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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여기서 잠시 시선을 돌려서 삼국연합과 제국, 신성제국의 전투를 살펴보도록 하자. 일단 제국 서로군정서의 병력은 삼국연합의 15만 병력에 대항하여 철저한 수성전술을 펼치기로 결심하고, 서로 군정서의 사령관, 라기스트 자신이 성안의 6만군을 지휘하고, 부사령관, 플루오르에게 4만의 군을 맡겨서 성 외곽에 주둔시켰다. 어디까지나 제국의 전통적인 수성전술을 사용한 정석적인 플레이였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것이 최선이었다. 삼국연합군을 상대로 일주일만 버틴다면 중앙 수비군과 남로군정서의 지원 병력이 올 테고, 그들의 병력과 합쳐서 저 간악한 삼국연합의 쥐새끼들을 물리치면 된다. 라기스트는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수성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서로군정서 사령부, 요새 라클코니움을 향해 아무 문제없이 진격중인 삼국연합 사령부는 침중한 분위기였다. 소니아의 브록은 굳은 얼굴로 총 지휘관인 마커스의 루넨을 바라보며,
"저, 정말 이 것 외엔 방법이 없는 것이오? 이런 방법을 사용한다면 병사들의 희생이 너무 크오이다."
" 어쩔 수 없소. 죽은 병사들이야 얼마 안 있으면 도착하는 지원군들로 채울 수 있소. 하지만 저 라클코니움을 점령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올 것 같소이까? 본국의 정보에 따르면 이미 서로군정서와 동로군정서에 한해서 제국의 수뇌부가 총 동원령을 내렸다 하오. 이대로 라클코니움을 점령하지 못한 채로 시간을 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소? 훈련받지 못한 평민들이라 하나 그 숫자는 절대적이오. 잘못하면 국경까지 밀리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역침공을 당할 수도 있단 말이오. "
루넨의 말에는 어디한군데 트집 잡을 곳이 없었다. 물론 역침공을 당하는 건 제국과 국경을 가장 많이 마주대고 있는 마커스일 터, 어쩌면 그래서 루넨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한 건지도 모른다.
" 그럼 공격일자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
" 지금과 같은 진군속도라면 이틀 후에 라클코니움 요새에 도착하오. 하루정도는 쉬어야 할 테니 본격적으로 전투를 벌이는 건삼일 후정도가 될 것이오."
" 확실히 그것이외에 방법이 없으니 일단은 찬성하리다. 우리 마법병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오? "
" 마법병단이 해야 할 일은..................... "
다시금 머리를 맞대고 성 공략방법을 논의하는 세 사람. 그들의 논의는 밤이 깊어감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들의 진군에 거리적 거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일반 귀족들의 사병은 서로군정서의 소집령은 받아 모두 요새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그들 앞에는 무기를 들고 대항하는 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병사들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그들의 지휘관은 어두운 얼굴이 될 수박에 없었다. 이곳의 병력이 없다는 건 그만큼의 병력이 라클코니움 요새에 더해졌다는 소리 아닌가.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일반 병사들에겐 아무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그들은 당장 살아가는 하루에 만족하는 자들이었고, 아직 닥쳐오지 않은 미래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뭐, 몇 일 후에 죽음의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그들에겐 당장이 소중하니까.
