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97화 (97/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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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레성 공방전.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영운과 해어진 맥스웰은 30년전, 도망치듯이 떠나야 했던 성의 모습을 만감이 서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 곳에서 그는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과 함께 임펠리아를 노리던 제국군과 피를 흘리며 싸웠다. 60세가 다되어가는 노장의 눈에는, 과거 이곳에서 그와 함게 싸우던 부하들의 영혼이 자신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내가............. 돌아왔다. "

기어이 맥스웰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 티레성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노이얀 이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

맥스웰은 성문 앞에 서서 자신을 기다리던 노이얀을 바라보곤 손을 들어 그의 경례에 답례했다.

" 맥스웰이네. 성의 준비상태는 어떠한가. "

" 명령하신 대로 만전의 준비를 해 놓았습니다. 성의 수비병력 전원은 장군님의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맥스웰은 티레성을 떠나지 않고 전투를 치르기로 마음먹었다.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이곳으로 진군하는 제국군의 병력은 모두해서 8만, 그가 이끄는 5만의 병력으론 나아가 제국군과 부딪치며 전투를 하는 것은 힘들었다.

그는 30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티레성을 의지하며 전투를 치르기로 결심하곤 곳곳에 병력을 배치하며 전의를 다졌다. 이번에는 30년 전처럼 도망치듯이 이성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성벽 위에서 저 멀리서 이곳을 향해 진군하고 있을 제국군을 노려보았다.

한편 티레성을 향해 제국군 8만을 이끌고 나아가는 패트릭은, 진군하는 자신을 가로막는 임펠리아의 병사 하나도 보지 못한 채, 진군에 진군을 거듭하고 있었다. 이것은 모두 영운의 작전에 의한 것이지만, 그가 어찌 알랴. 하긴, 겉으로 보기에는 그에게 겁을 먹고 도망간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 내게 겁먹은 모양이군!! 크하하하하!! "

박장대소하는 그와는 달리 그를 따르는 참모들은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을 어쩌지 모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 어떻게 생각하오? "

" 음................. 아무래도 우리는 선 황제의 실수를 답습하고 있는 듯 합니다. "

임펠리아를 정벌한 30년 전의 황제는, 지나는 도시들마다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약탈을 거듭하여 그의 잔인함에 반발한 백성들이, 티레성이라는 작은 성에 본진이 붙잡혀 있는 사이에 원정군의 가장 큰 약점인 길게 늘어진 보급선을 철저한 게릴라전을 통하여 제국군 본진이 흔들거릴 정도로 병참선에 중대한 타격을 입였다. 그 결과로 제국은 퇴각의 위기에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이대로라면 정말 위험했다. 이미 대륙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진군속도로 인하여 병사들의 피로는 한계에 달해 있었고, 보급부대가 빠른 진군속도를 따라오지 못하여 지금은 간간이 보급이 끊어질 때도 있었다. 박장대소하며 군을 이끌고 가는 상관을 흘끔 바라본 참모들은, 신중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며, " 이대로는 위험하오. "

" 물론이오. "

참모들은 위험하다는 말에 고개를 끄떡이며 동의했다. 하지만 그 위험을, 저 오만으로 가득차 있고, 높은 자존심을 가지고 있는 상관에게 어떻게 말할 것인가? 만약 말을 한다면, " 이런 아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말을 하다니! 네놈은 적국의 스파이가 분명하다! "

라고 외치면서 자신들에게 장검을 휘두를 것이다. 그 동안 보아온 그들의 상관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었다. 하지만 목숨이 아깝다고 8만의 병사들을 함정일지도 모르는 곳에 밀어 넣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참모들은 거듭 고민하며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았지만, 서로가 죽기 싫은 것은 마찬가지라.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 수박에는 없었다.

제국군의 진군은 그들을 감시하는 은밀영 요원들에 의하여 하나하나 철저하게 맥스웰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새로이 개발된 통신용 수정구를 통하여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를 하나하나 자세히 검토하며 맥스웰은 지도의 곳곳에 정보들을 표시하며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 제국군을 이곳까지 끌어들어야 한다. "

이곳 티레성은 루레아드로 가는 가장 빠른 통로였다. 30년전 제국군은 이 길을 얻기 위해 미친 듯이 공격했다, 그와 그가 이끄는 병사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혀서 이 길을 얻지 못하자, 그들은 군을 나누어 수도를 공략했다. 그때 그들이 선택한 것이 트라시메노 호수였다. 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그곳을 지키지 못하여 후방에서 제국군에게 기습당했었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그곳을 막고 있으니, 자신은 이곳을 막는 것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 일단, 손님을 맞으러 사람을 보내야 겠지? "

그는 미소를 지으며 탁자 위에 놓여있던 수많은 문양이 새겨진 인형 중 하나를 집어들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제국군 앞에 가져다 놓았다. 제국군의 앞을 막아선 인형에 새겨져 있는 것은 검은 사자, 흑색창기병의 문장이었다.

제국 원정군 수송부대에 속해있는 헤리온은 밀려오는 하품을 참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렸다. 가뜩이나 본진과 떨어져서 평소에도 잔소리가 많았지만, 요즘은 더욱 잔소리가 많은 대장이 봤다면 무슨 소리를 할 지 모르는 일이나, 지금은 자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듯했다.

