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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끝을 향하여..
커다란 그의 대검은 들어서 그의 앞을 가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방패가 되었다. 그렇게 화살비를 뚫고 전진한 바티스타는, 우왕좌왕하는 기사들의 가운데를 지나가며,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외쳤다.
" 말고삐를 잡아라! 창을 세워라! 우리는 자랑스런 제국의 기사들이다!! "
그들을 이끌던 대장은 전사한 상태. 바티스타는 얼굴을 찌푸리곤 대열을 수습하는 중장기병의 선두에 섰다.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어서 그냥 전진만을 반복하여 무의미한 전사자들을 늘리던 중장기병대는, 그들의 앞에 버티고 선, 바티스타의 등 뒤로 모여들었다. 다시금 굳건한 대열이 갖추어지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티스타는 화살을 쳐내는 손길을 늦추지 않으며 말머리를 돌려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철쇄 기사단을 향했다.
" 가자! "
- 우오오오오!!
기사들은 함성을 지르며 돌격을 개시했다. 많은 수가 전사했다지만 아직도 중장기병의 숫자는 8000이상. 대검을 휘두르며 나아가는 바티스타의 뒤를 따라 중기병들이 움직였다.
" 로너님! 사령관님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
병사의 말처럼, 중기병대사 머리를 틀어서 통나무로 막혀있지 않는 또 하나의 문으로 전진을 시작한 것을 확인한 로너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나팔수를 보고 나팔을 불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떡였다.
- 뿌우우~~ 나팔수가 나팔을 불자, 대기하고 있던 보병병력이 일제히 진군을 시작했다. 중장보병을 전방에 내세우고, 창병을 그 다음에, 검을 소지한 경보병과, 마지막으로 궁수들이 포진한, 가장 기본적이고 튼실한 진형을 유지한 채로 전진을 시작했다.
" 과연............ 그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 부하들을 이끌 줄이야............ "
라니움은 돌격방향을 바꾸어 성철쇄 기사단쪽을 향한 중기병들의 선두에선 거한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위기에 빠진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가리지 않는 그 모습은, 적과 아군을 뛰어넘어 경의를 표할만한 일이었다.
" 사령관님. 적군이 진격을 시작했습니다. "
" 오.......... 멋진 솜씨야. "
중기병이 공격방향을 돌림과 동시에, 나팔소리가 전장을 울리더니, 중장보병을 앞에 내세운 제국군 보병병력이 진군을 시작했다. 이미 우익의 궁수들은 화살을 쏘는 것을 멈추고,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
" 저 방해물은 기병이라면 모를까 보병에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궁병들은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일제발사 후에 2군단의 뒤로 빠져서 대기. 2군단을 비롯한 군단들은 근접전투에 대비하라. "
" 알겠습니다. "
" 그리고................나도 나간다. "
" 네? "
" 적의 총사령관이 전선에 나와있는데, 이쪽의 총사령관이 나가지 않는다면, 전선의 병사들의 사기문제다. 글로비, 그대는 우익의 병사들을 지휘하여 적의 군대를 맞으라, 병사 수에서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이니, 방어에만 치중한다면 물리치기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
" 알겠습니다. 몸조심 하십시오. "
글로비는 라니움의 말에 아무런 반론도 하지 않고 우익을 향해 달려갔다. 라니움은 천천히 말에 올라 좌익의 성철쇄 기사단을 향해 다가갔다. 오랜만에 적수를 만난 느낌이랄까. 흥분으로 떨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라니움은 기사단의 최선두에 섰다. 하지만 그가 합류해도 기병들의 전력이 압도적으로 뒤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걸 따라잡기 위해 라니움은, 중앙의 정예 궁병들을 좌익에 합류시켰다. 궁병들은 자리를 잡고앉아서 화살을 시위에 먹였다. 이제 명령만 떨어지면, 그들은 화살을 하늘을 향해 쏘아올려 제국군을 향해 퍼부을 것이다.
" 주신의 이름으로! "
검을 치켜들며 라니움이 주신의 가호를 구하자, 천천히 그의 검이 빛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신성마법의 궁극에 이른 팔라딘많이 사용 할 수 있는 홀리소드. 주신의 축복이 자신들에게 머무는 것을 확인한 팔라딘들의 전의가 타올랐다.
- 빠아아아아~~ 이미 궁수대에겐 사정거리에 들어오면 명령 없이 발사하라는 명령을 내려두었다. 그에 따라 궁수들은 화살을 먹인 활을 들어서 시위를 힘껏 당겨 하늘을 겨누고 있었다. 바티스타를 선두로 제국군 중기병은 강철의 파도가 되어 밀려들었고, 그들이 사정거리에 들어오자, 궁수들은 일제히 시위를 놓았다.
- 쉬쉬식!!
궁수들이 쏜 화살이 하늘을 새카맣게 뒤덮었다. 손이 빠른 궁병들은 벌써 다음화살을 날리고 있었다. 라니움은 기사단을 준비시켰다. 저 일제사격을 뚫고 제국의 중기병이 다가온다면, 그다음은 그와, 성철쇄 기사단이 나설 차례다.
