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79화 (79/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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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끝을 향하여..

영운이 이끄는 임펠리아 원정군이 국경을 넘었다. 이제는 굳이 원정군을 유지시킬 칠요가 없어진 것이다. 영운은 각 군단장들을 불러서 그동안의 무훈을 치하하고, 각자의 주둔지로 돌아가도록 조 치했다. 이미 각 주둔지에는 여왕이 보낸 술과 음식 같은 위문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을 것이다.

각지로 흩어지는 군단들을 전송한 영운은, 철갑기마대와 철각궁기병대 만을 이끌고 수도로 향했 다. 아리나스는 그들의 도착에 맞춰서 직접 수도의 성문에 서서 그들을 맞이했다. 기사들은 그녀 의 행동이 놀라울 뿐이었다. 대륙의 그 어느 왕이 이런 일을 할까. 그들이 관심 있는 것은 기사들 이 가져오는 승전보일 뿐이지 전장에서 피 흘리며 싸운 기사들의 노고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눈 앞의 주군은 달랐다. 전공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무릎 꿇은 기사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주며 살 아서 돌아온 것이 가장 큰 공이라고 몇 번이나 말하고 있었다.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이 기사들의 가 슴을 적셨다. 저분이 나의 주군이구나! 그런 감동에 뒤이어서 젖은 기사들의 가슴을 불태우는 무언 가가 있었다.

' 저것이 의도한 일이라면 무서운 일이겠지만, 의도하지 않았기에 더욱 무서운 것이 지............. '

기사들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하는 아리나스의 태도에는 한 치의 거짓도, 가식도 보이지 않았다. 그 렇기에 기사들이 감동으로 몸을 떨고, 마음 깊숙한 곳에서 충성을 맹세하는 것이리라. 사람을 부리 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그녀는 본능적으로 깨닫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을 휘어잡는 위압감도, 귀신 도 부린다는 돈의 힘도 아니었다. 서로를 믿는 신뢰관계. 사람을 마주하는데 있어서 그것보다 중요 한 것은 없었다.

그들의 무사귀환을 축하하는 의미로 수도에 커다란 축제가 열렸다. 왕실의 이름으로 수도에 있는 모든 술집과 음식점에 넉넉한 양의 돈이 지급되고, 그들은 창고에 쌓아두었던 술통과 혼신의 힘을 다해 만든 음식들을 거리로 들고 나왔다. 이미 여러 군데서 그런 일이 행해지고 있었고, 지나가다 원하는 음식과 술을 집어서 먹으면 되는 것이었기 때문에 수도의 주민들은 환성을 지르며 밤이 깊 어질 때까지 수도의 밤거리를 누볐다.

" 수고했어. "

집무실의 창가에서 밤이 깊었음에도 거리를 돌아다니는 백성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아리나스 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여왕의 집무실, 여왕이 늘 집무를 보는 책상을 정면으로 마주보는 곳에 위 치한 소파는, 실로 오래간만에 그 주인을 맞이하고 있었다.

" 내 참. 그건 언제 가져온거야? "

소파에 앉아서 술을 마시는 영운을 보며 아리나스는 어이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오늘 성문에서 그 와 기사들을 맞이하고 나서 그들은 단 한번도 떨어진 일이 없었다. 그런데 탁자 주위에 쌓여있는 저 수북한 술병들은 뭐란 말인가.

" 하하. 한잔 할래?? "

웃으며 그녀를 부르는 모습에 아리나스는 치솟던 화가 가라않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천 천히 발을 옮겨서 그의 곁으로 다가가 소파에 앉으며 몸을 기댔다. 술을 마시던 영운도, 그녀가 몸 을 기대자 슬그머니 손을 뻗어서 그녀를 살짝 안았다. 열심히 술을 마시던 영운은 잠시 행동을 멈 추고 자문했다. 자신의 품에서 누군가의 체온을 느낀다는 것이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이었나? 고개 를 내려서 자신에게 안겨있는 아리나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품안에 얼굴을 묻고있던 아리나스가 그 의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 왜 그래? "

" 아니야. "

영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잔을 들어서 입가로 가져갔다. 뭐라 대답을 내리기 힘든 질문이었다. 그 냥 지금의 기분에 충실하자면,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 언제까지 술만 마실꺼야? "

고개를 내려보니 불만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리나스가 있었다. 영운은 소리내어 웃고는 술 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묻었다.

" 옛날엔.............. "

" 응? "

" 옛날엔 말야. "

조용한 아리나스의 말에 영운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이 슬퍼 보인다고 생각된다면, 자신의 착각인 것일까.

" 누군가에게 안긴다는 것이 이렇게 기분 좋은 건지 몰랐어. "

" ...................... "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않았다. 그리고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일을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 나도 마찬가지다. "

아리나스는 웃으며 영운을 마주 끌어않았다.

영운이 돌아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펠리아의 주요 관리들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가 열렸다. 이미 아리나스의 명령에 음으로든 양으로든 거역하던 귀족들은 척살되었기 때문에 왕실의 회의장을 가득 채운 것은 전원이 아리나스파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었다. 회의실에 설치된 긴 탁자를 따라서 부서별로 사람들이 앉아있었고, 회의에 내놓을 계획들과 보고해야할 사항들을 다시 한번 검토하며 시간을 보내다 아리나스와 그 뒤를 따라서 영운이 들어서자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회의의 진행자 역할을 맡고 있는 재상이 여왕이 자리에 착석하자.

