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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제국-111화 (11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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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침공, 보르세요새 공방전

"이겼다. 놈들이 후퇴한다."

"우와아아아아!"

패자가 있다면 승자가 있는 법이다. 임펠리아군이 썰물처럼 물러가지 성벽에서 지금까지 사투를 벌려 왔던 제국군은 서로를 껴안고 환호했다. 이번 제 4차 공격은 지금까지 공격 중에 가장 격렬했던 공격이었다.

1, 2, 3차에 걸친 공격을 막으면서 생긴 전사자와 부상자들의 숫자보다 이번 4차 공격에 의한 부상자와 희생자들의 숫자가 많았음은 서로간의 공방이 얼마나 격렬했음을 단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이번에도 놈들의 공격을 무난하게 막았습니다."

요새 방어군을 지휘하는 지휘관들 몇몇이 레오도르에게 다가와 축하의 인사를 건냈다. 레오도르도 그런 지휘관들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답례했다.

"아닙니다. 여기 계신 지휘관 모두가 힘을 합쳤기 때문입니다."

"겸손에 말씀! 레오도르 경의 뛰어난 지휘력이 발휘된 한판이었습니다. 이 볼레트! 감탄하였습니다."

"이 오슬레이도 감탄하였습니다."

"하하하!"

레오도르는 무관이라기 보다는 문관의 성격이 진한 인물이다. 기사의 작위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 연약한 성격 탓에 기사 수업보다는 실무 쪽에 능통했다. 이렇게 대군을 지휘해 본 경험은 전무했었기에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시달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고 유약하기만 했던 그가 이제는 적시적소에 과감한 결단을 내릴 만큼 대담해 졌다. 아니 어쩌면 수성에 관해서는 그의 성격과 지휘력이 궁합이 맞는 것인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는 지난 몇 번의 전투를 겪으며 많이 변해 있었다. 지휘관들은 물론 병사들의 신뢰도 차츰 얻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변화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흥! 몇 번의 전투에서 승리를 했다고 기고만장해져 있군요. 이트만 경!"

"저 울보 레오도르가 잘했다기 보다는 이 성벽의 방어력이 뛰어났기에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적과의 교전이 일어나면 바지에 오줌을 저리며 도망치는 주제에...."

"그렇습니다. 곧 놈은 자신의 지휘력에 한계를 느끼고 지휘권을 이트만 경에게 넘길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지지요."

한 무리의 기사들은 애써 레오도르의 지휘력을 평가 절하하였다. 예상외로 레오도르의 지휘력은 확고부동하여 이들에게 별다른 공이 넘어오지 않자 시기심에서 나온 자격지심이리라. 다만 이트만은 이들 기사들의 말을 반론 없이 듣고만 있었다.

"어차피 구원병이 와 저 쥐새끼들 같은 임펠리아군을 포위 섬멸할 때는 이트만 경이 선봉에 서서 무훈을 뽐내실 수 있을 겁니다. 잠시간의 인내입니다."

"...."

여기 저기서 나오는 말에 이트만의 반응이 없자 기사들은 쑥스러운 얼굴로 이트만을 바라보았다. 지금쯤은 이트만의 성격이라면 무언가 한 마디가 나올 법도 한데 아무런 말도 없자 약간은 불안해 지기까지 하는 기사들이었다. 한 기사가 이트만을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이트만 경, 저희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응?"

"아무 말씀이 없으시기에....."

"아니야. 아무 것도 아니야. 베라도이!"

"옛!"

이트만의 부름에 베라도이는 절도 있는 동작으로 답했다. 군기가 잔득 든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이제 갓 기사 서품을 받은 신참이 틀림없었다.

"철갑대는 언제든지 출동이 가능하게 대기 중인가?"

요새 안에는 약 5000의 철갑대가 대기 중이다. 요새의 전력 중 유일의 기마 부대로써 강력은 전력을 가지고 있는 동급 대륙 최강의 기마 부대이다. 하지만 수성전에서 기마 부대란 요새의 비축 물자만을 잡아먹는 밥버러지일 뿐이었다.

"옛! 5000의 철갑대와 1만의 중장갑보병들이 항상 대기 중입니다. 명령만 내려 주신다면 즉각 출동할 수 있습니다."

실제 1만의 중장갑보병들중 다수는 외각 성벽 방어전에 투입되어 있는 형편이다. 다만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성벽에서 이탈하여 성밖으로 나갈 수 있게끔 되어 있을 뿐이다.

