궁으로 들어서서 시종의 안내를 받으며 나아가던 그들은 곧 인상을 구겼다. 시종이 안내하는 길엔 기사들이 쫙~~~깔려있었던 것이다. 외국의 사신을 맞는 분위기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기세를 내뿜는 기사들의 모습에 렉스는 허리춤의 검을 굳게 움켜쥐었고, 백작은 얼굴을 찌푸렸다.

' 설마, 겁을 주려는 의도는 아니겠지. '

백작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이딴 일로 자신이 겁먹을 사람도 아니며 자신을 잘못 위협하면 나라에 닥쳐오는 위협을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절말 그런다면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철부지 왕이라는 거겠지.

" 이곳입니다. "

시종이 멈춰선 곳은 왕국의 상징인 포효하는 사자가 새겨진 거대한 문이었다. 사자의 문 곳곳엔 칼자국으로 보이는 흠집과, 화살자국으로 보이는 홈이 여러 군데 나있었다.

" 백작님 이건.............. "

" 본국의 군대에 최후까지 저항하던 당시의 임펠리아 국왕이 항복하던 곳이 이곳이지. 이 문의 상처들은 그때 생긴 모양이야. "

" 무슨 의미일까요 이건........... "

" 이제부터 알아보아야 갰지. "

사자의 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열리고 있었다. 백작은 손짓으로 렉스에게 이곳에 있으라고 전 한 후에 심호흡을 하곤 문 너머로 나아갔다.

아리나 스는 바닥에 깔린 붉은 빛의 융단을 따라 걸어오는 백작을 바라보곤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리나스의 움직임을 눈치 챈 영운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잡으며,

" 흥분하지 마. 그럼 쉽사리 약점을 잡힐 수도 있어."

" 알고 있어. 알고 있다고."

그 정도도 구분하지 못할 만큼 멍청이는 아니니까. 아리나스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며 몸의 긴잔을 풀려고 노력했다.

어느새 백작은 아리나스에게서 열 발짝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정중히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 헤르모니안 필그림이 아리나스 폰 임펠리아 여왕폐하를 뵙습니다. "

" 대륙에 널리 알려진 백작의 이름은 내 귀가 닳도록 듣고 있소이다. 만나서 반갑소. 일어나시오. "

" 감사합니다. "

백작이 일어나자 아리나스는 자신의 옆에 위치한 영운을 가리키며, " 이 사람의 일로 온 것이니 소개를 안 할 수가 없겠구려, 며칠 뒤에 대공위에 않을 사람이오. "

아리나스가 자신을 소개하자 영운은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가볍게 목례했다.

" 부족하지만 대공 위를 맡게 된 영운 진 가이런이라 하오, "

" 헤르모니안 필그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

영운은 장소가 장소인지라 은성을 가져오지 않고 허리에 라이온 하트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유모가 마련한 예복을 입고 있었기에 영운을 본 백작의 첫인상은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백작은 부족하나마 영운에 관해 씌어진 서류를 외울 정도로 읽었었기 때문에, 소드 마스터를 초월했다는 내용을 떠올리곤, 꼭꼭 숨기다 못해서 끈으로 칭칭 묶어서 숨겨 두어야할 귀중한 전력을 왜 저렇게 함부로 노출시키는 걸까 하고 심사숙고 했다. 물론,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이 핑핑 돌아가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노출시키지 않았다. 영운이 일국의 대공인 이상, 그보다는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인 터라 헤르모니안은 정중하게 예를 갖추었다. 저 사람은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인간인 모양이다. 헤르모니안과 영운의 상견례가 끝나자 아리나스는,

" 먼 길을 왔으니 피곤하겠군. 백작. 거처를 마련해 두었으니 물러가 쉬도록 하게나. "

"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

다시금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물러가는 백작. 이런 상황에 노련한 인물답게 예의를 잊지 않는 모습이었다.

" 만만치 않은 사람이야. "

" 으으 강철의 심장을 가졌다고 하더니, 장난이 아니야. 말하는데 감정의 기복이 없어. "

아리나스는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젓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주위의 귀족들에게 해산을 명했다.

알현실에서 빠져나온 백작과, 그를 따르는 렉스를 시종이 안내한 숙소는 왕성 내에 마련된 별궁중 하나였다. 백작이 별궁에 도착하자 별궁의 안에서 시녀하나가 종종걸음으로 뛰쳐나오더니 백작 앞에서 허리를 굽히며 자신을 소개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백작님. 저는 이 연화궁의 수석시녀인 레르사라고 합니다. 백작님의 방을 준비해 두었으니 저를 따라 오십시오. "

" 음. "

시녀장 크레아가 배치했으니 만큼, 각국의 사신들이 묵을 별궁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의 시녀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런 만큼 레르사가 백작을 대하는 예절에는 한 치의 빈틈이 없이 완벽했다. 레르사의 안내를 받아서 들어선 방 역시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있을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여 방의 곳곳을 살펴본 렉스는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자 두 손을 탁탁 털면서, 심각한 얼굴로 방의 탁자 앞에 않아있는 백작에게 다가갔다.

