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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니기움 협곡 전투의 결말. 검은 오라를 사용하는...
이제 제국군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귀족들이나 기사들은 자신들의 진로를 막는 병사들을 자신들의 무기로 베어 버리며 길을 개척하며 나갔지만 오히려 그들이 겨누는 창에 목숨을 잃어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후미에서 자신의 병사들을 지휘하며 나가던 백작은 그 광경에 기막힌 얼굴이 되어 버렸다. 백작은 걱정스런 얼굴로 자신의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제국 귀족답지 않게 깨끗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하는 백작이지만 군중심리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염되기에 무서운 것이다. 하지만 그의 병사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그들을 지휘하는 기사들의 명령에 따르고 있었다. 확실히 인덕은 평소에 쌓고 볼일이었다.
"크크……"
갑자기 옆에서 들려 온 웃음소리에 백작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았다. 공작이었다. 눈앞에 펼쳐진 아비규환(阿鼻叫喚)의 광경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두근.
힘이 강해진다.
-두근 저들이 내뿜어 내는 절망이, 고통이, 증오가, 자신의 몸으로 흘러 들어 와 자신의 힘이 되고 있었다. 공작은 자신의 몸을 흐르는 힘이 증폭되고 증폭되며 자신도 주체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눈을 떴다.
"백작."
"……예 공작님."
"자네의 병사들을 물리도록 하게. 내가 앞서서 길을 뚫을 터이니 뒤처지지 말고 따라오도록 하게나."
"예?"
백작이 반문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공작은 상관하지 않고 말을 박찼다. 주체 못하는 그의 힘을 검에 집중하며 공작은 잔혹한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길게 휘둘렀다.
-콰콰쾅!
"크악!"
놀라운 일이었다. 검이 지나간 궤적에서 나타난 어둠의 기둥이, 광기와 공포에 빠져 있던 병사들을 직격 했다. 어둠에 휩싸인 병사들의 육신은 마치 무거운 돌에 짓눌린 것처럼 천천히 압축되더니 커다란 소리를 내며 터져 버렸다.
"크하하하하!"
그들의 죽음마저도 자신의 힘이 되고 있었다. 그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어둠의 기둥이 뻗어나가 길을 막고 있는 병사들을 참살했고, 그는 그렇게 만들어진 피의 길을 따라 나아갔다.
하지만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백작은 그가 보이는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저들은 아군이 아닌가? 백작도 귀족으로써 평민들과 자신들 귀족들이 애초에 출신이 다른 인종이라는 걸 인정하고 있었지만 지금 이건 아니었다.
"백작님."
고개를 돌려보니 자신의 기사가 다급한 표정으로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어느새, 제국군을 이곳까지 유인해 왔던 기병들이 혼란에 빠진 제국군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그들뿐이 아니었다.
그들과 함께 푸른색의 군복을 입은 임펠리아 정규군으로 보이는 부대가 그들과 함께 공격에 참여하고 있었다.
"할 수 없군."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광소를 터뜨리며 나가고 있는 크리프트 공작이 만들어 놓은 붉게 피로 물든 길을 바라보았다.
"가자"
그는 망설이는 기사들을 끌고 공작이 만들어 놓은 길을 나아갔다.
마스터가 앞장서고 있는 제국군을 막는다는 것은 임펠리아 예비군이 대륙의 다른 나라와는 차원이 다른 정예병이라 할지라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는 재주는 없었다. 공작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포위망을 뚫어 놓자 그 뒤를 따라서 백작이 이끄는 제국군이 그곳을 맹렬한 기세로 뚫고 나갔다.
그들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혼란에 빠져 있던 제국군이 빠져나가려 했지만 임펠리아군이 그들을 놓아줄 리 없었다. 충격에서 정신을 차리고 뚫려 버린 포위망을 복구하기 위해 좌우에서 그들을 압박하며 포위망을 좁혀 들었다.
"……."
절벽의 위에서 이것을 바라보던 비덴은 이미 멀리 도망가고 있는 제국의 마스터와 그를 따라 포위망에서 빠져나간 극히 일부의 제국군들을 바라보며 한 숨을 내쉬었다. 10만에 달하던 제국군에 비교하자면 한 줌도 되지 않는 소수의 병력이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간다고 한 들 이미 대세는 결정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제국의 소드마스터로 보이는 인물을 놓치게 되는 것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다.
'어차피 이곳을 빠져나가더라도 살아서 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희박하리라.'
비덴은 그렇게 생각을 하고 후위에서 제국군의 잔당을 토벌하기 위해 매복 중인 부대에게 그들의 생사를 맡겼다. 물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국의 소드마스터가 목에 걸린 껄끄러운 가시처럼 맘에 걸리기는 했지만…….
"대장?"