"좋아. 어차피 승부는 성밖에서 결정된다. 지원군이 오면 재빨리 성밖으로 나가 임펠리아군을 샌드위치시킬 수 있도록 만만의 준비를 갖춘다."

"철저히 준비시키도록 하겠습니다."

기사들은 일사분란하게 답했다. 이트만은 그런 기사들을 바라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 전투에서 승리해 자신의 무위를 보여주리라.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자신의 출세의 발판을 마련하리라. 이렇게 생각을 하니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대공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임펠리아군의 주둔지. 제르만 장군의 막사안으로 한 기사가 뛰어 들어오며 말했다. 제르만은 야전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난밤 앞으로의 상황에 대해 숙의하느라 피로에 지쳐 잠시 잠이 들어 있었다. 기사의 보고에 제르만은 몸을 추스르고 막사 밖으로 나갔다.

"대공 전하!"

한참을 기다리고 있자 100여기의 기병과 함께 영운이 모습을 들어 냈고 제르만은 반갑게 영운을 맞이하였다.

"제르만 장군!"

"면목이 없습니다. 주어 주신 임무를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제국의 4대 요새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쉽게 함락이 가능했다면 이렇게 골치를 섞히지 않았을 겁니다."

영운의 위로의 말에 제르만 장군은 감격했다. 어떻게 보면 패배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영운의 위로의 한마디는 노장군에게 힘이 되었다.

"이쪽으로.... 우선 막사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제르만의 안내를 받으며 영운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막사 안은 단촐했다. 간단한 책상 하나에 의자 하나, 그리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야전 침대만이 덩그랗게 놓여 있어 허전하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한 막사 안이었다. 하긴 이 이상 바란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지만....

"대공께서 이끌고 오신 병력은?"

"이곳에서 3킬로미터 떨어진 개활지에 주둔시켰습니다."

"그 '물건'도 역시 함께 가지고 오셨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당장이라도 작전을 시작할 수 있겠군요."

제르만의 말에 영운은 안면에 미소를 가득 띄웠다.

"물론이지요. 지금 즉시라도 가능합니다."

"준비! 쐇!"

- 파아아아앗!!!!

수 십 기의 투석기에서 일제히 돌덩어리들이 튀어 나갔다. 돌덩어리들은 완만한 포물선을 그리며 가차없이 성벽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몇 일 전부터 표적을 타격하기 위해 사로를 고정시켜 놓았으니 빗나가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공격이다. 임펠리아 놈들의 공격이다."

"제길 어떻게 된 거야. 해가 져 가고 있는데 공격이라니...."

임펠리아군의 공격에 제국군들은 투덜거리며 자신이 배치될 자리로 급히 이동했다. 몇 일간 공격이 없었던 관계로 조금 경계가 느슨했던 제국군으로써는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은 꼴이었지만 그동안 몇 차례 전투를 겪었던 탓인지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임펠리아군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곧 있으면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 긴 땅거미를 만들고 있는 시간대였다. 곧 있으면 해가 져 완벽하게 어둠이 세상을 잠식하는 시간대이다. 요새의 지휘부는 당황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시간대에 적들이 공격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야간 전투라는 것은 공성하는 입장에서 무척이나 불리한 일이다. 반대로 수성하는 입장에서는 대단히 유리하다는 말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양쪽 모두 상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성벽을 엄폐물로 삼고 있는 수성군이 성을 공격하는 공성군보다 상대에게 공격받을 확률이 줄어든다. 차라리 야간 전투에 임할 것이라면 한밤중에 몰래 다가와 기습적인 공격으로 성을 공격하는 편이 더욱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임펠리아군은 이런 모든 점을 무시하고 성을 공격하는데 있어 가장 핸디가 많은 시간을 택해서 공격해 왔다.

이는 임펠리아군 내부에 무엇인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레오도르 역시 임펠리아군의 공격 소식을 접하고 한다름에 자신의 위치로 돌아왔다.

'무슨 일이지? 상대가 이렇게 무분별한 공격을 단행할 지휘관은 아닐텐데.'

지금까지 전투로 보아 상대는 그렇게 무모한 성격을 가진 지휘관은 아니었다. 아니 어떤 면에서는 레오도르 자신도 감탄할 정도로 꼼꼼하고 빈틈없는 작전을 짜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막무가네식의 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할 수 없었다.

'설마 임펠리아군 내부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복잡해지는 머리 속에서 쥐어짜듯이 돌출해 낼 수 있는 결론은 바로 이것 하나였다. 임펠리아군의 공격을 바라보고 있는 레오도르의 두 눈은 차갑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영운 등장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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