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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이끌림 붉은 오크의 왕궁. 붉은 요새는 예전에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변함없는 위압감을 자랑하며 붉은 도 시를 내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 것이 아까 보았던 리아쿠와 똑같은 갑옷을 걸친 건장 한 오크전사들 수백이 요새의 입구에 늘어서서 무기를 뽑아들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예 전과는 틀린 점이었다.
" 저건..................... "
" 자네가 저번에 렉투를 이긴 일은, 우리 붉은 오크의 전사들이라면 모르는 전사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네, 우리 붉은 오크는, 정당한 결투와 강한 힘을 숭상하지. 지금 저들은 렉투를 순수한 실력으로이긴 자네를 환영하는 것일세. "
- 쿠아!
선두에 서있던 건장한 오크가 자신의 무기를 뽑아들며 고함을 지르자, 뒤에 도열해 있던 전사들이 무기를 뽑아들며 그에 호응했다. 그리고 그들의 커다란 외침에 호응한 붉은 도시의 곳곳에서 고함소 리가 들려왔다. 그 고함소리에 영운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검을 뽑아들고, 황금의 빛을 뿌리는 검을 치켜들며 길게 외쳤다.
- 우오오오오오오오~~~~~~~~ 영운의 커다란 외침은 붉은 도시의 곳곳을 울렸다. 그들은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리에 담긴 영운의 전의와, 그의 힘을, 평화를 사랑한다고는 하나, 그들의 근본은 전투와 피 속에서 적들의 생명을 취 하는 전투종족. 그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붉게 변한 눈을 빛내며 소리가 울려 퍼진 요새를 쳐 다보았다.
영운은 자신의 행동을 진심으로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향해 눈을 붉게 빛내며 전의를 불태 우는 오크전사들의 투기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몸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전투상태에 접어들 어 그의 몸에서도 마찬가지로 전사들을 긴장하게 만드는 투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아아, 일이 걷잡 을 수 없이 커지고 있어............................ 다행인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 인 이아쿠와 함께있기에 공격을 해오는 전사들은 없다는 것이었다. 만일 이아쿠가 없었다면 이미 사 단이 벌어져도 몇 번을 벌어졌으리라.
" 이곳일세. "
이아쿠의 뒤를 따라간 곳은 요새에서도 가장 심처에 위치해 있었다. 이아쿠가 멈춰선 곳은, 붉은색 으로 칠해져 잇는 문이었다. 이아쿠는 문 앞에서 잠시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주문을 외우더니, 신중한 태도로 손을 뻗어 육중한 문을 가볍게 밀었다.
- 끼이이~~~ 그 육중한 생김새와는 다르게 문은 너무도 가볍게 열렸다. 천천히 열리던 문은, 어느 정도 열린 이 후에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 가세. "
이아쿠가 지팡이를 짚으며 먼저 문안으로 들어갔다. 무서울 것이 없는 영운이었지만, 문 너머에 보 이는 어둠에는 본능적인 공포가 떠올라 잠시간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 쿠오오오오~~~ 이아쿠를 삼킨 어둠은 천천이 소용돌이치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신의 강림자. 그는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의 소유자다. 자신이 찾고 있는 해답이 그 안에 있기에 자신을 인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영운은 결심을 굳히고 어둠에 발을 넣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앉으시게. "
놀랍게도 어둠 속은 어둠이 아니었다. 사방에 기이한 토우가 놓여있고, 거기에서는 은은한 붉은빛 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토우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에는, 붉은 오크들이 숭배하 는, 이참나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는 토우가 놓여있었고, 그 앞에 이아쿠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앉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공간이었지만, 놀랍게도 이아쿠의 말에 어둠이 한번 일렁이더니 의자를 만들어 내었다.
" ............................ "
놀라운 얼굴로 잠시 의자를 바라보던 영운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니. 이것은 신과도 다름없는 힘 아닌가.
