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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제국-115화 (11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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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풍속의 전주곡-제국이라는 이름의 거인의 발자국 제국은 붕괴되어 버린 남로군정서를 제외한 각각의 군정서에서 각 5만의 병력을 차출하고 중앙 군부에서 약 10만의 병력을 보강하여 25만의 병력을 만들었다.

여기에 전쟁에 참가할 남부와 깊은 관계(남부 출신의 귀족들, 혹은 밀접한 이익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귀족들)가 있는 귀족들을 모아 그들의 사병으로 5만의 군세를 만들어 30만에 달하는 대군이 되었다.

총 사령관으로는 황제가 지목한 메츠링어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포슈 후작, 바토레 백작, 카라얀 백작, 로이렌 백작, 부토 자작, 프란슈안 장군이 각 군을 사령관 메츠링어 장군을 보좌하여 통솔했다.

병력들의 집결을 제도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 중앙군 10만과 귀족군 5만을 필두로 각각의 병력은 주둔지를 이탈하여 스카이 게이트와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는 중부의 소도시 제파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메츠링어 사령관은 그곳에서 부대의 재정비를 시작했다. 무려 30만의 군세를 자랑하는 숫자이니 재정비하는 시간 또한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그는 노련한 백전노장의 장군이었다. 전열을 정비하자 즉각적으로 진군 명령을 내렸고 30만에 달하는 군세는 장엄하게 진군을 개시했다.

이로써 양쪽은 이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넘었고 제 2차 제국 전쟁은 본격적으로 그 막을 열게 된 것이다. 제국이 승리를 해도, 임펠리아가 승리를 해도 대륙에 피가 넘쳐흐르리라.

"대공 전하! 제국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하옵니다."

아라크네로부터 독립하여 군부 직속의 정보기관이 된 은밀영 또한 제국이 움직이기 시작한 때를 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처음 은밀영의 주된 목표는 점령한 제국 남부 영토의 잔존하는 귀족들의 색출과 토벌이었다.

적의 주력을 격파한 제 2군은 3개 파로 나뉘었고 또 3개 파는 9개의 단위별 부대로 나뉘어 제국의 남부를 휩쓸며 귀족들을 토벌하기 시작했다. 제국 귀족들은 마땅히 적은 수로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 게릴라 전술을 택했어야 했지만 엉뚱하게도 한 곳으로 집결을 시도하다가 임펠리아군의 토벌에 각개 격파되어 이제는 거의 토벌된 상태였다.

이에 은밀영은 지금까지 전술적 목표를 잔존 귀족에서 제국군 중앙군 쪽으로 이동시켰다. 물론 그들만으로는 정보의 수취에 한계가 있었기에 아라크네의 도움을 받았다.

"그 수는 무려 30만, 스카이 게이트 넘어 작은 소도시인 제파에 현재 집결중이라고 합니다. 지휘관은 메츠링어 장군, 보좌는 포슈, 바토레, 카라얀, 로이렌, 부토, 프란슈안, 빌타, 오레안, 야곤, 클로렌스외 20명의 장군들이 포진되어 있습니다. 부대의 구성으로는 중앙 정규군 10만, 남로군정서를 제외한 3개 군정서에서 각 5만씩, 마지막으로 종군 귀족들의 사병 5만..이렇게 30만 입니다만 진군해 오는 동안 일부 지방군과 용병들의 가세로 약간 증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은밀영 소속의 볼튼 남작의 보고에 주변이 조금 소란해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소란은 잠잠해 졌다. 영운을 비롯한 전군 지휘관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아무리 제국군이 많다고 한들 자신들은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하물며 자신들보다 숫자가 적은 제국군들 쯤이야 식은 죽 먹기와 같이 처리할 수 있었다.

"30만이 조금 넘는다. 역시 생각대로군."

"그렇습니다. 저희 은밀영과 아라크네의 정보 조작과 통제로 제국은 아직 아군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듯 싶습니다."

"제국군의 진군 속도는?"

"그렇게 빠른 속도는 아닙니다. 현재 제파에 주둔하며 제파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진 북로군정군 소속의 병력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한다고 해도 곧 출발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병력의 재편성이 이루어져야 진군할 수 있으니까요."

"언제쯤 제국군이 스카이 게이트에 도착할 것 같습니까?"

"발빠르게 움직인다면 13~4일 내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능기적거린다면 전쟁이 끝난 다음에 도착하겠지요."

"하하하하!"

