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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풍속의 전주곡-제국이라는 이름의 거인의 발자국 "7만이라? 시간 끌기 용인가?"
조슈아는 냉소하며 유비무환의 정신을 곱씹고 있었다.
"하긴 나라도 기습을 받은 상태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
정보란 전쟁에 있어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간단한 정보 하나에 전쟁의 승패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경우도 많았다. 머리가 좋은 지장들은 정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중요하게 여긴다. 조슈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정보를 맹신하지 않지만 배제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적의 지휘관은?"
"루시어스 백작입니다."
구석에서 시립하고 있던 한 사내가 답했다. 사내의 이름은 야멘, 야멘이라는 정보 조직을 운영하는 최고 책임자다. 조슈아도, 누라의 국왕조차도 그의 진정한 이름은 모른다. 그저 일천 개의 눈을 가진 몬스터의 이름을 딴 조직의 수장으로써 그 조직의 이름이 곧 그의 이름이 되었다. 야멘의 말에 죠수아는 잠시 몸이 굳어졌다. 루시어스라는 이름이 가지고 있는 무게가 그렇게 가벼운 무게가 아니었던 탓이다.
"휘이이! 소드마스터가 총사령관이라..그냥 버리는 장기의 말로써는 너무 아깝군."
"전하! 체통을 지키소서!"
조슈아가 가볍게 휫바람을 불자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만류했다. 하지만 원래 제지한다고 해서 그만둘 조슈아가 아니다. 아니 제지하면 더욱 하고 싶어지는 것이 모든 인간들의 공통적인 습성이던가?
"체통이 밥을 먹여 주는 것이 아니라네. 더욱이 전쟁에서 승리를 안겨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네."
"허나 왕족의 품위는 지켜 주시는 것이...."
"아까 한말 그대로 자네에게 다시 돌려주겠네."
"...."
"더 하고 싶은 말 있나? 야멘!"
"별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군요. 제가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전하께서 따를 것이라고는 쥐꼬리만큼도 생각지 않습니다. 칼스의 고생이 훤히 보이는 듯 합니다."
말로는 도저히 당할 수 없다. 소위 말하는 천재의 범주를 넘어선 인간에게서 승리를 바란다는 것이 무리였다.
"그렇다면 마커스의 7만 군세와 조우하는 지점은?"
"대략 양쪽의 진군 속도로 추정해 볼 때 알벤토 평원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벤토 평원이라?"
충분히 가능성 있는 말이다. 아니 마커스의 지휘관이라면 평원에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 마커스는 기사의 나라이다. 동수의 지상군 병력만을 놓고 싸움을 한다면 아마 상대할 수 있는 기량을 가진 군대는 북쪽에 있는 유드그라실 왕국뿐일 것이다. 반대로 마도 왕국 누라의 지상군 전력은 그야말로 형편없다고 할 수 있다.
마법사들이 권력의 중추를 장악하고 있어서인지 기사나 강력한 육상 전력의 육성을 게을리했다.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3대 1이라는 비아냥까지 받아야 했다. 여기서 3대 1이란 다른 나라 병사 한 명에 누라의 병사 세 명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동수를 이룬다고 하여 3대 1이라는 말이 생겼다.
강력한 마법력에 비해 그의 뒤를 받치는 육상 전력의 부실은 지금까지 누라에게 큰 약점으로 작용했다.
때문에 마커스의 지휘관은 드넓은 평원을 선호할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넓은 곳에서의 마법은 위력적이다. 하지만 마법이 만능은 아니듯이 근접해 오는 적에게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았다. 과거 임펠리아와 누라간의 전쟁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한데 뭉쳐 난전이 펼쳐지면 마법사는 학살의 대상이 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까지 장황하게 설명한 것은 마커스가 알고 있는 지금까지의 누라였다.
"우릴 얕잡아 보는군."
조슈아의 입에서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지금까지의 누라라면 드넓은 평원에서 혼전이 예상되는 전투를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마법 지식을 임펠리아에 넘겨주면서 위탁 훈련을 부탁한 기사들이 누라에 돌아오면서 누라의 육상 전력은 한 단계 허물을 벗고 도약했다.
