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42화 (4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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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 여왕군. 본진.

" 전하. 귀족군이 성을 나섰다는 첩보입니다. "

" 그래요? 대장은 누구죠? "

" 달핀 백작이라 합니다. "

" 달핀 백작이라............... "

" 장군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실전은 단 한번도 뛰어보지 못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모의전투에서는 뛰어난 전술을 운용하여 천재라고 칭송받기도 했습니다만............. "

" 애송이라는 거군. "

" 그렇습니다. "

" 그럼 일이 더욱 쉬워지겠어. 모두 자기위치에 자리 잡았나? "

" 물론입니다. "

" 그럼 흑색창기병대에 연락해. 끌어들이라고. "

" 알겠습니다. "

지하크 요새를 향하는 관도에 주둔하고 있던 흑색창기병대장. 게인은 영운이 보낸 전령이 말한 내용에 만면에 미소를 짓고는 그의 등을 두들기며 뭐라 속삭인 후, 그를 영운에게 돌려보냈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아가는 전령을 뒤로하고, 게인은 대기 중인 흑색창기병을 향해 돌아서더니 큰 목소리로 외쳤다.

" 모두들! 주의사항은 숙지했겠지!! "

" 물론이오! 대장! "

" 오오! "

게인은 그들의 대답소리에 씩 미소를 지으며 창을 잡고는 말에 올랐다. 그리고 창을 들어올리며 외쳤다.

" 놀아보자!! "

한편 지하크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 진군중인 달핀 백작의 진군속도는 평균이상으로 빨랐다. 그래서 상시 훈련받는 정규군이 아닌 그의 병사들은 지쳐서 헉헉대고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속도를 더 올리라고 종용하고 있을 뿐이었다.

" 백작님~~~~!! "

달핀은 의외로 생각 있는 무장이었다. 그가 있는 곳은 군의 최선두. 군을 이끄는 자는 항상 최선두에서 군을 독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백작을 부르면서 달려오는 건 그가 전방을 살피기 위해 보냈던 기사였다.

" 무슨 일이냐! "

" 여기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약 5000여기가 주둔중입니다! 전원이 기마상태였고 그들이 있는 곳은 지하크 요새로 통하는 길의 입구였습니다! "

" 후 대공도 뒤가 가렵긴 했나보군. 지킬 병력을 남겨두다니 말이야. "

달핀 백작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첩보대로 대공은 전 군을 이끌고 요새를 점령하기위해 계곡으로 들어선 것이리라. 그렇다면 그들이 좁은 길을 지나고 있을 때 그들의 뒤를 들이친다면 그들은 앞엔 지하크 요새로, 뒤는 자신에게 막힌 상황. 잘하면 섬멸도 가능했다.

" 서둘러라! 그 군대를 깨부수고 여왕군을 쫒아간다!! "

백작은 그 말과 함께 말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 죽어나는 건 그의 뒤에서 뛰어가는 일반 보병들이었다.

" 대장! 옵니다! "

" 아아 보인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 당황한척 하는 게 중요하다! "

" 알고 있수다!! "

" 걱정 마쇼!! "

단원들은 커다랗게 대답하곤 각자 태세를 갖추더니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서 소릴 지르기 시작했다.

" 적이다! "

" 젠장 끝도 보이지 않는걸! "

" 위험하다! 후퇴!! "

그들은 소리 지르는 것뿐만 아니라 말을 이리저리 이끌며 당황하는 연기까지 리얼하게 해냈다. 게인은 그들의 연기에 미소를 짓더니 말고삐를 크게 돌려서 말머리를 숲쪽으로 향하게 한 뒤에 크게 소리 질렀다.

