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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지방. 붉은 오크족.
데미온이 안내한 오크들의 도시, 붉은 도시는 이름 그대로 붉었다. 도시의 대부분은 흙으로 만들어진 집이었고, 그 흙집의 재료가 적토(赤土)인 모양이었다. 영운은 멀리서 보이는 그 도시의 모습에 감탄사를 터뜨렸다. 영운이 터뜨린 감탄사에 데미온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 저 도시에 상주하는 인구만 30만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오크란 종족자체가 전투종족이니만큼, 여성오크를 제외해도 위급 시에는 15만의 성 수비군이 등장하네. "
그의 말은 정녕 놀라운 일이었다. 15만의 성 수비군이라니! 비록 성벽의 형태가 조악하여 일거에 많은 수의 대군이 들이치면 무너트릴 수 있겠으나, 15만의 대군은 누구 집 개 이름이 아니다. 게다가 그 군대는 1대1능력으론 보통의 병사가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 아닌가.
" 대단하군요. "
" 음, 음, 그렇지, 정작 자네가 놀라야 할 건 따로 있다네. "
" 예? "
" 음, 이건 안에 들어가서 알아보게나. "
데미온은 영운을 끌고 붉은 도시로 향했다.
붉은 도시의 내부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평범한 인간마을의 일상을 보는 듯 했으니까. 왁자지껄 뛰어다니는 오크 아이들의 모습(들고 다니는 게 날이 번뜩이는 스몰엑스였다.) 각 흙집의 열린 창문으로 보이는 오크 아줌마들의 식사준비(허공에 매달린 정체모를 고기를 날이 새파란 식칼로 썰고 있었다.) 심지어는 시장의 모습도 보이고 있었다.(이곳은 평범했다.)
" 인간의 관점에서 보기엔 상당히 받아들이기 힘든곳 이지. 하지만 그 인간의 관점을 버린다면, 이들도 이들 나름대로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네.. 익숙해지면 그만큼 편한 곳이기도 해. 오크들은 인간과 달라서 한번 믿은 상대에겐 무한한 친절을 베풀거든. "
" 대륙의 오크들과 틀리군요. "
" 붉은 오크족의 역사는 저 찬란한 마도문명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네. 이들은 마도와는 또다른 초월적인 힘을 지니고 있어서 저 위대했던 마도제국과도 대등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하네. "
인간들이 이룩한 문명중에 가장 찬란했고, 가장 위대하였던 고대문명! 마법으로 하늘을 갈랐고, 날뛰는 해일을 잠재웠으며, 흔들리는 대지를 진정시켰다. 그 강대함과 오만이 신의 권능, 영혼의 창조까지 이르메 신의 분노가 그 찬란한 문명위에 쏟아졌다. 신이 대륙에 파견한 관조자, 드래곤과, 신에게 가장 가까운 종복이라 할수 있는 엘프와 드워프들, 그들이 인간은 상대로 하나로 뭉쳤다. 신의 명령에 의해서 하지만 마도제국의 인간들은 강했다. 어린아이조차 5써클의 마도사였고, 그들을 다스리던 제국의 황제는 신의 경지를 넘보던 마도사!! 그들은 자신들을 향해 밀려오는 연합군을 향해 코웃음을 날리곤 그들과 전쟁을 시작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마도제국의 패망이었다. 하지만 그건 연합군에 의해서가 아닌, 이 땅에 직접적으로 사역된 신의 분노에 의해서였다.
무수한 유성이 떨어졌다. 마도제국의 문명이 이룩한 곳이면 그 어떤곳이든 상관없이 유성이 떨어졌다.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자부하던 제국의 지배자들도 그 유성을 막아내지 못했다. 무수히 떨어지는 유성속에 인간들은 사라졌고, 신들은 인간을 다시한번 창조해 내었다.
" 라는게, 일반적으로 알려진 우리 인간들의 창세기지. 거기서 알려지지 않은것이 이 붉은 오크들에 관한 이야기일쎄. "
그들의 문명은 강대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문명은 마도제국에 비해 뒤떨어지는것이 아니었고, 마도제국의 인간들이 가지지못한 건장한 육신을 소유하고 있었다. 마도제국은 그들의 힘을 인정하여 그들과 화친을 맺었다. 그들의 오만이 극에 달하기 전까진, 그들의 오만이 극에 달하고, 신의 분노가 지상에 강림하기 직전에 이들이 섬기는 신중에 가장 위대하다고 할수 있는 정령신, 이참나의 부름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붉은 오크들을 그때까지 미개척지였던 남부의 평원으로 이끌어 신의 분노에서 그들을 지켰다고 한다.
