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86화 (8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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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창녀 세리스

최근 붉은 달빛의 특급 창녀. 세리스는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는 론니움 백작의 지명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있었다. 12살의 어린 나이에 60에 가까운 노인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분명 곤욕스런 일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오늘도, 세리스는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찾아온 백작을 상대하고 있었다.

" 헉, 헉......................... "

어린 그녀의 몸 위에 올라서서 용을 쓰고 있는 백작의 모습은 추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세리스 본인은 아무 감흥도 없는 얼굴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 흔들리고만 있을 뿐, 즐기고 있는 것은 백작뿐이었다.

" 으, 으으!! "

늙은이답지 않은 체력을 자랑했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른 모양이었다. 그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세리스는 곧이어 다가올 일을 견디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참아야해..............참아야만 해!!!

- 풀썩.

갑자기 노구의 백작이 그녀의 품으로 쓰러져 버렸다. 각오하고 있던 사태가 일어나지 않고, 갑자기 그가 쓰러져 버리자 의아해진 세리스는, 일부로 쾌락에 취한 얼굴을 연기하며 백작의 몸을 흔들었다.

" 백작님? 왜................... "

세리스는 백작의 얼굴을 보곤 움직임이 굳어버렸다. 드러난 백작의 얼굴은 눈을 뒤집고, 입에는 게거품을 물고, 코에서는 코피를 흘리고 있는 것이 이미 죽어버린 뒤였다.

" 꺄아아아악!! "

세리스는 황급히 백작의 몸을 밀치려고 애쓰며 비명을 질렀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리스라도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친 듯이 비명을 지르며 백작의 시체를 밀어내려 했지만 언뜻 보기에도 수십Kg은 될 백작의 거구를, 12살 소녀의 힘으로 젖히기는 무리였다.

- 쿠당!

" 무슨일이냐! "

" 백, 백작님이!! "

세리스의 비명에 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백작의 심복이 황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뛰어들어오자. 세리스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위에 엎어져 있는 백작의 시체를 가리켰다.

" 백작님!! "

심복은 그 광경에 대경해서는 황급히 달려와 시체를 바로 뉘였다. 그 틈을 타서 몸을 추스른 세리스는 떨리는 눈으로 백작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 제길! 이봐! 사람을...................아니, 가게의 주인을 불러와라!! "

" 아, 알겠습니다. "

세리스는 그의 말에 제대로 예도 갖추지 않고 방밖을 향해서 뛰어나갔다. 그녀는 지금,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황급히 뛰어 들어온 세리스의 말에 놀란 마담은, 그 동안 누누이 강조하던 여자다움은 집어 던져버리고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마담의 방이랑 백합실이랑은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고, 그만큼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 마담! 사람을 불러서 백작님의 시신을 감쌀 천을 가져오시오, 그리고 비밀리에 백작님이 타고오신 마차를 대기하도록 하시고! "

" 알겠습니다. "

마담은 속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가계에서 백작 급의 고위귀족이 죽어버렸으니, 이것은 가계의 존망이 걸린 문제였다. 달려가는 마담의 머릿속에서는 그것을 막기 위한 수십 가지의 방법이 왔다갔다 거리며 가장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영운은 한숨을 내쉬며 방의 침대에 누웠다. 여관의 창에서 거리를 지켜본 것이 벌써 4일째. 한번은 직접 케이디언시를 거닐어 봤지만, 공식적인 상주인구가 5만을 넘고, 비공식적인 상주인구까지 합치면 7만에 가까운 대도시의 사람들 속에 있는 사람을 찾는 것 자체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얼마 전, 자신의 몸이 떨릴 정도로 컸던 그 느낌은, 그때 이후로는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 이거야 원.............................. "

정말 막막했다. 무언가 힌트라도 없는 이상은, 정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마찬가지였다. 날고기는 영운이라 할지라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 삐익!!

갑자기 거리에 호각소리가 울리면서 활기에 차있던 거리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 병사들의 군화소리가 울려 퍼지고, 창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일이 있던가?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무슨 일이지?

창을 열고 거리를 내려다보니, 케이디언 시를 다스리는 론니움 박작의 문양을 달고 있는, 병사들이 거리를 점거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멀리서 커다란, 철로 만든 죄인 호송용 마차가 천천히 그들 사이를 지나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인간을 초월한 영운의 눈은 상당한 거리에 있는 마차를 살펴, 쇠로 만들어져 있는 창살 사이로. 보이는................

' 내가 아니야. '

꿈에서 보았던, 숨을 죽이며 울고 있던 소녀. 자신의 가슴을 가득 메우던, 그 슬픔. 울먹이던 소녀의 얼굴.

