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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이의 변명 한마디.............어차피 이렇게 될 것이라면 침투하는 수고를 할 필요 없이 그냥 정문을 부숴 버리면 될 것아니냐는 생각을 하실 것입니다.
뭐 설정상.............으아아아악 돌맹이 날라온다.
일단 영운이 이 세상을 오게 된 것은 아후라의 힘이 작용한 탓도 있습니다만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전에 살던 세계에서 그의 힘때문에 좋지 않는 일을 격었습니다.
덕분에 가능한 자신의 힘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영운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사용하겠지만................
물론 수정판에는 합당한 이유를 어느정도 써 두었지만 조아라의 연재판에는 없습니다.
솔직히 뒤에서 사고치고 앞에서 말을 맞춰 놓은 꼴이 되고 말았지만................
수정판은 이후 제가 납득할 만큼 수정이 완료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ㅡㅡ;;;;; 아직 수정봐야 할 것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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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신자 그 혈륜의 길 "흐으으으응!"
비음 섞인 여성의 가느다란 신음 소리가 넓은 대전 안을 가득히 채웠다. 어두웠다. 그렇다고 칠흑과 같은 어두움이 아닌 사람의 시각으로 희미하나마 주변을 살필 수 있는 엷은 어둠이 사이한 분위기를 만들며 대전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었다.
대전은 넓었다. 직사각형의 형태로 상석의 중앙에는 10여명이 누워도 넉넉할 정도의 침대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십여 명의 나신의 여자들이 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여자들 사이에 남자 한 명이 끼어 있는 형상이라고 할까?
모두들 무엇인가에 취해 있는 듯 두 눈이 풀려 있는 것이 마치 혼이 없는 인형과 같은 모습이었다.
"재미있군."
아무런 영혼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매우 권태로운 음성. 침상 위에 유일한 사내라고 할 수 있는 남성의 음성이었다.
"암영!"
-하명하십시오.
이전과 같이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들려 오는 목소리. 아무리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는 해도 허공에서 들려 오는 음성을 들으면 순간적으로 놀랄 만도 한 일인데 사내는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아니 놀라울 정도로 권태와 허무감만을 가득히 채우며 물었다.
"느꼈나?"
-?
"느끼지 못했나 보군."
-..무슨 말씀이신지....
"아니야. 듣지 못했다면 그것으로 됐다."
-....
"계속 수고하도록!"
-알겠습니다. 황제 폐하!
빈 허공에서 흘러나오는 말로써 사내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사내는 제국의 황제였다. 항상 주색에 빠져 있는 것으로 좋지 않는 소문만을 흘리고 다니던 제국의 황제였다.
황제의 입에서는 묘한 미소가 흘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자신이 한 말은 이런 상황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암영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그림자였다. 또한 동시에 자신을 감시하는 감시자였다. 그런 감시자에게 수고하라니....
'어울리지 않는 말을 했군.'
하지만 이미 뱉어 버린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 어쩐지 자신이 웃음거리가 된 듯한 기분이 드는 황제였다.
'원로원의 늙은이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전달되겠지?'
암영은 자신의 부하이기도 했지만 근본은 원로원의 충견이다. 자신의 명령을 거부하지 않지만 원로원의 명령도 거부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원로원의 명령을 우선시 하는 존재이다. 다만 원로원의 명령과 자신의 명령이 서로 상충되지 않았기에 자신의 명령과 원로원의 명령 중 어느 쪽에 비중을 들 존재인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죽여 버릴까?'
황제는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다. 물론 그의 능력이라면 암영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암영의 뒤에 누가 있는가를 생각하자 곧 헛된 망상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황제는 고소를 지었다.
'운이 좋은 녀석이로고....'
확실히 운이 좋은 녀석이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간단치는 않겠지만 황제가 죽이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확실하게 황천으로 보낼 수 있다. 다만 암영의 뒤에는 제국의 원로원이 버티고 있고 제국의 원로원과 반목을 한다면 황제로써도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인내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까지 생각하자 황제는 씁쓸한 미소를 얼굴에 담았다.
'그러나 저러나 놈이 느끼지 못했다면 우리 일족에 대한 각성은 아닐터이고..이 힘의 파동의 정체는 무엇인가?'
일족의 힘의 파동치고는 너무나 강렬했다. 암영과 같은 자신들의 수하들은 자신들의 일족의 각성에만 반응하게 되어 있다. 인간으로써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기는 하지만 만들어진 힘이기에 역시 그 한계가 명확했다.
암영들(?)이 느끼지 못했다면 그것은 자신들의 일족의 각성하는 힘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들은 그 힘에는 즉각적인 반응을 나타내게 되어 있었기에.... 아마도 그들이 느낄 수 없는 다른 힘을 가진 미지의 존재임이 틀림없었다.
'이 정도 힘을 가진 존재라면 결코 만만치 않을터....'
확실히 말해 황제로써도 감당하기 힘든 힘을 가진 존재였다. 물론 황제 자신으로써는 작위적인 해석으로 결코 그러한 해석은 하지 않았다. 직접 그 힘을 가진 존재를 견식하지 않는 황제로써는 힘의 존재를 막연하게 느낄 뿐, 확신을 내릴수는 없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지금쯤 원로원에서도 이 힘을 가진 존재를 느꼈을 것이고 그 처리에 대해 상당한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흐흐흐! 원로원의 늙어 죽지 못하는 언데드 같은 늙은이들이 좀 고생하겠군.'