그의 곁에 서 있던 전사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바라보면서 묻자 비덴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겼다."
30년 전, 수만은 동지들의 목숨을 집어 삼켰던 대지 위에 제국군의 피를 뿌렸건만, 마음은 개운해지지 않았다. 아무리 증오에 젖은 적이라고 하지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그다지 익숙해질 수 없었다.
더구나 한, 두 명도 아닌 십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임펠리아군, 자신들의 동료들의 칼에, 창에, 화살에, 그리고 불에 타 죽었다는 생각을 하니 비덴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러나 승리는 승리, 그들은 충분히 기뻐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제국군은 침공군, 자신들의 가족, 친척, 친구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악(惡),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은 자신들은 자신들의 힘만으로 물리친 것이다.
"우리들의 승리다. 개가를 올려라. 개가를 올려라."
비덴은 자신의 손에 쥐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머리 높이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아."
동시에 임펠리아의 예비역들 또한 자신이 가진 무기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며 일제히 목청껏 환호했다. 협곡은 제국군의 비명 소리와 함께 임펠리아군의 함성 소리가 뒤섞이며 기기한 소란스럼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공작의 뒤를 따라 포위망을 빠져나온 백작은 자신을 따르는 제국군의 모습을 둘러보았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기세를 자랑하던 10만 제국군의 모습은 어디 가고 지금은 초라한 패잔병만이 그들을 따르고 있었다. 백작은 고개를 돌려서 아직도 황홀경에 빠져 있는 공작을 노려보았다.
"공작님!"
"…왜 그러나 백작?"
"꼭 이렇게 하셔야 했습니까?"
"무엇을 말인가?"
"공작님이 베어 버린 우리 제국의 병사들 말입니다! 그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백작의 외침에 공작은 재미있다는 얼굴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자네는 그 곳에서 죽기를 바란 건가?"
"그건!"
"게다가…그들이 죽는다고 해도 자네에게 무슨 피해가 있는가? 그 정도의 인원이 죽는 것이야 전쟁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던가?"
"하지만 정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아군이었고, 우리의 명령에 전쟁에 끌려 나온 사람들일 뿐입니다!"
백작의 외침에 그를 바라보던 공작의 눈이 이채를 띄웠다. 뭐라 말할 수 없는 흉흉한 미소를 지어 보인 공작은 그를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재밌군."
"예?"
"재미있어. 나는 자네 같은 사람을 좋아하지. 자신의 신념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을 말야. 그런 자들의 신념이 무너질 때 풍기는 절망을 좋아한다네."
"무슨 소리십니까?"
"이런 뜻이지. 나와라!"
갑작스런 공작의 외침에 주변의 공기가 술렁이더니 땅속에서, 나무 그늘에서, 못해도 수 백 명은 돼 보이는 사람들이 튀어나왔다.
"크리프트가의 가주님을 뵙습니다."
"너희들이 이곳까지 오다니, 무슨 일이 있나?" "각성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역사상 초유의 힘을 가진 각성이라 폐하께서 직접 보내셨습니다."
"각성? 누가?"
"패트릭 로이시언님입니다."
"호오. 제법이군. 그 어린아이가 각성을 할 줄이야. 그래서 너희들이 가는 건가?"
"예. 장로님들이 폭주의 가능성이 있다 하시며……."
"알겠다. 그런데 너희들?"
"하명하십시오."
"내 눈앞에 있는 이 자를 제외하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을 말살하라. 이것은 5대가의 가주인 나 루이퍼 크리프트. '오만의 군주'로써 하는 말이다."
"멸(滅)을 받듭니다."
갑자기 나타난 흑의인과 공작의 대화를 듣던 백작은 놀란 얼굴로 공작을 바라보며 외쳤다.
"공작님! 그게 무슨……!"
-퍽!
백작은 갑자기 자신을 덮친 충격에 의식을 잃으며 자리에 쓰러 졌다. 쓰러 지는 그를 들어다가 공작이 타고 있는 말 위에 올려놓은 흑의인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그럼…가주님이 명하신 대로……."
"음. 확실하게 처리해라."
가볍게 고개를 끄떡인 공작이 말머리를 돌려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작의 등뒤에선 공작의 명령을 받은 흑의인들이 지쳐 버린 제국군을 상대로 살육을 벌이기 시작했다.
"크악!"
"살려 줘어어어어~~" 등뒤에서 들리는 비명 소릴 가만히 듣던 공작은 하늘을 바라보며 광기 어린 웃음을 터뜨렸다.
주적들의 등장입니다. 1000명의 소드 마스터는 사실 영운에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진정한 주적은 바로 이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솔직히 저도 아직 구상중입니다.
조금은 연재가 늦어질 지도 모르겠군요. 일단 최선을 다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즐독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