삼일 후, 라클코니움 요새에는 긴장이 흘러넘쳤다. 그들의 시야 가는 곳마다 물결치는 인간의 파도는 서로군정서 병사들의 사기를 떨어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병사들은 긴장감에 휩싸여서 마른침을 억지로 넘기면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삼국연합군의 사이사이마다 서있는 거대한 투석기의 모습(이건 제대로된, 수백Kg에 가까운 무게의 돌덩이를 날리는 조립식 투석기다.) 제국군은 두려운 눈을 한 채로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저기에 맞으면 육신은 흔적도 남기지 않고 잘 다져진 고기가 될 것이다. 그들은 죽음의 사신이 눈앞에서 손짓하는 환상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살아남아 줄 테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런 생각을 하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라기스트는 요새에서 제일 높은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서 적들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을 한 것일까. 땀이 흐르는 손을 들어 벽에 문지르며 라기스트는 이를 악물었다. 저들이 이곳까지 진군해오는 동안,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신경 써서 준비했지만 아직도 부족한 감이 든다. 제국의 수성작전은 외부에 주둔중인 군대와의 긴밀한 통신이 제일조건이다. 라기스트는 부하들을 닦달하여 플루오르와의 연락망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점검의 결과, 준비는 완벽하다. 라기스트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어 삼국연합의 진영을 바라보았다. 올 테면 와봐라. 라기스트는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전투의 첫 시작은 삼국연합측, 마커스에서도 정예로 이름 높은 기사단. 랜디오르 기사단의 돌격으로 시작됐다. 말 탄 기사단을 성벽에 꼴아 박으라고 돌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그들의 목표는 요새 외곽에 주둔중인 4만의 플루오르 군을 향한 돌격이었다. 그와 동시에 성을 향해서 투석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슈우우웅~~ 수백Kg은 될 돌덩어리가 날아가는 광경은 장관이라면 장관이었다. 거기에 맞고 죽을 병사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돌격!!"
전장을 울리는 커다란 목소리. 삼국연합의 군사들은 그 명령에 자리에서 떨쳐 일어나 미친 듯이 요새를 향해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지르는 함성은 곧이어 닥쳐올 죽음의 공포를 떨치기 위한 절규, 죽음을 두려워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죽음을 향해 가고 있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전쟁에서 철학을 찾는다는 건 그거야말로 멍청한 일이다. 전쟁터를 지배하는건 욕망, 살아남기 위한, 살아가는 자들의 발악. 바로 옆에서 어제까지 같이 떠들던 동료가 죽어가고 있고, 살려 달라 외치고 있지만, 무시해야만 한다. 전쟁에서 뒤쳐진다는 건, 죽음을 의미하니까.
미친 듯이 활을 당기고, 성벽에 기대진 사다리를 젖혀버리고, 어디선가 들리는 아무 의미 없는 고함에 맞고함을 지르면서 눈앞의,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적을 공격하는 병사들. 그들 눈에 비치는 적의 모습은 똑같은 인간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몬스터 였다.
성벽위에 간신히 오른 삼국연합의 병사들이 제국군 병사가 내지른 창에 꼬치가 되어서 성벽 아래로 떨어진다. 다음 먹이 감을 찾아서 몸을 돌린 병사는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머리를 꿰뚫려서 쓰러져 버렸다.
질주하는 군마의 말발굽 소리에 플루오르가 이끄는 4만의 제국군은 큰 고함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마주쳐갔다. 플루오르가 이끌고 있는 4만의 군대중 3만에 달하는 숫자가 성안에서 기동이 불가능한 기병, 거기에 서로군정서 소속의 기사들과, 서로군정서에 합류해온 귀족들의 기사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었다. 아무리 마커스의 정예중의 하나. 랜디오르 기사단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기병전에 들어가면 기병의 공격력은 기병의 속력이 결정하는거지, 개개인의 기량이 결정하는 게 아니다.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병전에서 일단 낙마한다면 전사로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니다. 거기에 랜디오르 기사단보다 자신들이 수가 더 많지 않은가. 그들은 자신감을 가진 채로 랜디오르 기사단에 맞서갔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오판이었다. 기사의 양에선 제국을 따르지 못하는 마커스지만 질로 따지자면 제국을 능가하는 곳이 마커스다. 그런 곳에서 고르고 고른, 선택받은 자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랜디오르 기사단. 그들은 개개인이 이미 소드 익스퍼트 중급의 검사들이었다. 랜스를 들고 찔러오는 제국기사단에 맞서서 현란할 정도의 창술을 선보이며 그들을 꿰뚫고 나왔다. 서로의 피해상황을 비교해 보아도 이건 말도 안 되는 결과였다.
