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06화 (106/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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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니기움 협곡 전투의 결말. 검은 오라를 사용하는...

" 자기 자신을 살필 줄 모르는 장수를 만난 것을 저주하라 병사들이여. "

영운은 살려 달라고 절규하는, 살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드는 제국군 병사들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번에 그의 종자 자격으로 전쟁에 참여한 세리스는,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전장의 참혹함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사부님……."

"왜 그러느냐?"

"굳이 저렇게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녀는 살려 달라 절규하는 병사들까지 살육하는 아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영운도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불필요한 살육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저들이 너무하다 생각하느냐."

"……."

"저들의 대부분이 누구인지 잊었느냐."

"아……!

세리스는 그제야 임펠리아 정규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 노예들 같은,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는 사람들임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3년 간의 복무를 마치고 평민으로 그들이 군을 나섬과 동시에 손에 쥐어질 면천을 증명하는 여왕의 인장이 찍혀진 증명서를 기다리며 행복한 꿈을 꾸고 있던 자들임을 생각해 냈다.

"만일 이 나라가 제국에 점령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되겠느냐. 비단 저들뿐이 아니라 이 나라에 살아가는 이들은 어찌 되겠느냐."

"……."

말할 필요도 없다. 노예로 끌려가거나 요행으로 끌려가지 않더라도 이 후에 있을 제국의 핍박에 고통 받으며 신음하겠지.

"저들의 분노는 지극히 당연한 분노다. 자신들의 행복을 부수려는 자들을 향한. 그것을 너는 막으라 하는 것이냐?"

세리스는 영운의 말에 다시 한번 제국군을 향하여 인정 없는 칼을 휘두르는 병사들을 보았다. 저들은 누군가의 아버지일 것이고, 누군가의 형제일 것이고, 누군가의 친구일 것이며, 누군가의 남편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손에 죽어 가는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 아닌가?

"전쟁이란 행위 자체가 모순된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나라를 위하여, 백성을 위하여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고 하지. 하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고 그 전쟁에서 이득 보는 것은 피를 흘리며 목숨 걸고 싸운 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야. 가장 위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지. 모순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하지만 여왕 폐하께서는……."

"이용하는 것뿐이다. 저들이 만족할 만한 먹이를 던져 주고…저들의 목숨을 요구하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야."

누군가가 들었다면 아무리 영운이라고 해도 큰일날 소리였지만 세리스는 왠지 그런 영운의 말에 공감이 갔다. 어딘지 모르게 슬픈 기색이 감돌고 있는 영운의 시야에는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제국군 기사가 일제히 찔러 들어간 중장 보병의 창에 꿰여서 허공에 들리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전장을 정리하는 병사들을 바라보던 영운은, 달려온 은밀영의 요원이 전한 남은 두 갈래의 병력을 막아냈다는 소식에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떡였다. 하지만 그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는 요원이 이어 하는 말을 들은 영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지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검은 오라를 쓰는 인간들이라니…….'

맥스웰 장군이 상대하던 제국군의 사령관 패트릭이 온몸에서 검은 오라를 발출하며 수십의 병사를 격살했고 지쳐서 쓰러 진 그를 죽이려 하는 찰나 그와 마찬가지로 검은 오라를 쓰는 흑의인들 십 여명이 나타나 그를 구해 갔다는 보고다.

더구나 론니기움협곡에서도 그와 유사한 힘을 쓰는 적의 사령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다는 보고 역시 추가로 영운에게 도착했다.

'뭔가 이상하군. 조사해 봐야 할 필요가 있겠어.'

영운은 얼굴이 굳은 채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복잡한 머리 속을 가진 영운을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야속하게도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임펠리아를 침공했던 25만의 제국군 원정대의 괴멸 소식이 국경에서 대기하던 54만의 제국 원정대에 빠른 속도로 전해졌다. 각 군을 통솔하는 제르만, 제리코, 라니언 장군은 그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전군에 진군을 명했다.

54만에 달하는 제국 침공군은 한 덩어리가 되어 일사불란하게 국경을 넘었다.

