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13화 (11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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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침공, 보르세요새 공방전

- 챵!

검과 검이 엑스자를 그리며 서로 엇갈렸다. 창과 방패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격렬하게 부딛쳤다. 무기를 잃어 버린 병사는 다급한 나머지 맨손으로 적을 상대로 백병전을 벌리고 있었다. 아수라장에 난장판, 전쟁터라고 표현되는 질서가 존재하지 않는 혼돈의 공간이었다.

제국군 5만의 기습적인 공격은 대단히 훌륭한 것이었다. 모든 전력이 요새를 공격하기 위해 전방을 향하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쇄도해 들어와 임펠리아군을 양분하는 모습은 전형적인 제국의 돌격 전술의 교과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단지..이 전쟁터에서 조금 이상한 것은 피비린내가 전혀 풍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죽음의 냄새도 풍기지 않았다.

"아야! 아야! 아프잖아. 조금 살살해!"

임펠리아 병사 한 명이 상대편 제국군을 향해 골이 잔득 난 음성으로 말했다. 물론 상당히 큰 소리였지만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이내 묻혀 다른 사람들의 귀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한 음성이었지만....

"씨팔! 리얼하게 하라 잖아. 대충대충 하다가는 놈들이 알아차린다고."

임펠리아 병사와 맞붙어 싸우는 제국군 병사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분명 양측은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갈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들이건만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보아 마치 친구 같지 않는가?

"제길 이런 연극으로 어느 세월에 성에 쳐 박혀 있는 제국군을 끌어낸담?"

"투덜거리지 말고 힘들면 저기 저 친구들처럼 쓰러 져 죽은 것 같이 위장하라고."

"미쳤어? 제국군 한 명당 우리군 세 명의 비율로 쓰러져 있어야 하는데 이 근처를 보라고. 임펠리아군이 쓰러져 있는지. 모조리 제국군이잖아. 네가 쓰러지는 편이 더 좋을것 같은데."

주변을 둘러보니 모조리 제국군의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었다. 임펠리아군 병사는 이빨을 갈며 투덜거렸다.

"제길 여기까지 와서 이따위 짓들이야! 좋아! 내가 쓰러질테니까 살살 하라고."

"물론이지."

-퍽!

제국 군복을 입은 병사가 회심의 미소를 짓더니 임펠리아 병사를 사정없이 쓰러트리고 가지고 있던 검을 팔과 가슴 사이의 빈 공간을 향해 찔러 넣었다. 멀리서 본다면 영락없이 제국군 병사가 임펠리아 병사의 가슴을 칼로 찔러 죽이는 모습이었다. 물론 임펠리아 병사가 누워 있는 땅에 칼을 찔러 넣은 것에 불과했지만, 가까이 아주 가까이서 보지 않았더라면 그런 사실을 절대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임펠리아 병사가 죽은 듯이 몸을 움직이지 않자 제국군 병사는 칼을 회수하였다. 그리고 아직도 아수라장인 전쟁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작은 음성으로 투덜거리며 다른 상대를 찾아 이동했다.

'젠장! 이런 짓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

라고 투덜거리며....

"즐거워 보이는군!"

"전쟁이 즐겁습니까? 즐거워 보이는 것도 정도가 있죠."

이 난장판 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두 사람! 바로 영운과 레이네는 불꽃 튀기는 접전을 벌리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영운과 레이네 이 두 사람이 입고 입는 군복의 복식이었다. 우선 검은 색에 검음 바탕의 히드라가 세겨진 군복. 바로 제국의 상징인 제국 군복이었다. 물론 진짜 제국군과 구분을 하기 위해서 오른쪽 어깨부분엔 빨간색 천이 묶여있었다.

"그런가? 하지만 난 왠지 이렇게 피를 흘리지 않는 장난 같은 전쟁이 마음에 들어."

"그런가요? 하지만 이것은 전쟁이라고 불릴 수 없는 것입니다. 같은 편끼리 적의 군복을 입고 연극을 하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서로 연극을 하는 전쟁과 진짜 피가 튀기고 살이 튀기는 전쟁은 엄연히 다르다. 두 사람은 그것을 직시하고는 있었다.

"그건 그렇고..과연 적들이 속아 줄까?"