" 여기까지가 내가 조사한 이들의 신화이네. 이리저리 왜곡되고 실전되어버린 인간들의 신화와는 달리 이들의 신화에는 왜곡된것이 없고 진실에 가깝다고 보여지네. 내가 평생을 연구해도 모자란것들 천지야. "
라고 말하며 흐뭇한 웃음을 짓더니 갑자기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 아 참. 이걸 말하려는게 아니었는데. 붉은 오크족에 대헤 설명하려 했는데 왜 이런곳으로 빠지는건지......................... "
" 아닙니다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
" 그런가? 하긴 그렇지. 일단은 붉은 오크족에 대헤 설명하겠네. 이들을 다스리는건 인간으로 치자면 국왕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족장일쎄, 족장은 이 남부평원위에 퍼져있는 각 부족 장로들의 모임인 원로원의 협조하에 이들을 다스리네. 보통때라면 족장의 주장은 원로들이 검토하고 그들이 승인해야만 발동되지만, 전쟁같이 비상시국일 경우, 족장의 명령은 절대적일쎄. "
' 맙소사, 입헌 군주국이잖아?? '
놀랍게도 이들의 정치체제는 기초적인 입헌 군주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놀라는 영운을 신경쓰지 않고, 데미온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 종교는 이들 특유의 정령신을 밑는 원시종교, 인간의 프리스트 역할을 하는 샤먼이 있는데, 이들은 인간의 마법사처럼 다양한 주술을 사용하네. 내 격어봐서 아네만 그들의 주술이라고 무시할건 못되네. 내가 이곳에 왔을때가 7써클 초입이었는데, 이곳을 지키는 샤먼들에게 당할뻔 했거든. "
7 써클의 마법사를 위험에 빠뜨릴 힘이라니. 영운은 이곳에 와서 계속 놀라고 있었다. 데미온은 영운을 어디론가 끌고가며 계속 입을 놀렸다.
" 샤먼들의 직위는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거의 없네. 그들의 역할은 다친 오크들이 있으면, 치료하고,오크들이 카꾸는 몇몇 경작물들에게 주술을 걸어주는 역할이거든. 하지만 그들많이 할수 있는 유일한 일이기에 붉은 오크족 사이에서는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네. "
" 그렇겠군요. "
" 어라. 이야기 하다보니 다 왔구만. 이곳이 붉은 오크족의 추장이 사는 곳이네. "
그가 안내한 곳은 하나의 거대한 요새였다.
" 이들이 평화를 사랑하긴 하나 근본은 전투적인 종족일쎄. 밖에서 본 일반 오크의 가정집도 비상시엔 문을 닫아걸고 특수한 장치를 이용하면 하나의 벙커가 완성되지. 이들의 도시는 철저히 전투를 위해 기동되네. "
요새의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전사오크의 안내를 받으며 요새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며 데미안은 황당해 하는 영운에게 설명을 계속했다. 그의 말대로 요새 내부엔 날이 시퍼렇게 서있는 도끼며 칼들이 곳곳에 걸려있어서 언제든지 전투에 나갈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었다. 안내하던 오크전사가 어느 방앞에 'l처서서 뒤를 돌아보며 데미온에게 오크언어로 뭐라뭐라 떠들었다. 데미안도 유창한 오크어로 그에게 뭐라 말하더니,
" 이곳이 붉은 오크의 족장. 렉투의 방일쎄. "
" 그렇습니까? "
문이 열리며 빛이 쏟아졌다.
그곳은 거대한 알현실 같았다.알현실이라고 보기엔 약간 분위기가 살벌한건 사실이다. 주위에 늘어서 있는것이 인간과 버금갈 정도의 떡대 오크들이었으니 말이다. 데미온은 그들 하나하나에게 손을 흔들어주며 나아갔다.그들도 데미온과 잘아는 사이인듯 고개를 끄떡이는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의 뒤를 따라가는 영운은, 그다지 긴장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의 실력이면 이 요새뿐 아니라, 이도시를 뒤집은 다음 탈출할수 있었으니까.
" 렉투! 위대한 붉은 오크의 추장이여, 나 데미온이 그대에게 손님을 이끌고 왔소! "
" 데미온. 붉은 오크의 손님이여. 그대의 수고에 감사하오. "
데미온은 정면의 어둠을 향해 공용어로 외쳤고, 놀랍게도 어둠속에서 공용어로 답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운은 어둠속에서 걸어나오는 그림자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 인간들의 왕국, 임펠리아의 대공, 영운 진 가이런이 붉은 오크의 추장을 뵈오이다. "
" 위대한 정령의 인도를 받은자여! 과한 인사를 거두라! "
' 위대한 정령? '
영운 의아해 하면서도 고개를 들어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보통의 인간남성들보다 더큰 테구에, 타오르는 듯한 붉은 머리칼을 가진 오크, 렉투가 있었다.