" 방패를 들어라! 속도를 늦추지마! "
바티스타는 날아오는 화살비를 보곤 주위를 돌아보며 외쳤다. 중기병들은 안장에 걸려있던 라운드 실드를 들어 날아오는 화살비에 대비했다.
- 타타타타탕!
화살에 부딪힌 화살들이 콩복는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갔다. 피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까완 비교도 안될 정도로 피해는 적었다. 바티스타는 대검을 휘둘러 날아오는 화살무더기를 쳐내곤 말을 박찼다. 최대한으로 서둘러서 저들에게 접근하지 않으면 싸워보지도 못하고 화살꽂이가 되어 죽을 것이다. 바티스타를 따라서 중기병들은 죽을힘을 다해서 말을 몰았다. 적진은 이제 눈앞이다. 적진에 돌입하기만 하면, 그들의 가슴에 랜스를 틀어박아 제국의 힘을 보여주리라. 제국은 최강이다. 날아오는 화살에 주위에서 동료들이 죽어나갔지만, 바티스타가 앞장선 제국군 중기병은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았다. 투구사이로 보이는 그들의 눈은, 강철 같은 의지 많이 가득했다. 흔들리지 않는 그들의 전진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적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미친 듯이 화살을 쏘던 궁병들은 제국 중기병의 돌격이, 설정해 놓은 한계선을 넘어서자, 화살을 쏘는 것을 멈추고는 잽싸게 후방으로 물러났다. 몇몇 병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까와는 달리 동료가 쓰러져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전진하는 그들의 모습은, 바라보는 이들에게 중압감을 넘어선 공포를 주는 것이었다. 바삐 물러나는 그들의 앞으로 나서는 건 하얀 갑옷을 빛내며 서있는 성철쇄 기사단. 스스로에게 축복을 걸은 성철쇄 기사단은 하얀빛을 잔광처럼 흘리면서 랜스를 들어 제국군을 겨누었다. 그들 역시 제국군의 몸을 사리지 않은 돌격에 겁먹은 것은 마찬가지지만, 전투에 앞서 스스로에게 걸은 축복은, 신이 자신들을 보살핀다는 뜻이었기에 그들은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그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위치에 섰다. 그들의 선두에 서있던 라니움은 홀리소드를 들어 이제는 거칠 것 없이 돌격해오는 제국군과, 그 선두에서 대검을 들어 자신들을 겨누며 부하들에게 외치고 있는 바티스타를 겨누었다. 그리고 외쳤다.
" 우리에겐 신의 축복이 함께한다!! "
- 주신의 영광을!!
기사들은 허리를 앞으로 숙여 말목에 바짝 붙이면서 돌격을 개시했다. 그것은 제국군도 마찬가지, 지축을 울리며 양측의 말발굽이 엇갈렸다.'
" 크아악!! "
- 히히힝~~ 찔러 들어오는 제국군 기병의 랜스를 피하지 못한 성철쇄 기사단원 한사람이 가슴을 찌른 랜스를 붙잡고 말에서 떨어졌다. 랜스를 버린 기병은 안장에 매달려 있던 메이스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성철쇄 기사단원에게 날렸다.
" 컥! "
메이스로 그 기사의 머리를 날려버리는 것엔 성공했지만, 랜스를 피하지는 못했다. 치명적인 부분은 피했지만, 어깨를 꿰뚫려 버렸다. 어깨를 감싸 쥐고 비틀거리는 기사의 등뒤에서, 신성제국의 기사가 메이스를 휘둘렀다.
- 퍽!
휘둘러진 메이스에 머리를 격중당한 기사는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그 기사는 마찬가지로 등뒤에서 그를 꿰뚫은 검을 바라보다가 말에서 떨어져 버렸다. 이미 피아의 구분이 없었다. 주위에 있으면, 살아서 움직이면, 무조건 적이었다. 지금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전쟁의 승리도, 자신의 명예도, 동료의 복수도 아닌 개인의 생존이었다. 하지만 격렬히 싸우는 와중에도 기사들은 전장의 한곳에는 절대로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전장에 어울리지 않는 폭발과 폭음이 지배하는 그곳. 라니움과 바티스타는 무기를 휘둘러 상대방을 공격해 들어갔다.
- 콰콰쾅!
신력과 마나는 반발하는 힘이다. 신력은 높이 올라 귀의하려하고, 마나는 넓게 퍼져 지배하려 한다. 애초에 융합할 수 없는 융합하려 하지 않는 극과 극의 힘.
- 쿠쾅!
신성력의 결집. 그자체인 홀리소드와 마나를 다루는 기사의 상징인 검기의 충돌은, 검으로 대결하는 것 같지 않은 폭음과 폭발을 동반했다. 자신의 힘과 무기의 거대함에서 나오는 이점을 십분 살려서 바티스타는 라니움을 마치 광풍처럼 몰아치고 있었다.