가혹한 훈련으로 기사들을 훈련시켰고 병사들을 몰아 붙였다. 당연히 허약하기만 했던 누라의 지상군은 대륙 그 어떤 부대와 맞붙더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있을 만큼의 기량을 키우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이렇게 되기까지 조슈아가 뿌렸던 노력이 얼마인지 오직 당사자만이 알고 있으리라. 더구나 임펠리아와 제국군에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던 마법 병단 역시 조슈아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과거의 마법 병단보다 강력한 마법 병단으로 육성하는데 성공했다.
숫자적인 규모는 줄었지만 마법사들의 전체적인 수준은 관록할 만한 진보를 보여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을 가진 마법 병단으로 탈바꿈했다.
누라의 전력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력으로써 마커스와 소니아가 손을 잡고 전력을 다해 싸운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물론 그런 사실을 마커스와 소니아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소원대로 평원에서 전투를 벌여 주지."
조슈아의 결심은 이미 굳은 듯 보였다.
"칼스!"
"옛 전하!"
"전군을 이끌고 알벤토 평원으로 향한다. 집주인이 그곳으로 초대를 했으니 당연 손님 된 입장으로 집 주인의 권유에 따라야겠지."
"알겠습니다. 전하!"
"정면 승부다."
누라의 13만 군세와 마커스의 7만 군세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알벤토 평원에 도착했다. 즉시 진형을 갇추고 서로 대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양진영은 서둘지 않았다. 어차피 마커스의 루시어스 사령관은 시간 끌기가 목적이었고 누라 역시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에 병사들이 지쳐 휴식기를 가져야 할 시기였기에 두 집단 간의 전투는 금방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문제는 이 성미급한 마커스의 사령관에게 있었다. 알벤토 평원에 도착한 날 양군의 사령관들은 서로의 진형을 날카롭게 바라보며 약점을 찾기 시작했다. 물론 당연한 일이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커스의 루시어스 사령관은 누라의 병사들의 움직임이 어설프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물론 이것은 병사들이 훈련이 안된 오합지졸이라는 것을 적장에게 최대한 어필하라는 누라의 총사령관 조슈아의 명령이었다.
물론 제국군이나 유드그라실 왕국의 병력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였다면 단박에 함정이라는 사실을 루시어스 사령관은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누라. 마도 왕국의 군대는 허약하다는 고정관념을 머리 속에 넣고 살던 사람이다.
이 고정 관념에 의해 자신이 이끌고 온 7만의 군세로도 누라군을 무찌를 수 있을 것 같다는 허무맹랑한 착각에 빠져 버린 것이다.
당연히 이 무대보적인 명령에 많은 지휘관들이 자신들의 총사령관을 말렸다.
"위험합니다. 적은 아군의 두 배, 더구나 개활지라는 특성상 마법 공격을 난사 받으면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전멸 당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가능한 시간을 끌며 방어 위주로 적을 공략하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
"최대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소. 어차피 이곳에서 방진을 펼치고 적의 공격을 맞이한다는 것은 축차적인 병력의 소모만을 부를 뿐이오. 차라리 전격전으로 적의 중앙을 돌파하여 난전으로 이끌고 가 누라의 마법 병단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인 공격이 될 것이오."
"그러나 자칫 포위 섬멸전의 화를 부를 수도...."
두개의 의견은 팽팽히 맞섰다. 말로 듣기에는 두 의견 모두 틀린 곳을 찾을 수 없다. 다만 첫 번째 의견보다는 두 번째 의견에 중대한 결함이 있었으니 바로 누라와의 병력의 차와 병사 개개인을 평가절하 했다는 점이다.
아마 이번 일로 땅을 치며 통곡하며 후회할 것이다. 지금은 그런 사실을 짐작조차 할 수 없지만.... 아무튼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는 것이 힘이었다.
"어차피 일전을 겨루어야 할 적이라면 가능한 아군에 유리한 조건에서 전투를 벌이는 쪽이 현명하지 않는가? 내일 아침 일출과 동시에 전격전으로 누라의 병단을 친다."
