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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창녀 세리스
여왕의 정책으로 각 귀족들은 그들에게 주어졌던 영지의 치안권을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영지의 주요도시마다 아리나스 직속의 판관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모든 죄인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동의나 협의가 있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것은 문제의 정도가 심각했다. 그들이 겪은 일중에서 귀족의 살해사건은 처음이었으니까.
케이디언 시에 파견 나온 판관 하몬스는 아침부터 득달같이 달려와서 고함치는 론니움 백작가의 자제들을 바라보았다. 우스운 일이다, 그들 중에 막상 자신들 부친의 죽음을 슬퍼하는 인간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나같이 그들의 부친이 남긴 이문들을 노리고 있겠지. 비겁한 일에 도가 텄던 사람이니, 그가 모아놓은 재산을 따지자면 어마어마 할테니까.
" 어서 그 빌어먹을 계집을 죽이란 말이오! "
눈앞의 청년은 자신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이 떠들었다. 그의 외침에 다른 두명의 남녀가 고개를 끄떡였다.
" 하지만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
" 조사는 무슨 조사! 감히 귀족을 헤치고도 무사하다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
그의 외침에 앉아있던 두 남녀의 고개가 또다시 끄떡여졌다. 하몬스의 얼굴이 경멸로 물들었다. 저런 종자들이 있으니 나라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몬스를 비롯한 판관 1기의 동료들은, 대부분 귀족들에게 증오에 가까울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저들이 원하는 대로 일을 처리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 자객이라고, 웃기는군. 늙은이가 말년에 미쳐가지고 날뛰더니, 그 창녀에 배위에서 용쓰다가 뒤진 거 누가 모를까보냐. '
론니움 백작이 늙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어린 창녀를 찾아 힘을 쏟는다는 건 이 도시의 사람들이면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모르는 건저들뿐인가?
" 자세한 정황을 적은 공문을 여왕폐하께 올렸으니, 며칠 후면 그 답이 올 것입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하몬스는 공손하게 그들에게 예의를 갖추어 말했다. 과연, 여왕을 언급하자 대번에 그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하면서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는다. 이미 여왕은 귀족들 사이에서는 충성과 공포를 동시에 받는 존재였다.
" 부, 부탁하네. "
애써서 위엄을 차리려고 하는 사내를 바라보던 하몬스는 얼굴에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얼굴을 하면서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 저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심려를 거두십시오. 사실, 백작가의 자제분들을 맞아 부족하나마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함이 마땅하나, 저의 일이 밀려있어 여러분을 대접하지 못하는 것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
말은 길었지만 요약하면 당신들과 상대하는 것이 피곤하니, 알아서 이 방에서 나가라는, 어찌 보면 귀족모욕에 가까운 축객 령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귀족들은 그것을 파악할 만큼 머리가 좋은 인물들이 아니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방을 나섰다.
' 멍청한 놈들............. '
그들을 돌려보낸 하몬스는 인상을 구기면서 느껴지는 두통에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비롯한 법관들의 대부분은, 귀족들과 연관된, 그들을 갈아 마셔도 시원치 않을 원한은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발치에 무릎을 꿇고 사정을 해도 들어줄까 말까인데. 고개 빳빳이 들고 그런 소리를 지껄이니, 들어줄 리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들이 백작의 암살범이라고 지목하는 창녀의 무고함이 두 눈에 보이는 상황에서는 더 할말이 없다. 그녀를 끌 고가는 백작가의 사병들에게서 그녀의 신병을 인수(강탈)받은 지 3일째, 저들은 그녀를 처형하라고 매일같이 찾아와서 극성이었다.
" 방법이......................... "
머리를 싸매면서 궁리를 해 보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여왕이 집권한 이후에 귀족들의 세력이 많이 약화되었다고는 하지만, 부잣집은 망해도 삼 년은 간다던가? 수도에서 가깝다면 모를까. 아직은 지방의 법관들이 귀족들의 입김을 무시하기엔 힘이 들었다.
- 쿠당탕!