볼튼 남작의 가벼운 농에 작전 회의에 참석한 장군들은 긴장감을 잃고 잠시 폭소했다. 영운 역시 이런 그들을 바라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스카이 게이트의 현상황은 어떻소?"

"현재 제리코 장군이 이끄는 제 3군과 일차 접전이 있은 후, 소강 상태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스카이 게이트의 천문관 요새는 약 3만의 병력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병력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요새가 있는 곳의 지리적인 요인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이곳 보르세요새보다 함락이 어려운 난공불락의 요새입니다."

"고전이 예상되겠군요."

"아마도...."

"제르만 장군님!"

"옛! 공작 전하!"

영운은 제르만을 슬며시 바라보며 의견을 물었다. 제르만이 노장이라고는 하지만 전쟁터에서 생활한 경험으로 보자면 영운도 만만치 않는 세월을 보내 왔다. 다만 이렇게 대규모의 군을 움직인 경험이 그렇게 많지 않는 영운으로써는 경험 많은 제르만의 의견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 군이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제 생각입니다만..일단 2군과 1군의 5만 병력을 차출하여 이곳 남부에 주둔을 시켜 치안과 잔당 귀족들의 게릴라 활동을 토벌하는데 주력했으면 좋겠습니다. 후방을 튼튼히 하는 것이 모든 병법의 기본입니다. 또한 은밀영의 요원들과 아라크네 요원들의 일부 또한 빼내어 이곳에 배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남은 병력은 모두 스카이 게이트에 집중 배치시키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모범적인 답안이었다. 교과서에나 있을 만큼 모범적인 답안이었지만 영운이 생각하기에 이것만큼 적당한 조치도 없었다.

"그리고 스카이 게이트의 천문관 요새는 제국군이 도착하기 전에 점령해야 합니다. 적의 원병이 도착하고 천문관을 중심으로 진을 형성한다면 우리 군에게 대단히 불리한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미연에 각개 격파하여 둘 사이의 전술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빨리 이동을 해서 제리코 장군과 합류하느냐가 관건이 되겠군요."

고개를 끄덕이며 영운이 답하자 제르만 장군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꽃폈다.

"그렇습니다."

"그럼..더 이상 이곳에 진지를 형성하고 있을 필요는 없겠군요."

작전 회의에 참석한 지휘관들은 무언으로써 영운의 의견에 동의했다. 영운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군들 역시 영운이 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럼 스카이 게이트를 향해 진군하겠습니다."

"옛!"

영운의 말에 장군들은 힘차게 대답했다.

임펠리아가 제국을 침공하자 대륙의 모든 나라들의 시선은 임펠리아와 제국의 전쟁에 집중됐다. 혹자는 임펠리아가 미쳤다니, 혹자는 임펠리아가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었다 하면 납득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의견은 임펠리아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했지만 제국이라는 이름은 대륙에서 철벽과 같았다.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장벽, 최강 군사 국가 제국의 이름은 임펠리아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들의 숫자를 극히 희박하게 만들었다. 아니 사실 따지자면 단 한 명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제국의 4대 전투 요새인 보르세요새가 점령을 당하고 제국 남부 지방이 임펠리아에게 점령당하자 많은 사람들이 경악했다. 임펠리아의 저력이 이토록 무서웠던가? 도대체 임펠리아는 제국을 상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 왔는가?

매서운 폭풍우가 지나가는 한 복판에 서 있는 사람처럼 대륙의 모든 국가들은, 대륙의 모든 사람들은 제국과 임펠리아의 전쟁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움직이지 않았다.

덕분에 대륙 귀퉁이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전쟁에는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마커스.

기사들의 나라. 4명의 소드마스터를 보유하고 기사들의 전력 만으로만 따진다면 오히려 제국을 능가한다는 나라. 비록 지난 제국 전쟁 때 한 명의 소드마스터를 잃어 이제는 3명으로 줄었지만 가진 기사단의 전력만으로도 마커스를 무시할 수 있는 나라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 마커스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삼국 동맹, 마커스와 동맹을 맺고 삼국 동맹의 두개의 축 중 하나라는 마도 왕국 누라가 삼국 동맹을 파기하면서 마커스를 향해 선전포고를 하고 국경을 넘어 침략해 들어간 것이다. 즉각적으로 마커스는 누라의 침략을 비난하면서 대항했다.

마커스의 왕궁.

누라의 갑작스런 침략 이후 왕궁에서는 연일 누라의 침공에 대한 회의로 시끌벅쩍했다. 대부분이 누라에 대한 성토일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않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군대를 조직해 누라의 침략에 대항하자는 것뿐이었다.

