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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침공, 보르세요새 공방전 "부대, 앞으로!"
한동안 양측에 발리스타와 투석기를 이용한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졌고 그 틈을 이용해 임펠리아군은 보르세요새를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임펠리아군의 보르세요새 공략 제 5차 전의 서막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궁수 부대 앞으로!"
성벽을 엄폐물로 삼아 몸을 숨기고 있던 제국군 궁수들이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손에는 이미 한 발씩의 화살이 장전되어 있었다.
"조준!"
- 빠아아아아악 화살을 먹인 현줄을 당길 수 있는 만큼 한계치까지 잡아당기자 고통을 이기지 못했는지 활의 현은 비명을 질렀다.
"쐇!"
- 푸슛! 슈우우우욱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날린 화살은 강력한 힘을 머금고 임펠리아군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막아라. 화살이다. 방패 부대 앞으로!"
- 투두두두둥! 두두둥!
마치 하늘에서 우박이라도 떨어지듯이 임펠리아군의 방패에 제국군의 화살이 강한 힘으로 두들겼다. 게 중에는 방패가 꿰뚫리며 그대로 임펠리아군의 몸에 틀어박히는 화살도 있었다.
"크아아악!"
"커흑!"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많은 숫자의 화살을 막아냈지만 더 많은 숫자의 화살이 임펠리아군의 몸에 명중한 것이다. 그러나 제국군은 안심할 수 없었다. 화살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들의 숫자보다 그 뒤에 돌격해 들어오는 병사들의 숫자가 더욱 많았기 때문이다.
"손을 놀리지 말아라. 표적을 끝까지 눈으로 확인하고 적을 향해 화살을 퍼부어라."
궁수 부대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발악적으로 외치며 성벽 위에서 부하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그런 외침이 병사들의 귀에 들릴리가 없었다. 제국군 병사들은 거의 본능적으로 활시위를 당겼고 임펠리아군을 향해 화살을 날릴 뿐이었다.
"시작된 것 같군!"
"그렇군요.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영운의 말에 레이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해가 지려면 약 한시간 정도 남았다. 그 이후에는 완전히 어두워져 적과 아군의 구분이 불가능하게 된다. 그 전에 보르세요새 안으로 돌입을 완료해야 한다."
"그렇습니다. 풋!"
레이네의 얼굴에는 묘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마치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풍선에서 실바람이 빠지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낄낄낄!"
역시 감정이라는 것은 표현해야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억지로 숨긴다면 스트레스성 질환의 원인이 될 뿐이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한바탕 박장대소를 끝마친 레이네의 얼굴은 다른 때 보다 유난히 밝아 보였다. 이제 죽어도 아무런 원이 없을 정도로....
"멋있습니다. 잘 어울리시는데요."
"그런 자네도 잘 어울리는군!"
"무슨 그런 심한 악담을...."
"이쪽에도 악담이라고...."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하긴 영운 자신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색한 고소를 짓고 있었으니 할 말은 없었다. 설마 자신들이 이런 모양세를 할 것이라고는 꿈속에서도 생각해 본 일이 없었기에 더욱 어색한 것인지도 몰랐다.
"병사들에게도 모두 지급했나?"
"옛 모두 지급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진군 명령만 내리시면 됩니다."
영운이 주변을 둘러보자 50,000에 달하는 임펠리아군이 두 눈에 들어왔다. 모두 영운의 진군 명령만 떨어지기를 바라는지 두 눈에는 굳은 정광을 흘리고 있었다. 영운은 그런 그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맥이 빠진 음성으로 레이네에게 명령했다.
"그래. 모두 준비 됐다고 하니 모두 작전에 투입시키게."
"넵 전하! 큭큭큭!"
아직도 덜 웃었는지 입 꼬리를 하늘을 향해 올리며 나팔병이 있는 쪽으로 말을 몰아갔다.
- 뿌우우우우!
곧이어 나팔이 울리며 여기저기에서 나팔 소리에 따라 각 부대의 지휘관들의 호령 소리가 들려 왔다. 진격을 독촉하는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진격! 진격!"
"임펠리아의 영광을 위하여."
어디선가 들려 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영운은 어색함이 가득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모습에서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외침 소리들이 튀어나온 것이다.
