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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여왕의 이름으로 벌어진 축제를 즐기느라 밤새도록 놀아재끼는 백성들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살짝 열린 수도의 성문을 통하여 일단의 기마 병력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풀 플레이트 메일을 걸친 기마병력, 그들의 갑옷에는 포효하는 사자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걸로 보아선 근위기사단의 인물들이리라.
" 대공전하. 정말 아무 문제없으십니까. 저희들끼리만 가도.............. "
" 여왕폐하의 명이네 걱정 말고, 자네 마누라에겐 잘 말해뒀지?"
" 마, 마누라라니요 그런 사이 아직은 아닙니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돌리는 레이네, 영운은 그의 뒤통수를 후려치며.
" 가자고, 여왕폐하께서 원하는 건 승리다."
" 물론입니다."
수도를 나선 그들은 넓게 펼쳐진 관도를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그들이 달리면서 일으키는 흙먼지가 관도를 뒤덮었다. 최선두에서 질주하는 영운의 바로 뒤에서 달리던 레이네는 멀리서 일어나고 있는 흙먼지에 그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깃발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 좌측! 수방사의 기마대!!"
" 신호를 보내라! 속력을 늦추지 마!!"
최후미에서 달리던 기사가 안장에 있던 붉은 깃발을 들어올려 흔들다, 질주하고 있던 기마대가 방향을 틀어 근위기사단에 합류했다. 수방사의 기마대를 이끌고 있는걸. 사령관 프레일. 그의 뒤에는 굳은 얼굴을 한 발트펠트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 수도 방위 사령부! 기마대 4000! 합류!!"
" 음!!"
영운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번 끄떡이고는 앞만을 바라보고 질주했다. 그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 왕성. 여왕의 집무실.
" 폐하께서 명령하신 대로, 수도에 1급 전시태세를 발동하여 아르테미스가 뜬 이후로는 통행금지 명령을 내려놓았습니다. "
" 수고하셨어요. 국경의 세 장군에게 연락해서 국경수비를 한층 더 강화하도록 하세요. 귀족파가 궁지에 몰리면 무슨 짓을 할지 모릅니다. "
" 설마..................외세를 끌어들일 거란 말씀입니까? "
" 여러분 모두 아라크네의 보고서를 읽으셨을 테니, 삼국연합과 신성제국, 제국의 사이에서 긴장감의 수준이 점점 더 높아진다. 는걸 알고 계실 겁니다. 그걸로 보아선, 제국 사신이 찾아온 목적은..............아마 저희들이 삼국연합이나 신성제국의 유혹에 넘어가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겠지요. "
" ............. 여왕폐하께서는 제국의 말대로 하실 생각이십니까? "
" 어차피 우리에겐 아직 힘이 없습니다. 거기다가 우리와 맞대고 있는 국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제국의 남로군정서. 제국과 등을 돌린다면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병력을 국경수비에 쏟아 부어야 하는데, 병력이 모자라요. 그럴 바엔 차라리, 제국 남로군정서의 협력을 얻어서 삼국연합의 국경을 집중 수비하는 게 낮겠지요. "
여왕의 말을 신중한 자세로 듣고만 있던 맥스웰 경이 낮은 목소리로 여왕에게 물었다.
" 국무대신이기 이전에 장군으로써 폐하의 말씀은 옳습니다.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지요. 마음 한쪽에선 거부하라고 합니다만............... "
" 그럴 겁니다. 저도 삼국연합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요. 하지만 제국은 강합니다. 제국이 제국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여러분들은 잘 알지 않습니까? "
" ..................... "
130 년 전, 이것과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삼국연합과 신성제국, 거기다가 북방의 유그드라실이 공동전선을 맺어서 제국을 침공했었다. 제국의 힘이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그들 세국가의 침공을 버텨내기엔 무리였다. 무려 65만 대군! 세 국가에서 동원한 병력의 숫자. 당시 제국의 힘이 가장 약한 때라고는 해도 제국군은 참담한 패배만을 거듭했다. 승리가 당연시 되던 전쟁..............연합군은 제국의 수도인 영광의 홀(Hall of Glory)까지 쳐들어가 함락을 앞두고 있었다. 그날 저녁이었다. 그날 저녁, 65만의 군대는 돌아오지 못하는 고혼이 되어 버렸다.