루시어스는 더 이상의 의견 경청은 소용 없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휘관들에게 통보하듯이 말했다. 그의 참모들은 루시어스의 결심이 굳었음을 직감하고 이이를 제기하지 않았다. 저 고집불통의 무인 상관은 한번 마음을 먹으면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들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러면 그만 작전 회의를 끝내겠소. 이후 내일 전격전에 맞춰 병사들에게 철저한 준비를 시키시오."
"옛! 각하!"
참모진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루시어스의 명령에 답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 낙제점이 나오든 합격점이 나오든, 아니면 주사위가 깨져 판이 깨지든지 그것은 오직 신만이 아실 결과이리라.
내일 걱정은 내알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진리대로 마커스의 지휘부는 내일 걱정은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그리고 점점 결전의 밤은 그 깊이를 더해 가기만 했다.
"생각보단 크군!"
정말 엄청난 크기의 요새였다. 하지만 영운등 이번에 스카이 게이트에 온 병사들은 보르세요새를 한 번 보았기에 별다른 감흥은 느낄 수 없었다. 다만 듣던 것 보다 큰 규모의 요새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습니다. 저런 요새를 다 구경하게 될지는 꿈에서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레이네 역시 자신의 머리 속에 든 생각을 여과 없이 영운에게 토해 냈다.
"어쨋던 병사들에게 진지를 구축하고 푹 쉬도록 전달하게. 지금까지 진군해 온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로가 누적되었을 거야."
"알겠습니다."
레이네는 기쁜 마음으로 영운의 명령에 복종했다. 아닌게 아니라 지난 몇 일 동안 말 그대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지옥의 강행군이었다. 물론 마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 것이라서 많은 피로가 쌓이지 않았지만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한 행군은 체력을 고갈시키기에 충분했다.
"어서 오십시오. 전하!"
반갑게 영운을 맞이하는 음성이 들려왔다. 영운은 음성의 주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반갑군요 제리코 장군!"
늙은 노장군의 모습이 영운의 시야에 들어왔다. 확실히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초췌하고 여러 날 목욕을 하지 않아서 지저분했지만 안면 가득히 걸려 있는 그의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움직이지 말라는 대공의 말씀대로 아직까지는 대규모 접전은 없었습니다."
제법 시간이 걸릴 것 같았던 보르세요새 공략전이 생각보다 싱겁게 막을 내리면서 영운은 모든 계획을 일시에 수정했다. 일단 전령을 보내 제 3군이 섣불리 움직이지 않도록 명령을 내렸다. 자신의 도착할 때까지 일체의 군사적 무력 행동을 취하지 말라는 명령에 제리코 장군은 충실히 따랐고 일체의 접전이 없는 가운데 전황의 교착 상태를 맞이하고 있었다.
"눈이 빠지도록 대공을 기다렸습니다."
"그 마음 알고 있습니다. 제 명령을 지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총사령관의 지엄하신 명령인데 따라야지요. 그런데 요새를 공략하기 위한 무슨 방법이 있는 것입니까?"
"아직까지는 아무 계획도.... 와서 요새를 확인하니 암울해 지는군요."
"핫하하! 제국의 4대 전투 요새 중 하나인 보르세요새를 함락시킨 분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리군요."
"글쎄요. 운이 좋았던 탓입니다."
털털한 미소를 짓는 영운을 바라보다가 이 늙은 장군은 천문관요새로 눈길을 돌렸다. 거대한 요새는 어두워지는 밤하늘 아래 거대한 괴물과 같이 두려운 모습을 하며 서 있었다.
"하긴! 보르세요새와는 다른 맛이 있는 요새지요. 어떤 면에서는 보르세요새보다 더욱 공략하기 어려운 요새입니다. 지리적으로나 여러 가지 조건면으로 본다면 말입니다."
"그렇지만 천문관요새를 함락시키고 제국이 돌입해 올 수 있는 길을 틀어막아야 합니다. 여기만 우리 수중에 떨어진다면 제국은 더 이상 제국 남부령에 영향력을 끼칠 수 없게 됩니다. 완전한 승리를 손에 거머쥘 수 있는거죠."