' 내가 아니야. '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안을 빠른 걸음으로 가로질러 문을 열어젖혔다.

- 벌컥!

복도를 빠르게 지나고, 거의 뛰어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속력으로 계단을 내려다. 여관의 홀을 지나, 문을 열었다. 마침 그 소녀를 실은 호송마차는 여관의 앞을 지나고 있었다. 두 마리의 말이 끌고 있는 검은색의 강철로 만들어져 있는 마차의 창살에는 그곳에 태워져 있는 소녀가 지은 죄가 적혀있었다.

- 론니움 백작님의 암살자.

사람들은 웅성거리면서 서로를 돌아보았다. 이제 겨우 10세쯤 되는 소녀가 암살자라니, 마차 안에서 웅크린 채로 고개를 묻고 있는 소녀의 모습에서 암살자의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 .................... "

영운은 조용히 자신의 눈앞을 지나는 마차, 그 창살사이로 보이는 소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을 느낀 걸까? 천천히 고개를 드는 소녀의 시선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 크아아아아!!

영운은 자신과 마주친, 그 소녀의 눈 깊숙한 곳에서 아니, 그보다도 더 깊숙한 곳에서 포효하는 것을 보았다. 굳건한 네다리로 대지를 지탱하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붉은 사자. 영운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영운에게 또 다른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 멸신무투의 계승자는, 운명의 끈으로 얽메여있다.

시체사이에서 울부짖던 자신을 구하고, 이 힘을 전한 사부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는 사부의 말을 믿지 않았다. 웃고 있던 자신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짓고 있던 사부가 말했다, - 만나보면, 알 수 있을꺼다.

깊은 사부의 눈 속에서는, 검은 독수리가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 저 사람.................. "

놀랐다. 이때까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은 없었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눈을 보다가도,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어서는 자신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그것.................

" 뭐였을까................ "

그 남자의 눈 깊숙한, 깊이마저 초월해버린 그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있었다. 전신을 황금의 빛으로 물들인, 마치 생김새는 뱀과도 같았지만, 그 움직임과, 생김에서는 기품? 아니, 그것은 차라리 위엄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보는 사람을 절로 무릎 꿇게 만드는 위엄.

" 하지만 상관없잖아. 이미 나는................... "

백작이 창녀와 일을 치르다 복상사 했다는 것은 결코 소문낼만한 일이 아니다. 귀족가의 명예라는 것이 그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그래서 선택된 것이 세리스였다. 그녀는 백작을 죽이기 위한 암살자였다. 이런 누명을 뒤집어 씌운 것이다. 창녀들은 노예가 아니었지만 노예들에게 조차 무시당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리스는 조용히 얼굴을 무릎사이에 파묻었다.

" 이 세상에 희망은 없어............... "

그녀의 목소리는 절망에 물들어 있었다.

영운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뒤에 여관을 뛰쳐나왔다. 이미 호송마차는 시의 중심부로 사라졌고, 뒤쫓아 간다고 해도, 영주의 암살범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는 사람을 만나게 해 줄 리가 없었다. 남은 방법은 하나뿐.

" 빌어먹을! "

급하게 말을 달려 도시의 외곽으로 향했다. 말에 올라서 전속력으로 말을 출발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은 없었다. 달리는 말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방으로 몸을 날리면서 그를 향해 욕을 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전속력으로 말을 달렸다. 멀리 보이던 도시의 성벽과, 그 아래의 성문의 모습이 보이고, 달려오는 그의 모습에 놀란 경비병들이 일어나 무기를 드는 것이 보였다.

- 철컹!

은성이 손에 들렸다. 저따위 녀석들에게 낭비할 시간 따위가 있을까보냐. 영운은 이를 악물고 은성을 휘둘렀다. 비록 날이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사망자는 없겠지만, 수십, 수백가닥으로 갈라져서 날아오는 은성은 일반의 병사들이 피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 크악! "

" 우아아아아악!! "

십여명의 병사들이 인정사정없이 휘둘러지는 은성에 얻어맞고 나가떨어져 버렸다. 쓰러져서 신음하는 그들에겐 시선조차 주지 않고 말을 휘몰아 빠져나간 영운은, 이를 악물면서 말고삐를 세차게 휘둘러 속도를 올렸다. 주인의 급한 마음을 알아차린 것일까. 그의 말이 포효를 내지르며 땅을 박찼다.

여왕의 정책으로 각 귀족들은 그들에게 주어졌던 영지의 치안권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영지의 주요도시마다 아리나스 직속의 판관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모든 죄인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의나 협의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것은 문제의 정도가 심각했다. 그들이 겪은 일중에서 귀족의 살해사건은 처음이었으니까.

= 한 편 업 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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