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53화 (5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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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영운의 막사 안에 모인 장수들은 영운이 꺼내놓은 이야기에 모두 눈을 부릅뜬 채로 영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가 무슨 이야기이기에 그들이 이렇게나 경악하는가.

" 전하는 이 군대의 총사령관입니다!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단 말입니다!!"

" 위험한 일도 아니고, 적당히 가서 말만 하고 오면 되는 일 아닌가."

" 그러니 그런 일은 아랫사람에게 시키란 말입니다!! 굳이 전하가 움직일만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레이네의 주장은 지극히 타당한 말이라 막사 안에 잇던 장수들의 고개가 일제히 끄떡여졌다. 하지만 레이네의 피맺힌 절규를 영운은 귀를 한번 후벼주는 걸로 깨끗하게 무시했다. 눈이 뒤집혀 버린 레이네는 대공이고 뭐고 볼 것 없다는 굳은 결심으로 애검을 뽑아들고 몸을 날리려다. 철갑기마대의 부관이된 맥켈에게 붙잡혀서 막사 밖으로 끌려 나갔다. 절규하며 끌려나간 그의 뒤를 이어 영운을 말리기 시작한 것은 철각궁기병대의 대장, 세바스찬이었다.

" 레이네 경의 말이 옳습니다. 굳이 전하가 움직일만한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

" 으음................ "

막사안의 장수 중에 세바스찬은 나이가 가장 많고 군 복무기간도 가장 길은 최고참이다. 그런 존재의 말을 그저 무시할 수만은 없었는지 영운은 팔짱을 끼곤 고민하기 시작했다.

" 내가 간다. 여러분은 전투준비나 철저하게 해놓도록."

" ................... "

정정한다. 무시해버렸다 저 녀석. 막사 안에 있던 제장들의 손이 순간 꿈틀거리고 잠시간 막사 안에 살기의 폭풍이 휘몰아쳤지만 유유자적 휘파람을 불고 있는 영운의 모습에 장수들은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겠는가. 여기는 군대고 군대의 기본은 철저한 상명하복이 원칙이다. 계급으로 까자는데 할말이 어디 있으랴.

노르덴성의 수비병들은 밤새도록 긴장한 채 임펠리아군을 노려보고 있느라고 전신에 피곤함을 느끼고 있었다. 몇몇 병사들은 긴장감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각자의 무기에 기대서 졸고 있거나 성벽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긴장감이랑 뭔 상관이냐?) 그러던 그들 중에서 멀리 보이는 임펠리아군의 본진에서 일어난 변화를 눈치 챈 것은 유난히도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진 병사였다. 그는 멀리서 다가오는 단 한기의 기마에 옆에서 졸고 있던 동료를 깨웠다.

" ............무슨 일이야?"

" 저기 좀 보라고. 저거............ "

" 뭘 보라는 거야? 저 빌어먹을 자식들이 쳐들어오기라도 하는 거야?"

" 그런 게 아니고........... "

잠을 자던 병사는 짜증난다는 얼굴로 일어나선 그가 가르친 방향을 바라보았다. 잠에서 깨어나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비벼가며 바라보던 그는, 이내 다가오는 한기의 기마를 발견하곤 얼굴을 굳혔다.

" 뭐 해! 어서 비상종 울려!! "

" 아, 알겠네."

- 땡땡!!

성벽위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노르덴 성의 아침을 울렸다.

영운은 성벽위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소리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병사들의 모습에 살짝 미소를 짓고서는 말을 박차 속력을 올렸다. 치켜들은 은성의 끝에는 하얀색의 손수건이 매여진채로 펄럭이고 있었다.

" 무,무슨일이냐!! "

다가간 성벽위에서 겁에 질린 목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올려보니 갑옷을 걸친 기사 한사람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영운은 은성을 어깨에 걸치며 맞고함을 질러주었다.

"시끄럽다!! 너는 들어가고 급수 맞는 녀석 나오라고 해!!"

"가, 감히! 네놈은 누구냐!!"

"임펠리아 대공! 영운 진 가이런이다!"

"뭐?"

기사는 영운의 외침에 기겁을 하며 놀라더니 그의 머리가 성벽넘어로 사라졌다. 아마 성주에게 알리러 간걸 것이다. 영운은 두려움에 물든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노르덴 성의 수비병들에게 상큼하게 웃어주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성벽너머에서부터 누군가의 얼굴이 튀어나왔다.

"내, 내가 노르덴 성의 성주인 캐빈 노르덴이다! 무슨 일로 왔는가!!"

"알면서 그러냐!! 항복해라!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지!!"