영운의 말에 늙은 노장의 두 눈에서는 안광이 빛을 발했다. 제리코는 결연한 음성으로 답했다.
"그렇죠. 그래야죠. 그렇다면 저희 조국 임펠리아는 튼튼한 반석에 설 수 있을 겁니다."
남부 유일의 초강대국, 그것이 이 삶에 찌들며 늙어 버린 노인의 마지막 소원이다. 그리고 이제 그 소원이 바로 눈앞까지 다가왔다. 나라와 국가를 위해 그리고 경애하는 여왕을 위해 이 한 몸 바칠 것을 마음속 깊이 맹세하는 제리코였다.
"그래서 말인데...."
"말씀하십시오. 대공!"
"제가 한가지 생각해 놓은 계획을 실행하고 싶은데...."
말끝이 흐려지는 영운. 아무래도 이럴 때 영운은 가끔 엉뚱한 말을 꺼내 놓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노장군 제리코도 이런 영운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지라 바싹 긴장하며 영운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서 말이죠....이렇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영운이 말을 마침과 동시에 제리코의 얼굴은 마치 똥이라도 씹은 듯이 일그러졌다. 그의 다리는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 오고 있었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을 영운은 입에 담았다. 생각해 보고 자시고도 없는 납득 가지 않는 계획이었다.
제리코는 허파 가득히 바람을 불어넣고 지금까지 생을 통해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절대..절대 안됩니다. 차라리 저를 죽이고 그 계획을 실행시키십시오."
"즐겁지 않나? 레이네?"
"...."
절대 즐겁지 않았다. 레이네는 대답할 가치도 느끼지 못해 입을 굳게 일자로 다물었다. 영운은 그런 레이네의 반응을 미리 예상이라도 했는지 능글능글한 미소를 만면에 떠올리며 낮은 음성으로 약올리듯 레이네를 자극했다.
"예전 제 3근위 기사단 시절이 생각나지 않나? 레이네!"
"...."
"현역 시절 즐거웠던 기사단 생활!"
-빠드득!
계속되는 영운의 자극에 절로 이빨이 갈리기 시작하는 레이네였다. 결코 이럴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관은 계속 자신을 자극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디스트로이어가 되어 영운을 오체분시하게 될 지도 몰랐다. 물론 자신의 무식하게 강한 상관이 가만히 앉아 오체분시를 당할지는 의문이었지만...
"조용히 하십시오. 화 안나 있습니다."
별달리 설득력은 없어 보이는 말이었다.
"화나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이런 상황에서 화가 안나게 돼 있습니까?"
결국 폭발해 버리는 레이네였다. 지금까지 쌓아 왔던 인내의 탑은 그 부실한 공사로 인해 일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저런! 언제부터인가 윗대가리가 되어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 당연시되어 이제 이런 일은 싫어하게 된 건가?"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얼굴을 펴고 즐거운 마음으로 이번 임무에 임하도록! 아까부터 찌그러진 깡통같은 면상을 쳐다보며 임무를 수행하기는 나도 싫어."
영운의 말에 레이네는 무엇인가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영운은 레이네의 뒤를 따라 움직이며 말했다.
"근데 보기보다는 높은 성벽이로군!"
영운을 비롯한 10여명의 기사들은 몇 가닥의 밧줄을 생명선으로 삼아 열심히 성벽을 오르고 있었다.
에레스트산맥은 평균 해발 6000에 달하는 고산 고원이다. 대륙을 동에서 서쪽으로 반달 모양으로 감싸고 있는 대륙의 병풍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산맥이다. 당연히 산맥을 넘어 남쪽으로 가려면 목숨을 걸고 엄청난 사투를 벌여야 할 정도로 위험한 자연 환경을 가진 산맥이었다.
덕분에 각종 맹수나 이제는 거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소위 말하는 몬스터들까지도 가끔 출몰하는 곳이다.
