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44화 (4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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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대기 중이던 영운은 그 빛을 보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발트펠트와 아크가 마찬가지로 영운을 바라보면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 자! 정리합시다!! "

" 넵! "

" 알겠습니다!! "

- 뿌우~~~~~~~~~ 진군을 알리는 뿔나팔 소리가 울려퍼지며 사자의 깃발이 펄럭였다. 대기하고 있던 흑색창기병대, 근위기사단, 근위사단 기병들은 무서운 속도로 화살처럼 튀어나갔고, 아크가 인솔하는 보병대는 대오를 맞추어 속보로 진군을 개시했다.

성의 곳곳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 들어온 여왕군의 기마대는 성안을 누비며 함성을 질러댔다.

" 항복하는 자 죽이지 않는다! 무기를 버려라!! "

" 저항하는 자는 참살한다!! "

어차피 싸울 의지 따윈 눈곱만큼도 없는 병사들이었다. 근처에 기병들이 달려오는 기미만 보여도 알아서 무기를 던져버리며 항복해 버렸다. 끝까지 싸우는 건 귀족들에게 소속되어있는 기사들 이외엔 없었다.

- 영주관.

비텐마이어 백작은 정국이 불안한 와중에도 눈 에들은 시녀를 끼고 자다가 밖에서 들리는 폭음과 함성, 비명소리에 놀라서 뛰쳐나왔다. 황급히 방에서 뛰쳐나온 그가 본 것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기사들의 모습과, 곳곳에서 일어나는 불꽃의 모습이었다.

" 무슨 일이냐! "

" 백작님! 성문이 열렸습니다! "

" 뭐? 무슨 소리냐! "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함성과 비명 소리에 놀라서 나와 보니 성문은 열려있고 그 문을 통해서 여왕군이 성안으로 진입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상황은 여왕군의 본대까지 진입한 것으로 압니다! "

" 배신자라도 있었다는 소리냐!! "

"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상황은 이미 이 내성까지 밀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서 명령을!! "

비명소리는 아까 들리는 것보다도 더욱 가까워져 있었다. 백작은 좌우를 둘러보곤 앞에 서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 탈출로는 있느냐?? "

" 아직 내성과 외성의 후문까지는 저들이 장악하지 못했습니다! 저희들이 호위할 터이니 서둘러 주십시오!! "

" 알았다! 안내하라!! "

백작은 크게 대답하곤 앞서 나아가는 기사의 뒤를 따르며 벽에 걸린 장식용검을 뽑아들어 날을 살펴보았다. 장식용이긴 해도 날카로운 날을 뽐내고 있어서 지금 당장 쓴다고 해도 크게 이상은 없으리라.

" 크아악!! "

" 항복하라! 항복하는 자 살려주리라!! "

밖으로 나오니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뒤섞여서 한편의 지옥도를 연출하고 있었다. 백작은 주위를 둘러보곤 이를 악물며, 자신을 안내하던 기사에게 외쳤다.

" 말을 끌고와라! 탈출한다!! "

" 넵! "

기사는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어디론가 달려갔다. 백작은 후문에 서서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 빌어먹을............ 계집년과 그 추종자 놈들.......... 감히,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

" 반역자. 그 이상의 칭호는 당신에게 어울리지 않아. "

" 누구냐? "

갑자기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백작은 황급히 뒤돌아서서 검을 휘둘렀다. 기사로써의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지, 예리하기 그지없는 일격이었다.

" 오랜만이군요. 백작. "

" 큭!! "

그의 등 뒤엔 은성을 비껴들은 영운이 있었다. 천천히 자신의 저택에서 걸어 나오는 영운의 모습에 백작은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 네놈!! "

" 걱정 마시오 백작. 당신을 여기서 죽이진 않을 테니 말이오. 달핀과 로히테 였던가? 그 치들을 실수로 죽여 버려서 말이지. 대중 앞에서 죽일 인물이 필요하거든. "

" 뭐라고!! "

백작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런 치욕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그는 마음이 넓은 인물이 아니었다. 백작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며 영운에게 달려들었다.

" 죽어라! "

" 당신이 죽으라고 소리 질러 봤자.............. 쉽게 죽을 인간도 아니고, 게다가.................... "

영운이 놀리는 손을 따라서 은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창공을 누비는 용의 움직임과 닮아 있었다. 아니, 은성의 창끝이 그리는 움직임은...........용이었다.

- 멸신무투 창식. 천공용황포 철각궁기병대의 화살공격을 모조리 쓸어버리던 그 기술이었으나 위력은 최소한으로 줄인 채 였다. 그 위력 그대로 쓰면 백작은 흔적도 없이 분쇄될 테니까.

" 크억! "

은성의 끝에서 방출된 용 모양의 오버소울에 얻어맞은 백작은 뒤로 나가떨어지며 기절해 버렸다. 영운은 은성을 크게 돌려 뒤로 비껴 차곤 백작에게 다가가 그의 뒷덜미를 잡아 올렸다.

