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65화 (6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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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끝을 향하여..

인간의 몸은, 약하다. 가벼운 충격에도 피부가 찢어지고, 조금 세게 부딪힌다면 뼈 하나가 나가는건 예삿일이다. 심지어는 음식을 먹는 와중에도 턱뼈가 빠지거나, 무거운 짐을 드는 와중에도 관절이 탈골될 수도 있다. 약하다. 정말 약하다. 하지만 그들은 인간, 보통의 인간이 아니었다.

- 쉬시식!!

달리고 있었다. 흑색의 망토를 나부끼며, 흑색의 갑옷을 입은 그들은, 바람을 가르며, 바람을 앞서고 있었다. 붉은 안광은 어둠속에서 더욱 타오르고, 그들이 내뿜는 살기는 그들을 노리고 다가오던 몇몇 몬스터들이 스스로 물러갈 정도로 강렬한 것이었다.

마스터. 검이고 마법이고, 일정의 경지를 돌파해낸 자에게 붙는 칭호다. 나약한 인간의 육신은 마나의 축복을 받아, 가장 적합한 형태로 재구성되며, 그들은 주위의 마나를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게 되다. 마나를 사용함으로써, 말보다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고, 몬스터보다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그들은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들이다.

숨을 들이킬 때마다, 주위의 마나가 그들의 몸으로 이끌려 와서는, 그들의 내부에서 휘돌았다. 마나가 그들의 몸을 돌을 때마다 그들의 몸은 폭발적인 속력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몸이 힘들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그들은 오로지 한 가지 목적만을 위해 존재하니까.

그렇다. 단 하나의 목적. 황제의 적을 멸하기 위해 그들은 존재한다. 그 앞에서는 그 어떤 이유도 빛을 잃어버린다.

" 서둘러라. 얼마 남지 않았다. "

대답은 없었다. 대답대신에, 그들의 속력은 더더욱 빨라졌다. 검은 바람. 그들은 죽음을 부르기 위해 달려가는 검은 바람이었다.

" 것 참. 임무는 달성하지 못했군. "

세바스찬은 난감한 얼굴로 어딘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옆에 있던 레이네도 사정은 마찬가지. 그들은 무얼 바라보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걸까.

" 하하! 이거 굉장하군! 마갑까지 모조리 철로 만들었는데 이토록 가볍다니!! "

한 철갑기마대원의 말을 탄 조슈아는 말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며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고 있었다. 어떻게 된 머리통인지. 왕자의 곁을 지키는 유일한 사람은, 그의 시종으로 보이는 차림을 한 한명의 사내뿐. 나머지는 자신들이 두려워서 다가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래, 저런 반응이 정상 아닌가. 전쟁을 하고 있는 상대국의 군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자들이라면, 당연한 반응 아닌가.

" 하하! 이것 대단하군!! 그래, 임펠리아의 본대는 언제쯤 도착하는 것이오? "

" ..........하루쯤 떨어진 곳에서 진군중이니, 내일쯤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

레이네는 즐겁게 웃으며 말하는 조슈아에게 말했다. 상대방이 일국의 왕자이긴 하나. 전쟁주이니 존대를 할 필요가 없었다. 왕자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고.

" 그래요? 그럼. 이곳에서 머물기로 하고. 내일 봅시다. "

하하 웃으며 손을 흔들면서 어쩌지도 못하고 멀리서 걱정만 하고 있는 신하들 쪽으로 가는 왕자의 모습에 세바스찬과 레이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과 마찬가지로 황당하다는 얼굴로 멀어지는 왕자를 바라보는 부하들을 재촉하여, 그 자리에 야영지를 만들도록 했다. 어차피 하루 정도는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고, 맡은 임무가 있으니까. 그 임무란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레이네는 인상을 구기고 자리에 멈춰섰다.

