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93화 (9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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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니기아 협곡 전투.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

제국군에서 갈라져 나온 귀족들의 사병연합군은 루레아드를 향하지 않고, 방향을 달리 잡아 임펠리아 영 토 깊숙한 곳을 행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영운의 지시로 전장이 될 만한 소지가 있는 마을이나 도시의 주민들은 모조리 간편한 살림살이만 챙겨서는 피난했기 때문에 그들은 비어있는 도시와 마을만 바라보 며 이를 갈았다. 애초에 이 전쟁에 참가한 이유가 임펠리아의 땅에서 거두어들일 보화들이었기 때문에 이 런 상황은 그들에게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 빌어먹을!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어쩌면 좋겠소! "

귀족연합군에서 가장 많은 병사를 거느리는 크리프트 공작이 탁자를 강하게 내리치며 외쳤다. 회의에 참 가하고 있던 귀족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지만, 그들이라고 딱히 좋은 방법이 있을 리가 없 었다. 회의에 참가한 귀족만 수십 명에 가까운데, 제대로 무언가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하 긴, 이번 원정에 참가한 제국귀족들은 거의 다가 거기서 거기인 사람들이었으니까.

어쨌든 간에 이대로 계속 진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군을 움직이는데는 돈이 든다. 1, 2000만 움직 여도 공작인 자신의 얼굴이 구겨질 정도인데, 원정군에 참여한 다른 귀족들의 심정이야 어련할까. 이번 의 출진에 쓰인 비용을 임펠리아에서 거둬들이는 약탈품으로 채우려고 했었지만, 이대로 라면 공작가의 재정이 파탄 나는 것이 더 빨라 보였다.

" 공작각하! 멀지 않은 곳에 도시가 하나 더 있사오니........................ "

한 귀족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하자, 공작은 고개를 돌려서 그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백작위를 가지고 있 던 자였을 것이다. 공작이 자신을 바라보자, 힘을 얻은 그 백작은, 조금 커진 목소리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이곳에서 머뭇거리며 군량을 축내고 있느니 진군을 해서 다음 도시로 가는 것이 낳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당연한 소리였지만 그나마도 생각 못하던 귀족들에겐 엄청나게 구미가 당기는 일이었다. 회의에 참여한 귀족들이 이 자리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작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귀족들의 시선에 공작은 천천히 고개를 끄떡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진군하도록 하겠소. 단! "

일어서려던 공작이 움직임을 멈추며 자신들을 바라보자, 공작은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잔혹 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이곳의 모든 건물들은 철저하게 파괴하시오, "

공작의 명령에 귀족들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공작이 굳이 시키 지 않는다 해도 그럴 생각이었으니까.

" 크윽! 우리들의 도시가.....................!!

불타오르는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 있던 사내가 타오르기 시작한 도시를 바라보며 이 를 갈았다. 마찬가지로 그의 곁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있던 사내가 그의 어깨를 잡으며,

" 분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네. 가세나. 보고해야지. "

그들은 불타오르는 도시를 천천히 빠져 나오는 제국군을 잠시 노려보고는 발을 놀려 언덕을 내려갔다. 그 들이 향하는 곳은, 언덕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숲이었다. 숲에 들어선 그들은 주위를 신중 하게 둘러보더니 입을 모아 휘파람을 불었다.

- 삐리리~~~~ 그들의 입에서 일제히 울린 휘파람 소리가 숲으로 퍼지자, 숲 속에서도 그와 똑같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 고, 오래 걸리지 않아 숲의 어둠 속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

" 니콜! 브란! 도착한 건가? "

" 아. 듀오, 모두 모였나? "

" 물론이다. 가지. "

몸을 돌려 앞장서서 걸어가는 듀오의 뒤를 따라 니콜과 브란이 걸음을 옮겨 숲속으로 향했다. 이윽고 그 들은, 숲의 어둠에 묻혀서 그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 화륵!

불이 밝혀지자, 주위의 광경이 드러났다. 땅을 파서 만들어낸 토굴에는, 수명의 남자들이 자리에 앉아서 지금 막 들어온 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토굴에 들어온 세 남자. 니콜, 브란, 듀오는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이며,

" 정찰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 어서 오시오. "

세 사람을 환영하는 것은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중, 검은색의 임펠리아군의 군복을 입은 사내였다. 사내를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인 세 사람은 둥글게 둘러앉아 있던 그들의 빈틈으로 다가가 착석했다.

" 보고하시오. "

군복사내의 말에 잽싸게 자리에서 일어선 니콜은 거수경례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보고하기 시작했다.