임펠리아군의 사기는 높았다. 일단 본토를 공격하던 25만에 달하는 제국군이 패전 소식을 여과 없이 군 지휘부에서 병사들에게 알렸기에 장수와 말단 병사, 가리지 않고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제국군이 침공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반대로 54만에 달하는 대병이 제국의 국경을 넘어 역침공을 해 오자 국경을 수비하던 제국군은 놀라 그들의 진군을 멍하니 손놓고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남부에 배치된 제국군들 중에 정예라고 볼 수 있는 대다수의 병사들은 임펠리아 침공에 동원되었기에 남부에 남은 대다수의 병력들은 노병들과 군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는 신참들뿐이었다.

그들은 결코 기세등등하게 진군하는 임펠리아군의 앞을 가로막지 못했다.

"잘 가게."

"자네도."

"무운을 비네."

세 장군은 서로의 무운을 빌어준 다음 자신들의 지휘하는 군을 이끌고 서로의 임무를 위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세 노장군들은 서로를 보는 것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상관인가? 이 모든 것이 자신들의 조국 임펠리아를 위한 것이거늘…….

난리가 난 것은 제국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임펠리아군이 진군하는 경로에 놓여져 있는 제국의 남부 귀족들이었다. 보르세요새를 제합할 목적을 지닌 제 1군이나 스카이 게이트를 제압할 목적의 제 3군은 귀족들을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진군했지만 제 2군은 지나는 귀족들의 영지를 철저하게 제압했기 때문이다.

오만과 독선에 찌든 제국의 귀족들은 마치 개, 돼지처럼 임펠리아군에게 잡혀 들어갔다. 게중에는 자신들의 사병을 이끌고 반항하는 이들도 간간이 있었지만 10만이 넘는 대병 앞에서는 그들의 반항을 무의미 할 뿐이었다.

물론 백성들에게는 절대 손을 대지 않았다. 거기에 백성들은 자신들을 착취하던 귀족들을 철저하게 색출하여 잡아가는 임펠리아군에게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부 백성들은 오히려 앞서서 성문을 열어 임펠리아군을 맞아들였다. 또한 귀족들의 색출에도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국 곳곳에 배치된 은밀영 요원들의 힘이 컸다. 이미 전쟁이 시작되기 이전에 제국의 본토에 침투하여 백성들의 삶 깊숙이 침투해 있던 은밀영 요원들이 임펠리아군이 진주해 오면 백성들을 선동하여 앞장서서 성문을 지키던 병사들을 물리쳐서 성문을 열었다.

보르세요새의 공략을 맡은 제르만 장군이 이끄는 제 1군 1파 병력은 1000대의 마차에 나뉘어 몸을 싣고 제국의 대지를 달리고 있었다. 변변찮은 전투도 없었다. 소규모의 저항군이 저항을 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무시해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그들을 막아서는 병력은 많아야 3000을 넘지 않아서 마차의 곁에서 달리고 있는 일반 기병대의 좋은 먹이 감밖에 되지 않았다. 제국군이 진로를 가로막을 때마다 일단 기병들을 보내 그들을 정리하니 그들은 오히려 임펠리아군의 사기를 높이는 제물,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었다.

제르만 장군은 1000여대의 마차의 주변에 제 1군 1파에 소속된 기병 일만을 골고루 배치하여 마차를 타고 기동하는 동안 혹시라도 있을 제국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유비무환이라고 하지 않는가? 반생을 전쟁터에서 구른 노장의 눈은 마차를 이용한 이동이 빠르고 병사들의 피로도를 덜어 줄 수 있을지 모르나 만약에 적의 기습이 있을시엔 마차에 타고 있던 병력들이 마차에서 내려 대응하기까지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직속으로 이끄는 기병들을 마차 주변에 배치한 것이다.

덕분에 몇 번인가 마차를 노리고 습격해 들어온 제국군을 가볍게 물리칠 수가 있었다.

"전방에 적 출현!"

제르만이 정찰을 보냈던 기병이 진군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임펠리아군에 달려와 제르만의 앞에 멈추어 섰다. 말에서 내려 수통에 물을 마시고 있던 제르만은 정찰병이 꺼내 놓은 이야기에 움직임을 잠시 멈춰 세웠다.

"제국의 대규모 병력이라고?"

"그렇습니다. 깃발로 보건대 그 숫자는 약 2만 가량. 이대로 진군한다면 약 2시간 안에 그들과 조우를 할 것입니다."