" 크윽! "
홀리소드를 사용하면 신의 축복으로 몸의 기능이 대폭 향상한다. 하지만 그렇게 향상된 몸의 기능도 바티스타의 공격에는 견디지 못했다.
- 쿠앙!
한번 막아낼 때마다 손이 저렸다. 홀리소드를 사용하지 않은 평범한 검이었다면, 진작에 자신은 검과 함께 두 동강이 났으리라. 놀란 것은 바티스타도 마찬가지. 제국에서도 이름난 기사인 그가 사용하는 검이니 만큼, 범상치 않은 명검이고, 검기까지 사용하여 검을 보호하고 있었음에도 한번 검의 격돌이 있을 때마다 검의 이가 빠지고 있었다. 그들의 일기토가 호각이었지만. 그들 주위에서 벌어지는 중기병간의 싸움도 호각! 두 번에 걸친 일제사격을 통하여 수가 줄은 제국의 기병은 스스로에게 축복을 걸어 싸우는 신성제국의 기병과 단숨에 승부를 내기 어려웠다. 그들은 난전에서 한계이상의 힘을 발휘하며 싸우고 있었다.
로너는 보병들의 진형을 재편성 했다. 병력은 이쪽이 열세임이 확실하다. 저들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최정예의 중장보병. 로너는 그들에 맞서서 중장보병을 앞장세우고, 창병을 뒤로 빼, 예비대의 임무를 주어 대기시킨 뒤에, 중장보병의 뒤에 따라붙을 경보병중에 특히 체구가 크고 그 용맹이 뛰어난 병사들을 뽑아 그의 곁에 대기시켰다.
- 뿌우~~~ 돌격의 나팔이 울리고, 병사들이 발을 맞추어 전진하기 시작했다. 최전선에 서서 다가오는 적들을 바라보는 중장보병들은 방패를 굳세게 움켜잡고, 다가오는 공포를 애써서 몰아냈다. 최전선에 서있는 그들은, 흐트러진 모습을 아군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그들이 흐트러진다면, 그들을 따라가는 전열이 흐트러지고, 아군의 사기도 내려간다. 뺨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양측의 병사들은 방패를 움켜잡으며 공포를 억눌렀다. 점점 다가오는 상대방의 투구사이로, 빛나는 두 눈이 보이고 그들이 숨쉬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았다. 검을 뽑아들었다. 그리고 달렸다. 이미 손만 내뻗으면 무기가 닿는다. 진형이고 뭐고 상대방보다 검을 휘두르는 것이 늦다면, 내가 죽는다. 최전선의 방패를 든 중장보병이 상대방을 밀어붙여 만들어낸 틈으로 후열에서 검을 뽑아들고 서있던 중장보병이 돌입해 들어갔다. 검과 검이 오고가고, 비명과 욕설이 난무하는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보병들이 전투를 시작하자, 그들을 지휘하던 글로비는 제국군보다는 숫자가 많다는 장점을 이용하여 뒤에서 대기하던 보병들을 차례대로 투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글로비가 상상도 못하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제국군 중장보병이 취하고 있던 진형이었다.
중장보병을 10~15열의 횡진을 50열에 걸쳐서 배치했다. 일반적인 방진이 횡 5~10열에 종으로 12열인 것이 일반적이다. 병사들의 진용이 두터우면 뒷줄에 있는 병사는 전투에 참가하지 못한다. 실질적인 병력은 앞 열의 몇 명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로너는 돌격력에 주목했다. 병력의 차는 뒤집을 수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대한도의 공격력을 끌어내어 저들의 지휘체계를 직접 공격한다. 로너가 내세운 작전의 주요목표였다. 50열로 이루어진 중장보병의 돌격. 앞의 중장보병이 쓰러지면 후열의 보병이 한발 앞으로 전진하여 그 틈을 채웠다. 그것은 싸우는 신성제국군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다가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50열이란 상식을 벗어난 두께로 만들어진 대방진의 전력은 마르지 않았고, 그 끊이지 않는 공격에 12열에 지나지 않은 신성제국의 보병들은 확실하게 그 숫자가 줄어가고 있었다. 승기가 눈에 보임을 확신한 로너는 망설이지 않았다. 근접전투에서는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창병들을 떼어내어 만든 예비대쪽을 돌아보며 그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 돌격!! "
그들의 선두에 서 있던 장수가 검을 뽑아들고 돌격의 명령을 내렸고, 자리에 앉아서 힘을 모으던 창병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언덕을 달려 올라갔다. 불꽃과도 같은 그 기세는 무너지기 시작한 신성제국군에게 틀어박혔다. 그것이 결정타였다. 균열이 가기 시작한 중장보병의 성벽은, 예비대의 돌격으로 완전히 깨져버렸다. 제국의 중장보병들은 멀리 보이기 시작한 신성제국의 지휘부를 향해 묵직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