'정말 이런 짓까지 해야 되는지?'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아직도 알 수 없는 영운이었다.
"돌격! 돌격! 오늘 중으로 성을 함락시켜야 한다."
임펠리아군의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발악적으로 외쳤지만 날아드는 화살비에 임펠리아군은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조금만이라도 고개를 들거나 방패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면 순식간에 화살 받이가 되어 고슴도치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그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병사는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 때문인가? 아직 성벽에 바싹 근접한 임펠리아군이었지만 생각보다는 적은 숫자의 전사자만을 내었을 뿐이다.
"접근을 하지 않는군요."
요새 중앙에 위치한 첨탑의 망루. 웅장한 검은 히드라의 깃발이 위압감을 더 해주며 펄럭이는 제국군 지휘부. 레오도르는 그런 임펠리아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었다.
"저렇게 화살비가 쏟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성벽에 접근을 하겠습니까? 대군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급조된 오합지졸 일뿐입니다. 임펠리아와 같은 소국에서 저렇게 많은 정예의 대군을 키울 능력은 없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이 상태로 교착화 시켜 놈들의 피해를 극대화시키는 겁니다. 그럼 앞으로 제도에서 구원병이 올 때까지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볼레드와 오슬레이는 득이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확실히 임펠리아군의 공격은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 선봉으로 나서 공격 중인 병력들은 제국군의 화살 공격으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명령 체계는 이미 붕괴되었고 여기 저기에서 도주하는 병사들의 모습까지 눈에 들어왔다. 요새의 입장에서는 완벽한 승리였다.
"그러나..처음 저들을 보았을 때 오합지졸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잘 정련된 정예들로 보았건만 내가 잘못 보았을까요?"
"...."
군이란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단체였다. 초기 레오도르가 보기에는 저들은 막강한 전투력을 가진 정예 중의 정예로 보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제국의 그 어떤 부대와도 비견될 만큼 강해보였다.
'설마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의심을 가져 볼만한 대목이다. 자신들을 공격하는 시간대도 그렇고 병사들의 움직임도 불확실하다. 언 듯 보기에는 아수라장에 불규칙적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어떤 면으로 본다면 대단히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듯 보였다. 함부로 속단할 수 없는 부대였다.
"일단..일단 조금만 더 지켜보도록 합시다."
레오도르의 말에 다른 지휘관들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같았으면 레오도르가 이렇게 말한다고 하여 들을 지휘관들이 없었겠지만 지금의 레오도르에게는 상당한 신뢰를 보내고 있었기에 모두들 납득하며 수긍하고 있었다. 그들의 사령관은 생각보다 명장이었다.
"우와아아아아아!"
요새의 공격이 지지부진해져 일단의 소강 상태로 상황이 접어들 무렵 교착 상태에 빠진 현 상황을 일거에 뒤엎어 버리는 전개가 시작됐다. 보르세요새를 공략하던 임펠리아군의 최후방에 일련의 무리들이 나타나 공격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검은 색의 군복을 입은 일련의 무리들은 전격적으로 모습을 들어 내 임펠리아군의 후방을 타격하기 시작했다. 그 수는 무려 5만, 그들은 삼각형의 돌격 방추진을 형성하고 임펠리아군의 후방을 맹렬하게 공격하며 요새 쪽으로 거슬러 올라오고 있었다.
"아..아군이다. 제국군이다."
"와아아아아!"
요새는 격동에 휩싸였다. 그동안 지독히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구원군이 온 것이다. 몇 차례의 전투를 걸치며,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자신들이 혹시 제국의 상층부로부터 버림을 받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절망적인 나날을 지내왔던 요새 방어군들에게는 후방에 나타난 제국군 5만의 돌격 함성이 마치 천상에서 들려오는 멜로디와 같았다.
새로 나타난 5만의 군세는 용맹했다. 임펠리아 군대가 첩첩이 막아섰지만 전혀 장애를 느끼지 않는 듯 막힘 없이 전진했다.
승리다.
요새 방어군들의 머리 속에 떠오르는 지독히도 행복한 상상. 임펠리아 전열은 사정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뭘 하고 있는 것이오? 어서 성문을 열어 공세에 나서지 않고!"
