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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임펠리아의 사자궁에서는 아리나스와 브라이언, 크레아 시녀장과. 선왕 아이아스의 다과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허허............ 노르덴 성을 점령했다고?"
"그렇습니다 선왕폐하. 입은 피해도 경미하여 몇 일 뒤에는 아리키아 요새의 공략에 들어간다는 전언이었습니다."
"허허 대단하군."
왕이 교체된 지금 사자궁의 정식주인은 아리나스라 할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선왕. 아이아스가 사용하고 있었다. 힘이 넘치던 옛 모습은 조금씩 몸을 잠식해가는 독기에 사라진지 오래. 지금은 죽음을 앞에 둔 노인의 모습이었다. 아리나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제국의 상황도 좋은 상황은 아니니까요. 얼마 전에 찾아온 사자도 뭐라 뭐라 말이 많더군요."
"그 날은 제 생에 있어서 다신 있지 못할 날이 될 겁니다."
얼마 전, 제국의 사신이 찾아왔다. 일단은 정식의 사절로 찾아온 사람이었기 때문에 알현 실에서 제대로 된 격식을 갖추어 맞았다. 사자의 목적은 뻔한 것. 약속된 병사의 출병은 어떻게 된 것인지 출발은 한 것인지를 물어왔다. 무슨 독촉장을 가진 사람마냥 몰아치는 제국사신에게 아리나스는,
"이미 본 임펠리아의 군대는 누라의 군경을 넘은지 오래요. 그 뿐 아니라, 이미 누라의 성을 하나 함락시켰소이다. 누라의 군대가 회군 안하는 이유는 그대가 직접 누라에 가서 물어보시지 그러시오. 애초에 우리는 협약의 내용을 충실하게 이행했으니 말이오."
무슨 할말이 있겠는가. 사신은 얼굴을 감싸 쥐고는 그대로 제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임펠리아의 신료들은 제국의 사신을 상대로 이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을지는 몰랐다며 크게 웃었다. 아리나스에게도 그날은, 굉장히 기쁜 날이었다.
"하지만 누라도 큰 결심을 했구나. 군을 회군시키지 않다니................"
"승리한 뒤에 저희를 몰아내도 늦지 않는다는 거겠죠. 상관없어요, 저희한테는 더욱 잘된 일이니까."
"후후, 그러냐?"
"아버지의 사위를 믿으시라고요."
"끌끌, 이런 곳까지 와서 남편 자랑이냐?"
"뭐 어때요? 자랑할 만 하잖아요?"
재상과 선왕, 시녀장은 일제히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비상이 걸린 건 제국이다. 남로군정서의 마법통신으로 보고 된 사신의 내용에 따르면 이미 임펠리아의 군대는 누라를 찔러 들어갔다. 그것도 12만이라는 범상치 않은 대군. 그런데 라클코니움 요새를 차지하고 있는 삼국연합 원정군에서 누라군이 움직이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무능한 황제를 대신하고 있는 세 후작들은 밤새도록 머리를 맞대고 의논을 하고 있었다. 앞장서서 이런 일을 처리해야할 황제는 밤새도록 주색에 빠져있었다. 이정도면 언제 쿠데타가 일어나도 상관없는 일이나. 그들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니, 수준급이상의 제국 귀족이라면 알고 있었다. 제국의 황실에 위기가 닥칠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서 문제를 해결하고 사라지는, 수수께끼의 기사단. 130년전 제국을 파멸의 위기까지 몰고 갔던 연합군을 하룻밤 만에 고혼으로 만들어 버린 것도, 그들의 힘임을 세 후작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을 동원하지 않는가. 그 이유는 그들의 통제권은 오로지 단 한명. 황제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황제만이 알고 있는 방법에 의해서만 소집되며, 그 이외에는 절대로 자신이 비밀기사단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이 있기에 황제는 황제로써 불릴 수 있는 것이다.
서부의 패전소식을 들은 세 후작들은, 동부의 바티스타에게 기대를 걸었다. 또다시 그들에게서 패전소식이 들려온다면, 그들은? 정말 싫은 표정을 한 채로 황제에게 가야만 할 것이다. 황제의 숨겨진 힘. 그들을 출격시켜달라고 말이다. 황제의 반응 따위는 안 봐도 뻔한 일. 온갖 생색을 다 내면서 한참을 우려먹은 다음에 그들을 출격 시킬 것이다. 자칫해서 제국의 수도까지 점령된다면, 제일먼저 죽는 건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는 있는 걸까?
세 후작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장본인 바티스타는 근질거리는 몸을 간신히 제어하며 신성제국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었다. 하나뿐인 다리를 통하여 적군을 찍접 거려도 보았지만, 그것도 그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받아칠 뿐, 뭐랄까, 전쟁을 하러 온게 아니라 유람을 온 것 같다고나 할까.