" 데미온, 붉은 오크의 손님이여. 당신이 이끈 손님의 목적이 무엇이오. "
" 렉투! 붉은 오크의 추장이여! 이들은 붉은 오크와 영토에 관한 문제를 협상하러 왔소. "
데미온과 이야기를 나누던 렉투가 고개를 돌려 영운을 바라보자, 영운이 한발짝 앞으로 나서며,
" 위대한 붉은 오크의 추장께 말합니다. 붉은 오크가 제안한 영토의 경계는 저희들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어려운것이며, 저는 붉은 오크가 제안한 그 숲까지, 저희 인간들의 영토로 인정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
" 인간의 사신이여. 우리는 선조의 영토에서 물러나고 싶은 마음이 없소! "
" 추장이여! 붉은 오크의 영토를 침범하자 하는것이 아닙니다. 저희들은 붉은 오크와 전쟁을 벌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으며, 또한 붉은 오크와는 친분을 맺고싶습니다. "
영운의 말을 들은 렉투가 주변에 늘어선 오크들을 바라보자, 그들중에서 한 오크가 튀어나오더니,
" 움바카 부족의 낙투가 말합니다. 우리는 선조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선조들이 남겨준 땅을 한 치도 인간에게 넘겨주어선 안됩니다. "
" 락코 부족의 골고크가 말합니다. 위대한 전승에 말하기를, 위대한 정령의 인도를 밭은 자가 있을 것이니, 그는 우리를 이끌 안내자라 하였습니다. 대 주술사께서 말씀하시길, 이번에 우리 부족에 찾아오는 인간이 위대한 정령의 인도를 받은 자라 하였으니, 이는 전승과 일치합니다. 진실로 그가 인도자라면, 우리는 그의 부탁을 들어줘야 합니다, "
아무래도 그들이 늘어서 있는 오크 부족의 원로들 중에 가장 세력이 큰 자들인 모양이었다. 나머지 원로들은 그들의 말에 고개만 끄떡이고 있었으니까. 그들의 말을 들은 렉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때, 영운이 들어왔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고개를 들어 들어온 자를 본 렉투가 크게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외쳤다.
" 정령신의 인도자, 오크의 스승, 이아쿠! 이곳까지 어인 일이오! "
렉투뿐만이 아니라 늘어서 있던 오크원로들까지 크게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인간으로 치자면 주신전의 교황 쯤되는 존재로, 평생을 신전에서 움직이지 않으면서 정령신의 신탁을 기다리는 역할이다. 피로써 전승되는 능력은 아니지만, 대대로 이어지면서 붉은 오크들의 앞일에 중대한 예언을 남기기에 오크들 사이에선 그의 위치는 절대적이었다.
" 이아쿠가 붉은 오크의 왕, 렉투를 뵈오. "
" 예를 거두시오 이아쿠. 스승에게 예를 표하는 법이 붉은 오크에게 있지만, 스승이 제자에게 예를 표하는건 붉은 오크족에게 존재치 않는 법이오. "
" 왕에게 예를 표하는 건 당연한 것이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대왕. "
늙은 오크, 이아쿠는 렉쿠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영운에게 시선을 향했다. 그를 바라본 이아쿠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스쳤다.
" 위대한 빛의 인도를 받은 분이구려, 인사드리겠소이다. 이아쿠라고 하오. "
" 영운 진 가이런이라 합니다. "
영운은 허리를 굽혀 이아쿠에게 인사했다. 옆에 서있던 데미온도 극도의 예를 갖추어 그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 만물의 어머니, 위대한 빛의 사자의 인사는 이 늙은 몸이 부담스럽기 그지없소이다. 그러니 인사를 거두어 주시오. "
" 예, 그런데, 그 위대한 빛이란................ "
" 그건 잠시후에 이야기 해 드리도록 하겠소. "
이아쿠는 영운에게서 시선을 돌려서 렉투를 바라보았다. 렉투는 그의 시선에 고개를 끄떡이며,
" 이아쿠도 알고 있겠지만, 인간들이 우리들의 영토에 들어오려 하고 있소. 우리들의 선조의 영혼과 전사들의 피가 잠들어있는 땅을 한 치도 빼앗길 수 없다는 게 여러 장로들의 의견이오. "
" 그렇습니까................. "
이아쿠는 그의 말에 느릿하게 대답하며 장로들을 바라보았다.
" 장로들의 말을 잘 알겠소만, 얼마전에 정령신의 신탁이 있었소. "
" ! "
" 정령신의 신탁이!! "
" 무슨 소리요! 정령신의 말씀이 계실 때가 아니않소!! "
장로들이 대경실색하여 이아쿠를 바라보았다. 영운역시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인간들의 세계에서 신탁이 안 내려온지 벌써 기백 년을 넘어간다. 하지만 이들에겐 신탁이 내려온다지 않는가. 게다가 눈치를 보니 상당히 자주 내려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실이오. 그 내용은.........."
