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58화 (58/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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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대륙이 진동하고 있었다. 제국의 연이은 패배!! 제국의 자랑거리중 하나인 4대 요새 중 하나를 뺏기고. 또 하나의 요새마저 풍전등화의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수백 년간, 대륙의 지배자로써 군림하던 제국을 뒤흔들고 있었다. 제국에 속해있는 몇몇 속국들은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 중에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국에 속한 나라들은 하나도 없었고, 원한으로만 따지자면 임펠리아에 뒤지지 않는 나라가 많았다.

대륙이 진동하던 안하던 전투를 앞두고 있는 영운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2만의 수비군을 남기고, 아리키아 요새로 진군하는 임펠리아군의 선두에서, 영운은 풀리지 않는 공성전의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그가 선택한 전략적인 임펠리아의 진군은 아리키아 요새까지였다. 누라가 제국을 대비하여 만든 중형 전투요새를 점령한다면, 누라에겐 어마어마한 타격일 것이다. 물론 회군을 하고 안하고는 그들 맘이지만, 거기까지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다. 본심을 말하자면, 잘 싸우라고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니까. 그 와중에 희생되는 병사나 일반백성들에게는 심심한 조의를 보내는 바다. 지금은 영운 자신이 지켜야 하는 사람들만 지키기에 벅차다. 영운은 세상 사람들을 다 지켜 보이겠다며 날뛰는 멍청이가 아니었다.

임펠리아 왕국은 축제분위기였다. 거리로 나와서 만세를 부르며 돌아다니는 백성들을 바라보던 아리나스는 지금이 전시임을 감안하여 파티 같은걸 벌이는 것을 엄금했다. 아라크네에서 시시각각 들어오는 보고를 일일이 받아보며, 집무실에 않아있는 아리나스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하루의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랄까. 하루 종일 집무실에 않아서 서류를 들여 보아도 질리지가 않았다.

" 후후............. "

그러고 보면 기이한 만남이다. 어릴 적에 꿈꾸었던 백마 탄 왕자님의 꿈. 그는 그 꿈처럼 멋지게 등장했다. 아무런 연고도 세력도 없는 자신의 편을 들어주겠다며 선뜻 말할 때는, 그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세상을 다 얻는 듯 했다. 그녀의 흑기사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마치, 불가능을 모르는 사람처럼. 사랑을 느낀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가 내 목숨을 구해줄때? 나를 도와주겠다며 웃어 주었을 때?

" 왜 이러지............갑자기 이런 생각을 다하고. "

갑자기 감상적이 되 버린 자신의 모습에 아리나스는 우스운 생각이 들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와 너무 오래 떨어져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집무실 자신의 자시에서 한눈에 보이는 소파에 않아서 묵묵히 자신에게 할당된 서류를 처리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 에휴.............. "

오늘밤은 술이 필요한 밤인 것 같다.

누라가 제국을 대비하여 만든 전투요새. 아리키아는 마도왕국이라는 누라의 명성답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도의 지식이 총동원된 그들의 자존심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요새였다. 조잡하긴 하지만 성벽전체에 걸쳐서 대항마주문이 걸려있고, 그곳으로 흘러드는 식수는 정화마법에 의해 설사 독을 풀어 넣더라도 자동으로 정화되게 되어있으며, 또한, 은밀영의 정보요원들이 목숨을 걸고 빼낸 정보에 따르면, 인간 같은 살아있는 생물은 이동시키지 못하지만, 물건이라면 아무 이상 없이 이동시킬 수 있는 워프마법진이 요새 안에 설치되어 있다고 하니, 장기전으로 가서 고사시키려 해도 그것만은 무리였다. 거기다가 공격에서의 효용보다는 수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마법병단 3군단 천명이 이미 요새에 합류해 있어서 요새점령은 무지무지하게 어려워 보였다.

