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80화 (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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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이끌림 언제부터인가 영운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막연한 무언가가 자신을 끌어당기는 느낌. 말 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기분.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집무실에서 아리나스를 도와 서류를 정 리할 때도, 검을 수련할 때도.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

' 뭐지? '

몇 일을 궁리해보아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이 세계는 자신이 있던 세계가 아니다. 이방인 에 불과한 자신을 끌어당기는 무엇인가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토록 간절하게 자신을 끌어당 기는 이 느낌은 무엇이란 말인가.

" 나가겠다고? "

결국 영운은 자신을 끌어당기는 그 무엇인가를 찾기 위해 왕성을 잠시 떠나기로 결정했다. 영운에 게서 그 사실을 들은 아리나스는 크게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 사실을 통보하는 영운은 담담 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 모르겠다. 하지만 무언가가 날 끌어당기고 있다. 날 부르고 있다. "

애초에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는 존재. 그래서 이 세계의 운명과 자신은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 각했었다. 하지만 이 존재감은 무엇인가. 이 세상에 자신과 운명이 얽힌 사람이 존재한단 말인가.

" 떠나려는 거야? "

영운을 바라보는 아리나스의 눈빛이 불안감으로 흔들렸다. 그를 신뢰하기에 웃으면서 보내주려 했 지만,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까지 그에게 숨길 수는 없었다. 그런 그녀의 눈을 바라보던 영운은 가만히 손을 들어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 너의 곁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네가 나의 힘을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어디에 있던지 나는 너 의 곁으로 돌아온다. 너의 검이 되겠다고 했던 그 맹세는 그 언제 어느 곳에서나 나에게 가장 중요 한 것이니까. "

아리나스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사라졌다. 흔들리던 그에 대한 신뢰가 다시 살아났다. 움츠러들었 던 어깨를 펴고, 영운의 얼굴을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 잘 다녀와. "

" 물론이지 나의 여왕님. "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런 그의 기습에 아리나스는 얼굴을 붉히며 그를 바라보았다. 영운은 말에 올라타고 천천히 말을 몰아 성문을 향했다.

언제나 검은색의 망토를 입고, 은색의 창을 들고 다니는 임펠리아의 무신의 모습은 수도의 주민들 에게 잘 알려져 있어서 말을 타고 있는 영운의 모습에 수도의 사람들은 황급히 좌우로 물러서서 자 리에 엎드리며 그에게 인사했다. 그래서 다행인 것이 주위의 사람들은 얼굴이 붉어져서 머리를 긁 적이고 있는 영운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 이런. 빨리 움직여야겠어. '

영운은 황급히 성문으로 향했다. 이곳이 전장이라면 수만의 적군 앞에라도 당당하게 일어나서 맞 설 테지만, 아무래도 이런 건 익숙하지 않았다.

" 아, 안녕히 가십시오!! "

성문을 수비하는 수비병의 전송을 받으며 영운은 성문을 나섰다.

' 자, 수도를 나선 것은 좋은데. 이젠 어쩐다? '

막상 수도를 나서서 어디로 향하는 건지도 모르는 대로에 들어서고 나서야 영운은 앞으로의 행선지 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막상 그 느낌에 이끌려서 나오긴 했지만, 막상 찾아가려니 그 존재가 마치 구름에 쌓여있는 것처럼 모호했다.

" 이럴때는 어덕하면 좋을까...................... "

이 세계의 운명은 그를 사로잡지 못한다. 그렇기에 그의 앞길을 점칠 수 있는 인간도 없다. 아무리 그 능력이 뛰어난 인간이라도. 이 세상의 굴레에 속해있지 않은 인간의 앞날을 점칠 수는 없는 것이다.

" 아니, 하나있다. "

영운은 하늘을 살펴서 방향을 잡고는 말을 달렷다. 어쩌면 이 세상에 남아있을 유일한 신과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사제.

" 남쪽으로 가야겠군. "

잘 훈련된 군마는 관도에 길게 흙먼지를 남기며 달려갔다.

임펠리아의 남부지방은 이른바 죽음의 대지라고 불리는 너른 평원이다. 사람들은 살아갈수 없는, 몬스터만의 대지라고 알려진 곳이었지만 이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있고. 그리고 그들과 이웃하여 사는 것은 인간과 대등한 지성을 가진 오크. 대륙의 오크들과는 달리 평화를 사랑하는 오크들. 붉은 오크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말을 갈아타면서 달려도 꼬박 일주일을 달려야 하는 거리를 달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대가로 영운은 그야말로 움직이는 먼지구름이 되어있었으니까. 그가 타고 있는 말도 훈련이 잘 되어있는 군마, 그 중에서도 제일가는 명마였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강행군에 비틀거리면서 지쳐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다.