속단은 금물이다. 어떻게 본다면 원맨쇼에 혼자 지랄발광하는 것이다. 만약 적들이 이 작전에 속아 주지 않는다면 대륙 역사에 남아 두고두고 술안주로 씹힐 일이었다. 만약 반대로 제국군이 속는다면 그들 역시 다른 의미로 대륙 역사에 남아 두고두고 술안주로 씹힐 일이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네는 건실한 대답을 하기 싫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습니다."

레이네는 시끈둥한 음성으로 영운의 질문에 답하였다.

- 쿠르르릉!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이 장중한 소릴 내뱉으며 서서히 열렸다. 높이 7미터, 길이 2.5미터 두께 33센티에 나무와 강철이 뒤섞여 만들어진 보르세요새의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으로부터 철기병 5000과 중장갑 보병 1만의 병력이 토해져 나오기 시작했다.

"돌격! 원병들과 합류하여 적을 포위 섬멸한다."

철기병의 선두에는 이트만이 있었다. 칼을 뽑아들고 기세등등하게 성문을 나서 임펠리아군의 정면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와 보조를 맞춰 일만의 중장갑 보병들 역시 임펠리아군의 정면 중앙을 돌파하기 위해 돌격대형을 갖추고 일제히 돌진을 시작했다.

"제..제국군이다. 피해랏!"

제국군이 돌격을 개시함과 동시에 지금까지 튼실하게 진형을 구축하고 있던 임펠리아군의 선진이 일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아니 무너져 내린다기 보다는 그들의 돌진 방향에서 일제히 물러난다는 것이 더 옳은 말일 것이다.

마치 장대한 바다가 갈라지듯이....

성문을 빠져 나온 제국군은 돌진하고 돌진했다.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마차처럼 전진을 거듭했다. 그것은 철갑대의 뒤를 바싹 따르고 있는 중장갑 보병 역시 마찬가지였다.

"좀 더! 좀 더 기다려. 놈들의 후위가 완전히 우리들의 포위망에 들어올 때까지."

제국군의 끝없는 돌격진을 바라보며 제르만 장군은 바싹 타들어가 물기 하나 없는 입술을 혓바닥으로 핱으며 주시했다. 이미 그들은 그물망에 갇친 물고기들이나 다름이 없었다. 좀더 확실한 섬멸을 위해 완벽하게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후위가 완전히 자신들의 함정에 빠졌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반전! 놈들을 완전히 포위 섬멸한다."

"우아아아아아!"

제르만 장군의 명령이 떨어지자 제국군의 후위에서 도망치는 흉내를 내던 임펠리아군은 일제히 반전하여 자신들의 병장기를 제국군의 심장을 향해 겨누었다. 그것은 임펠리아군과 어우러져 전투를 벌이고 있던 정체를 알 수 없던 제국군의 군복을 입은 무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땅바닥에 쓰러져 죽은 듯 보였던 이들까지 합세하니 성문을 나섰던 보르세요새 방어군 15,000은 순식간에 임펠리아군에 의해 포위 당하고 만다.

"하..함정인가?"

이트만은 순간적으로 자신이 함정에 빠졌음을 직감했다. 아니 머리가 달려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처한 현 상황이 어떤 상황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으리라. 이트만은 즉시 군을 돌리려고 했지만 허사였다. 너무나 깊이 적진으로 들어와 있는 자신들을 발견한 것이다. 두 겹 아니 세 겹 이상의 포위망이 순간적으로 형성되어 그들을 한곳으로 몰아갔다.

"바..반전하라. 반전하라. 놈들의 포위망을 뚫어라."

이트만은 발악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그의 명령을 따르는 기사들은, 병사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미 포위망을 완성하고 단단한 진영을 구축해 어느 곳으로도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

"제길!"

이트만은 절망감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창칼을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퍼퍼퍼퍼퍼퍽!

수 십 발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스피어와 창들이 날아들어 이미 제정신이 아닌 이트만의 몸통에 틀어박히기 시작했다. 이트만은 제대로 된 비명 소리도 질러 보지 못하고 온 몸이 고슴도치가 되어 생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고통은 없었으리라. 최소한 백여 개에 가까운 스피어와 창들이 온 몸을 꿰뚫으며 장식했으니 그 자리에서 절명했음이 확실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조금 늦게 올렸습니다. 글을 읽느라고 시간이 가는줄 몰랐다는...................

쩝! 덕분에 오늘은 조금 늦게 잠이 들겠군요. 요즘은 밤과 낮이 바뀐것 같은 기분이.............

그럼 즐독하세여.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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