" 진작 항복하면 당신이나 나나 편하잖아. 쳇 귀찮군. "

영운은 고개를 내저으며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손에 들린 백작은 두발을 질질 끌리는 보기 흉한 자세로 있었지만 누구하나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으니, 아니 누가 본 다해도 영운에게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었으니 따지지 말도록 하자. 백작이 영운과 함께 사라지고 난 직후에 백작의 애마를 끌고 온 기사는 백작이 사라져 있자 당황하며 백작을 찾았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성 안의 전투는 날이 밝아서야 끝났다. 끝까지 저항하던 귀족파 소속의 기사들은 모두 참살되었고, 백작의 식솔들을 비롯한 주요멤버들은 모조리 결박되어 감옥에 들어가 있었다. 영운은 전 군에 군령을 내려서 행여나 여왕군이 일반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하고, 어제 정신없는 싸움 속에서 민가에 침입하여 금품을 강탈하고 여인네를 강간한 병사들 십여 명을 직접 나서서 한쪽 팔을 잘라버리고 그들을 이 전투가 끝나더라도 영원히 노예 신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벌을 마무리 지었다.(현재 여왕군의 보병의 대부분은 노예 병이다.)비텐마이어의 성에 마련된 커다란 회의실에 않은 여왕군의 수뇌부는, 지금 백작의 성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2만의 귀족 지원군을 처리하기 위한 작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 별다른 방법이 없구려, 그들이 진군하고 있는 곳은 넓게 펼쳐진 초원이오. 완벽하게 몸을 숨길 곳도 없는, 한마디로 전면전 이외의 방법은 존재치 않는 곳이지. "

" 확실히 그렇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피해는 그리 반가운 상황이 아닙니다. "

이때까지 여왕군이 입은 피해는 사상, 부상 모두 합쳐서 10000이 넘어간다. 이만한 성을 점령하고, 30000의 군을 상대로 싸운 것 치고는 거의 없다시피 한 피해였으나 내란에서 입은 피해는 나라의 국력의 약화로 이어지니 그들로써는 더 이상의 피해는 사양하고 싶었다. 그때, 갑자기 바깥이 소란스러워 지며 회의실의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뛰어들어 왔다.

" 시, 실례합니다! "

" 무슨 일이냐! "

" 저기, 그, 그것이............. "

" 어허 빨리 대답해라! "

" 라,라이오네의 군입니다! 러아오네 군이 지금 입성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

회의실에 않아있던 모두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영운을 비롯한 여왕군의 수뇌부가 바라보는 성문에서는 라이오네가의 문장이 새겨진 갑옷과 깃발을 펄럭이며 들어오는 일단의 병력이 보였다. 어디서 전투를 치르고 왔는지 병력들의 대부분이 피가 묻은 갑옷을 입고 있었고, 선두의 기사들의 경운 군데군데 붕대를 매고, 갑옷의 여기저기가 깨져 나간채로 말위에 타고 있었다. 영운은 황당한 얼굴로 군을 정지시키고 말에서 내리고 있는 최선두의 기사에게 다가가다, 그가 투구를 벗자 움찔 하면서 자리에 멈춰 섰다.

' 여자네? '

그 여자. 루시아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멈춰서 있는 영운을 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와 허리를 굽혔다. 그렇다. 일단은 영운과 루시아는 첫 대면인 것이다.

" 라이오네가의 가주 대행을 맡고 있는 루시아 라이오네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공전하. "

" 여, 영운 진 가이런이라고 하오. 만나서 반갑소이다. "

당황하는 와중에도 영운은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서 루시아에게 인사했다. 공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임펠리아내에서는 무시 못 하는 가문의 대표이니, 대공이라도 무시 못 하는 권위의 소유자.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그 모습은 유모의 주입식 교육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 과한 예는 부담스럽습니다. 이곳은 전장이고 전하는 군을 다스리는 총대장. 저는 일군을 다스리는 장군일 뿐입니다. "

" 하하 그런가? 잘 왔소. 근데, 전투가 있었나보오? "

루시아는 가볍게 미소를 짓더니, 뒤로 돌아서서 대기하고 있던 기사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그 기사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떡이곤, 어디론가 향했다.

"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하루 전이었을까요, 저녁때가 다되어 숙영지를 찾던 도중, 이곳으로 진군 중이던 귀족군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들은 저희를 발견 못한 터라............ 밤이 깊었을 때, 그들을 기습할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기습은 성공적이었고. 수뇌부를 몇몇 생포할 수 있었지요. "

- 털썩!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졌던 기사가 어깨에 무언가를 메고 오더니 그녀 앞에다 내던졌다. 사람이었다. 꽁꽁 묶인.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기사의 뒤를 따라서 몇몇 기사들이 어깨에 무언가를 짊어지고 오더니, 그 옆에다가 내던졌다. 그것들도 모두 꽁꽁 묶인 사람들. 하나같이 귀티가 철철 흘러넘치는 척 보기에 '나 귀족이오!'라고 광고하는 사람들뿐이었다.

" 이들입니다. "

" 큭, 푸하하하하!! 대단한 공이오! 이것 참.............. 푸하하하하하!!! "

" 그렇습니다. 대공전하! 대단한 공입니다!! "

" 킥킥킥!! "

영운과 수뇌부는 모조리 웃기 시작했다. 그들의 앞에 널브러져 있던 귀족들은 얼굴이 사색이 된지 오래였다. 영운은 웃음을 참으면서 루시아에게 물었다.

