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91화 (9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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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잠에서 깨어나 푸른 평원을 바라보다.

전쟁준비로 바쁜 와중에도 영운이 빼먹지 않는 일이 있었으니, 3년 전 자신이 제자로 삼은 세리스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3년 전에도 그 미모로써 그 이름을 날리던 세리스는 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왕국 제일미인이라는 칭호를 들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그 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창녀라는 과거만 없었으면 기사들이 달려들어 자신의 레이디로 섬기겠다고 달려들 정도로 말이다.

사실 나라의 가장 웃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대공이, 자신의 제자로 여자를, 그것도 창녀를 맞아들이겠다고 말하자 임펠리아의 중신들의 대다수가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다. 파격적인 것도 정도가 있다. 그것만은 안된다며 들고일어났다. 벌 떼같이 들고 일어난 그들을 정리한 것은 다름 아닌 아리나스였다. 영운이 데려온 세리스의 얼굴을 한참을 뜯어보고, 작은 방에서 단둘이서 이야기를 나눈 후에 왕국의 중신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그녀에게 진 가이런이란 성을 내려버렸다. 아리나스가 직접 나서서 움직이자 중신들은 할 수없이 숙이고 들어갔지만, 세리스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여전했다.

" 많이 좋아졌구나. "

연습용 목봉을 들고 창술을 펼쳐 보이는 세리스를 지켜보던 영운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칭찬했다,

" 사부님 덕분입니다. "

" 나는 너에게 그 형을 전했을 뿐이니, 그 오의를 깨달은 것은 너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

" 무슨................. "

" 너에게 창이란 무기는 그다지 맞지 않는 듯 하구나. 달리 생각해둔 무기라도 있느냐? "

영운의 물음에 세리스는 머뭇거리면서 영운의 눈치를 살폈다. 영운은 그녀의 행동을 바라보다 흔히 보이지 않는 그녀의 행동에 웃으며 말햇다.

" 생각해둔 것이 있는 모양이구나, 말해 보거라. "

" 쌍검을............ 배우고 싶습니다. "

" 쌍검? "

영운은 세리스가 꺼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물론 전천후 전투무술 멸신무투에 쌍검법, 이도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멸신무투의 인간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무기라도 일단 손에 쥐기만 하면 전투병기로 화해버리는 인간들 뿐. 영운 자신이야 창과 검을 주무기로 삼고 있었지만 그의 사부는 활을 주무기로 사용했다. 세리스가 쌍검을 쓰겠다는 데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 알았다. 오늘 수련은 이 정도로 하고 내일부터 쌍검법을 연마하자꾸나. "

"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

주저하던 세리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영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

" 전쟁에 나가보고 싶다는 것이냐? "

" 예. "

영운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세리스는 자신을 바라보는 영운의 눈을 피하지 않고 그를 마주 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리스의 진지한 시선에 영운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떡였다. 어차피 검을 쥔 이상,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한숨을 내쉬면서 하늘을 바라보았지만,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맑았 다.

임펠리아와 비밀리에 동맹을 맺은 마도왕국 누라의 왕위계승자, 조슈아는 슬슬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 주 려하는 부왕의 뜻을 받들어 정국의 대부분을 주도했고, 밀려드는 서류의 물결 속에서 인상을 구기고 있었 다. 서류더미에는 국정에 관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와 친분을 맺으려는 귀족들의 편지, 파티의 초대 장들도 섞여있어서 함부로 버려버리지도 못하고 한 장한장 주의 깊게 읽어가며 검토해야 했다.

" 전하. "

" 무슨 일이냐. 내 접근을 엄금한다 일렀거늘. "

" 집사 님께서 전하께 야식을 가져다 들이라 하셔서........................ "

밖에서 들리는 말에 왕자궁에서 근무하는, 자신에게 과잉충성 경향이 있는 50세의 집사의 얼굴을 떠올리 며 인상을 구겼다. 확실히 그 사람이라면 이런 시키지도 않은 일을 시킬만 했다.

" 들어와라. "

아마 이것을 먹지 않는다면, 그 늙은 집사는 자기의 기분을 거슬린 줄 알고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눈물 을 흘릴 것이 분명하단 걸 알고있는 조슈아는 할 수 없이 명을 내렸다. 조용히 문이 열리고 야식이 담긴 쟁반을 받쳐든 시녀가 천천히 들어왔다.

" ...................... "

들어온 시녀의 얼굴을 확인한 조슈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킨 조슈아는 입 속으로 나 지막하게 주문을 캐스팅 했다. 야식이 담긴 식기를 전부 내려놓고 조용히 물러나는 시녀의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한 조슈아는, 나직하게, 하지만 힘이 담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누구냐. "

낮게 깔린, 살기까지 담겨있는 그의 목소리에 시녀는 겁먹은 얼굴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 무, 무슨..................... "

" 이 왕자궁안에 머무는 인간들의 얼굴은 전부 기억하고 있어, 그 중에 너의 얼굴은 없다. 너는 누구지? "

- 화아악!

마력이 움직이고 조슈아의 주위에 화염구가 나타나 위성처럼 그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제 그의 가벼운 외 침만으로도 화염구는 떨고있는 시녀에게 날아가 폭발하리라.

" 저, 저는 이번에 새로 들어온.......................... "

" 이 왕자궁의 집사는 말이야. 과잉 충성하는 인간이라 말이지. 이 국에 시녀가 새로 들어올 때마다 항상 나에게 보여주지. 귀찮은 일이야. 하지만 확실히 얼마 전에 내가 보았던, 새로 들어온 시녀 중에 너의 얼 굴은 보지 못했다. 다시 한번 묻는다. 너는 누구지? "

" ...................역시, 이런 것은 통하지 않는군요. "

화염구를 바라보며 떨고있던 시녀는,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움츠렸던 몸을 펴고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시녀의 모습에 조슈아는 긴장을 풀지 않고 되물었다.