" 그것은 이공간이 이참나 신께서 만드신, 대대로 나와 같은 제사장에게만 허락된 절대의 공간이기 때문이네. "
갑자기 들린 이아쿠의 목소리에 영운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전의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던 무수한 초능력자들도, 그의 정신방어력을 뚫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도 간단하게 그것을 뚫어버린 것이다.
" 그 말은, 이 공간에서는 당신은 신과 같다는 소리입니까? "
" 그렇네. 그리고 자네가 원하는 질문의 답을 구하기 위해선, 나에게 허락된 이 절대의 공간의 힘을 빌려서 자네의 미래를 점쳐야 하기 때문이네. "
이아쿠는 천천히 손에 쥐고있는 지팡이를 들어 얼굴 앞까지 들어올려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붉은 빛보다 더욱 붉은, 마치 피의 빛과도 같은 빛이 흘러나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 우우웅~~~~~~ 중앙의 토우가 진동하고, 그 진동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토우들도 더욱 강렬한 붉은 빛을 흘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 아아..................... "
영운은 무의식중에 감탄사를 흘렸다. 자신이 들어와 있는 공간이 전부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신성한 기운 속에서 그이 전신을 압박하는 무언가 있었다. 수만의 대군사이를 달리면서도, 자신을 노리는 병사들을 처리하면서도 느껴보지 못한 위압감이 그의 전신을 속박했다.
" 이것이............................... "
신의 강림. 이 세계를 다스리는 절대적인 의지 중 하나의 강림인가. 중앙의 토우에 어른거리던 붉은 빛이 점차 토우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공간을 가득 채웠던 붉은빛이 완전하게 토우로 흡수되고 난 뒤에 이아쿠는 공손하게 토우에 절을 하고 그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 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가? '
정말 그는 놀라운 장면을 보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이 대륙에서 신의 강림이 있는 곳은, 오직 이곳뿐일 테니까. 한참을 이야기를 나누던 이아쿠는 대화가 끝난 모양인지, 다시 한번 토우에 대고 정중하게 절을 했고, 그를 끝으로 토우에 어른거리던 붉은빛이 사라져 버렸다.
" 후우..................... "
" 수고하셨습니다. "
영운은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담아서 말했다. 일반적으로 신의 강림은, 시술자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그에게만 허락된 이 절대의 공간의 힘을 빌리고, 그 자신에게 강림시킨 것이 아닌 토우에 신을 강림시킨 것이라곤 해도, 그에게 돌아오는 반동이 없을 리가 없었다.
" 별 것 아니네. 자네가 걱정할 만큼 심하지 않으니 걱정을 접으시게나. "
약간은 지친 듯한 이아쿠의 말에 영운은 걱정하는 마음을 접고, 자리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았다. 이아쿠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는 이 세계의 흘러가는 운명의 수레바퀴에 속해있지 않은 존재이네. 자네는...................'본디 이 세상에는 존재할 수가 없는 자' "
영운은 고개를 끄떡였다. 평소의 자신이 늘 고민하던 것이었다. 이아쿠는 느릿하게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자네는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네.................... 이계에 존재하는 자네의 운명이, 강제로 이 세계의 운명에 유입 되었다고나 할까. "
" ........................ "
" 마차의 바퀴를 생각해 보게. 그것들은 서로를 침범하지 않아. 서로를 침범할 수도 없지. 그들이 서로를 침범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
두말할 것도 없었다. 파멸이다. 만날 리가 없는 두 존재의 만남은 서로의 파멸을 부를 뿐.
" 그래, 자네가 생각하는 대로 남는 것은 파멸뿐이지. 하지만 그 당연한 결과는 한 존재로 인해 바뀌었네. "
영운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것은,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여인이었다. 태초의 빛. 모든 것의 시작.
" 아후라마즈다....................... "
" 그래, 만물을 창조하는 힘을 가지고 계신 그분의 힘으로 자네의 운명은 이 세계의 운명과 강제로 연결되었네. 그래서 순리대로 흘러가야 할 이 세계의 운명은, 미래를 알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지. 그것이 파멸이든, 또 다른 창조이던. "
영운의 얼굴이 굳어졌다. 자신의 존재가 이토록 커다란 것이었다니?
