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lExtra([email protected])=+=
운명의 이끌림 마을에 들어서서 여관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남부의 마을은 도망자와 범죄자의 마을. 애초에 여관이 필요 없는 곳이었다. 최근에서야 나라의 정책으로 개척을 위한 인원이 이동하고, 남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이 늘어서면서 그들을 상대하기 위한 여관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이 최근의 일이었다. 영운이 들어선 '세계수의 그늘'이란 간판을 달고있는 여관도 그중 하나였다. 비교적 새로이 만들어진 여관인 듯, 건물 안에서는 향긋한 나무냄새가 가득했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여인이 문을 열면서 들어오는 영운에게 영업용의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
" 어서오세요~~~~ "
" 방 하나 있나요? "
" 물론입니다. 1인실이면 되겠지요? "
" 예. "
" 2층의 오른쪽 끝방 입니다. 여기에 서명 좀 해주시겠어요? "
" 알겠습니다. "
여인이 내민 숙박부에 서명을 한 영운은, 카운터의 옆에 있는,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향했다.
" 손님?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어요? "
" 나중에 부탁드리겠습니다. "
" 알겠습니다. "
식사고 뭐고, 지금은 쉬고싶을 뿐이었다.
- 덜컹!
방안에 들어온 영운은 몸에 차고있는 물건들을 던지듯이 내려놓고서는 침대에 몸을 뉘었다. 몸에 쌓이는 피로를 무시한 강행군에 그의 심신은 모두 지쳐있는 상태였다. 육체의 흐름을 통제하여 피곤을 잊을 수는 있지만, 쌓이는 피로를 아주 해소시킬 수는 없었고, 이런 경우에는 확실히 침대에 누워서 푹 쉬는 것이 회복이 빨랐다. 하지만 몸을 쉴 때도 그는 결코 무기를 그의 곁에서 멀리 때어놓지 않았다. 은성과 라이온 하트가 그의 손이 닿는곳에 있는 것을 확인한 영운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 내가 아니야. '
누구지? 무슨 소리야?
' 내가 아니야. '
누구?
몇 번이고 거듭되는 목소리에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보려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사방은 빛 한 점 들지 않는 완벽한 어둠의 세계였다.
' 난 그러지 않았어. '
그 목소리에 가슴이 울리면서 슬픔이 느껴졌다. 갑자기 빛이 들어오면서 그의 눈에 비치는 것은 쪼그려 앉아서 훌쩍거리고 있는 작은 여자아이. 이때까지 들린 그 목소리는, 자신의 가슴을 메우는 슬픔이 저 작은 아이의 것이란 말인가.
' 너는..................... '
그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려고 한 순간, 어둠이 덮쳐오는걸 느끼며 영운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 너는!! '
" 헉!! "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 꿈, 그 꿈에서 나온 소녀. 그 아이는 자신과 무슨 연 관이 있는 것일까. 창 밖을 내다보니 이미 날이 밝아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온몸이 땀으로 푹 젖어있었다. 전쟁의 가운데에서도 이렇게 땀에 젖은 일이 없었건만, 이렇게 몸이 땀으로 젖다니.
" 누구지? "
알 수 없다.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이렇게 여행을 떠난 것이다.
" 서둘러야겠군....................... "
영운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방을 나와서 계단을 내려오니, 여관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카운터를 닦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 오는 소리에 고개를 들은 여인이 밝게 미소지으며, " 일어나셨어요? 잠은 잘 주무셨나요? "
" 잘 잤습니다. "
" 다행이네요. 아침은 드실꺼죠? "
" 예 부탁드립니다. 저.............. "
" 레미에요. "
" 레미양. "
레미는 밝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 한 일주일 가량 말을 맡길 수 있을까요? "
아침을 먹고은 후에 여관비를 계산하던 영운은 레미에게 넌지시 질문을 던졌다. 지금부터 그가 향할 곳이 말을 타고서는 이동할 수 없는 곳이기도 하고, 애초에 말을 타고 달리는 것보다는 그 혼자서 달리는 것이 더 빨랐다. 남의 시선을 의식해서 지금까지 말을 타고 왔지만, 콜센마을의 남쪽으로는, 사람이 사는 마을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 달려도 상관없을 듯 싶었다.
