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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포효가 대륙을 울리니 그 앞에 몸을 떨지 않는이
"함정이라고 했나? 자네?"
부시 백작은 자신의 말에 심드렁한 얼굴로 반문하는 공작을 어이없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몇 일전까지는 자신의 능력을 신용하여 그렇게 중용했건만 그의 의견에 반하는 의견을 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신을 이렇게 찬밥 취급하니 내심 서운하기도 하고 이가 갈릴 정도의 모욕감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부시였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10만의 병력을 모두 죽을 곳에 밀어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다시 한번 그를 설득해 보기 위하여 입을 열어 말을 하려는 찰나였다.
"적이다!!"
선진에서 울려 퍼진 외침에 공작과 백작의 얼굴은 찌그러든 깡통같이 일그러졌다.
"전령!"
"옛 전하!"
"적이라니? 적의 규모는? 선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가서 확인하고 돌아오도록!"
공작의 명령에 전령 한 명이 급히 말을 타고 병사들을 가로질러 선진이 위치한 곳으로 직행했다. 협곡을 따라 군이 길게 늘어선 까닭에 선진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사태의 파악이 용의하지 않았던 것이다.
"전하!"
선진으로 나가 상황을 파악하고 돌아 온 전령이 크리프트 공작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렸다.
"임펠리아군으로 보이는 200여기의 기병들의 공격입니다."
"기병?"
"옛 기병이라고 합니다."
일단 말을 타고 있었으니 기병은 기병이었다. 단지 말에 타고 있는 인물들은 기병의 장비와 무장을 갖추지 않는 희한한 인물이었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저 말을 탄 사냥꾼들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무튼 그런 사실까지 공작에게 보고를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전령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자율 삭제했다.
"이런 협곡에서 기병의 운용이라니……."
제정신이 박힌 지휘관이라면 이런 미친 짓은 하지 않는다. 양쪽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협곡에서 기병은 그 움직임이 제한된다. 그렇다면…….
"함정입니다. 그들은 우리들을 이곳 협곡까지 유인하기 위한 미끼였을 뿐입니다."
부시 백작이 절규하듯이 외쳤다.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느낀 크리프트 공작은 다급한 어조로 외쳤다.
"비…빌어먹을!!!"
백작과 공작이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멀리 보이는 선진의 앞엔 그들이 그토록 쫒아 다니던 게라트 워의 전사들이 전원 말에 올라탄 채로 그들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선두에 서있던 기골이 장대한 할버트를 꼬나들고 있던 자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서더니 제국군 병사들이 모두 들릴 정도의 고함을 질렀다.
"내 이름은 노아스 세이스토다! 거기에 있는 제국군 중에 나의 창을 받아 낼 자신이 있는 자는 앞으로 나서라!"
노아스의 외침에 그를 지켜보고 있던 기사들이 발끈해서 앞으로 나서려는지 말고삐를 잡아챘다. 그가 평민이라면 모를까 귀족으로 보이는 사내가 당당하게 일기토를 걸어왔으니 평소에 무용을 뽐내고 싶어하던 기사들이 서로 나서려고 발버둥 쳤다.
"제국에는 사람이 없는 건가? 나의 일격을 받아 낼 자신이 있는 자는 없는 것인가?"
"닥쳐라! 내 이름은 후크 자작님 휘하의 기사 콜로넬! 너와 검을 겨루겠다!"
한 기사가 선진에서 뛰쳐나와 자신의 이름을 외치며 임펠리아 측의 기사에게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공작을 비롯하여 제국군의 귀족들은 노아스를 향하여 랜스를 꼬나 들고 달려가는 콜로넬을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훗."
노아스는 자신을 향해 말을 달려오는 기사를 바라보곤 살짝 미소를 짓더니 자신도 말을 박차 그를 향해 달렸다. 기사는 랜스를 옆구리에 바짝 붙이고 그를 겨누었다. 그의 모습에 노아스는 크게 웃으며 할버트를 잡아 풀 스윙으로 휘둘렀다.
"크악!"
날아드는 할버트의 모습에 기겁하고 놀란 콜로넬은 방패를 들어 몸을 가렸지만 드워프 제로 30년이 넘는 골동품에 가까운 물건임에도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할버트는 기사의 방패를 조각 내고 기사를 말 위에서 떨어트려 버렸다. 방패를 부수고 들어온 할버트의 날에 중상을 입은 콜로넬이라는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땅위에서 미친 듯이 꿈틀거렸다.
"겨우 이것이 제국이란 나라의 수준인가? 하하하하! 이제 보니 제국은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나라였구나!!"
노아스의 외침에 기사들이 모두 흥분해서는 자신의 무기를 움켜쥐고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말을 달려 나왔다.