" 후퇴! 후퇴하라!! "

델핀 백작이 보기엔 흑색창기병이 자신의 군의 진군에 놀라서 허겁지겁 본대와 합류하기위해 군을 돌리는 것으로 보였다. 백작은 크게 웃으며 검을 들어 그들을 가리키며

" 보라! 저 겁쟁이들을! 여왕군이라는 곳엔 저런 자들만 몰려있는게 틀림없다! 모두 돌격!! 저들을 몰살시키는 거다!! "

- 와아 아아아!

병사들은 여기까지 뛰어오게 하고선 또 전력으로 뛰어가라는 말에 울상을 지었지만 어쩌겠는가, 당장 위험한건 몸의 피로보다 눈앞에서 휘둘러지고 있는 저들의 칼이거늘. 그들은 고함을 지르며 무기를 들고는 그들을 향해 돌격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두엔 백작과 그가 이끄는 기사단이 질주하고 있었다.

- 와아 아아아!!

멀리서 들리는 함성소리에 레이네는 고개를 돌려서 영운을 바라보았다.

" 게인 경이 일을 잘하고 있나 보오? "

" 쫌 있으면 게인 경이 지나갈 겁니다. 우리도 슬슬 준비하죠. "

" 알겠소. 발트펠트경. "

레이네는 숨어있는 부하들에게 손을 흔들며 수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조용히 눈앞의 길을 주시하였다.

" 우익! 이런 길을 전 속력으로 달리란 말입니까!! "

아닌 게 아니라 숲에난 길은 기마병 셋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좁은 길인데다 전 속력으로 달리기엔 길 상태도 그리 좋지 않았다. 큰 소리로 불평하는 부하의 맘을 모르는 게 아닌 게인은 마주 고함을 질렀다.

" 닥치고 말 조종에 신경이나 써라! 까라면 까는 거지 말이 많아!! "

" 우욱! 너무합니다!! "

레이네는 자신들의 앞을 먼지구름 일으키면서 지나가는 흑색창기병대를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들이 지나가자마자 달핀 백작이 이끄는 군대가 헐떡거리면서 지나가는걸 바라보곤 뒤를 돌아보며 발트펠트에게 말했다.

" 뒤를 끊을 준비를 하죠. "

" 그러도록 합시다. "

그들이 움직이자 그들에게 주어진 5000의 병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머지않아 이곳에 오겠군요. "

지하크 요새로 가는 길은 어찌 보면 특이하다고 할 수 있었다. 길의 초입에는 울창한 수림이 있었고, 그곳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계곡이 그들을 반겼다. 사실 영운은, 그들이 이 계곡의 중요성을 깨닫고 여기에 일군을 배치해 두었다면, 이 작전은 그냥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척후병을 보내어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자 그들의 무능함에 축복을 보냈다. 이곳에서 철각궁기병대를 비롯한 2만의 군을 이끌고 있는 그들은 지축을 울리는 굉음을 동반하며 게인이 지나가는걸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크게 함성을 지르며 귀족군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 왔군, 움직일 준비를 하세나. "

" 넵 "

프레일은 일어나서 검을 뽑아들고 허공에 크게 원을 그렸다. 양측의 계곡을 차지하고 있던 여왕군의 병사들이, 뒤집어쓰고 있던 모포를 벗어버리고 하나둘씩 일어나기 시작했다.

" 대장! 계곡의 끝이오!! "

" 오오 전부 몸을 숙이고 전속력으로 빠져나가라!! "

흑색창기병이 전속력으로 빠져나간 직후, 계곡의 출구 좌, 우에서 천천히 육중한 중장갑을 두른 보병들이 나타나서 계곡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아크가 지휘하는 크림슨 크루세이더 중장보병단이 그들이었다.

" 하스타투스!! 방패! 박았!! "

그들은 각각 거대한 타워실드를 들고 있었는데 그 타워실드의 아래쪽에는 뾰족하게 튀어나온 돌기가 있어서 바닥에 박힌 경우에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역할도 했다. 늘어서 있던 중장보병의 1열이 일제히 방패를 땅에 박고 몸을 방패에 기대며 자세를 잡자. 그들은 그대로 하나의 굳건한 성벽이 되었다.

