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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륙 대전!!
그 웃음소리는 궁 안을 크게 울렸기 때문에 걸어가는 후작들의 귀에까지 들렸다. 그 웃음소리를 들으며 후작들은 아무 말도 없이 궁성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을 놀렸다. 그들의 두 눈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황제라고? 제국의 주인이라고? 선대황제라면, 저 빌어먹을 후레자식의 아비라면, 이 나라의 주인을 자처해도 아무 상관없다. 하지만. 그가! 무슨 권리로! 제국을 이끌어 온 것은 그들이다. 주위의 국가들을 견제하고, 때만되면 병사를 이끌고 국경지방에서 무력시위를 벌여 제국의 힘을 알리고, 제국에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마법을 연구했다. 저 황제가 이 나라에 해준 것이 무엇인가!! 생각이 거듭되면 거듭될수록 그들의 발걸음은 거칠어져만 갔다. 그들의 거친 걸음소리가.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성안을 울렸다.
제국의 상징은 검은 히드라다. 9개의 머리를 가진, 신들조차 두려워하는 독을 품고 있는 전설의 괴수다. 그 상징처럼 제국의 황성은 9개의 거대한 탑이 솟아있어서 멀리서 보면 하늘을 향해 머리를 치켜올린 히드라의 모습과도 같았다. 8개의 탑은 황실의 누구라도 출입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중 가운데의 단 하나. 히드라의 머리중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불사의 머리를 상징하는 가운데의 탑은 오로지 황제많이 들어갈수 있었다.
가운데의 탑에 들어갈수 있는 유일한 문 앞. 황제는 문에 새겨진 검은 히드라의 모습을 보고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손을 들어 엄지를 제외한 손가락마다 낀 반지를 히드라의 머리에 하나하나 갖다대었다. 반지가 접촉 할 때마다 히드라의 머리에 달린 두 눈이 빛을 발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불사의 목을 바라보던 황제는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를 풀어 손에 들었다. 마치 피가 뚝뚝 흐르고 있는 사람의 심장을 들고 있는듯했다.
- 철컥!
목걸이를 히드라의 불사의 목에 접촉시키자 마지막 남은 히드라의 두 눈에서 빛이 새어나오더니 기계음과 함께 강철로 된 문이 천천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열리는 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어둠이었다. 황제는 비릿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천천히 어둠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계단에는 라이트 마법이 걸려있는 발광석이 놓여있어 걷기에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이 탑의 어둠은, 마치 스스로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끈적끈적함을 가지고 있어. 빛을 발하고 있는 발광석들을 끈임 없이 노리고 있었다. 황제가 오른 탑의 꼭대기는 전망대처럼 만들어져 있었다. 천여명은 들어와도 이상이 없을 것 같은 넓은 방안엔, 한 가운데에 놓여져 있는 수정구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 수정구의 옆에는 어둠 속에서도 예리한 날을 번뜩이는 한 자루 단검이 놓여있었다.
황제는 단검을 들어서 날 부분을 손으로 꽉 쥐었다. 익숙치않은 고통이 느껴지고 선혈이 손을 타고 흐르는 걸 바라보는 황제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떨어지는 핏방울이 수정구위에 떨어지도록 했다. 투명한 수정구위를 흐르는 피는 점차 수정구속으로 흡수되듯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투명한 수정구의 내부에서 무언가 형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포효하는 검은 히드라의 문양! 황제는 그 문양을 보곤 광기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
" 크크............와라, 이 나라를 지키는 망령들이여. "
제국의 수도인 영광의 홀은, 수십만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대륙최고의 도시다. 대륙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인간군상들이 영광의 홀에 살아간다. 수정구에 검은 히드라의 문장이 떠오른 순간, 수도의 곳곳에서 살아가던 몇몇의 인간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뒷골목에서 뒹굴던 건달이 갑자기 눈앞의 동료를 뿌리치곤 어디론가 향했다. 다리 밑에서 쭈그린 채로 잠을 청하던 거지가, 갑자기 일어나 눈을 빛내며 걸어가기 시작했다. 작은 가게의 사장이, 어느 귀족가에서 일하던 하인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한 그들에게 공통점 따위는 없었다. 아니, 어느 순간 그 공통점이 생겨나 버렸다.
검은색의 망토, 검은색의 갑옷. 검은색의 검. 어둠을 몸에 휘감은 듯한 차림을 한 그들은 한곳으로 향했다.
황성으로.