" 전원 이번 회의에 참석하였습니다. "

"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

전쟁기간 동안 소모된 군수물자와 남은 재고량에 대한보고. 그리고 그 동안 일어났던 왕국전반에 관한 보고가 이어지고 각 부서의 수장들이 일어나서 보고를 마쳤다. 보고가 이어지는 동안 서류의 형식으로 자신에게 넘어왔던 서류들과 그들이 보고하는 내용을 하나하나 대조해보던 아리나스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 이번 전쟁으로 수고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전쟁에서 만족하면 안됩니다. 이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힘이 있어서는 안되고, 여러분 모두의 힘이 있어야 하고, 나라를 위하듯이 백성들을 위한다면, 여러분들에게 자연스레 부와 명예가 돌아감을 명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

아리나스의 말에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숙연해졌다. 왕족으로 태어나 스스로를 내세우지 않고, 왕에 올랐음에도 교만하지 않고, 스스로 앞장서서 나라 일에 힘쓰는 저 젊은 여왕에게 반하지 않은 사람은, 이 회의실 안에 없었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미소짓던 아리나스는 고개를 끄떡이곤 재상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세요. "

여왕의 말에 재상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회의를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재상에게 발언권을 얻어서 일어나 자신의 의견을 발언했고, 다른 귀족들은 그 의견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지적해가며 열정적으로 토론했다. 옛날과는 달랐다. 귀족회의라고 해봤자. 대부분의 이권을 차지한 고위귀족들의 이권다툼의 장이었을 뿐. 그들처럼 힘이 없는 지방 귀족들이 의견을 내놓을 수도 없었고, 내놓는다고 해보았자 무시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아리나스는 그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귀담아 들으며 스스로도 의견을 내놓으며 그들의 토론에 참여했다. 회의는 낮의 시간을 넘어서 저녁때까지 계속되고서야 회의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그날 여왕의 집무실 안. 귀족회의가 끝나고 여왕의 집무실 안에는, 영운을 비롯한 재상과 국무부 대신. 여왕의 신임을 받으며 나라를 이끌어나가는 이 나라의 실세들이 모여있었다.

" 누라와의 동맹은 매우 만족스런 것이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대공. "

" 과찬이십니다. "

" 5년간. 5년간 대륙은 평화로울 겁니다. 우리는 그 동안 최대한 힘을 모으는 것으로 목표를 잡읍시다. 지금 이렇게 따로 자리를 마련한 이유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을 여러분과 논의하고 싶어서이니, 아까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나, 마음 깊숙이 묻어두었던 이야기들을 이야기 해보도록 하십시오. "

아리나스의 말에 자리에 앉아있던 재무부 대신 ??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을 시작했다.

" 현재 저희나라의 금은이 넘쳐흘러 그 가격이 떨어질 지경입니다. 이제는 나라의 이름아래 금은의 흐름을 통제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 옳은 말입니다. 좋은 방법이 있나요? "

" 신성제국에서는 은이 금보다 비쌉니다. 그에 반해서 소니아에서는 은보다 금의 값이 비싸죠. 이를 이용해 금은의 중개무역을 하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 괜찮은 생각이군요. 중개무역이라..................허락하겠습니다. 그 방면에 있어서는 재무부 대신에게 전권을 위임하죠. "

" 감사합니다. "

링텐이 자리에 앉자마자 뒤를 이어 일어난 것은 국방부 대신이었다.

" 모자른 군마를 수입하는데 약간의 차질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

" 왜죠? 자금은 넉넉히 지원했을 텐데요. "

" 자금의 문제라기 보다는...................... 로이안과의 무역통로에 제국이 간섭하기 시작했습니다. "

초원과 말의 나라 로이안의 말은 대륙최고의 말들로 유명하다. 하지만 제국의 속국이기 때문에 그들의 말은 거의 대부분이 제국으로 흘러 들어가고, 이번의 군마수입도, 제국의 수뇌부에 엄청난 양의 뇌물을 뿌리고서야 가능했던 일인데. 이제 와서 제국이 간섭하기 시작한 것이다.

" 끄응...................... 우리나라에서의 군마생산은 어떻게 되어가나요? "

" 아시다시피 군마라는 것이 무기처럼 금방금방 양산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순수하게 저희나라의 군마로만 군을 운용하려면 족히 몇 년은 걸립니다. "

" 휴우................. 할 수 없군요. 할슈타인 백작. 다시 제국의 수뇌부에 접촉해 보세요. "

" 알겠습니다. "

" 이번에 제국에서 들어온 500만 골드를 아라크네 앞으로 돌려놓도록 하겠습니다. "

"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실망시켜 드리진 않겠습니다. "

멕스웰과 백작이 자리에 앉았다. 항상 느끼던 사실이었지만, 아직은, 아직은 제국의 힘에 비해 왕국의 힘은 미약하기만 했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그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밤이 깊도록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밤이 깊도록 토론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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