뭐랄까. 이건 항복을 권하는 게 아니라 시비 거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영운의 말에서 항복이란 말을 빼고 굴복이란 말을 넣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 노르덴 성의 성주, 캐빈의 얼굴이 모욕감과 분노로 새빨갛게 달아오르는걸 확인한 영운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애초에 노르덴 성의 항복을 받아낼 생각은 없었다. 전에도 밝혔지만, 영운은 이 성을 수하들의 부족한 공성전 실습대상으로 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닥쳐라!! 추잡한 제국의 개 주제에! 어디 이 성을 점령할 수 있으면 점령해 보아라! 너희들 따위는 몇 만이 몰려온다고 해도 물리칠 수 있다!!"

기대했던 대답이 날아오자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미련 없이 말고삐를 돌렸다. 말을 박차 성에서 멀어지며

"그럼 잠시 뒤에 보자고!!! 하하하하하!!"

멀어저가는 영운의 뒷모습과는 별개로 노르덴 성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병사들의 얼굴엔 이미 절망이라는 두 글자가 씌여있었다.

"대공전하의 안정권 진입확인!!"

"1번기부터 10번기까지 발사 준비 완료!!"

"일제 발사!! 이후에 산탄을 장전하라! 견시수는 착탄위치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 투투퉁!!

임펠리아 군의 최후방에 위치한 이동형 투석기 운용부대. 일명 벼락부대는 장전된 돌들을 일제히 발사했다. 성인 남자의 상반신만한 돌들이 허공을 갈르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일단은 이동형으로 만들어서 크기가 작기 때문에 보통의 투석기에서 볼 수 있는 성벽파쇄의 능력같은건 눈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거기다가 사거리를 더욱 늘리기 위해 날릴수 있는 크기의 돌덩이보다 작은 크기의 돌을 날렸지만 살상력은 충분했다. 제대로 맞을 경우, 병사하나는 확실하게 죽일수 있었으니 말이다. 착탄을 보고하는 견시수의 고함소리를 들으며 벼락부대장 크루츠는 밍기적 거리는 부하들을 독촉했다.

" 전군! 약진!! "

늘어서 있는 임펠리아군의 최선두에 서있던 영운은 벼락부대에서 쏘아낸 돌덩어리가 성벽위에 착탄되는걸 확인한 후에 병사들에게 전진하도록 병령을 내렸다. 병사들은 일체의 잡소리도 내지않은채로 발을 맞추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머리위로 벼락부대에서 쏘아올린 제 2파 공격이 날아갔다.

산탄이라는건 별다른게 아니었다. 다 해져가는 그물에 백여개의 자갈을 담아놓은 것이다. 그 그물은 허공을 날라가는 동안 조각조각 끊어져 버렸고, 수백개의 자탄을 흩뿌렸다.

" 으아악!! "

" 살려줘어!! "

성벽위의 수비병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날아오는 자갈을 피하지 못하고 머리에 구멍이 뚤러있는 병사들. 몸 곳곳에 주먹만한 구멍이 뚤린채로 비명지르는 병사들. 그 모습은 정말로 지옥이었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들의 절규에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들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사신이 다시한번 자신들을 마중나오고 있었으니까.

" 또온다!! "

- 피피핑!!

그들은 지금 당장 살아남기 위해 몸을 날렸다.

" 견시수! 아군과의 거리는?! "

" 아직은 괜찮습니다!! "

" 좋아!! 두 번 감고 한번 조여라! 산탄 장전해!! "

" 두 번에 한번!! 산탄장전!! "

각 이동형 투석기의 조장을 맞고있는 부하들의 복창소리를 들으며 크루츠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벼락부대의 효용은 생각이상의 것이었다. 보통 병사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벼락부대가 쏘아보낸 산탄은 성벽위의 병사들을 무참하다고 할 정도로 학살하고 있었다. 영운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젓고는 뒤에서 대기중인 전령병을 돌아보며,

" 크루츠에게 더 이상의 발사를 멈추라 전하라. "

" 알겠습니다. "

말을 박차서 벼락부대가 있는곳으로 향하는 전령병을 바라보던 영운은 은성을 치켜들며 커다란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

" 전군! 속보로!! "

군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이미 승부는 결정난거나 다름이 없었다. 남은 건 정리작업만이 남았을 뿐이다.

임펠리아군의 노르덴 성 점령이 각 국의 고위계층에게 전해지려면 한참은 걸릴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전투는 일순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의 시간에 끝났다, 성에 입성한 영운은 전쟁에 종군한 신관들을 총 동원하여 살아남은 성 수비병의 수습에 나섰다. 병주고 약주는 짓을 아주 태연하게 저지르는 영운이었다. 영운으로써도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 저들은 아무 죄도 없는 누군가의 아버지요 형제요 자식일 테지만, 전쟁에서 만난이상 그들을 죽이지 않으면 우리편이 죽으니 할 수 없는 일인것이다, 변명에 불과하다는걸 그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그가 가야할 일에 피를 본다고 두려워 하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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