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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니기아 협곡 전투. -지렁이도 밟히면 꿈틀한다.-
라덴과의 통신을 끊은 노아스는 자신이 규합한 사냥꾼들을 불러모아 자신이 실행하려는 방법을 그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 .................... "
그의 설명을 들은 사냥꾼들은 그 방법의 잔인함에 치를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제국의 침공이 있기 몇 년전 까지만 해도 그는 나무를 해다 하루를 먹고사는 순박한 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이미지가 완전하게 깨져버렸다.
" 영감. 정말.............. 이거 할꺼요? "
사냥꾼들 중에서도 활을 다루는 이들의 대표격인 사내. 크리올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는 사냥꾼이 그를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평소에 그와 편하게 지냈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지만 노아스는 공과 사는 철저하게 구분하는 인간이다. 그의 건방짐을 응징하기 위해 굵은 팔을 들어 그의 뒤통수를 인정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 크억!! "
크리올은 비명을 지르면서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그의 힘을 잘알고 있는 주위의 사냥꾼들은 쓰러진 크리올이 생존여부를 걱정하며, 한편으로 그가 죽었을 경우를 대비하여 그가 남길 유품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 푸하! "
조심스럽게 그들은 상의를 시작했지만, 그 순간 고함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져 있던 크리올이 괴성을 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 쳇. "
" 안죽은 건가. "
옆에서 들리는 동료 사냥꾼들의 말에 크리올은 분을 못이기고 주먹을 휘두르며 그들에게 덤벼들었다.
" 그러고도 니놈들이 친구들이냐!! "
" 우아악! "
한바탕 난투극을 벌이기 시작한 그들을 조용히 바라보던 노아스는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구석에 놓아둔 자신의 짐 쪽으로 걸어갔다.
- 철컥! 철컥!
한참을 자신의 짐을 뒤적거리던 노아스는 짐에서 길쭉하게 생긴 단봉들을 여러 개 꺼내어 그 끝을 서로 이어 붙이기 시작했다. 4~5개쯤 되는 단봉들이 조립된, 거의 그의 키만큼이나 커다래진 강철 봉을 들어 그들을 바라보았다.
" 죽어랏! 이 자식들!! "
난투극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을 쿡쿡 찌르며 그들을 말려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점점 험악해지는 노아스를 지켜보던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은신처로 삼은 동굴을 나섰다. 동굴을 나선 그들은 주위에 있던, 입구를 가리기 위해 가져다 놓은 굵은 나무가지들을 들어다가 동굴 입구를 꼼꼼히 틀어막았다.
" 뭐 하는 거야?? "
주위에서 보초를 서던 동료들이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펴하며 물어보았지만,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 잠시후면 알 수 있을 꺼야. "
- 으우아아아악!!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굴 안에서 울려 퍼진 괴성에 놀란 그들은 동료들을 쳐다보았지만 그들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해가 지기 시작하자 진군 중이던 제국군은 자리에 멈추어 서서 병사들에게 주둔지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확실히, 아무리 장수로써 미숙, 아니 그 이하인 귀족들일 지라도 오밤중에 군을 움직이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진군하던 군을 멈춰 세우고 주둔지를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본디 제국남부의 어중이떠중이 귀족들의 사병이 모인 군대다. 만들어진 주둔지에 질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귀족의 사병들끼리 무리져서 모여있고, 그러다 보니 경계를 서는 보초들에게 군율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그들의 복장에 통일성이 없었기 때문에 으슥한 곳을 경비하던 병사들끼리 무기를 휘두르는 경우도 있었다. 서로 휘두른 무기에 다친 병사들이 지르는 고함에 놀란 병사들이 무기를 쥐고 뛰쳐나와 아군에게 무기를 겨누는 경우도 있었으니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제국군이 주둔한 주둔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에서 그런 제국군의 한심한 작태를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하지만 정신은 딴 데서 춤추고 있는 제국군 병사들이 그 시선을 알아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 시선은 제국군 진영을 주의 깊게 살피고는 소리를 죽여가며 그곳에서 떠났다.
제국군이 주둔한 곳에서 언덕하나를 넘어가면 노아스가 이끄는 알 카에다 소속의 전사단이 주둔하고 있었다. 제국군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밤을 낮 삼아서 그들의 뒤를 따라온 그들은, 제국군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이곳에 주둔하여 제국군을 야습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밤새서 두들길 거니까 꼼꼼하게 손보도록!! "
크리올은 주저앉아서 자신들이 들고 온 물건을 손질하는 전사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외쳤다. 하지만 노아스에게 매타작을 당하여 곳곳에 피멍이 들어있는 얼굴로 아무리 위엄 있게 외쳐보았자 전사들은 킥킥거리며 비웃을 뿐이었다.