- 푸르륵!

" 이 녀석아....................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

힘들다고 투레질 하는 녀석의 목을 쓰다듬어 달래가며 말을 몰던 영운은, 멀리 보이는 마을의 모습에 반색하곤 비틀거리는 말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자자................... 저기까지만 가자고. 쉴 수 있다니까? "

- 푸르륵!!

불만이 가득 찬 말은 그러면 당신이 직접 걸어가! 라고 말하는 것 같았지만 애써서 말을 달래가며 영운은 마을로 향했다.

콜센마을은 본디 남부지방에서 살아가던 자유민들의 12개의 마을 중에 하나였다. 남부지방을 개척하려는 여왕의 정책에 따라, 먼저 남부지방으로 진출하여 살아가던 12개의 마을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위의 땅을 개척하고 있었다. 남부의 땅은 대부분이 특별히 손댈 필요도 없는 비옥한 땅들이었고, 신청만 한다면 무상으로 배분될 뿐만 아니라, 농기구들과 첫 소출이 나올 때까지 무상으로 돈과 식량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끝없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어느 정도 몬스터들에 대한 정리가 끝난 임펠리아 왕국 내부가 아니라, 온갖 종류의 몬스터가 판치는 남부의 대륙. 그래서 눈앞에 보이는 마을의 입구에는, 만일 왕국 내의 마을이었다면, 당장에 반역자의 마을로 몰려도 할말없을 정도의 무장을 한 병사들이 사방으로 눈을 부라리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정규군이 주둔하고 있었지만, 대부분이 범죄자 출신인 남부의 사람들은, 그들을 믿지 않고, 임펠리아에 종속된 지금에도 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이 남부의 대지가 여왕이 직접 다스리는 곳이라서 가능한 이야기였다.

" 정지! 무슨 일로 이곳을 방문한 것인가!! "

영운이 마을 입구를 향해 다가오자, 입구에서 무기를 들고있던 병사 중 하나가 창을 들어 그를 겨누었다. 그와 함께 경비를 서던 또 다른 병사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호각을 들어 여차하면 불 준비를 갖추었다. 감탄할 정도의 빠른 대응. 이들은 몬스터들의 대지에서 그들과 싸우면서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오면서 실력을 키워온 전사들인 것이다.

" 여행자입니다. 잠시 마을에서 쉬고 싶습니다만............................ "

" 여행자? "

경비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면서 의견을 물었다. 의심스럽다는 얼굴. 일부러 위험이 판치는 몬스터들의 대지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은 없다. 최근에야 개척을 위하여 정규군이 동원되어 몬스터들을 토벌하기 시작했지만, 몬스터들의 생명력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근본부터 뿌리를 끊기는 힘들다. 당연히 아직 사람들의 손이 미치지 못한 곳에는 몬스터들이 대거 서식하고 있었다.

" 신분증을 보여라!! "

임펠리아에 시행된 주민등록에 등록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지급된 신분증은, 도시간이 여행을 할 때 반드시 지참해야 하는 필수품이었다. 이것이 없으면 첩자로 몰려서 죽는다고 해도 할말이 없었다. 영운은 품을 뒤적여서 특수 처리된 작은 나무 조각을 꺼내어 병사들에게 건넸다.

" 여기 있습니다. "

영운이 건넨 신분증을 받아 뒤의 동료에게 건넨 병사는 영운에게 겨눈 창을 쥐고있는 손의 힘을 풀지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눈은, 영운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주시하면서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진짜다. "

신분증을 주의 깊게 살펴본 병사는 동료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병사는 그를 향한 창끝을 돌리지 않고 어깨너머로 동료가 내민 신분증을 영운에게 돌려준 뒤에야 창을 거두었다.

" 들어가도 됩니까? "

" 네. 확인되었으니 들어가도 됩니다. "

병사는 막아섰던 길에서 물러나며 대답했다. 그들의 사이를 지나던 영운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발걸음을 멈추고 그들에게 물었다 " 쉴만한 여관이 있습니까? "

"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마을의 중앙광장이 나옵니다. 그곳에 여관이 있으니 가보십시오. "

병사에게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여 보인 영운은 말을 끌고 마을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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