" 너는 누구지? "

" 임펠리아, 아리나스 여왕폐하의 직속, 아라크네에 속해있는 사람입니다. "

" .......................... "

잠시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왕자의 얼굴을 즐기던 그녀는 자신이 입고있는 치마를 살짝 들추더니 그 속에 매달아 놓은 단단하게 밀봉된 통을 들어 왕자에게 건넸다.

" 이것은? "

" 여왕폐하의 밀서입니다. 왕자님께 은밀하게 전하라는 밀명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이런 방법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

그녀가 내민 통을 받아들어 주의 깊게 살펴보던 왕자는, 그 통이 다름 아닌 마법의 힘으로 봉해져 있음을 확인하곤 천천히 주문을 외어 통에 걸린 마법식을 해제해 나갔다. 이미 파이어 볼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에서 또 다른 마법을 발현시키니, 그의 마돠로써의 능력이 대단함을 알 수 있었다.

" .............................. "

약간의 빛 무리와 함께 열린 통속에서 나온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조슈아는 안색이 변해선 눈앞의 시녀에 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 이 쪽지의 내용. 알고있나? "

" 저는 단순히 심부름꾼일 뿐입니다. "

하녀의 말에 인상을 구긴 조슈아는 다시 한번 손에 들려있는 편지를 힐끔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서 일어났다.

" 이름이 뭐지? "

" 레이코라고 합니다. "

" 당분간은 이곳에서 일하도록. 집사에겐 내가 말해놓겠다. "

" 감사합니다. "

레이코의 주위에 떠 있는 파이어 볼을 캔슬하며 조슈아는 방을 나섰다. 그를 따르려는 기사들을 뿌리치 고 조슈아는 왕성으로 향했다.

보르세 요새에 집결한 제국군 25만의 병력이 기세 좋게 진군을 개시했다. 검은 하드레더에 검은 히드라 의 문양을 새긴 제국군 정규병 이외에도 군데군데 다른 무장을 한 병사들이 보였는데, 이번 원정에 참가 한 남부지방 귀족들의 사병이었다. 이번 전쟁에 참여하여 공을 세우는 데로 임펠리아의 땅을 하사한다는 황제의 영에 본래는 참여를 꺼리던 귀족들이 대거 참여한 것이다.

" 크하하! 이 병력이라면 순식간에 임펠리아의 수도까지 점령하고 여왕을 내 앞에 무릎 꿇릴 수 있을 테지! "

진군하는 원정군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에서 원정군을 내려다보던 패트릭은 광소를 터뜨렸다. 눈에 닿는 곳마다 늘어서 있는 제국군의 위용은, 과연 대륙을 지배하는 나라의 위용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 부관!! "

" 예! 사령관님!! "

" 임펠리아 까지는 얼마나 걸리지!? "

" 말로 달려서 6일거리. 보병의 진군속도와 함께라면 이주일 정도 걸립니다! "

" 너무 느리다! 일주일 준다! 그 안에 임펠리아에 도착하도록! "

" 그건.................. "

무리를 넘어서 무모에 가까운 명령에 부관은 뭔가를 항의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자신의 상관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생각한 부관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돌려서 진군하는 부대 쪽으로 다가갔다. 부관이 생각하기에 이번 전쟁은, 시작부터 불안한 전쟁이었다.

제국군의 출병이 확인되자 아리나스는 공식적으로 왕검, 미스텔테인을 영운에게 맡겨서 그를 공식적으로 임펠리아군의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영운은 즉시 왕성을 떠나 임펠리아를 향해 진군해오는 제국군을 상대하기 위한 10만의 군을 이끌고 수도를 떠났다.

영운은 수비군 10만을 이끌고 제국군의 예상 침공루트로 향했다. 군의 선두에 서서 나아가는 그의 곁에는 그와 함께 수비군을 지휘할 맥스웰이 말을 몰고 있었다.

" 제국군의 진격속도가 예상이상입니다. "

" 상관없습니다.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있고, 백성들의 전의 또한 높습니다. 공격을 맡은 3군의 준비는 어찌 되었습니까? "

" 세 장군들로부터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났고,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출격하여 제국을 유린할 수 있다고 합니다. "

" 좋습니다. 국경지대에 있는 마을과 도시의 주민들의 소개작업은 어찌 되었다고 합니까? "

" 이미 식량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피했습니다. 식량이 될 만한 가축들까지 모두 치웠으니, 제국놈들이 얻을 것은 빈집밖에는 없을 겁니다. "

침공해오는 침공군에 맞서서 그들이 사용할 만한 물자를 치우는 청야전술은 수비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동안 꾸준히 행한 훈련이 헛되지 않아서 백성들은 그들을 지휘하는 관리들의 지시에 따라서 침착하게 기본적인 생활도구만 챙겨서 후방으로 이동했다. 이미 재산피해에 관해서는 자세한 목록을 나라에 보고하면 그 피해액을 보상해준다고 여왕의 이름으로 공표가 된 뒤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아무 걱정 없이 관리들을 따라서 후방으로 이동했다. 제국군을 막기 위해 진군하는 수비군은 수도로 피난중인 백성들의 행렬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선두에서 군을 이끄는 영운의 모습에 자리에 멈춰 서서 만세를 부르며 임펠리아의 승리를 기원했다.

"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맥스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내며 영운에게 말했다. 영운 역시 고개를 끄떡이며 " 반드시 이길 겁니다. "

말을 하는 영운에게선 범상치 않은 결의가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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