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46화 (4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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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붉은 오크족.

시점을 옮겨서 남부 개척군에 옮겨보자. 대륙의 최남단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초겨울이지만 군이 활동하는 데 큰 무리는 없었다. 물론, 겨울에 접어들어, 상당히 흉폭해진 몬스터들과의 싸움은 약간의 피해를 강요하기도 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 대장! 우리 와본건 여기까지 뿐이잖소!! "

" 그렇지. 이 이상 갈라면 조금 위험해진다는 게 문제다. "

흑색창기병의 대장이자, 현재 남부 개척단의 단주직을 겸하고 있는 게인은 같이 정찰을 나와 있던 부하의 말에,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떡였다. 남부의 개척민으로써 그들이 알고있는건, 이 부근까지, 이이상은 그들로써도 위험하기에 나아간 적이 없는 곳이었다.

오크정도의 몬스터들이야 개척단의 인원이 인원이니만큼 상대하기 어렵진 않았다. 오히려 20,30마리씩 몰려다니는 그 놈들은 신병들의 좋은 훈련 상대였다.

" 오거나 트롤 같은 고급몬스터들은 나오지 않았기에 신병들의 사망자는 없었지만 이 이상 간다면 그 녀석들이 산더미 같이 튀어나올 테니. "

"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기쯤에서 멈추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 확실히 그러는 편이................... "

심사숙고하던 게인은 저 멀리보이는, 평원과 그 뒤애 딸린 숲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그곳을 바라보던 게인은 기대고 있던 나무에서 등을 때며 대기하고 있던 부하에게 말했다.

" 방어 상의 이유로라도 저 앞의 숲과 숲을 끼고 있는 산까지는 가야한다. "

" 하지만 대장, 저렇게 가까운 듯 보여도 하루는 가야한다고. "

" 할 수 없다. 일단은 진군이다. "

" 넵. "

지시를 받은 부하는 시무룩하게 손을 들어 이마에 가볍게 갖다대곤 뒤돌아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미 진군대기중인 부대는 그가 달려가서 소식을 전하는 즉시 진군을 개시하리라.

이때까지 사상자도 없이 몬스터들만을 상대로 싸워온 군대이기에 이동하는 발걸음은 가볍고 병사들의 얼굴은 밝았다. 일단 이 개척이 성공만 한다면, 개척되는 토지는 일순위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그들의 발걸음은 더욱더 가벼웠다. 최선두에서 병력을 이끌고 나아가던 게인은 뒤를 돌아보며.

" 로얀, 자네 백인대를 데리고 숲까지 갔다와봐. 아무래도 저 숲, 뭔가 심상찮아. "

" 알겠습니다. "

먼지구름과 함께 지축을 울리면서 달려가는 기병을 보는 게인의 눈은 왠지 모를 불안감에 젖어들고 있었다.

하루거리의 숲이라곤 하지만 보병에게나 해당되는 거리지 경장기병에게 해당되는 거리는 아니다. 세 시간 정도 달렸을까, 로얀이 이끄는 백인대는 숲에 도착할수 있었다. 확실히 개척민으로써 살아온 로얀의 감각엔 저 숲은 위험하니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었다. 그가 이끄는 백인대의 사람들도, 그와 같은 생각인 듯, 힐끔힐끔 쳐다보는 눈엔 돌아가자! 라고 씌여있었다.

" 휴우...........어쩐다............ "

숲의 입구에선 로얀은 고민스런 얼굴로 서있었다. 제대로 된 길도 없는 완벽한 원시림인지라 말을 타고 들어가긴 무리였다. 게다가 숲이라면 자신들의 무기인 창을 제대로 쓸 수 없는 곳이 아닌가. 그때, 숲 안쪽에서부터 무언가의 움직임이 나타났고, 그걸 감지한 로얀은 창을 겨누며 황급히 말을 물렸다. 그가 이끄는 백인대도 말을 몰아 그의 곁으로 다가와서 대형을 갖추며 창을 겨누었다.

- 부스럭!

숲 안쪽에서부터 무언가의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은 점차 그들쪽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긴장한 로얀과 백인대원들은 침을 삼키면서 창을 겨누곤 공격할 태세를 갖추었다. 부스럭하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그들의 긴장은 극에 달했다. 참다못한 그들이 창을 내뻗으며 공격을 개시하려는 순간!!

" 어이쿠! 사람 얼굴 보는 건 오랜만이 로구먼!! 어, 어라? 나 사람이오!! "

수풀을 해치면서 나타난 인영은 자신을 향해 살기등등한 기세로 겨눠져 있는 검은 창을 보곤 기겁해서 두 손을 치켜들며 외쳤다. 살기등등하게 창을 겨누고 있던 로얀은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창을 내렸다. 그러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몸을 굳혔다.

" 사람이라 고오?? "

그의 외침이 평원을 흔들었다.