" 무슨 일이냐!! "
갑자기 자신의 방문을 열어 젖히며 뛰어들어온 병사의 모습에 하몬스는 얼굴을 찡그리며 그 병사에게 소리쳤다. 뛰어들어온 그 병사는 그이 외침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가 가져온 소식의 중대함을 깨닫고는 황급히 그를 바라보며 외쳤다.
" 수, 수도에서 대공전하가 오셨습니다! "
" 뭐라고?! "
그것이 진짜라는 보장도 없었지만, 진위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하몬스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가로막으며 서있는 병사를 제치면서 달려나갔다. 잠시 비틀거리던 병사는 몸을 바로잡더니, 그의 뒤를 따라 방을 나섰다.
검은색의 말에 올라타고, 검은색의 망토를 흩날리며, 은색의 창을 들고있는 영운의 모습은, 임펠리아의 국민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임펠리아를 수호하는 무신의 모습이었다. 거기에 그의 등뒤에서 휘날리는, 거대한 황금의 사자기를 본 병사들은, 그의 정체를 의심하기는커녕. 그의 앞에 넓죽 엎드리며 마치 신을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 영운은 쓴웃음을 지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나 그곳에서나 인간으로써 살고픈 자신의 욕심은, 그야말로 욕심일 뿐이었다.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영운은 고개를 내려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 대공전하! 케이디언시의 법관! 하몬스라고 합니다! "
관사에서 뛰쳐나온 하몬스는 황급히 영운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영운은 자신의 앞에 무릎꿇은 하몬스를 바라보며, " 얼마 전에....................... 귀족의 살해사건이 있었다 들었소. "
하몬스는 영운의 말에 놀라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사건에 관해서 상세한 내용을 적은 장계를 올렸지 만, 거리상 그것이 도착하려면 하루는 더 있어야 하고, 여왕이 직접 확인하고 그 처리방법에 대한 지시가 내려오려면, 4일은 더 있어야 한다. 그것을 어찌 알고 여왕이 사람을, 그것도 대공을 보낸단 말인가.
" 백작을 암살하였다는 암살자는 어디 있소? "
영운의 말에 퍼뜩 정신이 들은 하몬스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좋은 기회였다. 여왕의 제일가는 심복인 대공이라면, 이 사태를 해결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 대공전하. 이곳에서는 이야기가 곤란하니 자리를............................... "
" 그럽시다. "
영운은 고개를 끄떡이곤 안내하는 하몬스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 그렇게 된 겁니다. "
하몬스의 집무실에서 영운은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자신이 보았던, 그 어린 창녀가 무슨 죄를 지 었는지, 그리고 그 죄라는 것이, 얼마나 어이없는 것인지도.
" 하하.......................... "
새삼스레 귀족들이란 존재에 대해 혐오감이 들었다. 영운은 굳어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하몬스에 게 말했다.
" 그 여인을 만나고 싶소 만. "
" 안내하겠습니다. "
하몬스도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의 뒤를 따랐다.
하몬스가 안내한 곳은, 관사의 지하에 있는 감옥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곳이었다. 앞서서 횃불을 들고 영운을 안내하던 하몬스는 송구스럽다는 얼굴로,
" 그녀의 죄가 무고한 것은 압니다만, 여인이라 감옥에 있는 다른 죄수들과 함께 둘 수도 없는 노릇이라................ "
차라리 깊숙한 곳에 집어넣어서 따로 격리시켰다는 말이었다. 영운은 고개를 끄떡이며 하몬스에게 말했 다.
" 잘 하셨소. 이곳이오? "
하몬스가 멈춰선, 두터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문을 바라보며 영운이 말했다.
" 그렇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
잠시 허리에 매달린 열쇠꾸러미를 뒤적이며 맞는 열쇠를 찾던 하몬스는 맞는 열쇠를 찾은 모양인지. 꾸러 미에서 열쇠를 하나 뽑아들고 열쇠구멍에 꽂고 돌렸다.
- 기이이~~ 철문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열렸다. 하몬스는 돌아서서 정중하게 영운에게 허리를 굽혔다.
" 들어가십시오. "
영운은 천천히 문안으로 들어섰다.
