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년제국-120화 (12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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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운 곧 자신이 싸워야 할 적과의 대면입니다.

황제가 가면을 벗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영운과 맞짱 까려는 거죠. 그러나 저러나 쓰래기라니....

ㅜㅜ;;;;;;;;; 오늘은 아쉽지만 이것 한편뿐입니다.

내일은 두편!! ㅡㅡ;;;; 그리고 오늘 투표날이로군요. 젠장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이 되는군요. 첨 투표하는 건데.......

다 그 사람이 그 사람 같으니.........아무튼 하기는 해야겠죠?

그럼 방랑이는 이만 물러갈까 합니다.

아참! 산지기와 귀성이 조아라에서 연재가 되더군요. 무척 재밋게 읽은 작품들이었는데........

한번 읽어 보세요. 추천할 만한 작품입니다.

산지기는 산지기를 하던 소년이 모종의 임무를 맡아 귀족이 되어 황궁에 잠입하는 스토리인데 재밋습니다.

그리고 귀성은 막강한 과학력으로 무장한 현대군인들이 이계로 넘어가 전투를 벌리는 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두작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입니다.

그럼 이번엔 진짜로 방랑이는 물러갑니다. 휘리리리릭~~~~~~~!!!

멸신자 그 혈륜의 길

전쟁터라는 곳은 항상 처참하다.

수많은 죽음이 있고 그에 비례해서 많은 양의 피가 흐르는 곳이기 때문이다. 임펠리아군의 제리코 장군은 전쟁의 경험이 많은 노장군이다. 과거 제국에게 침략을 당했던 때부터 수많은 크고 작은 전쟁터를 누벼왔던 베테랑중의 베테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아직 전쟁터의 잔혹함은 적응이 되지 않고 있다. 다만 수많은 전쟁을 격다보니 그 감각이 무뎌졌을 뿐이다. 결코 전쟁의 참혹함에 익숙해 진 것은 아니다.

때문에 오늘 요새 안에서 벌어진 광란의 살육에 그 광경을 목도하게 된 제리코 장군의 마음은 갑갑하기만 했다. 영운의 안위에 대한 걱정만 아니었다면 그는 결코 이 요새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전하!'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을까? 아니 시간은 그렇게 많이 흐르지 않았지만 제리코 장군이 느끼기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생애보다도 더 긴 시간이 흐른 듯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한 명의 눈에 익숙한 기사가 자신을 찾아와 귀에 무언가를 숙덕거리기까지는 시간이라는 개념의 감각이 온통 마비되어 있던 것 같았다.

기사의 소근거림에 제리코 장군의 표정은 몰라 볼 정도로 환해졌다.

"앞장서라."

제리코는 곧장 기사를 앞세우고 그의 뒤를 잰걸음으로 따라갔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제법 넓은 공터가 제리코의 두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요새의 중앙에 위치한 광장이리라. 다만 몰라 볼 정도로 파괴되어 있는 광경에 이곳에 요새의 중앙 광장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대공 전하!"

광장의 중심부에 한 사내를 발견한 제리코 장군은 빠른 걸음으로 사내를 향해 뛰어가듯 다가섰다. 온 몸이 피에 범벅이 되어 시체들 사이에 검을 비스듬히 어깨에 기대에 놓고 앉아 있는 사내는 바로 영운이었다.

"제리코 장군!"

제리코를 알아본 영운은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여줬다. 제리코는 영운의 몸 여기저기를 꼼꼼하게 살핀 후 상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안숨을 내쉬었다. 온 몸에 묻은 피는 아마도 제국군의 피였으리라.

이제 한고비를 넘긴 제리코 장군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말 대공께서는 이 늙은이를 홧병에 쓰러지게 만드시고 싶으신 것이옵니까?"

이런 무모함을 넘어선 미친 짓에 몸을 던진 영운에게 분노하고 있었다. 좋은 결과가 돌출 되었으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라는 돌발 변수에 영운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그 일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했다.

영운도 그런 자신의 잘못을 아는지 찔끔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아꼈다.

"...."

"무모한 것에도 정도가 있지 이런 짓은 무모하다기 보다도 미친 짓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대공의 옥체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어쩌고..저쩌고..이런 요새가 애들 장난입니까? 전쟁이 애들 장난으로 보이십니까?..어쩌고..저쩌고..이 늙은이 정말 십 년을, 아니 앞으로 살아갈 모두를 감수한 것 같습니다."

제리코 장군의 잔소리는 상당시간 계속되었다. 지루함을 넘어 짜증이 날 정도였지만 역시 지은 죄가 있는 영운으로써는 뭐라고 반박하기 힘들었다.

아니 영운의 얼굴에는 지루함이나 실증이라는 감정보다 은은한 미소가 서려 있는 것이 자신을 걱정해 주는 노장군의 마음이 영운에게 충분히 전달되는 것 같았다.

"이제 다음부터는 이런 짓은 삼가 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영운의 말에 제리코 장군은 한숨을 길게 내 쉬었다.

"아무튼 결과가 좋으니 이번만큼은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죠. 그리고 요새는 어떻게 됐습니까?"