" 하지만 우리는 저 요새를 점령해야 한다. "

너무나도 당연한 소리였기에 제장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떡였다. 어차피 그들 진군의 목표가 바로 저 아리키아 요새다. 그걸 굳이 되새길 필요는 없다. 그들 모두 가슴 깊숙이 새기고 있는 사실이니까.

" 하지만 대공전하. 아시다시피 저 요새에는 이미 마법병단이 합류했습니다. "

" 알고 있소. 그래서 말인데 말이오. 세바스찬 경. 철각궁기병대에서 마나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이 상당수 있는 걸로 아오만? "

" 그렇습니다. 한 15명 정도 되겠군요. "

" 마나를 사용하여 화살을 날렸을 경우, 사거리가 어떠하오? "

" 저 같은 경우는............... 재대로 재본일은 없습니다만, 벼락부대에서 운용하는 이동 투석기만큼은 날아갈 겁니다. 명중률을 고려하지 않고 말이지요. "

" 명중률을 고려한다면? "

" 일반 궁병의 세배정도일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 거죠? "

" 나머지 대원들은. "

" 마찬가지로 명중률을 고려한다면........ 일반 궁병의 두배 정도는 날아갈 겁니다. "

" 그거면 충분하오. 나중에 그 대원들을 대리고 내 막사로 오시오. 맡겨야할 중대한 임무가 있으니 말이오. "

" 알겠습니다. "

언제나 상식에 안 맞는 행동을 하는 그들의 대공이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하는 건지. 아직 감을 잡지 못한 그들이었다.

아리키아 요새에 도착한 왕국군은 질서정연하게 좌우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보병 이송용 수레에서 내려 군단의 깃발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에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들에게는 얼마 안 있으면 그들이 돌격해야할 저 거대한 요새의 모습도, 그 위에서 그들을 죽이기 위해 배치된 무기들의 모습도, 그들에겐 아무런 중압도 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임펠리아d,; 병사들도 인간이다. 그들도 들은풍월은 있기에 공성전이라는 것이 자신이 죽을 확률이 가장 높은 전투 중에 하나란 것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만일 이 전투에서 그들이 도망친다면, 그들의 등 뒤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영원히 노예의 업을 벗지 못한다. 애초에 진군을 시작할 때 영운이 한 말이 그들의 가슴 속 깊숙하게 남아있었다.

' 이것은 그대들의 전쟁이다. '

병사 하나하나는 조용히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벼락부대 대원들은 이동형 투석기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공성병기의 운용까지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성전을 앞두고 그들의 움직임은 바쁘기 그지없었다.

" 투석기 점검 끝났습니다!~~~ "

" 두 번, 세 번 더 점검해라!! 중요한 때 망가지면 언제 고치나!! "

" 넵!! "

" 거기! 전투 사다리는 어떻게 됬나!! "

" 점검 중!! "

" 서둘러!!! "

" 알겠습니다!! "

마차에서 내려서 조립되어 가는 공성병기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크루츠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크루츠는 그 공성병기들 중에 영운이 직접 그에게 부탁한 '그것'을 신경 써서 살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벼락부대원중에 가장 능숙한 병사들이 '그것'의 조립에 달라붙어 있었다.

해가 중천에 걸린시각. 보통의 군이라면 이동의 피로를 풀기위하여 하루정도 휴식시간을 가져야 하겠지만 마차를 타고 이동하는 임펠리아 군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최선두에 서 있는 영운의 등 뒤에 차곡차곡 집결하여 훈련받은 대로 늘어서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요새를 노려보았다.

영운은 군의 최전방에 서서 아리키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법병단을 상대할 방법은 있다. 그 방법이라면 마법병단을 상대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마법병단이 제외된다면, 저 요새의 전투력은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공성전이란 어느 경우에서라도 피해를 강요하는 전투다. 희생이 없을 리가 없다. 희생이 있기에 전쟁이라 불리는 것이다. 영운은 은성을 들러 아리키아를 겨누며,

" 임펠리아의 영광을 위하여! "

- 와아아아아아아!!!

