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45화 (4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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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내란.

영운이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고 토벌군의 승리를 정식으로 보고하자. 아리나스는 즉석에서 명을 내려서 전쟁에 참가한 모든 병사에게 술과 먹을 것을 빠짐없이 내리도록 했다. 거기다가 이번에 전쟁에 참가한 노예병들의 신분을 평민으로 올려줌으로써, 그녀가 행하고 있는 노예해방 정책에 더욱 탄력이 붇도록 했다.(물론, 직계가족까지 평민이 된 건 아니었다.) 전쟁을 치르다가 전사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은 중상자들에겐 그들의 직계가족까지 모두 평민으로 승격시킴으로써 그 소문을 들은 노예들이 벌 떼처럼 몰려들어서 등록사무소가 무너질 뻔한 위기도 몇 차례 있었다고 한다.

귀족파에 가담한 귀족들에게 아리나스는 가혹하다고 할 수 있는 채찍을 휘둘렀다. 주동자인 비텐마이어를 비롯한 목만 남아버린 두 백작은 죄상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수도의 성벽 외각에서 목만 잘려서 매달려 버렸다. 그들의 가족들중 15세 이상의 남자들은 아리나스가 건설 교통부 대신에게 명해서 죄인으로써 노역에 임하도록 했다. 귀족으로써 자란 그들이 노예들이나 하는 노역에 참가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대신의 질문에, 아리나스는 웃으면서,

" 안하면 죽이세요. "

라고 말하면서 생사여탈권을 부여함에 따라 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노역에 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일정량의 돈을 주고 노예 병들의 식사나 왕실의 시녀로써 일하게 만들었다.

아리나스가 제국에 약속한 군사적 협력 때문에 영운은 돌아와서도 쉴틈없이 마법병단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그에 대항할 만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국무대신과 적당한 방안에 틀어박혀서 두문불출했다. 그런 상황이 며칠이 계속되자. 아리나스의 독수공방을 보다 못한 그녀의 유모가 시녀장의 협력을 얻어서 일단의 특공대를 이끌고 방으로 침투, 포획하여 아리나스의 앞에다가 던져놓기 전까지는 말이다.

농림부 대신 레이니크 남작은 여왕의 직할령이 되어버린 귀족파의 땅에서 일명 '프로젝트 여전'이라 는걸 실시하고 있었다. 그의 일목요연한 지시에 따라서 각 마을마다 일정량의 땅이 배분되었고, 각 마을의 촌장들은 레이니크가 밤을 새서 만들어낸 매뉴얼에 따라서 마을 주민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는 몇 년 뒤에나 나오겠지만.

재무부 대신 링텐 남작은 호언장담한 대로 귀족파의 저택 대들보까지 뽑아와 버렸다. 그들이 숨기고 있는 은닉재산까지 말이다. 귀족파의 압류 재산으로 가득 찬 왕실 창고를 바라보던 재무대신은 곧장 들이닥친 영운과 국무대신 맥스웰의 연합군에게 항복, 그들이 들 고가는 돈뭉치를 피눈물을 흘리면서 전송했다고 한다.

아이를 만들라는 어마어마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여왕부부에게 그들만의 시간이란 생기지 않았다. 영운에겐 국무대신이 어마어마한 양의 일거리를 떠넘겼고, 그건 아리나스도 마찬가지, 내무부를 비롯하여 내정에 관련된 모든 부서에서 보고서를 올렸기 때문에 그녀도 숨 실틈 없이 바빴다. 아리나스는 영운이 내놓은 새로운 계획서를 흔들며,

" 레이네를 단장으로 하는 기사단을 만들겠다고? "

" 그래, 근위기사단에서 독립시키는 거지, 근위기사단은 본래 국왕의 왕성을 지키는 기사단,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그들을 끌고 나갈 수는 없잖아? "

" 그렇지............... "

" 그래서 나와 함께 전쟁에 나갔던 기사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사단을 꾸미려 하는 거다. 근위기사단은 레미엘에게 맡기면 충분할꺼고................. "

" 레미엘하니까 생각나는데............ 그 두 사람 언제 결혼한데? "

" 그러고 보니.............나도 소식을 듣지 못했는걸. "

" ................. "

" .................. "

서로를 뻘쭘히 바라보던 두 사람은 밖에 서 있던 시종을 불러서 레이네를 불러오도록 지시했다.

" 부르셨습니까? 여왕폐하. "

아마도 부하들과 함께 연병장에서 구르고 있던 모양이다. 먼지투성이의 몰골로 황급히 달려온걸 보면 아리나스는 그에게 손짓으로 소파를 가리키며 않으라고 했고, 레이네는 그 말에 충실히 따랐다.

" 레이네 경. 내가 경을 부른 것은 왕국을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 때문이오. "

" 그, 그것이 무엇입니까? "

레이네는 전신의 근육을 팽팽히 긴장시키며 아리나스에게 되물었다. 아리나스는 신중한 눈빛을 거두지 않으며 레이네에게 말했다.

" 그건 바로 귀공의 결혼 문제요. "

" ....................예? "

" 소드마스터인 귀공은 우리나라에 있어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보배요. 그런 귀공이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왕국의 조망을 뒤흔드는 일이 아니겠소? "

" 폐, 폐하............저기................ "

" 레미엘 경과의 사이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내 보고받고 있소만, 무슨 일이 있는 것이오? "

" 그, 그것이.................... "

떠듬거리면서 레이네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그야말로 엄청난 것이었다. 영운과 아리나스는 그 이야기를 듣고 한참동안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있었을 정도였으니까.

