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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잠에서 깨어나 푸른 평원을 바라보다.
패트릭이 이끄는 제국군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기세로 달려서 임펠리아의 국경을 넘었다. 출발전에 명령한 대로 일주일만의 도착이었기에 패트릭은 아주 만족스러워 했다. 물론 그의 명령에 따라서 진군하는 제국군 장병들은 매일같이 이어지는 살인적인 진군에 지쳐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진군에 진군만을 명령했다. 이쯤되면 그의 곁에 있는 누군가가 그에게 입바른 충고를 해줘야 함이 마땅했지만, 그들은 상관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그랬기에 그들도 살고 싶었다.
" 군을 셋으로 나눈다고요? "
혹독한 행군을 마치고 진채를 내린 제국군의 중앙 회의막사에서 작전을 논의 중이던 제국군 참모들의 얼굴은 더 이상 구겨질 수 없을 만큼 구겨져 있었다. 다른 나라에 침략하는 원정군은, 절대로 그 군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 어지간히 전력차가 나지 않는 이상은, 나누어진 군대는 각개격파의 좋은 대상일 뿐이다. 상식에 가까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상관은 그것을 행하라고 명령하고 있었다.
" 그리 알고 행하도록. "
의견이고 뭐고 필요 없었다. 이건 더 이상 회의라고 부를 수 없었다. 참모들은 불만스런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지만, 제국의 5대 공작가중 하나인 로이시언가의 적손이자, 남로군정서의 사령관인 그에게 의의를 제기했다가는 당장에 죽은 목숨이었다. 그렇게 입바른 소리를 하다가 비명에 죽어간 동료들은 그들의 기억 속에 얼마든지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이 해야할 일은 그런 상관 밑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었다.
오랜 회의를 걸친 참모들은 군을 셋으로 나누되, 참여한 귀족군을 한곳에 몰아넣어 임펠리아의 수도가 아닌, 국내를 유린하도록 하여 그들의 정규군이 수도로 향하는 것을 최대한 방해하도록 했다. 어차피 그들이 참전 목적은 임펠리아의 국내에서 강탈할 부와 잡아들일 노예들이었기 때문에 그 역할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환영하고 즉시 자신들의 사병을 분리하여 그들이 지시하는 방향을 향해 자신들의 사병을 끌고 진군하기로 했다.
참여한 제국군의 정규병은 둘로 나뉘어 하나는 임펠리아의 수도로 진군하디로 했다. 15만의 정규군중에서 9만의 병력이 나누어졌고, 그들은 루레아드로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공략해야할 필수적인 관문인 티레 성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다른 6만의 병력은 트라시메노 호수 쪽으로 방향을 잡았는데, 티레이 루레아드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고 대신에 군대가 진군하기 힘든 산길이라면 이 쪽은 약간 돌아가기는 하지만 군대가 빠르게 진군할 수 있는 넓은 길이 있다는 점이 틀렸다. 그들에게 남아있는, 서류상의 임펠리아의 전력을 보면은 자신들이 이렇게 진군하더라도 가로막을 병력은 그다지 없을 테지만, 문제는 그 정보가 30년전 침공당시 작성된 정보라는 것이 문제였다. 군에서 30년전의 정보는 화장실에서 써먹을 휴지로나 써먹을 수 있을 뿐이지, 작전을 짜는데 있어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것이었다. 불안한 참모들이 머리를 모아 만들어낸 이 작전을 본 패트릭은 크게 만족하며 호수 쪽으로 진군할 병사들을 지휘할 사람에 아그리파를 임명했는데, 끼리끼리 논다고 아그리파 역시 독선에 사로잡힌, 절대로 장수감은 아닌 인물이었다. 그가 기사가 된 것 자체가 검술이 높아서였고, 윗사람에게 아부하는 솜씨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으니까. 그것을 아는 참모들의 걱정은 당연한 것이었지만 반대하면 반대하는 데로 자신의 목이 날아갈 것이 분명하니, 걱정하는 와중에도 군을 나누어 배치하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들의 목숨이 날아가는 대신에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주면 모르겠으나, 오히려 더 기세등등하게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할 것임을 뻔히 아는 사실이었기에 차라리 그들은 살아남아서 만약에라도 있을지 모르는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제국군이 보이는 움직임은 무서울 정도로 영운의 예측한 대로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마치 영운이 제국군에게 이리 이리하라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믿을 정도로 제국군의 움직임은 영운이 예측한 그대로의 움직임이었다.