크리올은 순간적으로 화가 치솟아 오르는 것을 느끼고는 주먹을 쥐었지만, 그 순간, 그의 뒤통수를 찌르는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고는 한숨을 내쉬며 주먹에 힘을 풀었다, " 놀려라 놀려…… "
한숨을 내쉬며 걸음을 옮기는 크레올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였다.
' 쓸만한 녀석이야. '
할버드의 도끼 날을 손질하던 노아스는 쓸쓸하게 걸음을 옮기는 크레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조금만 더 성격이 진중해 진다면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 전쟁이 끝나고, 우리들에게 정부에 출사(出仕)해 달라는 여왕폐하의 요청이 있었네. 하지만 자네도 알다시피 자네나 나나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노물 들. 나라에 쳐들어온 제국군을 물리치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이니 젊은이들에게 양보할 수 없는 노릇 이지만 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이 분명한 일을 마다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러니 말이네 사람을 보는 눈은 나보다는 자네가 낳으니, 자네에게 그 일을 부탁하겠네. '
통신구를 통해 자신에게 간절히 말하던 라덴의 부탁을 이기지 못하고 주위 사람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던 중에 눈에 뜨인 것이 크리올이었다. 천성이 사람이 밝아 주위의 사람과 쉽게 친해지고, 시야가 넓어 전장의 상황을 잘 읽으니,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장수감이 확실한 지라, 이번 전쟁이 끝나면 라덴에게 말하여 여왕폐하의 내각으로 들여보낼 생각이었다.
다만 아직은 가르칠 것이 많기에 일부러 혹독하게 대하는 것일 뿐이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태양의 모습은 거의 사라지고, 반대쪽에서 어두운 밤과 함께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움직일 시간이다. 노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손에 쥔 할버드를 천천히 휘둘러보았다.
- 부웅~~ 40년전 한 드워프와의 인연으로 얻은 할버드는, 40년의 시간터울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과연 드워프의 작품이랄까. 노아스는 그에게 다가오는 크리올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 자, 가자. "
크리올은 그의 말에 전의가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저런 사건이 있었지만 제국군 병사들은 각자의 막사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영운의 작전에 의해 서긴 하지만 그들은 이곳까지 진군하면서 단 한번도 임펠리아군을 만나지 못했고, 그들 나름대로의 생각으로는 그들이 자신들에게 겁먹고 물러났다고 생각하고 있어, 전체적인 사기가 많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좋아진 분위기에 힘입어서 주둔지의 보초를 서고 있는 몇몇 병사들의 대부분은 주둔지를 적당히 돌아보는 것에 그치고 있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방심은 곧 죽음. 방심한 그들에게 오밤중에 벼락이 떨어졌다.
- 와아아아아!!
제국군은 갑자기 들린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서 잠을 자던 도중에 막사에서 뛰쳐나와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들이 바라보는 곳 어디에도 함성을 지르며 그들을 공격해야하는 임펠리아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그들의 당황감과 비례하여 들려오는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 침착해라! 무기를 들어! "
뒤늦게 나온 기사들이 외치며 병사들을 진정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이어서 그들의 노력을 무산시켜 버리는 커다란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 뿌우~~~~ - 채쟁! 챙!
함성소리에 이어서 갑자기 울려 퍼진 뿔나팔 소리와 창검이 부딪치는 듯한 소리에 제국군은 이 소리가 임펠리아군이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내는 것이라고 믿어버렸다.
" 공격이다! "
" 전부 일어나!! "
병사들은 황급히 잠들어있는 동료들을 깨우고, 갑옷을 황급히 챙겨 입었다. 당황한 것은 지휘관들도 마찬가지라, 무기를 챙기고 갑옷을 챙겨 입으며 주위의 기사들을 재촉하며 주변을 살펴보도록 명령했다. 그들의 명령에 기사들이 주위를 살피려 일단의 병사들을 이끌고 정찰에 나섰지만, 기이하게도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접근하면 커다랗게 울리던 소리는 씻은 듯이 사라져 버리고 허탕이라 생각하며 돌아서면 정 반대 방향에서 소리가 났다.
" 이쪽이 아닌가! "
" 서둘러! "
분에 찬 얼굴로 달려가면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소리가 사라져 버리고, 다른 쪽에서 그 소리가 울렸다. 다시 한번 소리가 난 곳으로 달려가 보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결국 그들은 밤새도록 자리를 옮겨 다니는 소리를 쫓아다니며 밤을 지새웠다.
= 올라 갑니다. 또 올라갑니다. 샤이닝 핑거. 우헤헤헤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