" 프린케프스! 창수! 박아!! "

2 열에서 대기하던 창수들이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들고 있던 워 파이크의 한쪽을 땅에 박아 넣었다. 워 파이크의 끝부분은 마치 양초꽂이처럼 생겨서 땅바닥에 박기 쉬웠다. 그 워 파이크의 끝은 방패병이 만들어 놓은 강철의 성벽 틈새로 삐죽이 솟아나와서 흉흉한 빛을 번뜩였다. 이제 그들은 하나의 성이었다.

" 트리아리우스! 투척준비!! "

1 열과 2열의 후열에 서있던 나머지 중장보병들이 등에 꽂혀있던 3개의 투창을 뽑아서 한쪽바닥에 꽂더니 하나를 손에 들고 계곡의 출구를 겨누었다. 흑색창기병을 바싹 쫒아오던 귀족군은 갑작스런 그들의 출현(어디가 갑작스론 출현인지 모르겠지만 왜 있지 않은가? 변신소녀물의 주인공들이 변신하는 동안 적은 절대로 공격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1초도 안 걸린다지만 진짤 라나? 아크역시 주인공의 패거리인 것이다.)에 당황해서 갑작스레 말을 멈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 투창!!! "

- 쉬시식!!!

후위의 보병들이 일제히 투창했다. 수백 개의 투창이 하늘을 갈랐다.

아무리 멈추려 한다고 해도 타고 있는 사람과 말의 몸무게를 포함해서 수백Kg은 될 육중한 물건이 멈추라고 멈추겠는가. 멈추려 해도 관성이라는 놈 때문에 한참을 더 가서 멈출 수 있었고, 그런 그들에게 투창이 날카로운 이빨을 빛내며 덮쳐들었다.

" 크아악!! "

" 으윽!! "

달려오던 힘과 합쳐서 투창은 플레이트 메일마저 뚫어버리는 위용을 선보였다. 투창의 일격에 선두에서 달리던 수십의 기사들이 땅바닥에 뒹구는 운명이 되어버렸다. 달핀백작은 당황한 부하들을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그들을 독려했다.

" 뭐하느냐!! 저놈들은 보병뿐이다!! 어서 돌격해서 저놈들을 까뭉개라!! "

말뿐이 아니라 그는 그의 검을 실제로 휘두르며 돌격하려고 했다. 그들의 양쪽으로 높이 솟아오른 절벽 위에서 사자의 깃발이 오르기 전까진 말이다.

" 반역자를 토벌하라!! "

- 와아아아아아아!

" 백작님 저기에!! "

" 함정이었던 건가!! "

백작의 경악한 외침과는 상관없이 계곡위의 병사들은 활을 들어 그들을 겨누었다. 자신을 겨누는 화살을 본 백작은 창백해져서는 말을 돌리며,

" 뭐하느냐!! 후퇴다! 후퇴!! "

" 백작님, 후방에서도!! "

멀리보이는 계곡의 입구에서도 사자의 깃발이 오르며 함성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걸 본 백작의 얼굴빛은 전설 속에 나오는 언데드 몬스터, 뱀파이어와 사촌간이라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창백했다.

" 갇, 갇힌 건가!! "

" 이런 제기랄!! "

" 반란군은 들으라. "

계곡위에서 외치는 세바스찬의 말은 계곡전체를 울렸다. 반란군들은 당황하는 와중에도 고개를 들었다. 세바스찬은 그들을 바라보며 말을 계속했다.

" 너희들의 대부분은 저 간악한 반란자들의 협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반란에 참가한 것을 여왕폐하께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다! 그러기에 여왕페하께선 무기를 들지 않고 저항하지 않는 자는 죽이지 말 것을 특별히 당부하셨다. 너희들 중 살고 싶은 자는 무기를 버려라!! 그러면 여왕폐하의 자비심 깊은 명에 따라서 살려주리라!! "

- 툭! 탱그렁!!

