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52화 (5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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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그런 그들에 비하면 바티스타가 이끄는 동로군정서 10만 병력을 상대하는 신성제국의 라니움경은 편한 마음으로 행군의 선두에서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분명히 평원에서 벌이는 전투와 공성전은 장수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이 다르다. 게다가 병력도 많은 상황이니 라니움의 마음이 편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상황에 취해서 라니움이 사주경계를 않하는 것도 아니어서 그의 장수로써의 자질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었다.

" 이런 진군속도라면 내일쯤해서 만나겠군요. 전투를 하는 것은 제쳐놓고 말입니다. "

" 후진의 상황은 어떠하다던가? "

" 지금 집결중이랍니다. 이틀 뒤에는 저희 뒤를 따를 수 있다는 보고였습니다. "

" 좋군. 좋아."

라니움은 허허 웃으면서 부관, 글로비를 바라보았다. 글로비는 옆집 아저씨 같은 그의 모습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무리 봐도 14만의 대군을 지휘하는 장군의 인상은 아니었다.

임펠리아의 진격속도는 대륙 역사상 유래 없을 정도로 쾌속한 것이었다. 2만의 기마 병력은 제외한다 치더라도, 10만의 병력들이 5만대의 마차에 타고 보통의 군대가 이틀은 이동해야할 거리를 하루 만에 이동할 수 있었다.

" 이런 진군속도라면 내일 저녁 늦게 노라드 성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음. 조금만 더 전진한 뒤에 군을 정지시키고 야영하도록 하지."

" 알겠습니다."

레이네는 영운이 대답한 뒤에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기자, 그의 곁에서 떨어져서는 그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철갑기마대 소속의 전령병들을 불렀다.

- 그날 저녁. 임펠리아군의 주둔지.

다행히 12만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주위에 정찰병들을 뿌려놓고, 병사들이 머물 천막을 치는 것만도 몇 시간은 걸리는 작업이었다. 레이네나 아크, 게인같은 지휘관들은 각자의 부대를 통솔하느라 바삐 뛰어다니고 있었다. 숙영지의 중앙에 사자의 깃발이 펄럭이는 대공전용의 천막 안에서 영운은, 대륙지도를 꺼내놓고 심각하게 그걸 노려보고 있었다.

노르덴성의 방어병력은 알려진 대로라면 2만의 병력이 지키고 있다. 사실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만일 정도로 작은 성이지만, 영운이 걱정하는 것은 원정군의 제일 약점이자 고질적인 약점인 보급선의 문제였다. 만일 늘어진 보급선을 노라드 성의 지휘관이 소수 정예의 병력을 이끌고 나와 게릴라전으로 보급선을 공격한다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노르덴 성에서 4일거리에는 누라의 대표적인 전투요새인 아리키아 요새가 있지 않은가. 강한 적을 앞에 두고 후환을 남길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 시간을 끈다면 마법병단이 아리키아 요새에 합류한다는 게 문제다............... "

무시한다면 뒤통수가 간지러울 테고, 확실히 하고 지나가자니, 어려운 싸움을 만나게 된다. 어려운 선택이었다. 영운의 고민은 밤늦도록 계속되었다.

임펠리아의 침공소식은 어려운 전투를 하고 있는 제국과 제국을 침공한 신성제국과 삼국연합의 수뇌부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었고, 그 침공규모가 12만이라는, 절대로 만만히 볼 수 없는 숫자라는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가뜩이나 공성전이라는 어려운 싸움을 요구당하고 있던 삼국연합 원정군 사령부는 임펠리아의 진격에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누라의 본국에서 날아온 전문에 안심하고 공성전을 위한 작전수립을 다시금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한 점이 있다면 임펠리아군의 진군속도는 대륙역사상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것이었다는 거였다. 두 마리의 말이 끌게 되어 있는 보병 수송마차는 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아니 그 효용을 그들이 알았다면 경악했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영운의 신경은 노르덴 성 다음에 있는 전투요새 아라키아를 어떻게 점령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노라드 성의 공성에 신경 쓸 입장이 아니었다. 아니, 공성전 경험이 없는 병사들을 훈련시키려는 목적으로 써먹으려 생각하고 있었으니 노라드 성의 성주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그 자리에서 입에 칼을 물고 영운에게 덤벼들었으리라. 영운의 생각이 이런걸 보니, 그는 노라드 성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 마음을 먹은 이상, 시간을 끌 이유는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영운은 전속력 진군을 명했고, 그의 명령에 따라 임펠리아군은 질풍처럼 달려 나갔다.