" 그래, 이들이 이끌고 있던 군은? "

" 흐지부지 되지 않았을까요? 일단 수뇌부로 보이는 인간들을 잡아온 거니까요. "

" 후 그럼 세바스찬, 프레일, 발트펠트 경! "

" 넵! "

" 예 "

" 여기 있습니다. "

" 20000의 군을 이끌고 가서 그들을 정리하시오. 적당히 엄포만 놓으면 될 것이오. "

" 알겠습니다. "

그렇게 임펠리아에서 일어난 2차 내란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프레일와 세바스찬이 이끈 2만의 군대는 어렵지 않게 적을 격파할 수 있었다. 반항하는 적들은 철각궁기병대의 일제 사격과, 이어진 기병대의 돌격, 거기에 이은 아크의 보병운용의 탁월함으로 큰 피해 없이 적을 처리할 수 있었다. 영운은 그들이 승전소식을 가지고 귀환하자 크게 기뻐하며 하룻밤의 휴식을 주곤, 아리나스에게 연락하여 귀족파의 영지를 다스릴 관료를 파견할 것을 요청했다.

아리나스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영운이 보낸 승전보를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옆에 서있던 재상도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 과연 대공전합니다. 이토록 빨리 끝내실 줄이야............... "

" 예상했던 바지만 놀라운걸요? 참, 그리고 영운이 요청한 사항에 관 한건 어떻게 됐나요? "

" 예. 모두 빈틈없이 준비해 놓았습니다. 내일 사람들을 보내도록 하지요. "

" 재무대신은? "

" 승전보가 들어왔다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부하들을 닦달해서 수도를 빠져나갔다더군요. 아무래도 돈이 관련된 일이라 직접 움직일 모양입니다. "

" 재무대신 답네요. "

" 허허허 그러게나 말입니다. "

허허 웃던 재상은 여왕의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들을 뒤적거리면서,

" 이거 참, 신혼부부를 생이별 하게 만들었으니 저의 가슴이 무겁습니다 그려. "

" 호호.............. "

아리나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재상의 시선을 회피했다. 어느 새부턴가 시녀장과 재상으로부터 무언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의 압박은 은밀하고 강력하기 그지없어서, 아리나스는 어느 새부턴가 그들을 슬슬 피하고 있었다.

" 폐하의 권세도 반석위에 올랐으니..................후계자만 본 다면 더 이상 바랄 바가 없겠는데 말입니다..................... "

" 하, 하하하........................ "

아리나스는 식은땀을 흘리면서 서류를 결제하는 손을 더욱 빨리 움직였다. 재상은 그녀가 결제해야할 서류를 착착 찾아내 그녀에게 건네주면서,

" 아아, 두 분 다 미남, 미녀들이시니 태어날 아기씨는 또 얼마나 예쁘겠습니까.................그리고 말이죠.............. "

" 재, 재상? 아이란 게 원한다고 나오는 게 아니잖아요?? "

재상은 그녀의 말에 깊이 통감하는 듯 진지하게 얼굴을 끄떡이며,

" 그렇습니다. 아이라는 건 사랑하는 사람들이 밤일(?)에 얼마나 힘스냐에 따라서 다산의 여신이신 알테미아 여신께서 은총을 내리시는 거지요. 그러기에 저는 신하된 자로써 불충함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

재상은 정말 비극적인 표정으로 눈물을 훔쳤다. 아리나스는 등 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미증유의 압력을 느꼈다.

" 재, 재상? 오늘은 그만 들어가 보세요. 저도 어느 정도 일이 끝났으니 말입니다. "

" 오오, 이 늙은 것이 여왕폐하의 시간을 뺏었군요. 이만 물러가 보겠사옵니다. "

" 그러세요. "

재상이 나간 문을 바라보던 아리나스는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켜서 창가로 다가갔다. 창가에서 보이는 수도의 밤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말없이 그걸 바라보던 아리나스는 갑작스레 얼굴을 붉히면서 온몸을 베베 꼬았다.

" 헤헤.............아이라.................. "

좋긴 좋았나 보다.

보무도 당당하게 토벌군이 수도로 들어왔다. 수도의 백성들은 임펠리아를 수호하는 무신(아라크네의 공작이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안 영운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이 이끄는 군에 미친 듯이 꽃가루를 뿌렸다. 전군이 수도 안으로 들어올 수는 없기에 대표 격으로 행군하게 된 노예병 500은 자신들이 받고 있는 환호에 뭐에 겁먹은 듯한 얼굴로 행군하고 있었다. 영운은 그들의 겁먹은 얼굴을 바라보며,

" 하하 저들이 진짜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인가? 저런 겁먹은 얼굴이라니................. "

" 저들이 이런 환호를 받아본 적이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

영운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떡이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멀리, 왕성이 보였다.

" 우리 마눌님은 잘 계시는지 모르겠군. "

영운도 의외로 공처가 기질이 보이는 인간이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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