이런 힘을 가진 존재는 결코 자신들의 일족 이외에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이 세계는 자신들의 일족을 위해 존재해야 했고 자신들을 위협할 만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와의 공존은 일체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좋아! 좋아! 재밋는 장난감을 발견했어. 흐흐흐."
황제의 눈에는 오랜만에 생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황제가 된 이후, 아니 정확하게 말해 자신의 힘을 각성한 이후 모든 의욕을 잃은 그였다. 지나다니는 모든 인간들이 버러지 같았고 그런 버러지와 함께 하는 자신의 삶이 마치 거짓과 같았다.
'자극이 필요해. 강렬한 자극이....'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자극이 필요했다. 설사 그것이 죽음이라고 할 지라도.... 이제는 찾았다. 자신의 권태로운 삶에 신선한 자극을 줄 존재를. 아무리 술에 취해도, 마약에 취해도, 여자를 탐익해도 찾을 수 없었던 자신의 존재감을 지극히 강렬하게 인식시켜줄 상대를 찾았다.
'크흐흐! 그렇다면 일단 무능한 황제라는 가면을 벗어 볼까?'
우선은 술과 마약, 여자에 취한 무능한 황제라는 두터운 가면을 벗어야만 했다. 황제는 나신의 매끄러운 피부의 여자들을 헤치며 침상을 내려와 나이트 가운을 걸쳤다. 그리고 곁에 있던 탁자 위에 놓여 있던 위스키를 한잔 가득 따랐다. 호박색의 밝은 빛을 발하는 액체가 잔에 가득 차자 황제는 술잔을 손에 들었다.
'고생 좀 할 원로원의 늙은이들을 위하여!'
잔을 허공에 높이 들어올리더니 황제는 단숨에 잔을 비웠다. 상당한 도수를 자랑하는 독주가 틀림없었다. 화끈한 기운이 황제의 목을 따라 전해져 내려왔다. 황제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암영!"
-부르셨습니다. 황제 폐하!
"저기 쓰레기들을 모두 처리하라. 은밀하게...."
황제의 시선은 아직 침대 위에서 술과 약에 취해 허우적거리는 여자들에게로 향했다. 그에게 있어 여자들은 하룻밤의 유흥거리, 자신의 용무가 끝나면 쓰레기 이상도 이하도 아닌 존재들이었다.
-알겠습니다.
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공간 저편에서는 망설임 없이 기계적인 음성으로 대답이 들려왔다. 이런 일은 언제나 해 왔던 일, 이제는 매우 익숙한 일이었던 것이다.
"자 그렇다면 난 원로원의 원로들의 선택이 어떤 것인지 우선은 지켜볼까?"
황제는 다리를 움직여 대전을 나갔다. 정말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대전을 나섰다. 정말 오랜만에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가득 찬 흥분을 가슴에 안고....
"...."
"...."
"어떻게..이런 일이?"
천문관요새의 정문이 열리자 제리코 장군이 지휘하는 임펠리아군은 즉각적으로 요새 안으로 돌입하여 제국군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10배에 달하는 우세한 전력의 차이를 생각한다면 요새의 정문이 열린 이상 싸움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기세등등하게 성안에 돌입한 임펠리아군이 본 것은 시체의 산이었다. 별동대가 성에 잠입한 순간부터 터져 나오는 굉음과 폭발음, 병사들의 함성소리에 무엇인가 사단이 났음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요새에 주둔한 제국군을 상대로 승리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지만 그들은 승리의 함성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장군님! 명령을 내려 주셔야...."
제리코 장군의 부관 미첼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제리코 장군을 향해 말했다.
"아! 그렇지."
미첼의 말에 정신을 차린 제리코 장군은 즉시 휘하 지휘관들에게 세부적인 명령을 전달했다. 입성하기에 앞서 영운에게 세부적인 상황을 들어 인지하고 있던 터라 별다른 고민없이 기계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성문을 연 기사들 중 부상을 당한 자들을 치료해 줘라. 그리고 어제 명령했던 것처럼 각 부대의 지휘관들은 자신이 맡은 지역을 단단히 장악하도록 한다. 북문을 장악하기로 한 부대는 제국군을 북문 성벽 외각까지 쫓아내되 추격하지는 말라."
"옛!"
"그리고 미첼! 넌 나하고 대공 전하를 찾는다."
"알겠습니다."
어떤 면에서 이 성보다 중요한 것이 영운의 신변의 안전이었다. 요새야 다시 공격해 공략하면 많은 희생을 치루겠지만 임펠리아의 손에 떨어트릴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영운이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었다면 여왕을 볼 면목이 없어 질 것이다. 아니 그 이전에 영운이 임펠리아군 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할 수 없다.
자칫 임펠리아군의 붕괴로 이어질 공산이 높았다. 이제 막 날개를 펴 드높은 창공을 비행하기 시작한 임펠리아로써는 영운이 죽는다면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것이 틀림없었다. 영운과 요새 둘 중에 어느 쪽에 무게의 추를 둘 것인가 하는 질문을 받는다면 이 충성스러운 노장은 서슴없이 영운 쪽에 무게의 추를 둘 것이다.
'전하! 제발 무사하시길....'
임펠리아의 노장 제리코 장군의 두 눈에는 걱정스러움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