천천히 임펠리아군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아리키아 요새에서 임펠리아의 진군을 침을 삼키면서 바라보던 아리키아 요새의 사령관, 레이드는 성벽을 내리치며 이를 갈았다.

" 제국의 개들! 얼마든지 덤벼라!! "

누가 들으면 그가 직접 칼 들고 싸우는 줄 알지도 모른다. 마법병단 3군단의 지휘관도 겸하고 있기에, 그걸 상징하는 은빛의 로브를 입은 그는, 적에게 노출되는 것도 상관없이 성벽너머로 몸을 반쯤 내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임펠리아군의 화살이 닿을만한 거리는 아니기에 그는 더욱 안심하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자신감 과잉이긴 했지만 그는 적어도 무능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와중에도, 그의 마나는 활발히 움직이며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공격을 대비했다. 4 서클에 이른 고위급의 마도사였기에 1 서클의 실드마법은 의지의 발현만으로 실행시킬 수 있었다. 일반병사들이 쏘는 화살은 그 걸로도 충분하다.

그렇게 겉과 속이 다른 채로 신나게 욕을 퍼붓던 레이드는 어느 순간, 느껴지는 무언가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들어 마법을 발현시켰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자의 육체는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다고 한다. 그것은 마도사도 마찬가지다. 워낙에 마법사들의 육신이 약해서 그 효과는 미미하지만, 단련이 소용없는 부분, 예를 들어 오감 같은 부분은 마스터보다 그 발전이 더욱 뛰어나다. 거기에 마도사들은 식스 센스, 즉. 육감이 마스터들 보다 더욱 발달하게 된다. 순간, 그는 자신을 노린 살기를 거의 본능적으로 느낀 그는 준비되었던 마법을 발동시킨 것이다.

하지만 날아온 것은 그가 상상하던 보통의 무언가가 아니었다.

- 쉬이잉!!

사람마다 다르다는 특히, 육신의 마나를 이끌어내어 사용하는 마스터들에게서 보인다는 마나 컬러. 노란색의 마나가 휘감은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 마스터의 공격?!! '

그는 당황했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 그것도 이렇게 마나를 실어서 공격할 수 있다면 마스터 중에서도 중급의 경지에 이른 인물, 임펠리아에 그런 인물이 있었단 말인가!!

생각은 길었지만 공기를 찢으며 날아온 화살이 실드의 마나장벽을 꿰뚫고 그의 이마를 뚫었다. 4서클의 마도사, 레이드는 대륙 최초로 시도된 저격에 의해 죽게되었다. 그의 희생은 훗날, 대륙 제일의 악명을 떨치며 임펠리아의 적국의 지휘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저격여단'의 시초가 되었음은 후에 제국전쟁에서나 나올 터이니 넘어가자(뭐하는 거냐?).

하여튼 전투에서 지휘관의 죽음이라는 건 패배의 80%를 차지하는 요소다. 게다가 그 죽음이 어디서 날아온 것인지도 모를 한 발의 화살에 의한 것이면, 더욱 황당한 일이 아닌가.

" 컥! "

" 크악!! "

거기다가. 아까보다 더욱 가까이 다가온 임펠리아군에서 무더기로 화살이 날아와 멍하니 레이드의 시체를 바라보던 마법병단 소속의 마법사들을 맞추기 시작했다. 당황한 마법사들이 외워두웠던 실드마법을 발현시켰지만, 방금 레이드를 격살한 화살보다는 못해도, 3서클을 넘지 못하는 마법사들이 펼친 실드를 찢어버리기엔 충분한 힘이 있는 화살이었다. 그들은 날아오는 화살에 목숨을 잃고 쓰러져 가고 있었다.

영운에게 밀명을 받은 세바스찬과 15명의 철각궁기병대의 대원들은, 말위에서 마법병단이 보이는 족족 화살을 날려 그들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는 모양이다. 마스터인 세바스찬이라면 모를까. 익스퍼트인 그들이 이렇게 신나게 마나를 담은 화살을 쏘는 것을 보니.