이아쿠가 말한 내용에 그들이 있는 알현실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얼어붙어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들고 일어나 눈앞의 이아쿠에게 따지듯이 물었다.
"그것이 정말이오? 그것이 정말, 위대한 정령신인 이참나께서 말씀하신 내용이란 말이오!!"
"그렇소이다. 정령신께선 그리 말씀하셨소이다."
- 위대한 빛, 만물의 창조신인 나의 어머니의 인도를 받은 자가 너희들을 찾으리라, 나의 자식들아, 두려워 말고 그를 따를 지어다. 그는 그대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 주리라. -
신탁의 내용에 붉은 오크의 장로들은 침묵했다. 그들의 전체적인 행동방향을 이끌어가는 건 그들의 왕인 렉투의 뜻이지만, 거기에 가장 절대적인 의견을 차지하는 건 그들의 신, 정령신 이참나의 신탁이다. 이참나에 대한 그들의 신앙은 절대적이라고도 할수 있어. 이참나의 뜻이라면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사정인지라 그들은 지금 엄~~~~~청 나게 고민하고 있었다.
"인간의 사자여!"
"말씀하실 것이 있는지요. 위대한 붉은 오크의 왕이여."
"거기 있는 데미온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우리는 인간을 믿지 않소."
영운은 알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떡여 보였다. 데미온에게 들은 그들의 역사는 놀라운 것이었다. 만일 그들의 신인 이참나가 그들을 이끌지 않았더라면, 그들도 멸망의 역사를 피할 수 없었을 터이니 그 생각도 이해가 간다. 붉은 오크의 왕, 렉투는 영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만일, 우리가 그 숲을 그대들 인간들에게 넘겼을 때, 무엇을 줄 수 있겠소?"
"왕이시여!"
"스승이여 이참나의 의지를 반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오. 하지만, 이참나의 의지를 넘어서 오랜 세월동안 이 땅을 피로써 지켜왔던 전사들의 긍지를 함부로 무시할 수도 없지 않소이까."
이아쿠는 렉투의 말에 한걸음 물러났다. 그의 말대로 그들 붉은 오크의 땅을 지키기 위하여 수많은 용감한 전사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도 사실이니까.
" 원하시는 것이 있는지요. 붉은 오크의 왕이여. "
렉투는 영운의 물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사부족이라 자부하는 붉은 오크의 왕답게 그의 몸은 근육으로 꽉차있었다. 마나와 그의 소울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순수한 힘의 전투에서라면, 그조차도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렉투는 영운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 나와 한판 싸워봅시다. "
" 예? "
영운은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옆에 서있던 데미온이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 이상하게 생각할 것 없네. 이들은 전사부족. 서로 내놓은 의견의 절충점이 보이지 않을때는 이렇게 결투로써 그 의견의 가부를 결정하네. 게다가 렉투는 붉은 오크족 내부에서도 제일가는 무력을 자랑하는 전사. 그는 붉은 오크내의 모든 전사에게 존경을 받는자. 그가 자네와의 정정당당한 결투에서 패한다면 붉은 오크들의 전사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네. 보게나. 렉투의 제안에 장로들도 납득하는 분위기 아닌가? "
그랬다. 격렬한 말다툼을 계속하는 찬성파와 반대파의 장로들도 고개를 끄떡이며 호전적인 눈으로 그와 렉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이 아무리 평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고는 하나, 근본은 시체의 산을 쌓고 피의 강을 흐르게 만드는 전사부족. 근본은 속일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 영운도 자신안에 잠들어 있는 호전적인 피가 끌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미소지었다.
" 좋습니다. 한번 싸워 보지요. "
- 쿠워워워워워워!!
영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렉투는 거대한 홀을 울리는 함성을 내질렀다. 왕의 함성소리에 그의 주위에 있던 장로들도 커다란 함성소리를 내질렀다. 그 함성은 전염되듯이 왕의 거처인 요새를 울렸고, 그 함성을 들은 전사들이며 붉은 도시에 사는 일반 오크들도 호전적인 피가 끓어오르는 듯, 하늘을 바라보며 고함을 질렀다. 요새를 울리는 외침소리에 영운은 당황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 이, 이건..? "
" 배틀 크라이, 붉은 오크들이 전투에 들어가기 전에 용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외치는 함성이지. 지금 같은 경우는 결투의 선포를 알린다고 보면 될 걸쎄. 왕의 결투를 말이야. "
데미온의 설명을 듣고 그들의 행동을 납득한 영운은 그들의 외침에 자신의 피가 점점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