" 저 녀석들, 전쟁을 할 생각이 있는 건가? "
" 글쎄요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입니다만.............. "
" 뭘 기다리는 건지.............. 젠장,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어 들어가고 싶은데. "
" 안개를 기다리는 걸지도 모릅니다. "
" 그건 무슨 소린가? "
" 이 근처 주민에게 들은 이야깁니다. 저 강은 이상하게 수온이 따뜻해서, 이시기에 비가 내리면, 자욱한 안개가 형성된다더군요. "
" 그거야!! "
바티스타는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며 외쳤다. 로너는 그의 생각을 부정하는 의미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 설마, 안개가 낀 도중에 도하를 할 꺼라는 말씀입니까? 그건 저희들이라도 생각할수 있는 방법이라 설마 저 라니움이 사용할꺼라고는 보이지 않는데요? "
" 전쟁은 유동적인것, 그 정도 되는 지장이라면 이런 빈틈을 찌르고 들어올 수도 있지. 어쨌든 방비할 필요는 있지 않겠나? 전쟁에서 방심이란 곳 죽음이네. "
로너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천막의 밖으로 향했다. 바티스타는 갑자기 밀려오는 피곤함을 느끼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 확실히 이렇게 머리를 쓰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신성제국 원정군의 총사령관. 라니움경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주위에 깔려가는 안개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이미 전군에 명령이 하달된 상태기 때문에 원정군은 조용히 전투준비를 시작했다.
라니움의 부관, 글로비는 강의 상류지역에서 라니움이 은밀하게 지시한 작전을 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동안 만든 뗏목의 개수만도 백여 개. 14만의 군대가 건너기엔 턱없이 적은 숫자지만, 강의 표면을 뒤덮기엔 충분한 양이다. 하류쪽에 깔려가는 자욱한 안개를 바라보던 글로비는 주위의 병사들을 돌아보며 조용히 지시했다.
" 내려가자. "
제각각 병사들이 올라탄 뗏목들이 천천히 하류로 향했다.
바티스타는 밤이 깊었음에도 불구하고 잠을 못 이루고 있었다. 바깥은 안개의 바다가 된지 오래였다. 전군에 경계령을 내리고 횃불을 환하게 밝혔지만 강의 표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라면 병사들의 긴장감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럴 때일수록 장수로써의 재능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흐트러지려는 병사들 하나하나를 추슬러서 최고의 긴장감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한순간의 방심은 패배를 부를 뿐이니까.
" 로너. 병사들을 2만씩 5개조로 교대로 휴식을 취할수 있게 하라. 너무 긴장 만하는 것도 좋지 않으니까. 단, 무장의 해제는 용납하지 않으며, 무기를 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두지 말도록. "
" 알겠습니다. "
바티스타는 심호홉을 해서 마음을 가라 않혔다. 흥분은 금물이다. 지금은 기다려야 할때.
" 날이 밝으려면 얼마나 남았지? "
" 3시간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
" 병사들의 휴식상태는? "
" 명령대로 모두 낮 동안 충분한 잠을 잤습니다. 경비를 섰던 몇몇을 제외하면 만전입니다. "
"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군. "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강변에는 신성제국 원정군, 제 1군딘 2만이 도하준비를 마친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 글로비님. "
" 무슨일이지? "
" 뗏목의 속도가 줄어드는 걸로 보아 하류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
" 음. 전원! 소리를 최대한 죽여라! 대화는 모두 수화로 할것이며. 이후 자그마한 소리라도 내는 자는 즉결 처벌한다. "
글로비가 뒤를 돌아보며 말하자 뗏목위에 타고 있던 병사들의 수긍의 의미로 고개를 끄떡였다. 글로비는 손을 앞으로 내저어 전진명령을 내렸다. 들리는 건 물소리와 뗏목이 부딪칠때 나는 소리를 최대한 죽이기 위해 젓고 있는 삿대가 부딪치는 소리뿐. 강 위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길다. 정말 길다. 신성제국군이고 제국군이고 하나같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풀벌레 우는 소리도 나지 않는 완벽한 침묵. 양측의 병사들은 사소한 소리 하나만 나도 무기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여서 약간의 소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조용히 아침을 향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가장 처음 이상을 감지한건 제국군에서도 강변에 가장 가깝게 붙어있는 1군단 소속의 병사들이었다.
흐르는 물소리에 몰려오는 잠을 애써 뿌리치며 감시를 계속하던 그들은, 물소리에 석여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다. 무언가를 젓는 소리. 그 병사는 자신이 소속되어있는 십부의 십부장을 향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 부장님. "
" 나도 들었다. 조용히 이동하여 소리의 정체만 파악하고 본진으로 후퇴한다. "
" 넵. "
동로군정서 1군단은 동로군정서 소속의 5개 군단 중 에서도 가장 뛰어난 정예병들. 그들의 움직임에서는 일체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작은 소리라면 물소리가 묻어줄 텐데도 그들은 발끝으로 풀을 헤쳐 소리가 안 나도록 일일이 신경 쓰면서, 강으로 접근했다.