"제, 제길!!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라! 속도가 떨어진 지금이 기회다!!"
플루오르는 커다란 목소리로 외친 뒤에 직접 검을 뽑아들고 제국 기사단과의 격돌로 속도가 줄은 랜디오르 기사단을 향해 돌격했다. 그의 뒤를 따라 병사들이 커다란 함성과 함께 돌진했다. 이미 전황은 치아간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혼전의 양상을 띠고 있었다.
랜디오르 기사단이 돌격한 외곽의 4만 제국군의 혼란은 삼국연합의 수뇌들이 원하던 상황이었다. 전장에서 떨어진 본진에서 루넨은 랜디오르 기사단이 전투를 벌이는 곳으로 3만의 병력이 지원하도록 조치를 취한 후에, 그의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케인과 브록을 돌아보면서.
"이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몰아붙이고 또 몰아붙여서 저 요새를 함락시키는 일이오. 모두 맡은 일은 숙지하고 계시겠지요?"
"물론이오."
"알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작전대로만 잘 풀린다면 라클코니움 요새는 우리 것이 될 것입니다."
루넨은 결의에 찬 눈으로 광기 가득한 전장을 바라보았다.
성벽을 수비하는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올라오려는 적군을 막아내고 있었다. 저들이 올라오면 지금 살아있는 자신도 죽을지 모른다. 그 때 무기를 휘두르는 병사들의 머리위로, 거대한 불꽃이 작렬했다.
- 콰아앙!!
"크악!!"
"마법병단이다!!"
한 병사의 목소리와 동시에 지금까지 전투에 참전하지 않던 누라의 마법병단 제 일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힘은 대륙에 널리 알려진 이름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마법사들이 2인1조로 붙어서 한 명은 실드를 발현시키고, 다른 한사람은 멀리보이는 성벽을 향해 파이어볼 마법을 구현시켰다. 500명의 마법사가 쏘아대는 파이어 볼은 성벽위에서 저항하던 병사들을 단숨에 제압해 버렸다. 물론, 안전권에 간신히 걸쳐져 있어서 명중탄보다는 성벽이나 심지어는 아군의 머리위로 떨어지는 불발탄이 더 많았으나, 전쟁에서의 마법은 그 위력보다는 화려한 시각효과를 기대하고 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도대로 제국군은 공포에 질려버렸다. 필사적으로 싸우던 병사들의 손이 공포로 굳어져 버렸다. 이럴 때일수록 공포에 질린 병사들을 움직이는 지휘관의 역량이 빛나는 순간이다. 라기스트는 망루에서 뛰쳐 내려와 스스로 성벽위에 올라가 섰다.
"정신 차려라! 마법에 겁먹지 마라!! 이 정도 거리라면 너희들에게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익스퍼트 상급의 기사인 라기스트는 검기를 뿜어내며 병사들이 굳어있는 틈을 타서 성벽위에 올라온 삼국연합의 병사들을 도륙했다. 라기스트의 무위에 힘입어서 제국군은 성벽위에 올라온 적들을 다시 한번 몰아쳐갔다.
아침부터 시작된 공성전은 끝날 줄을 몰랐다. 수적 우위로 약간의 여유병력을 가지고 있는 삼국연합군은 여유병력을 번갈아 투입하면서 제국군을 밀어붙였다. 공선전이 시작하기 전에 브록이 걱정하던 데로, 이 방법은 병사들의 피해가 너무 심한 방법이었다. 애초에 15만의 병력 중에 랜디오르 기사단을 필두로 하여 3만 병력을 외곽주둔군에 돌격시켰고. 10만의 병력을 요새에 돌격시켜 공성전에 돌입했다. 여유병력은 2만 가량. 공성전을 치르고 있는 병력들과 번갈아 교대시키면서 운용하던 2만의 군이 교대할 때마다 숫자가 점점 줄어만 가고 있었다. 휘청휘청 거리면서도 넘어가지 않는 요새의 모습에 삼국연합의 지휘관들은 손을 꽉 움켜쥔 채 요새를 노려보았다.