" 후우............... 달도 밝다. 빌어먹을, 우리 페니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

헤리온은 밤하늘을 밝히고 있는 달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웃고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잠시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나마 위험이 적은 수송부대에 속한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는 그 동안 모아놓은 돈으로 집에 있는 가족들이 얼마나 생계를 꾸릴 수 있을지 계산해 보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 전쟁은........................ 언제 끝나려나. "

조용히 중얼거리는 헤리온의 말에 대답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침울해지는 기분을 털어 버리기 위해 헤리온은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자기가 들어도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꿀꿀한 기분을 털어 내는 데에는 그만이었다.

- 바스락!

노래를 흥얼거리는 도중에 들린 소리에 긴장한 헤리온은 창을 고쳐 잡고 사방을 노려보며 경계했다. 그의 주위로 보이는 것은 오로지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과 나무들 뿐. 잘못들은 것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정말 확실하게 그 소리를 들었다.

" 누구냐! "

외치면서 주위의 풀숲을 창으로 한번씩 찔러보았다. 하지만 걸리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한참을 주변을 돌아다니며 똑같은 일을 반복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마침내 포기하고 돌아서려는 헤리온의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 엇! 누구..................... "

- 푸욱!

창을 들이대며 외치려던 헤리온이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자신의 목을 가르고 지나가는 한 자루 소검이었다.

" 죄송합니다. 실수를 했습니다. "

쓰러지는 제국병사를 안아서 누인 흑의인은 등뒤에 나타난 사람을 향해 허리를 구부리며 말했다.

" 주의해라. 이번 작전이 가지는 중대함은 너 자신이 더 잘 알 터이니 별 말은 하지 않겠다. "

" 감사합니다. "

" 알았으면 가서 작전대로 움직이도록. "

허리를 굽혔다가 피고,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는 흑의인의 뒤로, 수십명의, 그와 똑같은 차림을 한 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8만의 제국군 본진에서 참모들은 걱정스런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쾌속의 진격을 거듭한 것이 4일째. 군에 준비되어있는 식량은 이미 바닥을 보여 가는데 그 식량을 수송해야할 수송대는 아직 군에 도착하지 않았다.

" 사람을 보내 봤으나, 분명히 우리 뒤를 따르고 있어야할 수송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하오. "

" 큰일이오. 이미 군의 식량은 간신히 사흘을 넘길 수준이오. 이대로 목적지인 티레성에 도착한다면 8만의 병사들은 굶으면서 싸워야 하오. "

굶으면서 힘을 낼 수 있는 병사들은 없다. 그것은 상식이다. 보통 원정군이 만성적으로 시달리는 문제가 식량문제인데, 대부분의 원정군은 이것을 점령지에서 약탈한 식량으로 때우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에 점령한 임펠리아의 도시에서는 썩어버린 빵 한 조각이나, 비루먹은 개 한 마리조차 발견하기 힘들었다. 12개의 마을과, 3개의 도시의 상태가 모두 똑같았다.

" 이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

한 참모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다른 이들은 대화를 멈추고 이번에 이야기를 시작한 그를 바라보았다.

" 우리들은 이제까지, 우리들을 막아서는 임페리아군이 없다는 것을 단순히 병력을 집중하여 수도에 모아 우리들을 격퇴하기 위해서라고, 단순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 였지요. 하지만 지금 와서 저는 다른 생각이 드는군요. 만일 나의 생각대로라면, 저희들은 너무나 큰 함정에 빠진 것일지도 모릅니다. "

" 그것이 무엇이오? "

그는 자리에 앉아서 침울한 얼굴로 동료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우리를 막아서지 않은 임펠리아의 병력이, 우리가 지나가길 기다린 것이라면? "

" ........................... "

" 어딘가에 은신해 있던 병력이 우리가 지나가자마자 우리의 퇴로를 막아버리고, 상상하기 어려운 거대한 포위망을 완성시킨 것이라면? "

참모들은 전율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보급이 오지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바라보며 그는 이야기를 끝맺었다.

" 우리는 패배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하나 뿐입니다 "

그의 말에 참모들의 고개가 일제히 흔들렸다. 참모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비장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패트릭은 아침부터 찾아와서 자신을 보고있는 참모들의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눈앞의 참모들은 그에게 있어서 잔소리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 능력이 뛰어나 자신의 전대 사려관에게서 중임 되었던 그들이라 내치기도 어려워서 하는 수없이 데리고 있었지만 그들의 말에 따르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다.

" 무슨 일이오? "

" 후퇴해야 합니다. "

" ......................지금 뭐라고 하셨소? "

패트릭은 불쾌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참모들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들의 예상과, 오지 않는 수송대. 거기에 거의 다 떨어진 식량을 들먹이며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하려 애썼다.

" ................. "

그도 일단은 장수로써의 식견이 있는 터라, 참모들의 말이 일리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당장이라도 퇴각해야겠지만 이대로 저들의 말을 따르기에는 그의 자존심이 너무나도 높은 것이 문제였다. 신중한 얼굴로 의견을 내 보았다.

" 지금이라도 티레성을 향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 그곳을 공략하면 어떻소? "

" 그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만, 티레성에 주둔하고 있는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저희는 모릅니다. 게다가 피곤과 배고픔으로 지친 병사들을 거느리고 공성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립니다 차라리 병사들의 힘이 남아있을 때 본국으로 물러나는 것이 현명한 선택입니다. "

구구절절 옳은 참모들의 말에 패트릭도 어느 정도 마음을 잡고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려고 할 때, 밖의 병사들이 갑자기 비명같은 외침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 적이다아~~~~!! "

패트릭과 참모들은 서로를 바라보다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편 올렸습니다. 점점 글쓰기가 힘들어 진다는........................방랑이 사라지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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