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38화 (3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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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왕성엔 대소동이 났다. 인간이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마력유동이 왕성의 한구석에서 일어난 것이다. 임펠리아의 왕실마법사, 세르빈이 그 마력유동을 가장먼저 느끼곤, 유동이 느껴진 곳으로 미친 듯이 달려와서 그가 본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인간이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없는 거대한 마력결계였다.

" 젠장!! 저건 영광의 홀의 대 마법결계를 뛰어넘는 결계잖아! 저걸 누가 만들어 낸 거야!!"

유동하는 마력의 규모를 잠시 측정해본 세르빈은 머릴 움켜잡고 하늘을 향해 절규하고 있었다. 마도제국의 유산 중 가장 훌륭한 규모로 남아있다는 제국의 수도, 영광의 홀보다 더 커다란 마력결계라니? 세르빈이 절규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지금인간의 마도의 지식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마법사 다음으로 마나를 민감하게 느끼는 소드 마스터와 익스퍼트의 기사들도 눈앞에 펼쳐진 결계의 웅장함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인간의 능력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눈앞에 벌어져 있는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 우우웅~~ 갑작스레 결계가 유동하기 시작하자, 주위의 사람들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만일, 결계가 폭발한다고 가정해 볼 때, 만일 저 결계가 폭발한다면 수도 루레아드를 통째로 날려버리고도 남을 정도였기 때문에, 그들은 마른침을 삼키며 결계를 노려보았다.

" 으음? 무슨 구경거리라도 있나? 왜 여기 다 몰려있어? "

결계의 일부분이 갈라지며 나타난 건 임펠리아의 대공, 진 영운이었다. 갑자기 밀려드는 황당감에 그들이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울렁거리던 마력결계는 언제 이런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이라도 하는 듯이 사라져 버렸다. 히죽거리며 웃고 있는, 일반병사들을 비롯하여 공작의 반란에 여왕군으로써 참전했던 기사들에게 무신이라고 칭송받는 임펠리아의 대공에게 정면승부를 걸 은건 왕실 마법사 세르빈이었다. 그는 눈앞에서 거대한 마력결계가 사라져 버리자, 눈을 빛내면서 대공에게 정면승부를 걸었다.

" 대공!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혹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리는 말이지만! 설마 이거 대공이 한 짓은 아니겠지요!!"

" 맞아, 내가 한일이 아니네."

" 누굽니까! 인간 같지 않은 일을 저지른 놈이!! 아니, 이정도 일을 저지르려면 인간이 아니 여야만 하니까 인간일리는 없겠군요. 아니, 이게 문제가 아니지. 누굽니까!"

영운이 대답안하면 멱살을 틀어쥐고 덤벼들 기세였다. 영운이 움찔거릴 정도로 심상치 않은 기합. 잠시 머뭇거리던 영운이 택한 건 대답이 아니라 회피였다,

- 멸신무투 찰나의 묘.

세르빈이 보는 눈앞에서 영운이 갑자기 흐릿해지더니,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렸다, 경악한 세르빈과 주위의 기사들은 황급히 좌우를 둘러보며 그의 행방을 찾았다. 그런 기사 중 한명이 크게 소리 지르며 한곳을 가리키며,

" 저기다!"

기사의 외침과 그의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돌아본 사람들은 저 멀리, 도망가고 있는 영운의 뒷모습이 보였다. 세르빈은 체력이 부실한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추격을 개시했다.

" 잡아라~~~~~~~!! "

그날따라 임펠리아의 왕성은 떠들썩했다. 하지만 그런 대 소동과 상관없이 영운은 백합궁의 자신의 방에서 술을 병째로 들이켜고 있었다. 분명 밖에선 고함을 빽빽 질러대고있는 세르빈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간간히 폭음도 들리는걸 보니 마법까지 사용하나보다. 분명 그는 영운을 쫒고 있었다. 그렇다면 쫒기고 있는 영운은 무어고 이곳에 않아서 술을 기울이는 영운은 무어란 말인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무술인 멸신무투는 단순한 무술이 아니라, 고대에 있었다던 신선이 사용한다는 기술인 선술에 가까운, 사기에 가까운 무술이다. 그 무술 중에는 자신의 영기를 뽑아내어 자신을 대리하게 할 수 있는 분신을 만드는 원영신이라는 기술이 있다. 영운은 그 원영신을 만들어서 분신은 미끼역할을 하고, 본신은 방에 틀어박혀서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이다. 백합궁의 주방에서 몰래 슬쩍한 술병을 기울이며 한참을 들이키던 영운은 창밖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 거 참................ 결혼이라니.............. "

이렇게 어울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기로 했다. 이왕 도와주기로 한거, 쪼끔 복잡하게 얽히는 것뿐 아닌가. 좋게 생각하자고 좋게.

' 지켜주고 싶었다. '

솔직히 지켜줄만한 상대도 아니었고, 누군가에게 보호받아야할 실력도 아니었다. 하지만 지켜주고 싶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도 익숙하지 않은 감정. 이게 사랑이라는 건가?(이봐, 자기가 생각하고도 부끄러워 할 거면 생각하지 마라.) 잠시간 고개를 흔들던 영운은 문밖에서 들린 인기척에 고개를 들려 그곳을 바라보자, " 영운? "

아리나스가 문틈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망친 모양이다. 오늘은 재상과의 접견이 있다고 들었는데.

" 무슨 일이야? "

" 아니 술 한 잔 하려고...............벌써 마시고 있네. "

아리나스는 털썩 주저 않으면서 손에 들고 있던 술병을 내려놓았다. 역시 여왕의 품위는 엿바꿔 먹었나보다. 술병을 들어서 병째로 들이키는 모습 어디에서 품위를 찾을 수 있는가?

" 내일이네 대공 즉위식. "

" 음. "

" 미안해. "

" 뭐가? "

" 숨긴 거 말이야 "

" .............됐어 화가난건 아니니까. 오히려 끔찍할 따름이지. "

" 끔직? "

" 시종장이나 시녀장, 유모를 볼 때마다 후계자는 아직 입니까. 소리를 듣긴 싫은데. "

" 킥킥 정말이네. "

영운은 미소 짓는 그녀를 바라보다 불쑥 손을 들었다. 아리나스는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올렸다.

- 쨍!

술병과 술병이 마주치는 소리는 맑기 그지없었다. 둘은 아무 말 없이 병을 들어서 입가로 가져가 마시기 시작했다.

" 맛있군. "

" 해, 먹을 만한데? "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던 그들의 그림자가 점차 가까워지고, 이윽고 하나가 되었다.

밤은 깊어만 가고 그들은 타오르는 가운데 옆구리 시린 솔로들은 하늘만 보고 울고 있구나(맨 헛소리냐!!).

다음날, 영운의 방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온 시녀들이 알몸으로 껴안고 자는 그들의 모습에 얼굴이 빨개진 채로 기겁해서는 뛰쳐나가 유모에게 알리고, 유모는 그 소식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재상을 비롯한 주요관료들에게 알려서 아침에 있을 국무회의를 연기해달라는 소식을 보냈다. 그 소식을 들은 나이 지긋한 신하들은 연신 고개를 끄떡이며 허허거리는 웃음을 지었고, 중년의 사내들은 연신 '청춘이야...........'라는 말을 고개를 끄떡거리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날 오후가 되서야 빨개진 얼굴로 등장한 그들을 놀리는 것 또한, 그들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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