" ............... "
안개를 뚫고 희미하게 보이는 건, 언뜻 보기에도 수십여 대의 뗏목이 강의 수면을 온통 뒤덮으며 흘러가고 있는 모습. 제국군 병사들은 몸이 굳어버렸다. 그들을 지휘하던 십부장의 바로 옆에 있던 병사가 그의 어깨를 치며 수신호를 보냈다.
' 후퇴합니까? '
' 그래, 전속력으로 본진으로 향한다. '
' 알겠습니다. '
그들은 자리에서 물러나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 뗏목이라고? "
" 그렇습니다, 안개가 끼어 숫자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적어도 백여 개는 될 듯한 숫자였습니다. "
" 백여 개. 벡여 개라.................... "
" 14만의 대군을 도하시키기에는 터무니없는 양입니다. 무슨 속셈일까요? "
고개를 숙인채로 한참을 고민하던 바티스타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무릎을 세게 치며 외쳤다.
" 젠장! 다리다!! "
" 예? "
" 백여 개의 뗏목으론 14만의 병력을 도하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그들을 하나로 연결시켜 이쪽과 저쪽을 연결시킨다면? 그것만으로도 병력이 건널 수 있는 다리가 완성된다! "
" 그, 그렇군요!! "
" 로너! 전 병력을 전투대기 상태로! 기사단을 최선두에 세워라!! 투석기부대는 발사대기 상태로!! "
" 넵! "
제국군의 진영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자던 병사들은 황급히 일어나 무기를 손에 쥐었고, 기사들은 갑옷을 걸쳐 입고 말위에 올라 랜스를 치켜들었다.
" 사령관님!! 전원 준비가 끝났습니다! "
" 음, 해가 밝을 때까지 개인행동은 엄금이다! 자신의 자리에서 휴식을 취하는 건 상관없으나 이탈하는 것은 금지한다. "
" 알겠습니다. "
기사단의 최선두에 서있던 바티스타는 등에 차고 있는 애검을 만지작거리면서 전의를 다졌다.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 사령관님. "
" 글로비 수고했네. "
" 예. 하지만 제국군에게 들킨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뗏목의 숫자가 숫자이다 보니.......... "
" 상관없네. 그런 각오 쯤 이야 예전에 했으니까. 일단은 좀 쉬게. 부교를 놓는 것은 얼마 걸리지 않으니. "
라니움의 말에 감사를 표하면서 자신의 막사로 향하던 글로비는 산성제국의 정예 기사단중 하나인, 성철쇄 기사단이 하얀색의 갑옷을 입고 백마에 올라 전투준비를 마친 채로 대기중인 것을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하나같이 새하얀 갑옷을 입고 마찬가지로 새하얀 백마에 오른 성철쇄 기사단원들은 안장에는 기사들이 흔히 쓰는 롱 소드 대신에 한 자루 메이스를 매달고 있었고, 랜스를 안장에 매달아놓고 있었다. 과도한 긴장감으로 지칠 만도 하련만,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채 강 건너, 떠오르는 해에 점차 걷혀가는 안개사이로 보이는 제국군을 노려보았다. 안개사이로 보이는 강에는 어느새 수십 개의 다리가 완성되어 있었다.
" 장치 완료!! "
" 여기도 완료입니다!! "
" 여기도 완료!! "
신성제국군 원정부대에 딸려 나온 공병부대는 라니움이 강바닥에 설치해놓은 말뚝에 걸려서 더 이상 흘러내려가지 않는 뗏목들을 하나로 묶어서 다리로 만드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작업에 열중한 결과일까. 백여 개의 뗏목은 그들의 손아래서 훌륭한 다리가 되어 있었다.
" 완성한 다리부터 얼른 본진으로 퇴각해라! 다 끝나지 못한 조는 서둘러!! "
" 예엡!! "
뗏목과 뗏목을 밧줄로 연결하면서 기운차게 외치는 부하들을 바라보던 공병부대 대장은 인상을 찡그리며 재차 소리를 질렀다.
" 굼벵이를 삶아먹었냐!! 다섯 셀 때까지 못 끝내는 놈들은 뺑뺑이다!! "
" 대, 대장! "
" 하나!! "
" 우와악!! "
병사들은 기겁해서는 작업속도를 올렸다. 그 속도에 만족한 공병대장은 고개를 끄떡이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작업을 끝낸 병사들이 부랴부랴 연장을 챙기고 본진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를 따라 본진으로 걷기 시작한 공병대장의 눈에, 서서히 다가오는 성철쇄 기사단의 모습이 보였다. 본격적으로 전투가 시작되려 하는 것이다. 동쪽에서 서시히 떠오르는 아침 해의 여명이, 피의 색깔로 물들어 있는 듯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