세리스는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문이 열리자, 드디어 자신이 죽을 순간이 찾아왔음을 알고는 마음을 굳히 며 열리는 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정말 뜻밖에도, 열리는 문으로 들어선 것은, 얼마 전에 보았던, 그 눈 깊숙한 곳에 황금의 빛을 가지고 있던, 그 남자였다.
" 네 이름은..................... "
" 세리스라고 합니다. "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예를 취하는 세리스의 눈에서 영운은 다시 한번 포효하고 있는 붉은 사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 확실하군. '
눈앞의 저 소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을 전수 받을 자격이 있는, 후계자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 만일................... "
" ? "
" 만일 너에게, 힘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
자신도 모르게 영운은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에에게 질문했다. 세리스는 갑자기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에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 힘이요? "
" 그래.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는 절대의 힘이 너의 손에 주어진다면............. 너는 무엇 을 하겠느냐. "
원한다면 이 대륙을 파멸로도 이끌 수 있는 절대의 힘. 과연 저 아이의 대답은 무엇일까. 한참을 고민하 던 세리스는 고개를 들어 영운을 바라보았다. 그눈에서 보이는 것은 범상치 않은 그녀의 결의
" 지키고 싶어요. "
" .............................. "
" 세상에 희망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
영운을 바라보며 말하는 세리스의 눈 깊숙한 곳에서 웅크리고 잇던 붉은 사자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 작했다. 영운을 바라보며 말을 하던 세리스는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꽉 움켜쥐고는 흘러나오는 무언가를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 것. 내게 소중한 것을 세상은 하나씩 빼앗아 갔어요. 소리를 지르며 반항을 해도, 눈물을 흘리며 사정을 해도, 그는 인정사정없이 하나씩 차례대로 빼앗았죠. "
흔들리기 시작하는 그녀의 음성에는 진한 슬픔과, 뭐라 표현하지 못할 분노 많이 가득했다. 있는 대로 고 개를 숙이고 있는 그녀를, 영운은 조용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것은, 먼 옛날의 자신의 모습이었다.
" 세상은 잔인해요. 만일, 그가 다시 한번 나에게 기회란 것을 준 것이라면..................... 나는 그 기회를 지키고 싶어요.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절대의 힘으로 말이에요. "
세리스의 말에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되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 나의 이름은 영운 진 가이런. "
세리스는 그의 이름에 크게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적어도 그 이름은, 그녀 같은 존재가 정면으로 얼굴을 마주할 만한 이름은 아니었다. 영운은 주저하는 세리스의 손을 잡아끌어 그녀의 몸을 일으켰다.
일어선 세리스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영운은 말했다.
" 너는 이제부터 나의 제자다. "
하몬스는 감옥의 문을 열고 나오는 영운의 모습과, 그의 뒤를 따라나오는 세리스의 모습에 놀라 눈을 크 게 떴다. 그런 하몬스의 모습을 바라보던 영운은, " 이 아이가 머물만한 방을 준비해 주시오. "
영운의 말에 하몬스는 황급히 정신을 차리곤 걱정스런 얼굴로 영운에게 물었다.
"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만. 저 아이를 처형하라는 백작가의 인간들이 알면 난리가 날 것입니다. "
" 걱정 마시오. 그들은 내가 해결하도록 하겠소. "
- 꾸욱!
갑자기 자신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손길에 고개를 돌린 영운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세리스 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 걱정하지 말거라. 네 사부가 그 정도 힘도 없을 것 같으냐? "
" 아닙니다. 그저................. "
" 하나만 알아두거라. 내 제자가 된 이상. 너는 그 누구에게도 허리를 구부릴 필요가 없다. 그러니 자부심 을 가져라. 알겠니? "
- 끄덕 세리스가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런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영운은, 앞서서 감옥을 걸어 나갔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리스는 움츠렸던 몸을 펴고 당당한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 어린 창녀 세리스 가 끝났습니다. 영운의 제자로써 등장하는 인물로 세리스를 만들어 내면서, 상당히 고민한 것이, 궂이 창녀로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