"내가 상대해 주마!"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달려나오는 기사들을 일견한 노아스는 별 볼일 없다는 얼굴로 말을 돌리며 말했다.
"앞장서서 나온 자의 실력이 저러하니! 너희들의 실력 또한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 너희들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특별히 살려주도록 할 터이니 돌아가 실력을 더 연마하고 오도록 하라!"
"뭣이!!"
모아스의 외침에 눈이 뒤집힌 기사들은 앞 다투어 말을 박찼다. 하지만 자신을 노리고 눈이 뒤집힌 기사들의 무리가 밀려오고 있음에도 노아스는 시종일관 느긋한 얼굴이 되어 그를 기다리는 게라트 워 기병대에 합류했다.
"준비!"
노아스가 합류하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궁수들이 활을 들어올리며 밀려오는 기사들을 겨누었다. 달려오던 기사들은 자신들을 겨누는 날카로운 화살촉들을 발견하곤 황급히 말을 멈추려고 해 보았지만 클리오는 그들이 멈추도록 기다려 줄 생각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쏴라!"
-쉬쉬쉭!!
클리오의 명령에 따라 궁수들이 날린 화살이 달려오는 기병들을 향했다. 기병들은 날아오는 화살들을 눈으로 확인하고선 이를 악물고는 방패로 몸을 가리고 돌진을 계속했다.
-태태탱!
화살과 부딛치는 방패에서 콩 볶는 소리가 나고 화살들이 툉겨 나갔다. 어차피 크리올도 지금의 공격으로 기사들의 피해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기에 달려오는 기사들을 힐끔 보고는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비겁한 놈들!"
도망가는 그들을 바라보며 기사들은 도망치는 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며 추격하기 시작했다. 보통 같았으면 본대로 돌아가서 합류했겠지만 저들에 의해 짓밟혀 버린 그들의 자존심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말고삐를 고쳐 쥐고 말의 속도를 올려서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서둘러서 기사들의 뒤를 따라라! 속도를 올려!"
각지에서 병사들을 지휘하던 귀족들은 기사들의 뒤를 따라가기 위해 병사들 닥달하기 시작했다. 백작은 커다랗데 전군 공격을 외치는 공작을 바라보며 다급하게 만류했다.
"공작님! 지금은 후퇴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부시의 외침에 공작은 까딱도 하지 않고 자리에 서 있었다. 부시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간절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공작에게 말했다.
"이것은 함정임에 틀림없다니까요! 이대로 간다면 저희 군은 되돌릴 수 없는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됩니다!"
"닥쳐라! 군의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는 말을 그렇게 함부로 하다니……. 여봐라!"
부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공작이 크게 화를 내며 근처에 서 있던 병사들을 불렀다. 그의 무름에 공작을 가까이에서 수호하던 기사 둘이 그에게로 다가와 무릎을 꿇렸다.
"이자를 끌고 내 눈앞에서 사라지거라!"
"옙!"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한 두 기사들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백작은 분노에 찬 얼굴로 자리에서 떨쳐 일어나며 공작을 노려보았다.
"공작님! 내 진심으로 다시 충고 드립니다! 병력을 물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국의 병사들 10만이 임펠리아군에 의하여 전멸하는 수도 있습니다!"
절규하듯 외치며 백작은 자신을 잡으려는 기사들의 손을 뿌리치며 자신의 사병들 쪽으로 걸어갔다. 경고와도 같던 그의 외침을 듣고 있던 크리프트 공작은 피식하고 비웃음을 띄우며 스스로 말에 올라 전방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비덴은 절벽 아래의 좁은 길을 달려가는 친우 노아스가 이끌고 있는 일단의 기병대와 그들을 쫒아가는 제국군의 중기병을 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 중기병을 따라서 제국군의 본진이 서서히 함정을 파놓은 곳으로 들어오는 것을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비덴은 다른 곳에 매복해 있는 게라트 워와 예비군들에게 연락을 취하며 신호가 있으면 일제히 공격을 개시하도록 명령했다.
"대장님. 공격할까요?"
자신들의 바로 아래로 지나가는 제국군들, 그 사이사이에서 호화찬란한 갑옷을 입은 자들이 여럿 발견되자 미루어 짐작해 보건데 제국군의 본진일 것이 확실하다고 생각한 한 전사가 비덴에게 조용히 물어 보았다. 그와 마찬가지로 밑을 지나가는 제국군의 본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비덴은 고개를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라. 후미에서 연락이 오는 즉시 들이치는 거다."
"옛,"
그에게 다가왔던 전사가 마치 뱀이 기어가듯이 땅바닥을 기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비덴은 고개를 돌려서 아직도 꾸역꾸역 밀려들고 있는 협곡의 입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