작전을 수정할 필요도 없이 영운이 이끄는 수비군은 즉시 각각 5만의 군으로 갈라져서 방어지역으로 설정한 두 곳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 장군님에게 티레 성은 상당히 인연이 깊은 곳이겠습니다. "
맥스웰의 지휘 하에 움직이기로 되어있는 흑색창기병대의 대장. 게인은 곁에 있는 맥스웰을 바라보며 말했다. 30년 전의 침공 때, 제국의 침공에 맞서서 티레 성의 험한 지형을 이용하여 제국군을 후퇴지경으로 몰고 가 사자의 장군이라 명성을 얻게 했던 장소가 바로 그곳이었다. 그때는 피눈물을 흘리며 후퇴했었지만, 지금은 달랐다. 맥스웰은 자신감이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게인을 바라보았다.
" 서두르세. "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숨길 수 없는 노장의 전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것은 그때의 치욕을 갚아주고 말겠다는 결의의 불꽃이었다.
" 알겠습니다. "
남부의 개척민이었지만, 그에게 반하여 기꺼이 흑색창기병의 대장이 된 게인은 미소를 지으며 티레 성을 향해 군을 움직였다.
누라의 왕궁에서는 연일 심각한 회의가 거듭되고 있었다. 조슈아가 비밀리에 맺은 임펠리아와의 동맹은 현 국왕을 비롯한 재상, 조슈아가 신뢰하는 몇몇 신하들만이 알고있는 사실이었기에 그들은 연일 국왕의 집무실에 모여서 격렬한 토론을 벌였다.
" 왕자님은 임펠리아가 제국을 이기리라고 생각하십니까? "
" 재상. 수십 년간 절치부심 칼을 갈아온 나라요. 제국의 힘이 대륙을 지배하는 지금. 제국의 뜻을 정면으로 거부하며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가 아니겠소? "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던 나라. 그리고 자신의 힘을 자만하며 방만하게 시간을 보내던 나라. 분명 절대로 승부가 되지 않는 게임이다. 하지만 그들의 속단을 막는 것은 그들이 싸움을 걸려는 나라. 대륙을 지배하는 나라. 제국이라는 존재의 이름값 때문이었다. 실례로 임펠리아를 침공하는 제국군의 규모가 놀라웠다. 제국 전토에서 동원한 것도 아닌 단순히 제국 남부에서만 동원한 병력이 25만이었다. 지난 1차 대륙전쟁에서 삼국연합이 힘을 모으고 나서야 20만에 가까운 군을 만들어 제국을 침공했던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
" 재상이 걱정하는 것은 잘 알겠소. 나 역시 전쟁이 벌어졌다고 얼씨구나 하면서 행동할 생각은 없소이다. "
" 그렇다면?? "
" 일단은 임펠리아가 제국의 침공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확인하도록 하지요. 우리는 그 결과에 따라서 움직이면 되는 거요. "
" 과연...................... 알겠습니다. "
노구의 재상은 태자가 보이는 현명함에 감복하여 머리를 숙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현 국왕은 흐뭇한 미소를 짓더니 태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 그들은 언제 세상에 내보낼 참이냐. "
" 하하. 그들 말입니까. 글쎄요............................. "
국왕이 말한 그들은, 임펠리아와의 동맹내용에 따라 지난 삼년간 임펠리아에 유학하여 그곳에서 기사수업을 받고 돌아온 기사들을 말하는 것이었다. 과연 조슈아의 선택은 틀리지 않아서 귀국한 그들은 하나같이 저 기사의 나라 마커스의 기사들과 붙어도 밀리지 않을 정도의 실력이 되어서 돌아왔다. 거기에 마도왕국답게 그들 하나하나에게 마법이 걸려있는 무구를 지급하여 파괴력을 더욱 올려서, 그들은 마도왕국 누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기사들이 되어있었다. 마법병단이라는 방패를 갖춘 누라에, 그들은 훌륭한 창의 존재가 되어줄 것이다.
" 아직은 그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것은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움직이는 것은 임펠리아가 제국의 침공을 어떻게 해결하는 것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않다고 생각합니다. "
태자의 말에 국왕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 너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라. "
"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
국왕의 말에 조슈아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