" 크하하 열다섯!! 열다섯이다! 내가 선두라고!! "

" 훗! 웃기는 소리 마시지 친구여. 내가 방금 한명 더 맞추었으니 자네보다 하나가 더 많군. "

" 그, 그런!! 용서할 수 없지!! "

한참을 옆에 동료와 말다툼하던 그는, 활을 들어 성벽 위를 겨누었다. 그들이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사실 울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절대 팔이나 다리 같은 곳을 겨누지 않았다. 확실하게 죽음을 안겨줄수 있는 곳만 겨누어서 화살을 쏘아 보내고 있었다. 누군들 좋겠는가. 사람으로서 사람을 죽인다는 게. 그들이 아무리 죽이는 것이 천직인 군인이라도 즐겁지 않은 건 즐겁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스스로의 괴로움을 웃음으로 포장했다. 아마도.............옆의 동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의 고난은 영운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감정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오라이고, 영운은 그 오라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차츰차츰 다가가는 임펠리아군의 머리위로 그들이 쏘아보내는 화살이 날아갈 때마다 영운은 점점 마음속에서 무거워져만 가는 무언가를 느꼈다.

하지만 그래서 전쟁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 느낌을 애써서 무시하며 영운은 창을 들어 뒤를 바라보며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 전군! 진군하라!! "

- 우와아아아아!!

그의 말에 호응해, 임펠리아의 병사들이 있는 힘껏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내달렸다. 병사들은 미리 훈련 받은 대로, 돌진 하는 와중에도 뒤에서 속도를 올리는 공성병기가 지나갈 틈을 만들었다. 그들이 만든 길을 따라서 거센 소리를 내며 공성병기들이 돌진했다.

성벽 위는 대혼란이었다. 성벽위에서 레이드 다음가는 사람은 없었다. 요새의 사령관과, 마법병단 3군단의 명령권자를 동시에 겸하고 있던 그가 사라지자, 그 둘의 명령체계가 갈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경우 지휘관은 야전의 장교들이 맡는 것이 옳지만, 누라는 워낙에 마도사들의 입김이 센 곳이다. 애초에 마법병단과 기사들 간의 알력은 누라의 국왕이 대대로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문제였다.

침착을 되찾은 몇몇 장교들이 혼란해져 있는 성벽 위를 뛰어다니며 혼란에 빠진 병력들을 수습했다. 그들의 명령에 따라 달려오는 임펠리아군에게 소규모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로 소규모적인 공격이었다. 10만의 대군에게 요새 성벽위에 배치된 인원이 모두 쏴댄다면 모를까. 이렇게 산발적인 저항으로는 공격당한 티도안났다.

아리키아 요새의 성벽은 높고, 튼튼하다. 하지만 아리키아 요새의 성벽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요새 방호력의 50%는 합류한 마법병단에 있다. 요새소속의 장교들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방어에만 신경 쓰는 그들에게 호통치고 싶었지만 그걸 실제로 실행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들이 누구인가. 누라의 자존심이고, 누라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들에게, 사령관도 아닌 자가 무슨 명령을 내린다는 말인가. 그래도 가끔가다 생각이 있는 마법사들이 있어서 적들을 향해 마법을 날리는 마법사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어디선가 날아오는 화살의 첫 번째 타깃일 뿐이었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실드에 자신이 가진 모든 마나를 불어넣고 있었다.

병사들이 만들어낸 길을 덜컹거리며 질주하던 운제가 성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멈춰서고, 운제의 옆에 들러붙어있던 병사가 사다리를 조작하여 길게 늘이기 시작했다.

- 철컹!!