" 그래서 자네의 미래는 아마 이 대륙의 어느 예언자도 볼 수 없을 것이네. 예언이란 것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운명의 끈을 거슬러 올라 현재를 넘어서 미래를 보는 것. 자네에겐 이 세계의 과거란 존재하지 않으니 미래가 존재하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한 일 아니겠나. "
굳어있는 영운을 바라보던 이아쿠가 몸을 바로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 듣게. 자네의 미래를 보는 것은 신의 힘으로도 불가능한 것이나, 자네에게 연결된 운명의 끈을 살펴보는 것은 가능하네. 지금 자네가 느끼는 그 감각. 그것은 자네에게 연결된 운명의 끈 중 하나가 자네를 부르고 있는 것일세. 그것은 지금 자네가 맺은 인연과 마찬가지로 무엇으로도 끊을 수 없는 질긴 인연의 끈. "
영운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노구의 오크 예언자는 그의 눈을 똑바로 직시하면서 거침없이 말했다. 그의 눈은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영운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신과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니었다. 지금 그와 이야기 하는 것은 늙은 오크의 예언자. 이아쿠가 아니었다.!
"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향하게, 만일 방향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인연의 끈이 자네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 줄 터. "
" 그렇습니까.......................... "
사라졌던 붉은 기운이 이아쿠의 몸에서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붉은 기운은, 허공에서 흩어짐과 뭉침을 반복하여 하나의 형체를 이루어갔다.
' 용............... '
그것은 용이었다. 그 모양이, 이 세상에서 전해지는 드래곤의 모습을 닮지 않고, 자신이 아는, 마치 그 형상이 뱀을 닮은 용의 모습이었다.
- 나의 이름은 이참나 위대한 의지에게 선택받은 자여. 그대와 나의 인연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어둠이 닥쳐올 때, 다시 한번 그대를 만날 수 있으리라.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그가 있는 절대의 공간을 메우고 있던 위압감이 사라졌다.
" 후............. "
" 감사합니다. "
영운은 진심을 담아서 그에게 인사했다. 이아쿠는 지친 몸을 바로잡아 그를 마주했다. 주위의 공간이 끊임없이 요동치며, 그의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유동하는 그 힘의 크기는 엄청난 것이라, 강림의 반동이 주는 부담이 가벼운 것이 아닐 텐데도, 일어나는 그의 모습에선 무언가 힘든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벌써 전부 회복되었다는 말이었다.
" 몇 번이고 한 일이네만. 쉬운 일은 아니군. "
" 그런 말을 대륙의 신의 사도들이 들었다면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아쿠님을 쫒아올 겁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신의 강림이란 건 목숨을 걸고서 행해도 실패확률이 더 높은 일이니까요."
신의 힘이란 것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이다. 고래로 몇 안 돼는 신의 강림자들은, 신의 강림 후, 몸에 넘쳐나는 신성력을 이기지 못하고 '신열'이라 불리는 특수한 열병에 시달리다 쓰러졌다.
" 이참나께서 만드신 이 절대의 공간이 아니었다면, 나도 마찬가지 엿을 것일세. 신의 힘이란 것은 살아있는 생명이 감당할만한 것이 아니니까 말이네. "
이아쿠의 말에 영운은 고개를 끄떡였다. 이제니아 챠크라를 열어서 이미 인간을 초월하여 반신에 도달했다고 생각되는 영운이었지만, 이참나의, 그것도 가장 적은 힘의 일부가 강림했을 것이 분명한 그 앞에선 얼어붙어서 아무생각도 하지 못했다. 최고위의 챠크라. 영성의 챠크라인 사하스라라를 연다면................. 어쩌면 신의 힘과 대등. 그 이상일지도 모르지만 영운에겐 힘에 관한 욕심은 없었다.
" 가세. "
이아쿠가 앞장서서 공간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영운도 그 뒤를 따라 어둠으로 들어섰다. 눈앞에 어둠이 닥쳐오며 어둠이 일렁이며 그의 모습을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