" 돈을 따로 내셔야 하는데요. "
" 얼마죠? "
" 말 한 마리 당 40룬이니까......................... 일주이면 2실버 80룬이네요. "
" 여기있습니다. "
약간 비싼 감이 들긴 했지만 무리가 가는 금액은 아니었기에 돈주머니에서 그녀가 말한 액수만큼 꺼내어 카운터에 내려놓았다. 동전을 세어본 레미는 애수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 그럼, 일주일간만 부탁드리겠습니다. "
" 걱정하지 마세요. "
레미의 전송을 받으며 여관을 나선 영운은, 마을의 남쪽 출구를 향해 방향을 잡았다. 확실히 남쪽으로 향한 출구에는 다른 곳의 입구보다도 많은 병사들이 배치되어 남쪽으로의 출입을 차단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눈을 피하는 것은 영운에게 있어서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를,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이상의 속력으로 움직이는 그의 모습을 잡아내는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서 그의 움직임을 잡아낼 정도의 병사가 있다면, 그 병사는 당장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출세할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소리다. 그의 모습을 잡아내는 것은 마스터라해도 쉬운 일은 아니건만, 영운은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병사들의 시선을 피해가면서 그들이 지키는 곳을 지나갔다.
마을에서 어느 정도 떨어졌다고 생각한 영운은 발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제니아 챠크라를 열은 후에 더욱 강해진 그의 힘이, 서서히 주위에 퍼져서 주변에 떠도는 의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 움직여라...................... '
영운이 명령하며 한 발을 내딛자. 그의 몸이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이동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서있었던 것처럼 서 있는 그의 모습 그대로. 그가 발을 내딛을 때마다. 그의 몸은 순식간에 수십미터를 이동하고 있었다. 강대한 그의 의지가, 땅의 의지에 간섭하여. 멀리 있는 땅을 끌어당겨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수십미터씩 나가는 것이니, 그가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은, 전설로만 내려져 오던 축지법과 다르지 않았다.
- 쉬이익!
그의 귓가를 스치고 가는 바람이 포효했지만, 그는 그리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걸음을 옮겼다. 걸음을 옮기는 그의 속도는 걸음을 옮길수록 점점 빨라져서, 이제는 마치 빛과도 같아 보일 정도의 속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만일 그가 의지로써 주위의 대기를 붙잡아 놓고 있지 않았다면, 주위의 대지는, 음속을 넘어선 영운의 움직임이 불러온 충격파에 의해 거대한 쟁기가 훑고 지나간 것처럼 뒤집혀졌을 것이다. 순식간에 붉은 오크들과 인간들의 경계가 되어버린 숲이 나타나고,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그 숲을 넘어서 영운은 붉은 오크들의 땅에 들어선 영운은, 속도를 줄이면서 지나가는 주위의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지난번에 방문했을 땐 마법을 통하여 왔기 때문에 붉은 오크들의 수도까지 가는 길을 몰랐기 때문에, 지나가는 주위의 풍경 하나 하나를 자세하게 보면서 알아내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붉은 오크들의 수도, 붉은 도시의 성문을 수비하던 오크전사. 라이쿠는 오늘도 솟아오르는 붉은 오크족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으로 눈을 번뜩이면서 성문을 수비하는 임무에 충실했다. 붉은 오크들 사이에서는 성문수비가 그들의 용맹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력을 증명하는 임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날의 성문수비를 맡기 위해 전사들 간의 결투가 벌어지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 생각해 보라. 만일 이 붉은 도시를 향해 적들이 공격해온다고 가정한다면, 가장먼저 적들과 맞서게 되는 것이 누군지. 그렇기 때문에 이 성문수비란 임무는, 가장 용맹한 자들 많이 맡을 수 있는 일종의 신성직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치열한 결투 끝에 이 자리를 차지한 리아쿠의 일진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분명 이 자리에서 리아쿠의 명예를 위해 밝히건대, 그는 렉투가 거느리는 전사들 사이에서도 무력으로 따지자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최상급의 전사다. 인간의 기준으로 따지자면 익스퍼트 최상급의 기사와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 아니 오크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레 땅에서 솟아나듯이 나타나 버린 인간 사내의 기척을 잡아낼 수 없었음에 절망했다. 하지만 음속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를, 인간이 아니라 인간보다 육체능력이 훨씬 월등한 오크라 하더라도 보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니, 리아쿠가 잠시간 절망감에 빠진 것은 분명 필요가 없는 일이었지만, 그에게 사실을 알려줄 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영운은 갑자기 나타난 자신을 보며 경계하는 오크전사의 모습에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붉은 도시의 모습에 뒷일을 생각 않고 달려왔지만, 그의 등장방법은, 눈앞의 오크전사에게 그에 대한 경각심 많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생각이 짧았음을 한탄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영운 이었지 만, 이미 떠나간 배요. 날아가 버린 화살이었다.