사다리의 끝에 장치된 쇠고리가 성벽에 닿는 소리가 들리고, 육안으로도 그렇게 확인되자 병사는 병사들이 들어있는 곳의 벽을 세게 치며. 사다리로 통하는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 무운을!! "

병사의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그곳에서 뛰쳐나오는 병사들은 눈앞의 사다리를 전력으로 타 올라가며 이를 악물었다. 역할을 마친 병사는 황급히 운제의 곁에서 떨어져서는 벼락부대가 있는 후방으로 뛰어갔다. 이미, 그와 같은 역할을 마친 십여명의 동료들이 그와 같은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지휘체게의 붕괴로 불러일으켜진 혼란은 임펠리아의 병사들이 성벽위로 올라와 전투를 개시하자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아니, 그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누라 측 병사들의 본능적인 발악이었다. 올라온 임펠리아군에게 칼과 창을 휘두르며 저항했다. 하지만 이미 넘어가버린 기세는 어쩔 수 없었다. 애초부터 마법병단의 힘만을 믿고서 3만을 간신히 넘는 군대가 주둔 중이었기 때문에 병력의 숫자로도 되는 게임이 아니었다.

" 항복하라! 항복하는 자는 죽이지 않는다!! "

성벽에 놓여진 전투 사다리를 타고서 성벽위로 올라온 영운은 자신에게 창을 내지르는 병사를 라이온 하트를 휘둘러서 베어버리며 외쳤다. 하지만 성벽 위는 죽어가는 자들의 고함과 살아남으려는 자들의 고함으로 뒤덮여 있어서 그의 목소리는, 그들의 귀까지 전달되지 않았다. 영운은 이를 악물고 앞을 가로막는 병사들을 베어 넘겼다. 한 치의 용서 없이 검을 휘두르는 그의 모습은 임펠리아에서 그를 칭하는 별명, 무신의 이름이 정녕 아깝지 않았다.

요새의 곳곳에서 국지적인 전투가 벌어지고 있긴 했지만, 성벽을 넘는 임펠리아의 병사들의 머릿수는 그보다 훨씬 많았다. 요개의 지리에 익숙한 것을 무기로 삼아, 임펠리아군을 막다른 골목으로 유인하여 그들을 상대했다. 마법병단 또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마법을 난사하며 임펠리아군을 공격했다.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성문이 열리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 성문이 열린다! 우리의 첫 전투다!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

" 넵!! "

레이네는 천천히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려가는 성문을 바라보며 무기를 고쳐 쥐었다. 레이네가 이끄는 철갑기마대는, 5000여의 중기병으로 이루어진 기마대를 만들 예정............이었으나, 예상외의 걸림돌로 기마대의 인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한사람의 대원들의 목숨이라도 소중히 해야 하는 상황. 단 한사람의 희생도 없이 '깔끔'하게 이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 레이네는 천천히 돌진을 개시했다. 용린으로 만들어진 마구를 두른 그의 애마는 그의 고삐질에 한차례 투레질하며 걸음을 옮겼다. 아직은 몸에 마갑이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애마의 목을 툭툭 쳐주며 그의 기분을 달래던 레이네는 힘껏 한손의 랜스를 치켜들었다. 그걸 신호로 그와 철갑기마대는 전력으로 돌격을 개시했다.

보병간의 싸움이 누라 병사들의 분투로 혼전에 빠진 가운데. 전신을 철갑으로 감싼 중장기병의 돌격은 쐐기를 박는 행동이었다. 지축을 울리며 돌격하는 그들 앞에, 감히 나서려는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의 상징, 강철의 사자기를 휘날리며 요새를 돌아다니는 그들의 모습에, 아군의 승리를 확신한 임펠리아의 병사들이 환성을 질렀다.

요새의 한켠에서 마법병단과 몇몇 병사들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마법병단과 그들에게 소속된 호위병들이었는데, 일단 그들은 누라에서도 특급의 대우를 받으며 훈련을 받은 정예병들, 거기다가 누라에 대한 충성심이 과다하다할 정도로 들어있는 상태기 때문에 항복이란 건 꿈도 꾸지 않았다. 일단의 병사들이 그들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어 보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힘이 무엇인가. 마법이다. 그들의 앞에 서서 결사적으로 임펠리아의 병사들을 가로막는 호위병들의 분투에 힘입어서 그들은 마법병단에 들어온 이후 다시없다 할 정도로 신나게 마법을 쓰고 있었다.