" 준비를 잘 했군요. 백작님. "

백작에게 중요한건 방의 준비상태가 아니었다. 백작은 굳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렉스를 향해.

" 세작들과의 접선은 어떻게 됐지? "

" 오늘 저녁입니다. 접선하는데 그리 어려움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만. "

" 중점적으로 알아내야 할 건 그 대공에 관한 정보다. 보통 인물이 아니었어. "

백작은 대공의 눈과 마주친 순간 느꼈던 그 섬뜩한 감각을 잊지 않고 있었다.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찌르고 들어오는 듯한 그 섬뜩한 느낌.............. 그 눈을 생각하면 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 불안하군. "

이번일은 아무래도 불안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임펠리아 국내에 있어서 선왕과 브라이언이 만들어 놓은 아라크네의 첩보망은 완벽에 가까울 정도였다. 사소한 소문 하나라도 가리지 않고 수집하여 그 가치와 진위여부를 가리고, 그걸 본부로 전달하여 본부에서 또다시 분류작업에 들어간다. 거기에서 정보의 등급에 따라 할슈타인 백작이 여왕에게 보고할 내용을 고른다. 이번경우에도 마찬가지. 진작 파악해 놓고 있던 제국의 세작중 한명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보고에 백작은 흥미로운 듯 보고를 가지고온 부하를 바라보며,

" 접선하는 것 같다고? "

" 예 아무래도 제국사신 측에서 접선을 요청한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움직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

" 하긴, 그렇군. 과연 헤르모니안 백작이야. 현지의 정보를 직접 들어야 하겠다는 건가? 세작들이 그동안 수집해서 제국에 알린 정보의 등급은? "

" 대부분이 B급입니다. 물론 A급도 몇 개 있었습니다만............ "

" 좋아. 그 정도는 돼야지 의심을 안 하지. "

백작은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들을 정리하여 자리에서 일어났다.

" 폐하께 보고해야 갰군. "

아리나 스는 여전히 집무실에서 서류더미와 씨름하고 있었다. 물론, 엔간해서는 그녀 옆에서 떨어지지 않는 영운도 마찬가지로 아리나스가 억지로 떠넘긴 서류를 바라보며 인상을 쓰고 있었다.

" 폐하 오래간만입니다. "

" 그러네요. 백작. 무슨 일인가요? "

아리나스는 백작의 방문이 그리 반갑지는 않은 듯 했다. 백작의 일이 일이니만큼, 그가 그녀를 찾아왔다는 건 중대한 일이라는 것이고 그건 가뜩이나 많은 일거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니까.

" 얼마 전에 보고한 내용을 기억하십니까? "

" 왕국내의 세작 조직도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그건 왜요? "

" 제국 사신과 세작이 접선하려나. 봅니다. 시일은 오늘 저녁. 만나는 사람까진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 오호........... 그 세작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요? "

" 그것이...........아마 이 나라의 세작들 중에선 대공에 관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

" 무슨 소리죠? "

" 알아보니.................. 내란에 병졸로써 참가했던 자더군요. 세작들은 대부분 내란 같은 게 일어나면 몸을 사리는데, 그 세작은 무슨 속셈인지 병사로 자원해서 내란에 참가했고, 대공의 지휘 하에 싸웠던 모양입니다. "

영운이 공식적으로 등장한건 3근위기사단장을 맡았던 때이지만 세작들의 눈에 들어온 건 내란을 10일 만에 제압하던 때다. 황급히 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 세작들이지만 아라크네의 철저한 정보통제로 얼마 안 되는 정보 많을 맞볼 수 있을 뿐이다. 그 세작이라고 많은 내용을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만 내용의 질에 대헤선 차원을 달리할 것이다.

" 쪼끔.........위험한가? "

" 상관없지 않아? 그 정도 정보로 나에 대해 뭘 파악할 수 있겠어? "

" 흠...............그런가? "

" 어떡할까요. "

" 그 세작을 미행해 보세요. 그 정도의 배짱과 머리를 가지고 있으면 본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인물일지도 모릅니다. "

"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

" 이건 뭐죠? "

" 제국을 비롯한 삼국연합에 구축 중이던 첩보망에 관한 보고섭니다. 대략 80%의 진행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성제국쪽은 지지부진 하다고 합니다. "

" 나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죠 조금 더 노력해 달라고 전해주세요. "

백작은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한 치의 표정 변화 없이 집무실을 나갔다. 아리나스는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 쪼끔만 부드럽게 사람을 대하면 될 텐데, 그게 어려운 걸까? "

" 백작의 성질로 보아서는 어려운 일이 아닐까? "

영운은 서류를 뒤적거리며 그녀의 물음에 대답했다. 아리나스는 자신의 책상위에 산적해 있는 서류들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작업에 들어갔다.

= 뮤훼훼 비축분 수정본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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