" 하하................... 안녕하세요? "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을 건네 보았지만 말이 통하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는 왔을 때에 는, 통역이 따라붙었던가. 자신은 붉은 오크족이 사용하는 언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은 영운이었다.
" 이거........................어쩐다? "
눈앞의 오크전사는 자신을 향해 도끼를 겨누며 언제든지 공격할 태세를 갖춘 채로 긴장을 풀지 않 고 있었다. 점점 그의 두 눈에 투기가 깆들기 시작하는 것을 보니, 잠시 후에는 도끼를 휘두르며 공 격을 시작할 태세였다. 싸움을 하러 온 것은 아니기에 무기에서 손을 떼고 흔들어서 전의가 없음을 나타냈지만, 소용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확실히 소용이 없었다. 눈앞의 오크전사가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 쿠워워워워! "
리아쿠가 휘두르는 도끼는 맹렬하게 공기를 가르며 그에게로 날아왔다. 조언을 구하러 온 입장에서 무기를 휘두른다는 것 자체가 실례되는 일이지만, 자신을 죽이려 하는데 방어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 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애써 자위하며 은성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흉폭한 기세를 담아 휘둘러지는 도끼와, 은은한 황금색의 빛을 머금은 은성이 충돌하기 직전에 커다 란 함성소리가 울려 더 이상의 움직임을 막았다.
" 멈춰라!! "
분명 휘둘러지는 도끼의 기세를 보았을 때, 그것을 멈춘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분명했지만, 갑자기 들린 고함소리에 도끼는 거짓말처럼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전력으로 휘두르던 도끼를 아무렇지 도 않게 멈춘다는 것에서 리아쿠의 능력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 위대한 붉은 오크의 스승! 이아쿠님을 라티노 부족의 리아쿠가 뵙습니다!! "
하얀색 로브를 입은 늙은 오크를 본 리아쿠는 도끼를 내던지며 자리에 오체투지하며 고개를 땅바닥 에 처박았다. 붉은 오크의 신인 이참나의 전언을 받는 그는, 붉은 오크들에게 있어서 신의 지상대리 자였다. 감히 그의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있는 오크는 없었다.
" 위대한 정령의 사자여! 붉은 오크의 전사가 저지른 실례를 용서하여 주시오! "
이아쿠는 그의 앞에 오체투지한 리아쿠는 신경 쓰지 않고 그의 앞을 지나 영운의 앞에 서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당황한 것은 영운이었다. 황급히 그의 허리를 잡아서 일으키며 그의 앞에 허리를 숙였다.
" 연락없이 함부로 붉은 오크의 땅에 들어왔으니, 이 대지를 지켜야 하는 전사로써 침입자를 경계해 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전사를 책망하는 것은 그만두십시오. "
영운의 말에 이아쿠는 몸을 돌려 오체투지하고 있는 리아쿠를 돌아보며, " 위대한 정령의 손님에게 무기를 겨눈 죄는 너의 목숨으로 대신해도 갚을 수 없을 정도의 중죄이 나, 손님의 부탁으로 너의 목숨을 붙여놓는다. "
" 감사합니다! "
리아쿠는 머리를 세차게 땅바닥에 찢으며 외쳤다. 그를 냉엄한 눈초리로 내려보던 이아쿠는 영운을 돌아보며, " 렉투가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십시오. "
" 감사합니다. "
영운은 허리를 굽히며 정중하게 인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