마법이라는 것은, 발동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전설로 알려진 마도왕국의 마도사들은 말을 내뱉는 것만으로도 마법을 발동시켰다지만 그건 전설일 뿐이다. 병사들과 맞서고 있는 마법병단의 마법사들은 결사적으로 마나를 뿜어내어 실드마법을 강화시켜 시간을 버는 동료의 등 뒤에서 자신이 외울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을 외워 병사들을 공격하여 상당수의 병사를 죽인 상태였다. 1서클 마법인 실드를 유지하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마나가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은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살아남을수 있다는.

절망이 물러가고, 희망이 그들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향해 창을 겨누는 병사들은 겁에 질린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자신들의 공격은 통하지 않지만, 그들의 공격은 자신들을 죽일 수 있다. 병사들이 겁먹은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때, 병사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뛰어올라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다. 그 몸놀림에 따라 날아든 한 줄기 섬광에 그들의 마지막 방패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멸신무투 검기.

극천폭뢰 강맹한 기세로 따지자면 하늘의 낙뢰를 당할 것이 없다. 암천을 가르며 거침없이 떨어지는 낙뢰처럼. 거세게 뿜어져 나온 황금색의 검날이 마법병단 마법사들이 필사적으로 강화시킨 실드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마지막 방패마저 산산조각이 나버리자, 그들의 희망도 깨져버렸다.

" 항복하라. "

만일 끝까지 저항한다면 살려둘 생각이 전혀 없는 영운이기에 황금빛의 검을 그들에게 겨누며 말하는 그에게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기운에 사로잡힌 마법사들은 몸을 덜덜 떨며 황급히 고개를 끄떡였다. 개중에는 그 자리에서 실례를 해버린 사람도 있었다.

- 피슉!!

마법사들의 항복을 받아낸 영운이 손을 흔들자, 그의 손에서 황금빛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서 마법사들의 머리를 관통했다.

" 헉!! "

" 이, 이건?? "

황금색의 기운이 머리를 뚫고 지나간 순간, 자신의 몸 안, 심장에서 돌고 있던 마나 서클의 움직임이 순식간에 봉쇄되는 것을 느낀 그들은 당혹성과 함께 영운을 바라보았다. 영운은 그들을 차가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너희들은 내가 너희들에게 건 금제가 풀릴 때까지,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한다면 너희들의 영혼은 지옥의 고통을 겪게 되겠지."

" 무,무슨........... "

" 시험해보고 싶다면 해도 좋다. 이들을 포박하라. "

영운의 명에 따라 다가오는 임펠리아군에게 마법을 발동시키려던 그들은 갑작스레 찾아오는 커다란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땅을 굴렀다. 영운의 힘은 영혼의 힘. 거의 사기 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강대한 그의 힘은, 다른 이의 영혼을 금제하는 것 따위는 일도 아니었다. 영운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몸을 날렸다. 요새의 곳곳에선 무기를 버리며 항복하는 누라 병사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아리키아 요새는 임펠리아의 손에 떨어진 것이다. 아리키아 요새에서 펄럭이던 탑이 그려져 있는 누라의 깃발이 내려지고, 임펠리아의 사자기가 올라갔다.

" 이겼다아~~~~~~~ "

누군가의 고함이 요새를 울렸다. 영운은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 그래, 이겼다. "

어떻게 생각하면 아리키아 요새의 함락이 너무 쉬었다고도 할수 있다. 하지만 저격이라는 방법은 저 멀리 북방의 유그드라실 왕국의 특수부대인 레인져들이나 가끔 사용하는 방법으로, 그나마 적군병사들에게 공포나 혼란을 주기위해 사용하는 방법이지, 이렇게 저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지휘관을 저격하여, 지휘체계의 붕괴를 노린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발상인 것이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평민출신의 장교는 귀족들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잘못된 이 세계의 명령 구조덕에 승리를 맛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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