" 지금 막 제국군이 도시를 떠나는 것을 봤습니다. 그런데, "

" ?? "

" 떠나면서 도시를 완전히 파괴해 버렸습니다. "

" ! "

니콜의 말에 사람들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밖으로 나가는 통로를 향해 달려갔다. 군복의 사내는 그런 사람들의 움직임을 제지하면서,

" 진정하시오! 전쟁이 끝난 후, 모든 피해는 여왕폐하께서 해결해 주시다 하지 않았소!! "

사내의 외침에 자리에서 뛰쳐나가려던 사람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천천히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 집은 언제라도 다시 세울 수 있지만, 제국군의 침략에 이 나라가 무너져 내린다면, 우리들은 제국놈들 의 수탈에 시달려야 합니다. 우리의 딸은 제국군의 노리개가 될 것이고, 우리는 제국놈들의 배를 불리기 위하여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합니다. 그것을 명심해 주세요. "

사내의 말에 사람들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아리나스 여왕이 집권한 뒤로, 그들은 부족할 것이 없는, 행복한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부수는 저 제국군들, 저들은 자신들의 조그만 행복마저 빼앗아 가려고 하고있었다. 제국굳에 대한 분노로 차갑게 타오르는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던 사내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접선장소로 이동합시다. "

30년전 제국의 침공당시에 제국군이 임펠리아의 정규군보다 더 두려워하던 부대가 있었다. 스스로를 알 카에다라고 부르던 게릴라 전문의 국민유격부대. 지형에 익숙하는 장점을 이용하여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국군을 습격하여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진 제국군의 병참선을 흔들리게 만든 존재들. 갈라진 제국군의 3군을 막기 위해 움직인 것은 소집된 예비군과, 다시 한번 제국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결성된 알 카에다였다.

" 여왕폐하께서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계십니다. "

사내는 눈앞에 앉아있는 노인에게 고개를 숙였다. 사내가 입고있는 관복 곳곳에는 금실 은실로 화려하게 수가 놓여져 있어서 그의 신분이 적지 않이 높은 사람임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정말로 눈앞의 노인 에게 경의를 담아서 인사하고 있었다.

" 나라에 사는 백성으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과한 예의는 거두십시오. "

" 아닙니다. 이미 여왕폐하께서는 당신께 백작의 위를 내리셨으니, 제가 이렇게 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 입니다. 라덴 경. "

" 하아.................. "

사내는 한숨을 내쉬는 노인을 바라보다가 진지한 얼굴로 노인에게 말했다.

" 정보에 따르면 제국군은 소사리아시를 떠나 다음 도시인 세냐로 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세냐시는 피난민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곳이 공격받는다면 무고한 백성들의 피해가 커집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막아야만 합니다. "

" 물론이오. 이미 알 카에다의 모든 대원은 준비가 끝났소. 이 나라와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끝까지 싸울 사람들이오. 명령만 떨어지면 저 간악한 제국군을 도륙 할 수 있소이다. "

" 상부에서 결전지로 잡은 곳은 론니기아 협곡입니다. 그곳은 잘 아시겠지요? "

사내가 언급한 장소에 라젠의 눈이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잠시 사내를 바라보고 있던 라덴은 고개를 끄떡이며 입을 열었다.

" 어찌 잊을 수가 있겠소. 그곳은 30년전, 제국에 저항하던 우리 대원들의 의혈이 뿌려졌던 곳인데. "

전쟁이 끝나고 제국군이 벌인 대규모의 포획작전에 도망가던 알 카에다의 사람들은 쫒기고 쫒기다 결국 론니기아 협곡에서 제국군에 의해 앞뒤로 포위 당하여 몰살해 버렸다. 라덴도 그 전투에 참가해서 살아남은 사람중의 하나. 그때 얻은 가슴의 상처는, 제국을 생각할 때마다 욱신거리며 그를 괴롭혔다. 사내는 구겨져 있는 라덴의 얼굴을 바라보며, " 하지만 이번에 그곳을 피로 물들이는 것은 제국군이 될 것입니다. "

라덴은 사내의 말에 고개를 끄떡였다.

진군하고 있는 귀족연합군. 그들이라고 다른 두 곳의 제국군과 다르지 않아 그들을 막기 위해 움직이는 임펠리아군을 만나지 않았기 때문에 임펠리아군이 10만에 달하는 귀족연합군의 위용에 겁먹고 숨어버렸다고 오해한 귀족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진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기양양하게 보서이 곳곳에 박혀있는, 다른 말로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갑옷을 입고 기사들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나아가는 그들 중에는 군에 관련된 일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그래서 당연히 해야하는 진군방향에 대한 정찰조차 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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