" 하지만 삼국연합과 신성제국의 연합전선또한 만만히 볼게 아니지요. 제국이 숨기고 있는 힘................이 전쟁에서 드러나게 될 겁니다. "
" ...........알겠습니다. 여왕폐하의 뜻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
" 고맙습니다. 재무대신? "
" 넵 폐하. "
" 준비한걸. 가지고 영운의 뒤를 따르도록 하세요. "
" 넵 대들보 뿌리까지 뽑아서 오도록 하겠습니다. "
" 재무대신은 여전하군요. 아, 그리고, 그 전투요새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과........ 남부지방 개척비용 말입니다. "
" 네 그건 왜................... "
"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제국에서 뜯어낼 생각이니까, 거기에 들어가는 예산안을 저에게 보내주세요. 거기에 들어가도록 되어있는 예산은 농림부와 아라크네에 돌리도록 하지요. "
" ..........알겠습니다. "
" 감사합니다. 여왕폐하. "
무뚝뚝한 얼굴로 인사하는 할슈타인 백작을 힐끗 본 아리나스는, 여전히 변화가 없는 그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 농림부 장관은 귀족파의 영토를 모조리 거둬들여서 저번에 제출했던 그 계획안 있죠? 그거의 실험대상으로 써 보세요. "
" 저, 정말이십니까?? "
" 한 입가지고 두 말은 안 합니다. "
레이니크 남작은 감격에 찬 얼굴로 여왕을 바라보았다. 일단 떠오른 생각이 아까워서 되는 데로 정리하여 여왕에게 보고서로 제출했는데, 아리나스가 보기엔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이었고, 그게 성공할 경우 상당한 이득이 있기에 한번 시도해 본다고 해도 나쁠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그 방법이라는 게 구 귀족들은 절대로 허락하지 않을 방법이라는 게 문제였다. 하지만 귀족파의 영토를 대상으로 하면 걸릴게 없었다. 대대로 반역자들의 영토는 국왕에게 귀속되는 게 원칙이었으니까.
"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점차 확장해 나갈 테니 그리 알고 계세요. "
" 옛! 열심히 하겠습니다. "
" 후후. 재상? "
" 넵 전하. "
" 이왕 그렇게 하기로 한거 두 나라의 사신들을 만난다는 건 시간낭비겠죠? "
" 물론입니다. 내쫒을까요? "
" 적당히 핑계대서 내쫒으세요. "
" 알겠습니다. "
" 제국의 사신을 만나겠으니 이곳으로 데려오시고요. "
" 넵 "
" 모두들 그럼 자신들이 할일을 모두 숙지 하셨죠? 그럼 나가보세요. "
아리나스는 신하들이 나가고 비어버린 집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 아아. 정말이지................ '
갑자기 그가 보고 싶어졌다. 그가 옆에 있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 여왕폐하. 헤르모니안 백작님을 모셔왔습니다. "
아리나스는 창가에서 떨어져 의자에 않았다. 잠시 옷차림을 정돈한 아리나스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 들어오세요. "
열리는 집무실의 문을 바라보며 아리나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을 하는 것은 영운 많이 아니었다.
4300 의 기마가 합류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5000의 가마가 지축을 울리며 합류해 왔다. 이끄는 건 흑색창기병의 부대장이었다가 맥스웰 경이 국무대신이 되고 대장으로 승진한 게인 이었다. 게인은 대열에 합류한 뒤 속도를 올려 최선두에서 말을 달리던 대공에게 다가갔다.
" 흑색창기병! 5000! 합류 했습니다! "
" 음 "
영운은 가볍게 고개를 끄떡이는 걸로 대답을 대신했다. 건설 교통부가 만들어낸 대로는 9000기의 기마가 전속력으로 달려도 무리 없을 정도로 넓었다.
" 기마병이 10명 나란히 달려도 되는 넓이에 마차 세대가 나란히 달려도 되는 넓이라.................재킬 그 사람이 일은 제대로 했군, "
" 대단하군요. 이런 건 제국에도 없습니다. "
" 흠. 그런가? "
말하기도 힘든, 전력으로 질주하고 있는 말위에서의 대화였지만 그들의 대화는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왜 그러냐. 고는 묻지 마라. 대답은 한 가지. 주인공이니까...........
리하임 영지 최외각에 주둔하고 있던 아크와 세바스찬은 이동하란 명령서가 날아오자마자. 당장에 군을 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달가까이 되는 기간동안 아크는 세바스찬의 협조를 얻어서 거의 지옥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군을 굴리고 있었다. 노예병들에게 아무리 무장이 잘 지급되었다고 하더라도 철각궁기병대가 아무리 전문 기병이 아니라도. 랜스의 끝이 날카롭지 않고 뭉툭하더라도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기병대에게 훈련이랍시고 보병을 던져주는 상관은 없었다. 한 치의 사정도 안 봐주는 철각궁기병대의 공격에 노예병들은 본능적으로 살기위해 움직이고 있었고, 어느새 그들은 기병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대륙최강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동명령이 떨어지자 대부분의 병사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차라리 전쟁에 나가는 게 더 편했다.