게인은 로얀이 데리고 돌아온, 절대로 있을 리 없는 곳에서 나타난 사,람,을 난감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 사람은 탁자위에 차려진 음식을 어마어마한 속도로 입에 구겨넣으며 연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 오오, 이런 음식들은 내 40년만이네, 정말 맛있군!! 와구............. "

그의 식성은 한 100일 굶은 오크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게인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를 바라보다, 그가 어느 정도 배를 채운 듯하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저................ "

" 아? 아하하하하!! 이것 참 내 이름도 말하지 않았군!! "

조심스레 입을 연 게인을 바라보던 노인은 무릎을 치면서 크게 웃었다. 한참을 그렇게 웃던 노인은 게인을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 내 이름은 데미온이라고 하네. "

게인은 일단은 수도에 전령을 파견하기로 했다. 데미온이라는 노인이 가져온 안건은 너무도 중대한 것이라 자신의 권한으론 어찌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데미온은 시간이 걸릴것 같다는 게인의 조심스러운 말에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시간은 넉넉하니 걱정말라는 말로 그를 위로했다. 게인은 몰랐지만 데미온은 자신의 이름이 그 왕성에 알려지면 어느정도의 소란이 일어날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급전이라는 게인의 강한 한마디에 전령은 말이 지치면 임펠리아 곳곳에 마련된 초소에서 말을 바꿔타면서 미친듯이 질주하여 본디대로라면 2주는 걸려야할 거리를 6일 만에 돌파해내는 위업을 달성했다. 대신 수도의 왕성에 도착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뻗어버려 황급히 신관들이 달려와 회복마법을 걸어줘야 했지만, 남부지방의 게인에게서 급전이 날아왔단 소식은 각 중요부서의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부서를 맡고 있는 중요 당담관들은 황급히 여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보통의 경우라면 알현실로 가는게 일반적이겠으나 그들의 여왕은 그런 허례허식을 싫어했다. 여왕의 집무실에 들어선 건 남부지방 개척에 관련된 사람들이었다. 재상을 비롯하여 국무대신, 농림부대신, 건설 교통부대신 같은 인물들.

" 데미온이라고!!! "

전령이 헐떡거리며 내뱉은 이름은 그 자리에 모인사람들을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얼어붙지 않은 건 영문을 모르는 전령과 그 이름을 모르는 영운뿐,

" 저, 정말 데미온이라고 했느냐? "

"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는, 남부지방 개척에 관해서 그곳의 토착민이라고 할 수 있는 붉은 오크족의 대표로써 여왕폐하와 만나고 싶다고.................. "

전령의 말에 또다시 집무실은 정적에 빠졌다. 완전히 여왕을 비롯한 신료들은 얼어붙어 있었다. 아무래도 충격이 덜한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뻘쭘하게 서있는 전령에게 물러가서 쉬도록 지시한 후, 아직도 얼어붙어 있는 방안을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 짝!!

" !!! "

영운의 박수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더니 몸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책상위에 비치된 물을 들이켜서 어느 정도 마음을 진정시킨 아리나스가 재상을 바라보며,

" 데, 데미온이라니............진짜 일까요? "

" 거, 거짓말이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아라크네의 정보에 따르면 40년 전,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던 데미온 가르시아의 종적이 남부지방을 향한 뒤로 사라졌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

" 하, 하하......... "

데미온 가르시아!! 마도전쟁이후, 마도의 맥이 끊어져 버리다시피 한 이 대륙에서 유일하게 7서클에 오른 마도사! 마도왕국 누라에서도 따를 수 없는 마도의 지식을 가진 자!

그로인해 마도의 맥이 다시 부활할 거라고 많은 마도사들이 기대했지만, 어느 샌가 종적을 감춰버린 대마도사.

만일 데미온의 존재가 진실이라면, 임펠리아에 부족한 마도의 힘을 채우는데 유력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그가 지니고 있는 마도의 지식을 아카데미에서 교육하기만 한다면, 기초적인 마법사는 쉽사리 만들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데미온이란 인물의 등장에 흥분하고 있을 때, 영운은 데미온이라는 자가 붉은 오크족을 대표하고 있단 것에 주목했다. 그 말은, 인간에 버금가는 지능을 가진 몬스터가 남부의 대지에 존재한다는 말이니까,

" 확실히 저희들로썬 듣도 보도 못한 이야깁니다. 일반적으로 오크들이 다른 몬스터들보단 지능이 높긴 하지만, 나라를 형성할 정도는 아니고, 일반적인 마을정도의 인원수로만 몰려다닌다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

" 만일 오크들의 나라가 진실이라면 우리는 중대한 문제를 떠안게 된다. 오크들의 경우 아이를 낳는데 3개월이면 충분하고 전투가 가능할 정도로 자랄 때까지는 2년이면 충분하지. 거의 무한 대군인걸. "

중신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한창 힘을 모으고 있는 도중인 임펠리아에게 두려운 적이 나타난 것이다. 영운은 무거운 분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가벼운 목소리로 긴장하고 있는 중신들에게 말했다.

" 일단은 대표로 사신을 파견했다고 했으니, 만나보아야 하겠지. 그 데미온이란 사람은 붉은 오크족의 전권대리인이라고 했지? 그럼 우리도 격이 맞는 사람이 가야 하겠군. "

라고 말하며 영운이 아리나스를 바라보자, 아리나스는 그의 눈빛에 담긴 뜻을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떡이며,

" 좋아. 영운 진 가이런 대공, 그대를 전권대리인에 임명하니, 가서 붉은 오크족의 대사와 만나보도록 하세요. "

" 옙 여왕폐하. "

아리나스의 명령에 그 날 중으로 영운을 주축으로 하는 사신단이 결성되어 남부지방으로 급파됐다. 기적의 시간단축을 선보이며 달려왔던 전령도 내려가는 영운의 손에 잡혀서 하루도 쉬어보지 못한 채로 끌려내려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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