"일단 장악에는 성공했습니다. 제국 수비군의 대부분이 북문을 통해 빠져나갔습니다. 재빨리 북문을 장악하는데 성공해 북문이 파괴되는 것은 막았습니다. 요새로써의 기능은 건재합니다."

요새 수비군은 요새를 버리고 철수할 때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철수하는 성문과 그 주변 건물들을 파괴하고 철수한다. 성문이 파괴되면 요새는 요새로써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이후 있을 아군들이 파괴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여 요새를 손쉽게 탈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제국군들은 손도 써 보지 못하고 철수했다. 새벽녘 창졸간에 당한 일이고 영운의 살기에 요새 안 제국군들의 사고가 정지되어 요새를 살아서 빠져나가는 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영운이 진짜 미친놈처럼 날뛰었다는 사실을 지금 단계에서는 제리코가 알 길이 없었기에 조금 의아했지만 제리코 자신의 말처럼 결과가 좋기에 덮어두고 넘어갔다.

"그렇군요. 많은 숫자의 제국군이 살아갔다면 곧 천문관요새가 아국 임펠리아의 손에 떨어진 사실을 제국은 알겠군요."

"아마도 그럴 것입니다."

"그럼 제국령쪽에 집결한 제국군은 움직이지 못하겠군요."

"저라면 섣불리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제리코 장군의 말에 영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영운이 이렇게 서둘러 공격하게 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30만이나 되는 대병이 천문관 부분으로 진격해 온다면 영운의 군대는 괴로운 일전을 강요받았을 것이다. 지리적으로 천문관은 에레스트 산맥의 골짜기와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기에 대군을 이용한 공격이 어려웠다.

그 증거로 천문과요새 공격군의 진영을 본다면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좁게, 대신에 길게 퍼져 있었다. 한꺼번에 일만 이상의 병력이 공격한다는 것이 무리였다.

반대로 제국군이 공격해 들어올 북쪽 지역 역시 마찬가지 지형으로 수십만의 대군이 한꺼번에 요새를 공략하면 30,000의 주둔군뿐인 천문관요새가 쉽게 함락이 되었겠지만 10,000씩 축차 추입만을 해야할 공간뿐인 이곳에서는 전략적 숫자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축차 투입에 축차 소모.

언젠가는 요새 수비군을 전멸시킬 수 있었지만 엄청난 시간과 엄청난 병력의 소모가 예상됐다. 그 때문에 영운은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요새에 침투하여 문을 연 것이다.

이는 요새가 함락되었을 때 제국군의 상황과 동일한 것이다. 덕분에 제국군은 이제 쉽게 임펠리아군을 공격하지 못하게 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가능한 널리 천문관요새의 함락소식을 알리도록 해야겠군요."

영운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한 제리코 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벌써 제국령에 침투한 아라크네에게 정보공작을 명령해 두었습니다. 지금쯤 제국이 발깍 뒤집혔을 겁니다."

"음! 아라크네에게 좀더 정보공작을 독려하십시오. 저의 사견이지만 이곳에서 제국과 전쟁을 일단락 해야 합니다. 좀더 국력을 쌓지 않는 이상 제국과의 전쟁은 무리입니다."

사견이라는 전재가 붙었지만 이는 제리코 장군으로써도 공감하는 의견이었다.

"그럼 전선을 여기서 고착화시킬 생각이십니까?"

"가능하다면...."

"알겠습니다. 그래도 상부에 보고하여 여왕폐하의 제가를 받아야 겠지요."

"물론입니다."

"요새 점령에 대한 남은 잡무는 제가 처리하겠으니 대공께서는 몸을 세경하시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십시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이래뵈도 30년이 넘는 군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행정적인 업무쯤은 눈감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전투는 끝을 맺었고 남은 것은 전장정리와 행정적인 업무뿐이었다. 물론 지휘관들에게는 이 행정적인 업무가 전투를 치루는 것 보다 큰 일이었지만 제리코 장군이라면 훌륭하게 뒷정리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럼!"

영운 자신도 오랜만에 본신의 힘을 쓴 터이라 피곤함이 한계에 달해 있었다. 미안하기는 했지만 일단 가장 고생한 사람은 자신이라는 생각에 군진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할 결심을 했다. 간단한 인사와 함께 제리코 장군과 헤어지려는 무렵, 제리코 장군은 마지막 한마디를 잊지 않고 영운에게 말했다.

"대공!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여왕 폐하께 하나 남김없이 보고를 올렸습니다. 절 너무 야박하다고 탓하지 말아 주십시오."

의미신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제리코를 바라보던 영운의 얼굴은 깡통이 일그러지듯 도저히 같은 동일인물의 얼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그날 영운은 잠든 내내 아리나스와 그를 추종하는 재상과 대신들, 마지막으로 궁내 부장으로 승격하여 왕궁의 모든 잔무를 도맡아 하는 아리나스의 유모에게 잔소리를 듣는 악몽(?)을 꾸었다고 한다. 물론 이 사실은 알려지지 않는 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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