' 어떻게 겁주라는 거야? 목에 칼이라도 들이대야해?? '

갑작스레 들은 생각이 상당한 가능성이 있어보이자 레이네는 자리에 멈춰서서 그 방법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 겁먹을까? '

대답은 '아니다'다. 그리고 협박을 한다는 것 자체가 껄끄러웠다. 레이네는 한숨을 쉬고는 바삐 움직이고 있는 부하들 쪽으로 다가갔다. 해가 질라면 아직 멀었지만, 상관없다. 누라의 사신단을 만나면 진군을 중지하라 했으니까.

" 왕자님!! "

누라의 왕자가 다가가자 바늘방석에 오른 사람들처럼 랑정하지 못하던 사신단의 사람들이 일제히 뛰쳐나와 그를 맞이했다. 왕자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신하들은 맞이했다.

" 음, 걱정했나? 미안하군. 아무 일 없으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

하지만 만일 왕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가는 수도에 있는 국왕과 재상이 일치단결하여 자신들과, 심하면 자신들의 가족까지 몰살 시킬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그들은 신경을 안 쓸수가 없었다.

" 임펠리아의 총사령관이 내일 도착한다니까.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기로 하지. 준비들 하시오. "

· 그들의 입장에선 말도 안되는 일이고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이렇게 서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는데, 이제는 저들이랑 얼굴 마주대고 자기까지 하란다.

" 와,왕자전하! 그것이 무슨!! "

" 사신으로 왔으니, 임무를 다해야 할 것 아니오. 준비들 하시오."

그들의 얼굴은 구겨지다 못해 파랗게 질려버렸다. 사신단에 끼어들은 이유가 왕자의 눈에 띄어 출세하려함이 목적이었지만, 그들은 출세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잘못되었음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 죽을수도 있다!! '

그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임펠리아의 왕립도서관안에는 아라크네의 총 본부가 있다. 그곳엔 대륙에 깔려있는 정보원들로부터 갖가지 정보가 흘러들어온다. 그 정보의 집합장을 관리하는 건 할슈타인 백작. 음모와 모략의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 아라크네는 그 사람에 적성에 딱 맞는 일이라 할수 있었다. 재상, 브라이언이 관리하던 때보다도 두 배 이상의 효율을 거두고 있다는 것이 아라크네의 존재를 아는 자들의 평가였다.

각지에서 들어온 정보들은 요원들의 손을 거쳐서 등급으로 구별되어 분류된다. B급까지의 정보라면 어느 요원이라도 볼 수 있으며 A급은 1급이상. S급은 여왕과, 그녀가 허락한 자만이 볼 수 있다. 아라크네의 총수. 할슈타인 백작은 여왕의 허락을 받은 몇안되는 인간. 그는 책상에 않아서 방금 매를 통해 들어온 소식을 보고 있었다.

" 10시간에 걸친 전투에도 점령하지 못했단 말인가.................. 대단하군. "

" 그만큼 제국의 요새는 튼튼하단 거겠지요. 라클코니움은 제국이 자랑하는 4대 요새 아닙니까? "

할슈타인은 부하의 말에 긍정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본 것은 남로군정서의 레가르탄. 사신의 임무를 띄고 제국을 방문했을 때 그 거대한 요새의 모습에 얼마나 놀랐던가. 절대로 함락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 철의 요새. 할슈타인 백작은 서류를 손에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 여왕폐하를 뵙고 오겠네. "

" 넵 "

할슈타인은 서류를 들고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가고 난 뒤에 남은 그의 부하는 숙였던 허리를 천천히 들으며 중얼거렸다.

" 제발 여왕폐하의 뜻을 저버리지 마십시오 백작님. 당신은 모실만한 상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그는 천천히 방문을 열고 방에서 빠져나갔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여왕,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국왕의 집무실치고는 상당한 위용을 자랑한다. 일반적으로라면, 궁궐에 가장 깊숙한 곳이 있어서 이정도의 경비 병력이 붙는 일은 없지만, 복도를 근위기사단의 기사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일정거리마다 늘어서 있는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보며 자신의 임무를 다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여왕의 집무실 앞이다. 그곳엔 현 근위기사단 단장인 레미엘 이슈타르가 지키고 있었다.