그날 늦은 저녁, 노르덴 성의 성벽위에서 경비를 서던 경비병이 수많은 횃불과 함께 등장한 임펠리아군에 기겁을 해서는 비상종을 울렸다. 비상종에 뛰쳐나온 노르덴 성의 경비 병력은 점점 좌우로 길게 퍼지고 있는 임펠리아의 군대를 겁먹은 얼굴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 씨, 씨발..........얼마나 몰려온 거지? "

한 수비병이 겁먹은 얼굴로 중얼거린 한 마디는 성벽위의 모든 병사들의 맘을 대변한 말이었다.

" 작은 성이군요."

멀리보이는 노르덴 성을 지켜보던 레이네는 옆에 서있던 영운에게 말했다. 노르덴 성을 유심히 살펴보던 영운은 고개를 끄떡여서 그의 말을 긍정하곤, " 특별히 전략 따위는 필요하지 않겠군. 일단은 전군에 휴식명령을 내리게.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항복을 권해보지."

" 알겠습니다."

레이네는 그의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그의 곁에서 떨어져서 대기 중인 부하들에게 다가갔다. 부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레이네를 바라보던 영운은 고개를 돌려서 불꽃이 늘어선 노르덴 성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그의 눈엔 각자의 무기를 부여잡은 채로 이쪽을 노려보는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영운은 그들의 모습에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돌리며.

" 오늘 공격할 생각은 없는데 말이지. 피곤할 텐데 말이야................. "

하는 수 없는 일이다. 일일이 전령을 보내어 충고 해줄 만큼의 의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피 흘리며 싸워야 할지도 모르는 상대에게 충고를 해서 뭐하겠는가. 부질없는 짓이다 부질없는 짓.

다음날 아침. 막사를 나선 영운은 고개를 돌려 노르덴 성을 살펴보고는 전날 예상했던 대로, 무기를 거머쥔 병사들이 긴장해서는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내저으며 " 아니나 다를까............. "

밤새도록 성벽위에서 이쪽을 노려보고 있던 모양이다. 영운은 설레설레 고개를 젓고는 잠에서 깨어난 병사들이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밥은 먹어야 할 것 아닌가?

배급 막사에서 길게 늘어진 줄을 한번 쓱 살펴본 영운은 밍기적 거리며 줄의 맨 끝으로 다가갔다. 대공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늘어서 있는 병사들은 일체의 변화도 보이지 않고 줄을 유지하고 있었다. 자신의 뒤에서 하품을 하고 있는 대공에게 부담을 느끼긴 하지만, 일반병사들의 배식장소에서 줄을 서서 밥을 타먹는 대공의 모습은 그들이 임펠리아를 출발한 이후부터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익숙해져 있었다.

" 하하 대공전하. 식사하러 오셨습니까? "

" 음? 자넨가, 잘 잤나? "

" 잠자리를 가리는 버릇 같은 건 없으니까요. "

흑색창기병대의 대장. 게인은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거리며 영운의 뒤에 섰다. 대공이 줄서서 밥타먹는데 그가 다른 곳에서 따로 밥 먹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하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 게인을 비롯한 장교들이 이렇게 일반병사들이 먹는 배식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 이유가, 임펠리아 군의 식단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호화스런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딱딱하긴 했지만 성인남자가 먹고 배부를 정도의 크기를 가진 빵 덩어리가 하나. 건더기는 없지만 진한 수프 한 그릇. 거기에 커다란 고기 한 덩어리. 병사 대부분이 노예출신인 만큼 이정도면 거의 진수성찬 수준이었다. 영운은 식판과 식기를 나누어주는 배급병에게 식기와 식판을 받아들고 거기에 음식을 받으면서, " 잘 먹겠네. "

라고 말했다. 벌써 몇 번째 일어나는 일이지만 통통한 몸집의 취사병에겐 견디기 힘든 일인 모양이다. 그는 황송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영운은 식판을 들고 아무 곳에나 주저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 그래, 저 성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

영운과 마찬가지로 식판을 든 채 그의 앞에 주저앉은 게인은 영운을 바라보았다. 영운은 별 관심 없다는 얼굴로,

" 일단은 항복을 권해 보아야 갰지. 항복하면 좋고, 안한 다해도 그다지 상관없는 일이야. "

" 역시 그러실 생각이로군요."

게인은 고개를 끄떡이며 빵을 손으로 뜯기 시작했다. 군용으로 만들어진 물건이라 그런지 몰라도 그냥 씹기에는 곤혹스런 물건이었다.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자네가 항복사절로 가보겠나? "

" 아이고 관두십쇼. 저는 그렇게 무언가를 말하는 데는 약하다니까요."

" 흠. 일단 밥이나 먹자고."

" 넵."

그들은 대화를 중단하고 식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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