이곳을 안전하게 통과하려면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그 첫 번째가 이곳 산맥을 통과하지 않고 바다를 이용해 돌아오는 방법이다. 물론 긴 항해에 폭풍을 만나 물고기 밥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산맥을 넘는 것 보다 덜 위험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마법을 이용해 넘는 것이다. 6서클 텔리포드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제국에서 남부지방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6서클의 마법사는 대륙에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숫자였기에 대단히 제한적인 방법이다. 평생 6서클의 마법사만 찾아다니다가 볼일 다 볼 가능성이 높은 무식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이 손쉽게(?) 산맥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그것은 바로 스카이 게이트라고 이름 붙은 천문관요새를 통해 갈 수 있다. 물론 이곳도 3000미터에 가까운 높이를 자랑하는 고원이다.
하지만 길이 고르고 쉽게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일제히 통과할 수 있기에 남부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고 있다.
"아침이 되려면 아직 멀었나?"
한 여름이 넘어가는 계절이건만 3000미터가 넘는 고원 지대기에 쌀쌀한 주위가 피부를 잔인하게 자극하고 있다. 성벽 위의 제국군 병사들은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지금까지 임펠리아군이 진격하고 단 한차례의 전투만을 겪었을 뿐이다. 임펠리아군은 이후 아무런 도발도 하지 않고 조용히 있을 뿐이다. 절대 전쟁을 하러 온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저렇게 가만히 있다가도 기습적인 공격을 감행하여 성을 함락시킨 적이 세계의 대전사에는 여러 번 있었다. 물론 말단 병사인 그가 그런 사실을 공부했을 리는 없지만 저렇게 가만히 웅크리고 있는 적이 더 무섭다는 사실은 그가 인생사를 살며 여러번 경험했던 사실이었다.
"생각보단 춥군. 곧 겨울이 오겠어."
초롱초롱 맑은 별들을 바라보며 병사는 입김을 길게 내쉬어 보았다. 하얀 구름 같은 입김이 빈 공간을 잠식해 들어가다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최근 들어 낮에도 쌀쌀한 날씨이다. 밤은 춥다. 새벽은 낮과 밤을 합쳐 놓은 것보다 온도가 급강하 해 더욱 추웠다.
"제길 저 녀석들은 왜 이런 시기를 택해 침략해 온 거야?"
상대의 계획표까지 확인해 가며 움직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별로 좋지 않는 시기에 왔다. 하긴 여기는 사시사철이 추위에 덮혀 있는 곳이기는 했지만....
"그런데...."
병사는 무언가 평소와는 대단히 틀리다는 점을 인지했다. 지금까지 분명히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특이한 모습이 병사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건!"
검은 갑옷에 검은 망토, 얼굴이나 돌출 된 살에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물을 들여놓았는지 검은색 일색의 기사들 10여명이 열심히 밧줄을 타고 성벽을 오르는 모습이 병사의 시선에 들어왔다. 그것도 이제 거의 다 올라와 일부는 성벽 맨 윗쪽까지 도달하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설마!"
병사는 두 눈을 비벼 자신이 헛것을 보고 있지 않나 확인했다. 두 눈을 비벼 졸음을 내쫒고 다시 바라보아도 역시 그들은 열심히 성벽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임펠리아군!"
갑옷의 형태나 망토 등에 수놓여 있는 자수의 확인은 주변의 어둠과 동화되어 있는 관계로 확인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갑옷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기사들이 틀림없었고 제국의 기사들이라면 이런 시간에 성벽 등반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었다.
병사는 폐부에 깊이 바람을 들여마셨다. 자신이 빨아들일 수 있는 허용양을 초과하는 엄청난 양의 공기를 빨아들인 병사는 어릴 때 젓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목청 높이 소리쳤다.
"적이다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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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지루한 진행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내일부터는 영운의 활약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 같습니다.드뎌 먼치킨 깽판물이 될듯..................ㅡㅡ;;;;;; 푸헤헤헤헤헤헤.......................................................................
루시어스 장군 무언가 크게 착각하고 있습니다. 그의 임무는 누라군의 격퇴가 아닌 시간벌기입니다.
나중에 적당히 설명하겠지만 싸움을 붙이자니 조금 억지 설정을 부여하게 되었군요. 이후 그의 불우 했던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ㅡㅡ;;;;)소개하며 이 인간이 왜 이렇게 미쳐 날뛰어야 하는지 설명 하겠습니다. 지루하다면 빼 버리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