" .................... "

" .................... "

" ..............대, 대공전하? "

영운은 한 숨을 내쉬면서 서류를 내던지더니 않아있는 레이네의 뒷덜미를 잡아서 끌 고가면서 아리나스에게 레미엘을 만나보라는 뜻을 담은 눈짓을 보냈고, 아리나스는 알았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떡였다.

" 대공 전하? "

" 레이네야. "

" 넵! "

" 일단 맞고 시작하자꾸나. "

" 네? "

영운과 레이네의 이야기 소리가 사라지고, 아리나스는 대기 중인 시종을 불러서 근위부기사단장인 레미엘을 불러오도록 지시했다.

연병장에선 간만의 소드 마스터끼리의 대련...........아니, 구타가 벌어지고 있었다. 본디대로라면 한창 훈련을 하고 있어야할 기사들은 연병장 주위에 않아서 그 광경을 바라보고만 있었고

" 으아악! 대공전하!! "

" 시끄러!! 일단은 맞고 하자니까!! "

- 쿠콰앙!!

휘두르는 소울 블레이드에 감히 대적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는 힘껏 몸을 날리는 레이네, 영운이 기사단장으로 있던 시절, 그에게 배운 것은 바퀴벌레에 버금가는 회피력 밖에는 없었나보다.

" 사,살려주세요오!!! "

" 닥치고 좀 맞아라!! "

- 콰앙!!

" 얼마나 갈까? "

" 후, 10분정도 갈꺼같군, 내 장담하지. "

근위기사단의 기사들은 주변에 않아서 돈 내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엔 상관의 위기는 비치지 않고 있었다.

" 살려줘요!! "

안 들린다. 안 들려.

아리나스는 눈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면서 않아있는 레미엘을 재미있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단둘이서 만나는 건 처음이라 레미엘의 성격을 몰랐던 아리나스는. 그녀가 안절부절 못하는 걸 보곤 먹이 감을 앞에둔 맹수처럼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니까............. 그가 청혼을 하지 않고 있다...........이말 이죠? "

" 그, 그렇습니다. 여왕폐하. 기, 기다리고 있는데............ 그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혹시, 혹시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건가 생각도 되고, 흑, 흑흑.............. "

' 에라 이............. '

아리나스는 더듬거리면서 말하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는 레미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순딩이들, 더할 나위 없는 순딩이들이었다. 아리나스는 아예 대놓고 울고 있는 그녀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자신의 손수건을 건네주었다. 아마 쌓인 게 많았나보다. 쉽게 울음을 그치려 하지 않았다. 아리나스는 한숨을 내쉬면서 그녀를 달랬다.

여왕의 집무실이 울음바다 이었다면 연병장은 광기의 바다였다. 영운에 의해서 반죽음을 당할 뻔한 레이네를 구출한 기사들은 도대체 레이네가 영운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이유를 몰라서 그 이유를 물었다가 진상을 안 몇몇 기사들이 난리를 일으켰다.

" 죽여라 저 배부른노오오옴!!

- 죽여라! 죽여라!!

연병장에서는 가을밤에 옆구리가 시린 종족, 솔로들에 의한 레이네 처형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서는 무언가 범접 못할 광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서 주위에 서 있던 '솔로'가 아닌 기사들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그들 곁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레이네가 묶여있는 기둥을 중심으로 둥글게 서있는 기사들에게선 무언가 암울한 오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 일이 너무 커져 버렸어........... "

영운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자신이 레이네를 두들겨 패는 이유를 들은 일부 기사들이 그야말로 폭주해서 레이네를 화형에 처하려 하는 것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횃불을 손에 들은 멕켈이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음산한 목소리로 레이네에게 말했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단장. "

" .................살려줘. "

" 후, 타협은 없다! "

- 오오!!

멕켈의 외침에 호응하여 그를 둘러싼 기사들이 들고 있던 횃불을 일제히 장작더미에 던지려는 찰나, 어디선가 한줄기 섬광이 날아왔다.

- 슈갹!

" 앗 뜨거!! "

" 누,누구냐!! "

" 레이네!!! "

멕켈의 외침엔 신경 쓰지도 않고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린 사람은 레미엘이었다. 번개가 무색할 정도로 레이네를 묶고 있는 줄을 풀어 쓰러지려는 그를 받아든 그녀는 울상이 된 얼굴을 그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 레이네...............무사해요? "

" 후, 후후.........널못보고 죽는 줄 알았어. "

" 레이네............어디서 이런 상처를............ "

" 신경 쓰지 마.........으윽! "

" 레이네!! "

주위 상황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한동안 닭살 돋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던 두 사람.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레이네가 고개를 떨어뜨리고, 그의 머리를 부둥켜 않으며 잠시 그의 이름을 부르던 레미엘이 그를 살며시 땅바닥에 눕혀놓고, 살기가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든 순간, 주위의 기사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는 끌어낼 수 있는 모든 힘을 사용해서 몸을 날렸다.

" 도망가아~~~~~~!! "

" 다 죽어버려!! "

이일의 주동자인 영운은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잽싼 놈.............. 이 일이 일어 난지 얼마 안 되어 그들은 서로에게 청혼했다고 하니, 결과적으론 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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