" 오셨니까. "

" 게시느냐? "

" 넵.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레미엘은 고개를 숙이고는 허리에 찬 주머니에서 길쭉한 수정본을 꺼내더니 할슈타인 백작에게 다가가 그의 몸을 쓸었다. 백작은 아무 저항 없이 조사를 받아들이며,

" 여전히 철저하구나. "

" 아버님께 배운거니까요. "

할슈타인 백작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안전한 것이 확읹하버 래마앨은 문을 열어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누가 찾아왔노라고 고해야 하지만, 여왕의 명으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들어와도 된다는 명령이 떨어진 뒤라 레미엘의 행동엔 거리낌이 없었다.

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서자, 자신의 집무실에서 전혀 다를 것이 없는 여왕의 집무실이 나타났다. 여기서 또 여왕의 남다른 점이 드러난다. 검소하다. 왕실의 생활비를 대폭 줄이고, 여왕자신도 그 흔한 보석하나 사지 않았다. 보통 왕실의 여인라면 수십벌을 가지고 있을 드레스도. 대여섯벌 뿐. 향간에는 백합긍의 수석시녀인 유모가 그녀를 설득해보려 했지만 여왕도 이점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고집했다고 한다.

" 어라. 백작이군요. 어서 거기에 않으세요. "

집무실안족으로 딸린 세면장에서 여왕이 나왔다. 별 장식없는 수수한 하얀 드레스, 발금 세면을 하고 나왔는지 물기가 묻은 얼굴. 세면이란 간단한 일을 하고 나온 모습이었지만 신하에게 보여줄 위엄있는 모습은 분명 아니었다.

" 여왕님, 소신, 누누이 말씀드렸지만.............. "

" 뭐 어때요 소문날 것도 아닌데. 그래, 무슨일이에요? "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서류를 그녀의 책상에 내려놓았다. 백작은 철저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직접 이곳까지 들고올 정도의 정보라면 특급의 정보다.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알고 있는 아리나스는 지체하지 않고 서류를 들어 읽어 내려갔다. 서류의 내용에 놀란 아리나스는 눈앞의 백작을 바라보았다.

" 휘하의 부하들은 살고자 하는 삼국연합군의 발악의 승리라고 하더군요. "

아리나스는 부인하지 않았다. 마법병단의 활약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그만한 병력차를 물리쳤다는 건 인간승리라고 할 수 있다. 궁지에 몰린 인간의 저력이란. 정말이지 놀랍기 그지없다.

" 하지만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원하던 대로군요. "

" 동로군정서의 바티스타는 신성제국의 라니움과 대치상태를 유지하고 있답니다. 분명히, 무언가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다면 장기전으로 갈 확률이 높습니다. "

아리나스는 고개를 끄떡였다. 달라진 일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바고, 영운이 예상한 대로였다.

" 알았습니다. 계속 수고해주세요. "

" 알겠습니다. "

그것이외에는 특별히 보고할 사항도 없었디에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그녀의 집무실을 나섰다. 집무실을 나오자, 문앞에 대기하고 있던 레미엘이 약간은 굳은 얼굴로 그녀의 부친에게 다가갔다. 백작은 흔히 볼 수 없는 딸의 굳은 얼굴에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 무슨 일이냐. "

" 잠시..........말을 나누고 싶습니다. 시간이 되실런지요. "

" 일이 바쁘긴 하지만 딸과 차한잔 나눌 정도의 시간을 못 쪼개 갰느냐. 무슨 이야긴지 들어보자꾸나. "

백작은 앞장서서 왕실에 마련된 자신의 휴게실로 향했다. 부하들에게 여왕의 집무실을 빈틈없이 지키도록 명령한 레미엘은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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