세바스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곳곳에서 무기를 버리는 소리가 났다. 이 상황에서, 살려준다는데 뭐가 더 필요하겠는가? 세바스찬은 무기를 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외쳤다.

"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려는 자는 손을 위로 올린 채 계곡입구로 다시 빠져나가라!! "

- 웅성웅성 머뭇거리면서도 계곡입구를 막고 있던 레이네와 발트펠트가 터준 길로 빠져나가는 병사들의 얼굴엔 살았다는 안도감이 가득했다. 뒤에서는 귀족출신의 고급장교들이 뭐라 뭐라 소리 지르고 있었지만, 알게 뭔가?

" 빌어먹을 미천한 놈들이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

한 장교가 미친 듯이 손을 들어서 그의 옆을 지나가려는 한 병사를 향해서 휘둘렀다.

- 쉬이익!

" 크악! "

그 장교는 검을 병사에게 다 휘두르지도 못하고 목에 화살한발을 선사 받아야만 했다. 세바스찬은 토마호크의 여력으로 떨리는 현(弦)을 손으로 잡아 진정시키며,

" 허튼짓을 하는지는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

" 여, 여왕폐하 만세에~~ "

- 만세!!

죽을 뻔한 병사가 큰 소리로 외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만세소리가 터져 나오며 병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 세바스찬 백작님은 선동하는데 재능이 있으시군요. "

" 40이 되서야 나의 또 다른 재능을 발견할지 누가 알았겠나. 자 그럼 정리하지. "

" 그러죠. "

병사들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달핀 백작과 그를 따르는 기사들만이 남아있었다. 병사들이 다 빠져나간 걸 확인한 레이네와 발트펠트는 다시 계곡의 입구를 틀어막았고, 출구를 막고 있던 크림슨 크루세이더 중장보병들이 방패를 뽑아내고 천천히 그들을 조여 들어오기 시작했다.

" 백작님. "

" 크윽..................... "

달핀 백작은 앞뒤를 졸아보며 신음성을 흘렸다. 도망칠 곳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분을 못이기며 몸을 떨던 백작은 목소리를 높여 절벽위의 세바스찬에게 외쳤다.

" 대공은 어디 있느냐! "

" 전하는 반역자 따위와 이야기를 나눌 만큼 한가한 분이 아니다!! "

" 네, 네놈이 내가 누구인지 알고 이러는 거냐!! "

" 누구긴 누구야~~ 반역자지. "

" 크윽. "

세바스찬도 영운의 성격에 전염 됐나보다. 능글 능글대며 말하는 폼이 완전히 영운이 말하는 것과 똑같았다.

" 여왕폐하의 어명이다! 비텐마이어를 비롯해 그에 동조한 모든 귀족의 가산과 직위를 몰수하며 그들이 이때까지 이 나라에 세웠던 공적까지,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는 어명이시다! 달핀 백작! 어명에 따라 그대를 여기에서 처형한다!! "

세바스찬의 말이 끝나자마자 계곡의 위쪽에 늘어서 있던 철각궁기병대의 대원들이 앞으로 나섰다.

" 현(弦)에 시(矢)를 걸어라!! "

세바스찬의 호령이 떨어지자마자 대원들은 허리춤의 전통에서 화살을 뽑아서 활에 재어 겨누었다. 백작을 비롯한 기사들의 얼굴은 사신을 앞에 두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창백했다.

" 쏴라!! "

- 쉬시시식!!

" 크아악!! "

하늘을 가르는 화살, 그것을 피할 공간은 계곡 속 아무 곳에도 존재치 않았다. 화살은 우왕좌왕하는 그들을 놓치지 않고 틀어박혀서 그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전신에 화살이 꽂힌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으로 임펠리아의 세도가중 하나였던 달핀은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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