"으음, 저 녀석들..........."
"저항이 심하구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될 듯도 한데............."
이를 갈면서 전투를 지켜보던 마커스의 다섯 마스터 중에 하나, 루넨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검을 빼들고 말고삐를 당겼다.
"나가겠소! 뒤를 부탁하오!!"
"루넨경!"
케인과 브룩이 기겁을 해서는 그를 말리려 했으나 그는 이미 흙먼지를 남긴 채로 요새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뒷모습을 한숨과 함께 바라보던 케인은
"마법병단을 전진시키겠소. 나는 그 지휘를 위해 가볼 터이니 뒷일을 부탁하오."
"케인경."
"이렇게 된 이상, 이겨야 하지 않겠소?"
케인의 말에 브룩은 고개를 끄떡였다. 지기위해 전쟁을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브록은 자신의 검을 챙겨 돌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예비군 쪽으로 다가갔다. 이제와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지친 몸을 쉬고있던 예비병력은 브록의 지휘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기를 꼬나들었다.
소드 마스터의 참전과 마법병단의 진군에 따른 화력의 강화, 뒤에서 대기 중이던 예비군의 참전과 움직일 수 있고, 무기를 들어 싸울 수 있는 부상병까지 공성전에 다시 달려들음으로써, 간신히 비등함을 유지하던 제국군은 비틀거리면서 밀리기 시작했다. 어느새 성벽위로 뛰어 올라와서 오러 블레이드를 사방에 휘두르며 날뛰고 있는 루넨의 활약에 삼국연합의 병사들이 속속들이 성벽을 점령하고 있었다. 대항을 하려했지만 제국군 측에는 소드 마스터가 없다. 익스퍼트의 기사들이 여럿 덤벼들어 봤자,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성벽은 이미 삼국연합의 병사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있었고, 회복은 불가능해 보였다.
"성문이다. 성문이 부서지고 있다!!"
거기에 결정타를 가한 건 아래쪽에서 수비에 임하던 제국군병사의 외침이었다. 그동안의 삼국연합 병사들의 격렬한 충차 질에도 멀쩡히 견디던 성문이 위험을 무릅쓰고 앞으로 나온 마법병단의 집중적인 성문사격으로 부서지고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미 요새는............ 틀렸다. 라기스트를 비롯한 필사적인 제국군 모두의 생각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병력이라도 보존하여 후일을 노려야 한다. 라기스트는 목소리에 마나를 실어 외쳤다.
"후퇴!! 후퇴하라!! 동문으로 후퇴하라!!"
그의 목소리는 비명과 함성소리 많이 지배하고 있던 요새를 크게 울렸다. 동문이 열리고, 거기로 살아남은 병사들이 달려갔다. 라기스트는 동문을 통해 요새를 빠져나오면서 이를 갈았다.
"돌아온다...............반드시!!"
그의 결심이 어떻든 지간에, 살아남은 병사들은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전투가 종결됐다. 전투의 결과로, 제국은 라클코니움 요새를 잃었고, 10만의 병력이 4만 이하로 줄어버렸다. 외곽의 주둔군을 책임지고 있던 라기스트의 부관, 플루오르도 전사한 걸로 확인되었다. 얼마만인지 모를, 제국의 처참한 패배였다. 그렇다고 요새를 차지한 삼국연합의 사정은 그 기쁨에 축제를 벌일 정도인가. 그건 아니었다. 15만의 군대 중에 제대로 전투가 가능한 병력은 8만여, 대략 7만에 가까운 사상자가 생긴 것이다. 분명 웃을 일은 아니었다. 거기다가 마법병단 1군단에서도 피해자가 나왔다. 성문을 공격하기 위해 무리해서 접근한 결과로, 100여명의 마법사들이 마나역류현상을 겪었거나, 부상을 입었다. 이중, 마나역류현상을 겪은 마법사들은 전사자로 봐도 될 것이다. 그들은 치료불가능의 부상자들이었다. 상처뿐인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