망령들. 그들의 움직임을 달리 표현하자면 실체가 없는 유령이라고 말하면 될 것이다. 육중한 중장갑을 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움직임에서는 일체의 불필요한 소리 따위는 나지 않았다. 대륙의 지배자라 자처하는 제국의 수도이니만큼, 수도를 경비하는 병사들은 보통이상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지만, 그들 중 그 누구도 어두운 하늘아래 움직이는 그들을 잡지 못했다.
불사의 탑의 공간에 서서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황제는, 기다리던 자들이 도착하고 있음을 알고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두운 공간에 동화되듯이 나타난 기사들은 황제의 시선에 즉시 제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백, 이백으로 셀 수 있는 인원은 아니었다. 못해도 1000명 정도나 될까.
" 부르심을 받고, 왔습니다. "
검은 기사들 중의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굵직한 목소리로 황제에게 말했다. 황제는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며 그를 바라보았다.
" 내가 너희들을 부른 이유. 잘 알고 있겠지. "
" 제국의 적을 멸하기 위해서. 황제의 적을 멸하기 위해서. "
그것이 검은 기사들을 움직이는 단 하나의 법칙. 그들의 검이 피를 부르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유.
" 내일 너희들에게 실베스트가 찾아갈 것이다. 너희들의 적은 그가 알려줄 터. 그에 따라 제국의 적을 섬멸하라. "
" 넵. "
그들은 눈을 빛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섬멸하라. 황제의 명령은 떨어졌고, 그들은 그 말에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들이야말로 신들이 두려워하던 히드라의 맹독. 그 자체니까.
누라의 수도이 문이 열리고 곳곳에 금으로 된 장식이 달린 화려한 사두마차가 천천히 문을 빠져나왔다. 그 마차의 뒤를 따라서 1000여명의 기마병이 천천히 수도를 빠져나왔다. 그들 중에는 누라의 수도를 지키고 있어야 할 마법병단 2군단의 마법사들이 간간히 보여, 마차를 타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능히 짐작할수 있는 부분이다.
" 즐겁군, 이렇게 수도를 빠져나온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어. "
마차의 문에 달린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조슈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와 같이 마차에 타고 있던 사내가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후우 왕자님. 지금은 기뻐할 때가 아니잖습니까. "
" 쿡쿡...........그렇지. 지금은 이런 하찮은 일에 기뻐할 때가 아니지. "
조슈아는 진지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그의 주시에 부담스럽다는 표정을 으며 왕자에게 말했다.
" 왕자님? "
" 칼스, 여러번 말하는 거지만. 자네 너무 미남이군 그래. "
" ........................ "
왕자 앞에 않아있던 사내. 칼스는 왕자의 말에 기가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몸에서 살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그의 손이 품속으로 파고들어 무언가를 움켜쥐었다. 아마 그는 이 자리에서 왕족 살해범이 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 지,진정하게. 장난인거 잘 알잖나. "
" 다음엔 참지 않습니다. "
" 알겠네. "
품속에서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를 놓는 그를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조슈아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목소리로.
" 누가 어쌔씬 출신 아니랄까봐 성깔은 드러워서.................. "
" 왕자님? "
" 아? 하하하! 아무것도 아니네!! "
왕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의 부하라곤 하지만 눈앞의 미남사내와는 일종의 계약관계라고 보면 될것이다. 지금이야 친구처럼 지내지만.................. 저 사내가 원한다면 흔적도 없이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다는 걸 왕자는 너무나 잘알고 있었다.
칼스는 어두운 오라를 피어올리며 꿍시렁대고 있는 왕자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한번 폭 하고 내쉬고는, " 정말 이정도 인원만으로 요새를 향하시는 겁니까? "
" 설마 일국의 사신을 어쩌려고? "
그 일국의 사신이 문제란 말입니다. 일국의 사신이, 전쟁을 하고있는 나라의 유일한 왕위계승자라면, 대륙의 비판을 감수하고서라도 한번 인질로 잡아볼만 하지 않은가. 하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아도 저 능글맞은 왕자는 흥얼거리며 정체모를 노래만을 부르고 있을 뿐, 걱정은 눈꼽만큼도 없어 보인다.
" 이봐, 그런 시선은 부담스럽다네. "
얼굴을 붉히며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왕자가 던진 한마디에 칼스는 품안의 단검을 다시 움켜잡았다.
' 죽여버리겠어. '
굳은 결심과 함께 그는 검을 꺼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