갑자기 뒤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에 레오도르는 안색을 구기며 고개를 돌려 음성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향하였다. 역시나.... 레오도르가 가장 상대하기 힘든 이트만이 씩씩거리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
"적은 합공 당하고 있는 상황이오. 뒤에서 그리고 성문을 열고 우리가 나간다면 적은 샌드위치가 되어 포위섬멸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요."
"그러나?"
레오도르가 망설이자 이번에는 이트만의 얼굴이 휴지 조각처럼 구겨졌다.
"그러나?"
"아직 나타난 적이 아군인지 적군인지 확실하게 확인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문을 연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위험하다고? 닥치시오! 저것이 보이지 않소이까? 저들은 제국군의 군복을 입고 있소. 더구나 저렇게 격렬하게 전투를 벌리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소이까?"
"저기..저기, 그게.... 물론 그렇게 보이지만!"
확실히 멀리서 보기에는 그렇게 보였다. 새로이 나타난 제국군은 격렬한 접전을 벌리며 조금씩, 조금씩 임펠리아 진영을 양당하고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관계로 정확한 상황의 판단이 어려웠다.
레오도르가 망설이자 이트만은 기가 막혔다. 장수된 자가 이렇게 겁이 많아서야 어떻게 하겠는가 하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렸다. 레오도르에게 요새에 대한 총지휘권을 주고 간 패트릭 총사령관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트만은 위협 가득한 음성으로 레오도르를 향해 일갈했다.
"그렇게 보인다면 어서 문을 여시오. 무릇 전투에는 시기라는 것이 있소이다. 임펠리아의 저 쥐새끼들 같은 병사들이 정신을 차리고 대응을 하기 시작한다면 전세가 역전될 우려가 있소이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완벽하게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문을 열어 드릴 수 없..습니다."
이트만의 험상 굳은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을 하려하자 레오도르는 두 다리가 풀려 후둘후둘 거렸고 소변이 찔끔찔금 나왔다. 지금까지 많이 익숙해 졌는데....
울보라는 별명에 맞지 않게 용기를 내어 적절하게 적을 막았는데 지금까지 냈던 용기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겁이 났다.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레오도르로써는 이것이 한계였나 보다.
"에잉! 보면 모르겠소. 놈들이 왜 이런 시기에 요새를 공격했는지. 놈들은 후방에 아군이 접근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빨리 요새를 점령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격을 한 것이오. 지금 이런 시기에 요새를 공격한 임펠리아군 바로 그 증거요."
"...."
"명령을 내리지 않겠다면 내가 성문을 깨부수고라도 나가겠소."
"...."
이트만은 억지를 부리며 몸을 돌려 나가려다 레오도르의 곁에 있는 두 사람의 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불레드 경, 오슬레이 경. 그대들도 전공을 세우고 싶다면 나를 따라 출진하시오."
이트만의 말에 두 사람은 레오도르를 힐끔 쳐다보았다. 어느 쪽에 붙는 것이 자신들의 출세에 유리할까 하는 생각에 머리를 사정없이 굴려 보았다. 물론 거기서 거기인 머리였지만.... 그리고 답이 나왔는지 그들은 레오도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레오도르 경 죄송합니다."
"저희들은 이트만 경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
두 사람의 말에 이트만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쾌소했다. 이로써 요새의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들 중에 레오도르를 따르는 세력은 전무한 것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승리감에 약간의 흥분을 느꼈지만 곧 몸을 추스리고 근엄한 음성으로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볼레르 경, 오슬레이 경은 어서 나를 따라 출전 준비를 서두르시오. 곧 성을 나서 놈들을 쓸어버리겠소."
"알겠습니다."
두 사람은 절도 있는 제국식 인사를 올리며 존명했다. 어차피 준비라고 할 것도 없다. 전투가 벌어진 상황 속에서 갑옷과 무기를 갖추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이트만을 따라 나서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트만이 약한 바람을 일으키며 몸을 돌려 첨탑에서 나가자 두 사람 역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트만의 뒤를 따라 첨탑을 나섰다. 레오도르 한 사람만 덩그란히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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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냐~ 오늘 연재는 여기까지 입니다. 내일은.........................장담할수 없군요.
올릴 수 있을까?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