" 비텐마이어 백작의 영지로 향하라고? "
"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머리부터 자르실 모양인데요? "
" 오합지졸들을 칠 때에는 머리부터 치는 게 순서지. 어서 이동하세나. 대공전하의 병력은 기병뿐이라 이동속도가 빠르네. "
" 넵 "
- 라이오네 영지 라이오네 가의 저택엔 여전히 장미꽃이 만발해 있었다. 하지만 그 장미의 꽃밭의 아름다움을 모조리 무시하고 달려가는 사람이 있었다. 여전히 정원사의 차림으로 장미꽃을 다듬던 현 라이오네 가의 가주는 그 모습을 보곤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장미꽃을 잘랐다.
" 루시아 님 여왕폐하가 움직이기 시작하셨답니다. "
라이오네 본가의 가주 집무실에서 가주의 집무를 보던 루시아는 숨을 몰아쉬며 뛰어 들어온 전령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
" 때가 되었군요. 군의 지휘자에게 알리세요. 출병합니다. "
" 넵!! "
평화로웠던 성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와 동시에 라이오네 가의 깃발을 펄럭이며 네댓 기의 전령이 말을 타고 뛰쳐나와서 영지에 속해있는 다른 성으로 향했다. 본 성내에 살고 있던 주민들은 각기 집에 있던 무기며 갑옷을 챙겨 입고 나와 라이오네 가의 저택 앞에 모여들었다. 저택의 문이 열리고 육중한 갑옷을 차려입은 기사들이 하나 둘 빠져나와 그들 앞에 섰다. 마지막으로 저택에서 나온 건 갈색의 머리를 나부끼며 몸에 잘 맞는 갑옷을 입은 루시아 였다.
" 사자의 영광을 위하여! "
- 위하여!
자신의 레이피어를 뽑아들어 높이 들어올리며 외치자 그 자리에 모여 있던 자들이 자신의 무기를 들어올리며 대답했다. 그날, 라이오네 영지에 있는 주요 3개의 성에서 병사가 행군을 시작해서 영지를 벗어날 무렵. 5000의 군을 형성하여 진군하기 시작했다.
대륙에서 이름 높은, 아니, 악명이 높은 외교관, 헤르모니안 백작은 보기 드물게 식은땀을 흘리며 외교에 임하고 있었다. 아리나스는 그의 앞에 않아서 그를 바라보며, 자신이 넘치는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헤르모니안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 500만 골드라니요. 여왕폐하. 그건............... "
" 어렵다는 말씀이오? "
" 500만 골드라면 본국의 1년 예산의 5분지 1입니다. 어렵고 쉽고를 떠나서 제 권한에서 벗어난 일입니다. "
" 하긴, 그렇군요. 이럼 어떤가요? 전쟁이 벌어지면 군사적인 협력을 약속하죠. "
" 군사적인 협력이라 하시면? "
" 삼국연합의 뒤통수를 찔러드리죠. 우리나라와 국경을 마주한 국가는 삼국연합의 누라. 누라의 마법병단은 제국으로써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들 아닌가요? 누라의 마법병단의 시선을 끌 수 있다면 그만한 값어치는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요? "
" 마법병단을................ "
누라의 마법병단은 전원이 3서클 이상의 마법사로 구성된 3000명의 부대의 인원은 얼마 안 되지만 그들의 전투력은 1만의 기병이상을 자랑한다. 제국도 마법사를 키워보려 하는 노력은 있지만, 저 마도전쟁 이후, 가장 뛰어난 마도의 흐름을 잇고 있는 누라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확실히 누라의 마법병단을 맡아준다면 제국으로써도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다.
" 정말 그래주시겠습니까? "
" 물론이죠. 그럼 어쩌시겠어요? "
" 좋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
어차피 마법병단과 정면으로 맞붙는다고 가정할 때, 그 피해를 복구하려면 그 정도의 금액이 필요했다. 멀리서부터 갈겨대는 범위마법공격은 무시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3000의 마법병단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 전쟁이 일어날 거라고 확신하고 있나보군. '
자세한 사정을 논의하자며 몸을 앞으로 내미는 백작의 모습에 아리나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 전쟁은, 사자가 긴 잠에서 깨어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