"우리가 제국 땅에 들어 선지 시간이 꽤나 흘렀으니 그들도 반응을 보이며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나서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 알겠다. 수고했으니 돌아가서 쉬도록."

"감사합니다."

정찰병은 제르만에게 군례를 취하고 지쳐서 땀을 흘리는 말을 이끌고 자신의 부대쪽으로 향하였다. 정찰병이 돌아왔다는 말에 제르만 곁으로 몰려와 있던 장교들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다음 명령을 기다렸다.

"2만이라……. 기병들만으로 상대하는 데에는 무리겠군. 좋아! 전군 전투 태세를 휘하고 적을 향하여 진군하도록 합시다. 다른 이견이 있으시오?"

제르만의 말에 지휘관들은 긍정의 침묵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제르만이 꺼내 놓은 의견은 말 그대로 정공법, 최대의 전력으로 적을 맞이하는 용병의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다.

더구나 마차로 이동하여 피로가 없어 병사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고 전의는 불타오르고 있었다. 제르만이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자를 불러 지시를 내리니 종자는 곧바로 부대에 있는 나팔수에게로 달려가 제르만의 명령을 전달했다.

목에 나팔을 걸고 있던 나팔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에 걸고 있고 있던 나팔수는 전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목에 걸고 있던 나팔을 잡더니 숨을 길게 들이기더니 나팔을 길게 불기시작했다.

- 뿌우우우우!

길게 울려퍼지는 나팔 소리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임펠리아의 병사들이 눈을 빛내며 각자의 무기를 챙겨 들고 부대별로 착착 모이기 시작했다. 10여분도 되지 않아 6만의 병력이 오와 열을 갖추고 늘어서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제르만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말!"

제르만의 말에 종자는 하얀 백마를 제르만의 앞에 끌고 왔다. 제르만은 자신의 애마에 올라 그들의 선두에 서서 검을 뽑았다.

"전진!"

-착! 착! 착!

제르만이 진군 명령을 내리자 6만에 달하는 병사들이 발소리를 맞추며 전진을 시작했다.

제국의 남로군정서 병사들은 자신들의 눈앞에서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향해 진군하는 임펠리아의 병사들을 바라보며 넘어가지 않는 침을 억지로 삼켰다.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한 대열과 상당히 먼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이곳까지 들려 오는 듯한 발소리에 극도로 긴장했기 때문이다.

정병이었다. 분명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정예중의 정예임을 그들은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자신들을 바라보는 임펠리아의 병사들의 투지 넘치는 모습에 제국군 병사들은 무의식중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사실 제국의 남부 병사들 중에 전쟁을 경험해 본 병사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년 전 있었던 대륙 전쟁 당시에 동부와 서부로 지원 나갔던 6만의 병력들이 그나마 전쟁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병사들이었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번 임펠리아 원정에 참여한 상태. 임펠리아군의 진군을 가로막고 있던 병사들의 대부분은 무작위 적으로 축출되어 징집된 농부나 다름이 없는 병력이다.

반면에 임펠리아군은 실전에 준하는 훈련을 매일같이 받아 온 정예의 병사들이다. 특히 1/3에 달하는 병사들은 과거 임펠리아 국내 내전과 누라와의 전쟁에서 전투 경험을 가지고 있는 노련한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싸움을 비교하자면 사자와 고양이의 대결로 비교할 수 있었다.

그런 사실을 양군 병사들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임펠리아군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가로막고 나선 제국군의 병사들이 한끼 식사 거리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고 제국군 역시 제국군 나름대로 자신들이 임펠리아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느낀 모양이다. 양군의 기세는 현저하게 차이가 났다.

제르만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었다. 병력의 숫자에서도 3배 이상의 차이가 나고 상대는 기병이 없지만 임펠리아군은 일만에 달하는 기병이 있었다. 똑같이 숫자를 맞추더라도 충분히 승리를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군을 전개시킨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실전을 격지 못했던 2/3의 병력에 대한 배려였다. 실전에 준하는 훈련이라고 하지만 임펠리아군의 2/3도 전쟁을 격지 못한 초짜 병사들이었기에 이번 기회에 그들이 전쟁에 익숙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전군을 움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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