-웅성! 웅성!

-시끌! 시끌!

"그만!"

마치 시장판 한복판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산만한 왕성에 누군가의 근엄한 음성이 울려 퍼지자 삽시간에 왕성 안은 쥐죽은듯 조용해 졌다.

보르도 진 마커스 오라이언 3세.

현 마커스의 국왕이자 절대 군주의 음성이었다.

"누라군의 현재 위치는?"

"옛 누라군의 현재 위치는 눌랜드 서쪽 20킬로미터까지 접근을 했다고 하옵니다."

-웅성! 웅성!

-시끌! 벅쩍!

국왕의 질문에 재상 비스바렌이 답했다. 비스바렌의 말에 궁 안의 좌중은 일제히 소란스러워져 다시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혼란함으로 가득 찼다. 눌랜드 서쪽 20킬로라면 왕국의 수도로부터 200킬로미터 안쪽까지 누라군이 진격해 들어왔다는 소리이다.

선전포고로부터 국경을 뚫고 진격해 들어 온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벌써 100여 킬로미터 이상 마커스의 영토를 유린한 것이다. 그렇다면 마커스의 수도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그마아안! 그만!"

다시 한번 국왕은 좌중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음성을 발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모양세를 보아하니 어디로 피난을 가고 싶어하는 꼬라지가 역력하게 들어 났다. 국왕은 그런 귀족들을 바라보며 낮게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누라의 침공에 대한 대응 방법은?"

"현재 아국 마커스에는 30만의 정병이 있습니다. 정규군 10만, 상비군 10만, 국경 수비대 10만, 이들 중 정규군 10만은 즉시 출동이 가능하고 상비군 10만은 집결하는데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국경에 배치된 10만은 제국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움직일 수 없는 병력입니다."

"그렇다면?"

"즉시 움직일 수 있는 정규군 10만중 수도를 방어하기 위한 병력 3만을 제외한 7만을 즉시 파견하여 누라의 침략군을 막아야 합니다."

7만이면 많다면 많은 숫자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누라의 13만 대병, 7만으로 막을 성격의 병력이 아니다. 즉 재상이 주장하는 것은 7만의 병력이 주변의 지형과 외적인 요인들을 총동원하여 최대한 시간을 끌어 주며 사방에 분산된 병력들을 집결시키고 징집을 통해 병사들의 숫자를 늘리며 아직 삼국 동맹에서 탈퇴하지 않는 소니아에 원병을 요청해 누라의 침략을 막을 속샘이었다.

"7만이라면 너무 적은 숫자가 아니오이까? 재상 각하!"

귀족 중의 한 명이 걱정스런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방법이 없소. 소니아의 원병은 20일이 지나서 오게 될 것이고 병사들을 집결시키는 데에만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오. 시간을 벌기 위해서는 7만의 병력을 희생시켜야만 하오."

"...."

귀족들이 더 이상 말이 없자 재상은 고개를 돌려 국왕을 바라보았다.

"폐하! 결단을...."

재상의 말에 국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7만의 병을 지휘하겠소?"

왕의 질문에 군부의 인물들 중 한 명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를 바라보는 마커스의 국왕의 얼굴에는 강한 신뢰감이 어렸다. 그를 바라보는 귀족들의 얼굴에도 강한 신뢰감이 어렸다. 그는 폭넓은 신뢰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폐하 신 후안 폰 루시어스가 비열한 누라의 적당들에게 정의의 철퇴를 날리겠사옵니다."

후안 폰 루시어스. 기사들의 왕국 마커스의 남은 3인의 소드마스터 중에 일인. 바로 그 이름높은 소드마스터 후안 폰 루시어스였다. 보르도 진 마커스 오라이언 국왕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루시어스라면 충분히 누라의 침략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능력은 충분했다.

"좋소. 나 보르도 진 마커스 오라이언 3세의 이름으로 후안 폰 루시어스 백작에게 7만의 군세를 주니 목숨을 바쳐 누라의 적도들을 토벌하라."

"신명을 받들어...."

후안 폰 루시어스 백작을 총사령관으로 마커스의 수도에서는 약 7만의 군세가 누라군의 진군로를 향해 출발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전쟁을 그저 누라와 마커스의 대립으로 인한 조그(?)마한 국지전으로 인식했겠지만 이것이 거대한 대륙 전쟁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대륙에는 새로운 혈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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